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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92화 (92/250)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92)

박찬우는 우시원의 기억 속에 있는 친구였다.

자신이 챙겨 준 후배 중 하나였다.

그런데 지금 그가 한 말 속에는 묘하게 뼈가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서찬휘가 나섰다.

“얘는 뭐라는 거야?”

“누구세요?”

“나? 시원이 친구.”

“아, 시원 선배 친구면 형뻘이네요. 제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저희하고 계속 볼 일은 없을 테니까요.”

“지금 그게 무슨 뜻이지?”

“유레카는 연습생이 두 명이라면서요?”

“그래, 둘인데 그게 왜?”

“오늘 오디션 규칙을 보면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서 군무는 세 명 이상이 춰야 한다고 쓰여 있어요.”

“세 명?”

서찬휘가 미간을 좁히자 박찬우가 말했다.

“그러니까. 오늘 이후에는 보려고 해도 볼 수 없죠.”

박찬우는 씩 웃으며 돌아섰다.

“…….”

서찬휘는 멍하니 돌아서는 박찬우를 바라봤다.

서찬휘는 박찬우가 한 말을 거짓이라 믿고 싶었다.

그때였다.

돌아서서 가던 박찬우에게 다른 연습생이 물었다.

“저 사람이 그 유명한 우시원이야?”

“그래.”

“너 저 사람 만나면 할 말 많다고 했잖아.”

“사람이 어떻게 할 말 다 하고 살아?”

“할 말이 뭐였는데?”

“원래, 앞에 짐차가 막고 있으면 뒤에서 못 가는 법이잖아. 솔직히 시원 선배만 아니었으면 나는 벌써 데뷔조에 들었거든. 내 기회의 반은 시원 선배가 빼앗아 간 거야. 아, 참. 짐차가 아니라 똥차였다.”

“똥차? 푸웁.”

상대 연습생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에 서찬휘가 주먹을 꽉 쥐었다.

쫓아가서 한 방 날릴 기세로 콧김을 뿜어댔다.

그 모습에 우시원이 급하게 서찬휘의 어깨를 잡았다.

“참아.”

“와, 누가 봐도 너 들으라고 큰소리로 한 거잖아. 저런 예의도 없는 새끼들.”

“됐어, 그냥 무대에서 본때를 보여 주자고.”

“저놈들이 한 말이 사실이면?”

“설마 사실일 리 있겠어? 찬우 놈 개수작이겠지.”

우시원은 고개를 저었다.

그때 또 다른 연습생 셋이 그들의 앞을 지나갔다.

그중 하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와, 이거 방송사 횡포 아니야?”

“그러게, 매니저 형도 그런 내용은 처음 들었대.”

“막내 안 챙겨 왔으면 어떻게 할 뻔했어?”

말한 연습생은 옆에 있는 어려 보이는 연습생의 등을 치며 흐뭇하게 바라봤다.

다른 연습생도 막내로 보이는 연습생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인원 모자라서 오디션도 못 보는 기획사는 없겠지?”

“딱 한 군데 있다고 하던데.”

“어디?”

“유레카라고…….”

“그럼, 거기 때문에 만든 규칙 아니야?”

“그건 모르지만, 그 규칙에 걸리는 곳이 딱 한 곳밖에 없다는 건 조금 이상하네.”

그들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순간 미간을 좁힌 서찬휘가 다시 씩씩거렸다.

그 모습에 우시원이 말했다.

“너무 인상 쓰지 마라, 찬휘야. 메이크업 지워진다.”

“야, 로션이 무슨 메이크업이냐. 그리고 그게 문제야?”

“나는 실장 형을 믿어. 그 형이라면 어떻게든 이 일을 해결할 거야.”

“방송국에서 이렇게 걸고넘어지는데…….”

“그래도 믿어. 일단 돌아가자.”

우시원은 서찬휘를 다독이며 자리로 돌아갔다.

* * *

자리로 돌아간 우시원은 눈을 크게 떴다.

강시혁이 세상을 다 잃은 표정으로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시원은 슬금슬금 그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피디님,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앗, 깜짝이야.”

강시혁이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뜨자 우시원이 다급하게 물었다.

“피디님, 빨리 얘기 좀 해 주세요.”

“너도 들었구나, 너희가 들은 그대로야.”

“헉.”

우시원이 입을 딱 벌렸다.

그 옆에 있던 서찬휘가 얼굴을 들이대며 다급하게 물었다.

“그럼, 우리는 오디션도 못 보는 거예요? 얘기 들어 보니 그 규칙 때문에 오디션도 못 보는 게 우리밖에 없다면서요.”

“나도 지금 알았다.”

“그럼, 우리가 타깃인 거잖아요. 대체 MBS에서 왜 우리를…….”

“잠시만 기다려 봐, 지금 신 선생님하고 이 실장이 그것 때문에 항의하러 갔어.”

“오디션 규칙인데, 그걸 어떻게 뒤집어요.”

“신 선생님이 방법이 있다고 했어.”

“방법이 있다고요?”

서찬휘가 고개를 갸웃하자 우시원이 눈을 크게 뜨고 끼어들었다.

“이 실장님이 아니라 신 선생님이 방법이 있다고 했어요?”

“그래, 그런데 기대는 하지 마. 프린트까지 해서 배포한 규칙인데 이건 고의성이 다분해. 고의로 이런 짓을 했는데 바꿔 줄 리도 없고 말이야.”

그때였다.

스피커에서 잡음이 흘러나왔다.

끼이익.

순간 이어지는 안내 방송.

―오 분 뒤에 예선 무대가 시작됩니다. 속히 지정된 장소에 자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내 방송은 몇 번이고 반복된다.

안내 방송이 장내에 울리자 복도는 소란스러워졌다.

모두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서 다급하게 뛰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강시혁이 말했다.

“우리는 그만 돌아…….”

그때 우시원이 손뼉을 쳤다.

짝.

손뼉을 치고 난 우시원은 복도의 끝을 바라봤다.

그곳에서는 도훈과 신서희가 사이좋게 걸어오고 있었다.

둘이 나란히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우시원은 고개를 갸웃했다.

둘의 표정이 달랐기 때문이다.

도훈은 뚱한 얼굴로 마지못해 답하는 것 같았고 신서희는 한껏 들떠 있었다.

우시원은 상반된 둘의 표정을 보고 입을 딱 벌렸다.

그때 강시혁이 재빨리 도훈에게 다가갔다.

“이 실장 어떻게 됐어?”

“휴.”

도훈은 한숨만 내쉬었다.

그 모습에 강시혁도 한숨을 쉬었다.

“괜찮아, 이번 일로 유레카의 이미지도 좋아져서 지금 괜찮은 친구들도 몰려드니…… 이번 오디션은 없던 일로 하자고.”

“…….”

도훈은 뚱한 표정으로 강시혁을 바라봤다.

그 모습에 강시혁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다니까.”

“뭐가 괜찮아? 강 피디.”

도훈의 목소리에는 살짝 날이 서 있었다.

게다가 눈빛까지 심상치 않았다.

강시혁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그때 신서희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일은 잘 처리됐어요. 시원이하고 찬휘는 빨리 무대 준비하고. 허리 업!”

신서희가 둘을 가리켰다.

하지만 우시원과 서찬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그중 성질 급한 서찬휘가 물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그렇게 쉽게 규칙을 바꿔 주지는 않았을 텐데요.”

“규칙을 바꾸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규칙을 바꾸지 않았다면 저희가 어떻게 오디션을 봐요?”

“안 바꿨어.”

“네?”

“그래, 내가 말한 그대로. 규칙은 전혀 안 바뀌었어.”

신서희가 활짝 웃으며 답하자 이번에는 우시원이 끼어들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여길 봐.”

신서희는 이번 프로그램의 규칙이 적혀 있는 진행표를 꺼냈다.

그녀는 그중 한 곳을 가리켰다.

우시원은 그녀가 내민 진행표에 얼굴을 들이댔다.

안경을 살짝 올리며 본 우시원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소속사에 속해 있는 인원이 오디션에 참여할 인원을 보충할 수 있다고 돼 있네요.”

“그렇지, 그 말은 소속사의 인원이라면 아무나 무대에 올라도 된다는 거지.”

“그건 이해했어요. 그런데 저희는 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어디서 한 명을 보충해요?”

“잘 봐, 여기 있잖아.”

신서희는 도훈을 가리켰다.

그 모습에 우시원이 화들짝 놀라 물었다.

“실장 형이요?”

“그래, 이 실장님이 도와주시기로 했어.”

“대, 대체 어떻게 도와줘요?”

“뭐, 간단하지. 이 실장님이 같이 너희와 무대에 오르면 모든 게 해결되는 거지, 그죠?”

신서희가 활짝 웃으며 도훈을 바라봤다.

도훈은 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매니저가 무대에 오른다고?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지만, 아예 그런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매니저는 다리를 다친 멤버를 대신해 무대에 오르고.

어떤 매니저는 이벤트성으로 특별 무대에서 공연하는 예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오르는 것은 없었다.

그것도 오디션 프로그램에. 아마도 최초일 듯싶었다.

그때 서찬휘가 기분 좋은 듯 손뼉을 쳤다.

짝.

“저는 실장 형을 믿어요.”

“너희는 나를 믿으면 안 된다. 알아서 각자 생존하는 걸 권한다.”

도훈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였다.

다시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제 예선 무대가 시작됩니다. 속히 지정된 장소에 자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 * *

잠시 뒤.

도훈은 팔짱을 끼고 자리에 앉아 무대를 감상하고 있었다.

벌써 세 팀이 지나갔다.

도훈이 보기에 멤버별로 격차가 꽤 심했다.

도훈이 심사위원이라면 앞선 두 팀에서는 뽑을 친구가 없었다.

외모나 기량 모두 부족했다.

거기에 더해 아직은 도훈이 찾는 친구들은 나오지 않은 상태.

옆에 있던 강시혁도 매의 눈을 하고 무대에 오른 친구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이것은 도훈과 약속된 사항이었다.

무대에 오른 친구 중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다면 스카우트 제의를 하기로 말이다.

물론 본선까지 오르는 친구들이야 소속사에서 놔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강시혁이 찾는 것은 중도 탈락하는 친구들이었다.

방송에 나왔는데도 이목을 끌지 못하는 친구들은 방출 절차를 밟게 마련이니, 큰 마찰 없이도 손쉽게 영입할 수 있었다.

뭐, 그들이 유레카로 들어오겠다고 하면 말이다.

퉁퉁, 따다당.

무대 옆 스피커에서는 쉴 틈 없이 울려 퍼지다 멈췄다.

탁.

세 번째 팀의 무대가 끝났다.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를 펼친 연습생들은 올망졸망한 눈으로 심사위원들을 바라봤다.

심사위원 중 하나는 그들에게 개인기를 펼칠 시간을 준다.

뭐, 대본에 나와 있는 대로였다.

오늘 촬영분에서 분량을 건지기 위함이었다.

그들의 모습에 도훈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들 중 기억나는 얼굴은 없었다.

미래에 우시원과 함께할 팀원도 없지만, 데뷔할 친구도 없다는 말이었다.

그때 서찬휘가 도훈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실장 형, 쟤네들은 어때요?”

“불합격.”

“뭐가 그렇게 단호해요.”

“외모와 기량이 모두 불합격. 일단 이건 내 기준이야.”

“정말이죠?”

“그래.”

“그럼 저는요?”

“너는 합격이니까, 내가 이렇게 공을 들이지.”

도훈의 말에 서찬휘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서찬휘는 조용히 고개를 돌리더니 우시원을 바라봤다.

“거봐, 쟤네들은 불합격이래.”

“그래, 알았어.”

“속이 시원하네.”

서찬휘는 손을 탁탁 털었다.

마치 그들에게 원한이라도 있는 것처럼 무대 쪽을 쏘아봤다.

그들은 다름 아닌 아까 우시원에게 거하게 소금을 뿌리고 갔던 박찬우와 그의 친구들이었다.

그때였다.

심사위원석에서 합격자 명단을 발표했다.

“박찬우 군, 앞으로 나오세요.”

장내에 울려 퍼지는 마이크 소리에 우시원이 눈을 크게 떴다.

옆에 있던 서찬휘는 황당하다는 듯 무대 위를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본 도훈이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는 친구야?”

“그러니까…….”

서찬휘는 아까 있었던 일들을 쭈욱 늘어놨다.

그 얘기에 도훈은 우시원을 바라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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