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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91화 (91/250)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91)

도훈이 흐뭇하게 무대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체육관의 스피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한지혜였다.

도훈이 스피커를 보고 있을 때 다시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기획사의 담당자분들께서는 안내 데스크로 오셔서 번호표와 진행 순서를 받아 가 주십시오.

그 말에 도훈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때 한민국이 뛰어간다.

“제가 다녀올 테니 실장님은 여기 계세요.”

“그럼 조심해서 다녀와.”

도훈은 손짓하며 유레카라고 적힌 철제 의자에다 짐을 풀어놓았다.

우시원과 서찬휘는 복도 쪽으로 나가 있었다.

오디션에서 출 춤을 연습하기 위함이었다.

짐을 대충 정리했을 때였다.

멀리서 진행표를 들고 뛰어오는 한민국이 다급한 듯 소릴 질렀다.

“실장님.”

그 모습에 도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표정만 보면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고 착각을 해도 될 정도였다.

한민국은 도훈의 앞에 행사 진행표를 내밀었다.

그 모습에 도훈이 물었다.

“왜 그러는 건데?”

“지금 큰일 났어요, 이거 보세요.”

한민국은 행사 진행표를 가리켰다.

도훈은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한민국이 건넨 진행표를 넘겼다.

첫 장을 넘기던 도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이 알고 있던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째 장을 확인하며 눈을 크게 떴다.

두 번째 장에는 누가 봐도 유레카를 해코지하려는 규칙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당황도 잠시, 도훈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혹시라도 한지혜나 박창성이 눈에 띄면 달려가서 물어보려 했다.

하지만 주변에 아는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사실 가서 따져도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렇게 인쇄까지 되어서 배포되었다는 것은 이미 게임이 끝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다.

이도준이 MBS에까지 손을 뻗친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획안을 틀어 버릴 줄 몰랐다.

이렇게 기획안을 틀어 버린다면?

문제는 유레카뿐 아니라 다른 소형 기획사들도 피를 본다는 것이다.

이 큐시트의 문제는 간단했다.

스타플레이어의 예선은 개인의 능력을 위주로 오디션을 진행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채점 항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팀 채점이었다.

그것도 3인 이상의 군무를 본다는 것이다.

거기에 한술 더 떠 군무는 기획사에서 만든 자작곡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전생에도 이랬었나?

거기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스타플레이어에서 기억나는 것은, 회차가 거듭될수록 생각지도 못했던 연습생들이 두각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사실 스타플레이어에 발을 담근 이유는 간단했다.

강시혁이 국내 최고의 보이 그룹을 만들면서 구한 멤버 중 대부분이 스타플레이어에서 탈락한 인원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올지 안 올지 모르지만, 도훈은 가능하면 강시혁과 그들의 인연을 이어 주고 싶었다.

그래야 우시원이 편안하게 활동할 곳이 만들어질 테니까.

전생의 기억에 있는 그룹이 만들어진다면 SBC의 이상한 소문도 자취를 감출 터.

뭐, 한지혜나 박창성에 대한 원망은 없었다.

그들이 생각해야 할 것은 유레카가 아니라 MBS니 말이다.

도훈은 진행표를 한민국에게 맡겼다.

“한 매니저는 여기 있어.”

“어디 가시게요?”

“일단 신 선생님하고 강 피디와 상의해야지.”

“상의한다고 뾰족한 수가 나오겠어요?”

한민국은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먹이를 잃은 강아지처럼 말이다.

사실 한민국의 반응이 맞았다.

단 두 명의 연습생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갑자기 없던 규칙이 생겼다는 것은 아마도 누군가 압력을 넣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 * *

체육관의 복도 한구석에서는 우시원과 서찬휘가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신서희와 강시혁이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도훈이 그들 사이에 쓱 끼어들었다.

갑자기 끼어든 도훈에 신서희가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앗, 깜짝.”

“서프라이즈예요, 신 선생님.”

도훈이 농담으로 상황을 무마시켰다.

사실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내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다.

잠시 웃음이 스쳐 지나가자 도훈이 입을 열었다.

“두 분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그게 뭔데요?”

신서희가 눈을 빛내며 묻자 도훈이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

“스타플레이어의 진행 방식이 묘하게 바뀌었어요.”

“어떻게요?”

“세 명 이상의 군무가 필수로 바뀌었어요.”

“세 명이라…….”

신서희가 턱을 어루만졌다.

그때 강시혁이 말했다.

“혹시 나이 제한은?”

“조건은 없는데, 우리가 둘밖에 없다는 게 문제지.”

도훈이 고개를 내젓자 신서희가 말했다.

“저라도 나갈까요?”

“선생님은 보이 그룹에 들어갈 수 없어요.”

“아, 그렇지.”

신서희가 안타까운 듯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연습하고 있는 우시원과 서찬휘를 바라봤다.

안타깝게 그들을 바라보던 신서희가 갑자기 눈을 빛냈다.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반짝이는 눈으로 도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끄러미 도훈을 바라보던 신서희가 손뼉을 쳤다.

짝.

그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신서희에게 몰렸다.

도훈은 그녀의 눈빛에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선생님, 왜 그렇게 보세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나서요.”

“무슨 생각이요?”

“그러니까…….”

신서희는 말끝을 흐리더니 조용히 천장을 올려다봤다.

딱 보기에도 망설이는 모습이다.

도훈이 재빨리 말했다.

“선생님, 무리하지 마세요. 손해 보는 건 없어요.”

말을 마친 도훈은 여유 있게 미소를 지었다.

옆에 있는 강시혁도 도훈의 웃음을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손해 볼 건 없…….”

고개를 끄덕이던 강시혁이 갑자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고는 도훈을 쏘아봤다.

“손해 볼 게 왜 없어. 여기까지 오려고 네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는데.”

“끝까지 가려고 출연한 건 아니잖아.”

“우리야 괜찮지만, 판을 짜서 제안을 넣은 건 이 실장이잖아.”

“괜찮아, 손해 볼 건 정말 없으니까.”

도훈은 진득하게 웃었다. 도훈의 말은 사실이었다.

역사적인 이 프로그램의 구경꾼이 되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가만히 있다가 떨어지는 이삭을 줍는 것으로 충분하니 말이다.

보이 그룹으로 데뷔할 열 명 중에는 강시혁이 픽할 연습생은 없었다.

10명에 들어가기 전에 떨어진다는 것.

그것도 아쉽게 떨어진 것도 아니라 아무런 주목도 못 받고 말이다.

그때 데뷔하는 연습생들은 단번에 스타의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었다.

오디션에서 떨어진 연습생 중 몇몇이 월드 스타가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 친구들에 대한 정보는 모두 도훈의 머릿속에 있으니 그룹 구성을 앞당기기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그때 강시혁이 눈물을 글썽였다.

“이 실장도 그렇지만, 시원이하고 찬휘도 얼마나 연습을 했는데…….”

“음, 그건 아쉽네.”

도훈은 영혼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도훈은 이미 MBS 내부 알력에 대한 조사를 끝낸 상황이었다.

최종 10명 안에 들어 데뷔할 연습생 중 반은 정해졌다.

나머지 반을 가지고 나눠 먹는 자리였다.

사실 이 오디션으로 얻을 것은 이미 다 얻은 상태.

MBS와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외부에 보여 주면서 소문은 반전됐다.

SBC가 유레카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게 아니라 유레카가 반대로 SBC에 미적지근하게 응대한다는 내용으로 말이다.

도훈과 강시혁이 서로 다른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신서희가 도훈을 향해 한 발 다가왔다.

“제가 이런 얘기를 해도 될는지 모르겠지만요.”

“말씀하세요, 선생님.”

“매니저로서 어디까지 희생하실 수 있나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구체적으로 시원이와 찬휘를 위해서 어디까지 나설 수 있냐는 말씀이에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다 해야죠, 그게 매니저의 본분이죠.”

“그럼 됐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저랑 같이 가요.”

“어딜요?”

“예능국 피디 만나러요.”

“네?”

도훈은 고개를 갸웃하며 신서희의 손에 이끌려 갔다.

도훈의 소매를 잡고 달려가는 신서희는 모든 걱정을 털어 낸 것처럼 활짝 웃고 있었다.

그 미소에 도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퍼부을 수 있지만, 지금 이곳에 퍼붓고 싶지는 않았다.

신서희가 말하는 희생이라는 것이 과연 돈일까?

도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점점 멀어지는 도훈과 신서희를 본 강시혁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입을 딱 벌렸다.

그는 미간을 좁히며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을 둘러보던 강시혁의 눈동자가 다급하게 주변을 훑었다.

조금 전까지 보이던 우시원과 서찬휘가 자리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 * *

같은 시간.

음료수 자판기 앞에 선 서찬휘는 주머니를 뒤지고 있었다.

한참을 뒤지던 서찬휘는 한숨을 내쉬었다.

“휴, 아까 분명히 있었는데…….”

“그렇게 격렬하게 움직이는데 주머니에 동전이 남아 있으면 신기하지.”

우시원은 서찬휘를 보며 피식 웃었다.

“시원아, 동전 있으면 내놔 봐.”

“나 동전 없어. 한 매니저님이 아까 아이스박스까지 싸 오셨잖아. 거기 들어 있는 음료수 먹으면 되잖아.”

“그 음료수는 죄다 제로 시리즈잖아, 제로 콜라에다가 제로 사이다에…….”

서찬휘는 아직 포기를 못 했는지 계속해서 주머니를 뒤졌다.

자신의 주머니에서 동전을 찾을 수 없자 이번에는 우시원의 주머니까지 뒤지기 시작했다.

서찬휘가 달려들자 우시원이 기겁하며 뒤쪽으로 물러난다.

“야, 뭐 하는 짓이야. 더워 죽겠는데!”

우시원이 서찬휘를 밀어낼 때였다.

그들의 뒤쪽에서 한 무리의 연습생들이 나타났다.

그들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서찬휘에게 말을 걸었다.

“죄송한데 저희가 먼저 뽑을게요.”

“그러세요.”

서찬휘는 한 발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총 다섯 명이었다.

같이 몰려다니는 것으로 봐서 같은 소속사의 연습생임이 분명했다.

그들은 서찬휘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음료수를 뽑았다.

음료수를 뽑아 돌아가려던 그들 중 하나가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서찬휘 쪽을 달려왔다.

깜짝 놀란 서찬휘는 본능적으로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는 예상과는 다르게 서찬휘를 지나쳤다.

휙.

서찬휘를 지나친 연습생은 우시원 앞에 섰다.

그러고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시원 선배.”

그의 외침에도 우시원은 그를 못 알아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누구…….”

“저, 찬우예요. 박찬우. 시원 선배 진짜 오랜만이에요. 안경 쓰고 있어서 처음에는 못 알아봤어요.”

“아, 찬우.”

우시원이 손뼉을 치자 박찬우가 활짝 웃으며 음료수를 건넨다.

“시원 선배 이거 드세요.”

“그래, 고맙다.”

우시원이 살짝 고개를 숙이자 박찬우가 사람 좋은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

“아니에요, 선배. SW에서도 항상 저희를 챙겨 주셨잖아요.”

“내가 챙긴 게 뭐가 있다고…….”

“아니에요. 선배는 항상 챙겨 주시기만 하다가 정작 자기 것은 못 챙기고 방출까지 당하셨잖아요. 그런데 여기서 보게 되다니 정말 신기하죠?”

“…….”

우시원은 고개를 갸웃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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