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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78화 (78/250)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78)

그 모습에 김현승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거지?”

“조금 이따가 전화 올 테니 그거나 잘 받아.”

“전화? 무슨 전화가 온다고 그러는 거지?”

“조금만 기다려 봐, 전화 한 통이면 너는 죽은 목숨이니까. 돈은 돈이고 나머지는 별책 부록으로 생각해.”

“별책 부록? 그게 뭔…….”

김현승은 말을 맺지 못했다.

디리링.

도훈의 말대로 진짜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핸드폰을 꺼낸 김현승의 눈이 한계까지 커졌다.

“혀, 형님, 이 시간에 무슨 일로…….”

전화를 받던 김현승의 얼굴이 급격히 굳었다.

그는 말을 더듬으며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아, 아니에요, 오해예요.”

손을 흔든 그는 뒷걸음치더니 현장을 벗어났다.

그 모습에 모두의 시선이 도훈에게 모였다.

도훈은 어색하게 웃으며 정재웅을 바라봤다.

“감독님, 이제 촬영 다시 들어가야죠.”

“그런데 배우가…….”

“솔직히 단역이잖아요. 지금 화면 잘 받는 친구들이 오고 있으니까. 그중에서 고르시는 건 어떤가요? 한 20분 후면 도착할 텐데요.”

“지금 촬영을 하기에는 상황이 조금…….”

정재웅은 주변을 둘러봤다.

스태프들이 모두 넋이 빠진 표정으로 도훈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도훈이 답했다.

“일단 믿어 보시죠, 감독님.”

“…….”

정재웅은 난감한 표정으로 도훈을 바라봤다.

이지유의 애인으로 나오는 사내는 두 장면에서만 출연하지만, 이지유의 변화를 보여 주는 포인트였다.

그래서 심사숙고해서 캐스팅을 한 것이었다.

정재웅은 시선을 돌려 김현승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봤다.

김현승의 외모와 적정 수준의 연기력이 아깝긴 했지만, 그가 사라져 준 게 어찌 보면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저 정도의 배우를 다시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막막했다.

과연 구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촬영 일정을 뒤로 미루고 장소 섭외를 다시 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도훈이 이렇게 부탁하는 상황.

일단 믿는 척을 해야 했다.

도훈은 이지유의 매니저이기 전에 투자자이니 말이다.

* * *

잠시 뒤, 촬영 현장에 도착한 강시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촬영 현장이라고 하면 정신없이 스태프들이 움직이고 컷과 NG 사인이 울리면서 배우들의 혼을 쏙 빼놓아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이 침울한 분위기는 무엇이란 말인가?

강시혁은 슬쩍 분위기를 살폈다.

그가 아무리 영화판을 모른다지만, 뮤직비디오 현장만 열 번이 넘게 참여했다.

어차피 카메라가 돌아가는 현장인 것은 똑같았다.

그런데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처럼 굳어 있었다.

그런데 묘한 것이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딱 한 명이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만나기 위해서 온 도훈이었다.

강시혁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조심스럽게 도훈에게 다가갔다.

“이 실장.”

“아, 왜 이제 왔어?”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야?”

“그런데 목소리가 왜 그래?”

“내 목소리가 어때서?”

“다 죽어 가는 것 같잖아, 무슨 모깃소리도 아니고 왜 그리 작아?”

“분위기가 좀 그렇잖아.”

“아, 이 분위기 말이구나, 지금 배우를 기다리고 있어서 그래.”

“배우?”

강시혁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강시혁을 따라온 우시원과 서찬휘가 도착했다.

그들은 양손에 보기만 해도 무거워 보이는 짐을 들고 있었다.

우시원은 들고 온 짐을 도훈의 앞에 내려놨다.

탕.

바닥이 울릴 정도의 무거운 짐을 본 도훈이 물었다.

“이게 뭐야?”

“강 피디님이 빈손으로 오는 게 아니라고 해서요. 편의점에 가서 털어 왔어요.”

도훈이 씩 웃으며 물었다.

“털어 왔다는 게 그냥 집어 왔다는 건 아니지?”

그때 강시혁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와, 사람을 뭐로 보고……. 설마 내가 그냥 들고 왔겠어? 법카도 아니고 내 카드로 긁었어.”

“그럼 잘 먹을게, 일단 돌리자.”

도훈이 씩 웃으며 상자를 열었다.

그곳에는 스태프들에게 나눠 줄 간식과 음료가 들어 있었다.

정성스럽게 비닐 하나에 한 명분을 담은 것으로 봐서 차에서 작업한 것이 분명했다.

도훈은 정재웅에게 간식을 건네며 슬쩍 눈짓했다.

“어때요?”

“흠, 그러니까…….”

정재웅이 말끝을 흐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감독의 눈으로 우시원과 서찬휘를 바라보고 있다.

그 모습에 도훈이 씩 웃었다.

전생의 친한 감독들에게 도훈이 가끔 물어보는 말이 있었다.

그것은 ‘뭘, 그렇게 보냐?’라는 말이었다.

도훈이 물어본 이유는 아무것도 아닌 풍경이나 사물을 너무 심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 정재웅도 심각한 표정으로 우시원과 서찬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그가 보는 세상은 단순한 우시원과 서찬휘의 외모는 아닐 터다.

앵글에 담았을 때를 가정하고 바라보는 것이었다.

전생에 친하게 지냈던 감독 중의 하나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은 항상 카메라 앵글에 담는다고 생각하고 사물을 바라본다고 말이다.’

아마 정재웅도 그런 느낌으로 그들을 바라볼 터다.

한참을 바라보던 정재웅의 입이 열렸다.

“오케이, 한번 가 보지.”

“정말 괜찮습니까? 제가 말했다고 억지로 테스트해 보시지는 말고요.”

“아니에요, 저 정도 마스크와 분위기라면 가능할 것 같아요.”

정재웅의 말에 도훈이 손뼉을 쳤다.

짝.

묘하게 힘이 담긴 소리에 모두가 도훈을 다시 바라봤다.

물론 그중에는 우시원과 서찬휘도 포함되어 있었다.

도훈과 시선이 마주친 우시원이 멀뚱히 입을 벌리고 옆에 있는 서찬휘가 그의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실장님이 너한테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나?”

그들의 대화에 도훈이 손짓했다.

“찬휘 너도 시원이랑 같이 와 봐.”

“저도요?”

“그래 찬휘 너도 이리 와.”

그들은 번개처럼 도훈의 앞에 섰다.

서찬휘와 우시원이 도훈의 앞에 서자 정재웅은 팔짱을 끼고 그들을 바라봤다.

“혹시 연기 수업 들어 본 친구 있나요?”

“연기 수업이라니요?”

서찬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 모습에 도훈이 끼어들었다.

“다름 아니라, 신인 배우 하나가 사고를 거하게 치고 도망가서 대신할 친구가 필요하거든.”

“그러니까…… 저희보고 연기하라는 건 아니겠죠?”

“아니긴, 그게 정답이야.”

“헉.”

“여기 대본부터 봐.”

도훈은 둘에게 대본을 건넸다.

대본이라고 해 봤자 두 페이지 정도밖에 안 되는 분량이었다.

그나마 첫 번째 페이지는 이지유와의 관계를 설명한 문장 그리고 그들이 맡은 사내에 대한 캐릭터 설명이었다.

졸지에 대본을 받은 우시원이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대본을 넘겼다.

대본을 다 읽고 난 우시원이 물었다.

“실장님, 저희가 연기를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긴, 대본을 보고 해야지. 내가 알기로는 연기 수업도 받은 거로 아는데.”

“딱 수업만 받았지, 이렇게 카메라 앞에서 연기해 본 적은 없어요. 진짜예요.”

우시원이 불쌍한 표정으로 눈을 반짝였다.

“누가 보면 내가 강도질하는 줄 알겠다.”

“그건 아니지만, 제가 어떻게 연기를 해요.”

“데뷔하면 어차피 카메라하고도 친해져야 할 텐데 연습한다고 생각하고 맞춰 보자고.”

“그럼, 찬휘부터 시키세요.”

우시원이 손가락으로 서찬휘를 가리켰다.

깜짝 놀란 서찬휘가 소리를 질렀다.

“와, 물귀신도 아니고 왜 나를 물고 늘어져.”

“내가 뭘? 나보고만 하라고 하는 건 아니잖아.”

둘이서 아옹다옹하자 도훈이 끼어들었다.

“그래서 누가 먼저 할래?”

“아, 그러니까…….”

서찬휘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대본을 쓱 빠르게 살폈다.

도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서찬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기 때문이다.

서찬휘가 대본의 지문을 가리키며 물었다.

“여기 보니까 남자 배우의 복장이 정장이라고 쓰여 있는데요. 이렇게 입고 온 저희가 어떻게 그 배역을 맡을 수 있겠어요? 그렇지, 시원아?”

서찬휘가 우시원을 바라봤다.

그 모습에 도훈이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어찌 보면 저런 순발력이 서찬휘의 장점이었다.

리더로서 가져야 할 순발력과 유연한 사고방식.

이번 생에서도 리더로 고정해야겠다는 확신이 서는 순간이었다.

서찬휘의 시선을 받은 우시원이 머뭇거렸다.

서찬휘는 재빨리 우시원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신호를 받은 우시원이 할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생각해 보니 그렇겠네요, 하고 싶어도 의상이 없어서 못 하겠네요. 하하.”

우시원이 어색하게 웃자 도훈이 재빨리 물었다.

“그럼, 의상만 있으면 하겠다는 거네?”

“뭐, 의상이 있다면…….”

우시원이 살짝 말끝을 흐릴 때 정재웅이 고개를 흔들었다.

“생각해 보니 여분으로 준비한 의상은 없습니다. 배우한테 맞춰서 입고 오라고 부탁만 했지, 따로 준비를 안 했거든요.”

정재웅이 아쉬운 듯 고개를 흔들자 서찬휘가 끼어들었다.

“아쉽네요. 의상만 있으면 저희도 해 보고 싶었는데.”

그때 도훈이 새끼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약속이다.”

“약속이라니요?”

서찬휘가 눈을 크게 뜨며 묻자 도훈은 고개를 돌려 그윽한 눈빛으로 한민국을 바라봤다.

도훈의 시선에 한민국이 화들짝 놀라 달려왔다.

“실장님, 왜요?”

“저 친구들이 입을 정장이 필요하다네.”

“그걸 여기서 어떻게 구해요?”

“…….”

도훈이 눈을 가늘게 뜨고 한민국을 바라봤다.

그 시선에 한민국은 뒤로 물러났다.

오늘 딱 한민국은 정장을 입고 왔다.

생각해 보니 자신이 입은 정장이 아까 김현승의 옷과 비슷했다.

뒤로 물러난 한민국이 외쳤다.

“설마 제 옷을 의상으로 쓰시려는 건 아니죠?”

“왜 그런 오해를 하는데?”

“시원이하고 찬휘한테 맞는 의상이 어디 있어요?”

“차 안에 있잖아.”

“차 안에요?”

“거기 보면 내 정장만 네 벌 정도 있을 거야, 그거 가져와.”

“아, 그러고 보니…….”

한민국은 재빨리 승합차를 향해 뛰어갔다.

승합차에 정장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도훈의 버릇이었다.

언제 어떤 사람을 만날지 모르는 것이 비즈니스의 세계였다.

거기에 며칠 동안 집에 못 들어가는 것은 배우뿐이 아니라 매니저도 똑같았다.

그때를 대비해서 정장을 네 벌이나 가져다 놓은 것이었다.

그것을 지금 써먹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물론 체격이 많이 차이 난다면 그 정장도 무용지물이지만, 도훈의 체격은 우시원이나 서찬휘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한민국이 정장을 가져오자 서찬휘와 우시원은 울상이 되어 버렸다.

그들의 뒤에서는 활기를 찾은 이지유가 둘의 어깨를 토닥였다.

“누나가 잘 가르쳐 줄 테니, 나만 믿어.”

“아, 누나도 신인 배우잖아요.”

“신인이라니, 벌써 촬영 20일째야. 이 정도면 너희를 충분히 지도할 자격이 있지. 안 그래요? 실장님.”

이지유가 동의를 구하듯 도훈을 바라본다.

그 모습에 도훈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타고난 연기자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지도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잠시 후.

드디어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먼저 이지유의 앞에 선 것은 우시원이었다.

이것은 정재웅의 선택.

둘 다 외모가 빼어난 것은 맞았다.

하지만 우시원의 외모는 달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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