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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72화 (72/250)
  •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72)

    우시원이 쑥쓰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에이, 연습생한테 누가 숙소를 줘요. 팀도 안 꾸려졌는데…… 숙소를 배정해 줄 리가 없죠.”

    말을 마친 우시원이 힘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모습에 도훈은 속으로 혀를 찼다.

    우시원은 연습생 시작부터 단단히 꼬였던 것 같았다.

    뭐, 이제라도 제자리를 찾았으니 다행이었다.

    “그래, 네 맘대로 해. 내일 한 매니저한테 말하면 배정해 줄 거야.”

    도훈이 옆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한민국을 힐끔 바라봤다.

    시선이 마주치자 이제까지 대화를 듣고 있던 한민국이 사람 좋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알아서 해 줄 테니 내일 아무 때나 들러.”

    “네, 감사합니다.”

    우시원이 도훈과 한민국에게 고개를 숙였다.

    우시원이 막 자리를 뜨려 하자 도훈이 녀석의 소매를 잡았다.

    깜짝 놀란 우시원이 물었다.

    “왜, 그러세요? 실장님.”

    “대신!”

    도훈이 마지막 단어에 힘을 주자 우시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잠시 도훈을 바라보던 우시원이 뭔가 생각났는지 재빨리 말을 이었다.

    “기숙사에 머무는 동안에 다른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거죠? 약속할게요.”

    우시원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그 모습에 도훈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라 층간 소음 조심하라고. 저기 이지유가 조금 예민하거든.”

    도훈은 눈짓으로 이지유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순간 옆쪽에서 순을 입에 털어 넣던 한민국이 사레가 들린 듯 캑캑댔다.

    “아, 층간 소음.”

    한민국은 얼마 전 일이 떠오른 것이다.

    그것은 층간 소음으로 비롯된 사건이었다.

    죄목은 층간 소음이 아니었지만, 두 형제는 지금 재판을 받는 중이었다.

    그것은 모두 도훈의 작품이었다.

    도훈이 층간 소음에 얼마나 예민한지를 옆에서 봤던 한민국은 알 수 있었다.

    한민국의 표정을 본 우시원이 물었다.

    “왜 그러세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어쨌든 층간 소음은 진짜 조심해라. 한 번에 훅 가는 수가 있다.”

    “저희 조용히 지낼게요, 우리 집에서도 발뒤꿈치 들고 다녀요.”

    “그래, 좋은 태도다.”

    한민국이 우시원의 어깨를 두드리자 우시원이 환하게 웃는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해요.”

    우시원이 넙죽 고개를 숙였다.

    둘의 모습에 도훈이 혀를 찼다.

    “둘이서 뭐 하냐? 아예 개그 코너를 찍지…….”

    도훈이 말끝을 흐렸다.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도훈은 슬쩍 뒤를 돌아봤다.

    원피스에 크로스백을 멘 여자가 기숙사의 입구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입구라고는 하지만, 정확히는 기숙사의 안쪽이었다.

    입구 쪽에서 구석을 살피던 여자는 천천히 걸어왔다.

    그 모습에 도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봐도 처음 보는 여자였기 때문이다.

    점점 가까워지는 그녀의 표정을 본 도훈이 말했다.

    “뭔가 조금 이상한데…….”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녀가 도착했다.

    도훈의 앞에 멈춘 그녀가 말했다.

    “저거 혹시 누가 건드렸어요?”

    “저거라니요?”

    도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이곳은 유레카, 아니 도훈의 사유지였다.

    그런데 누가 건드렸냐고 묻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 이지유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잠시만요, 실장님. 제가 얘기할게요.”

    “잠깐, 뭔가 역할이 바뀐 것 같은데.”

    “아, 이번만요.”

    “그래, 알아서 해 봐.”

    도훈은 한발 뒤로 물러나 팔짱을 꼈다.

    이지유는 그녀를 돌려보내기 위해 달래기 시작했다.

    이곳 파티를 준비하며 그녀가 놔둔 짐을 건든 것 같았다.

    그때 여자가 언성을 높였다.

    “제가 만지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때 도훈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일단 잠시 멈추고 제 얘기부터 들어 보시는 게 어때요? 저희가 피해를 줬다면 보상 얘기부터 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요.”

    순간 마법처럼 상대는 말을 멈췄다.

    그러고는 서서히 고개를 돌려 도훈을 바라봤다.

    눈을 빛내는 상대를 본 도훈은 사람 좋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지금 보상이라고 했나요?”

    “네, 보상이요. 일단은 저하고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서 이야기를 나눌까요?”

    “조용한 데요? 혹시 이상한 곳으로…….”

    “저 건너편 커피숍입니다. 사람이 꽤 많으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진짜 보상해 주실 거죠?”

    상대의 눈이 한 단계 더 밝아졌다.

    그 모습에 도훈이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고 답했다.

    “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도훈은 사람 좋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 둘의 대화는 잠깐 이어졌다.

    이야기를 마친 도훈이 캣맘과 자리를 뜨려 하자 깜짝 놀란 이지유가 속삭이듯 물었다.

    “어떻게 하시려고 하는 거예요?”

    “이런 거 해결하라고 매니저가 있는 거니까. 지유 씨는 그냥 다른 사람이랑 즐겨 그리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별일 없으니 안심하라고 전해 주고.”

    “…….”

    이지유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도훈을 바라봤다.

    도훈은 아무렇지도 않게 눈을 찡끗했다.

    그러고는 힐끔 한민국을 보더니 손가락으로 네모를 그렸다.

    그 모습에 한민국이 재빨리 도훈의 서류 가방을 들고 왔다.

    서류 가방을 건네받은 도훈은 바람처럼 사라졌다.

    * * *

    도훈이 간 장소는 김민석과 가끔 보는 커피숍이었다.

    항상 같은 자리에 앉은 도훈은 상대를 보며 웃었다.

    “혹시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저는…….”

    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훈이 외쳤다.

    “제가 알아서 주문하죠.”

    “네?”

    그녀가 되물었지만, 도훈은 자리에서 일어난 후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녀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이렇게 왔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상황은 이상했다.

    그녀는 본래 길고양이에게 그렇게 집착하지 않았다.

    그녀가 병적으로 길고양이에게 집착한 것은 자신이 돌보던 고양이를 잃어버리고 난 후였다.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은 것은 며칠 뒤였다.

    덕분에 지금은 하던 일도 쉬고 지나다니면서 길고양이를 보살피고 있었다.

    사람들과의 충돌도 자주 생기며 가끔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보다 더 이상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오늘 알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내는 더 정상이 아니었다.

    골판지로 만든 집을 보상해 달라고 한 것 단순한 땡깡이었다.

    그런데 진짜 보상해 준다고?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사내가 돌아왔다.

    대체 무슨 의도일까?

    의문도 잠시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커다란 트레이 두 개가 탁자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이상한 것은 사내가 사 온 모든 것이 자신이 좋아하는 메뉴라는 점이다.

    그녀는 사내를 바라봤다.

    사내는 빙긋 웃더니 명함을 건넸다.

    “먼저 인사드릴게요, 고양미 씨.”

    “네?”

    그녀는 깜짝 놀랐다.

    상대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그 모습에 도훈이 사람 좋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렇게 의심 안 하셔도 됩니다. 명함에 나와 있다시피 제가 하는 일이 그쪽이라서요. 아, 그걸 먼저 말씀드려야겠군요. 제가 고양미 씨를 처음 본 게 대학가요제 때입니다.”

    “어떻게 저를 알아보셨어요?”

    “제가 기억력이 조금 좋은 편이라서요.”

    도훈은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은 거짓말이었다.

    고양미는 전생에서 제법 잘 알고 지내던 작곡가였다.

    지금 유레카에는 작곡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지유가 배우로 전향했다고 하지만, 초원의 집 촬영이 끝나면 싱글 하나 정도는 내줄 예정이었다.

    도훈은 그 곡을 고양미에게 부탁할 예정이었다.

    고양미가 세상에 다시 나오는 것은 이 년 뒤지만, 도훈은 그 시간을 조금 앞당겨 볼 생각이었다.

    고양미는 자신을 알아보자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러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도훈은 냅킨에 숫자를 썼다.

    그러고는 그 냅킨은 그녀에게 건넸다.

    “같이 일하고 싶습니다. 그게 제 보상이라면 믿어 주실지요?”

    “그런데 이건 뭐예요?”

    “계약금으로 그 정도면 어떨까 해서요?”

    “그러니까…….”

    고양미는 말끝을 흐렸다.

    냅킨에 쓰여 있는 숫자는 무려 1억이었다.

    대학가요제에 나가 금상을 받은 것은 솔직히 운이었다.

    당시만 해도 천재적인 작곡가 하나가 나왔다고 했지만, 그 뒤로 그만한 곡을 뽑아내지 못했다.

    고양미는 자신이 창작과 안 맞는다 생각하고 광고 회사에 취직했다.

    그런데 십 년 가까이 된 곡 하나를 보고 1억을 준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앞에 눈을 빛내고 있는 이도훈이라는 사내는 미친 것이 분명했다.

    그때 도훈이 물었다.

    “싫으십니까?”

    “진짜 주는 거예요?”

    “계약금은 전속 오 년에 대한 금액이고. 창작물에 대한 보상은 따로 정하죠.”

    “네?”

    “적습니까?”

    “아, 아니에요. 혹시 이거 깜짝 카메라 아니죠?”

    고양미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녀는 머릿속이 멍해졌다.

    * * *

    도훈이 자리를 뜬 후 그들은 잠시 대화를 멈췄다.

    그때였다.

    강영웅이 손을 휘휘 저었다.

    “차라리 염라대왕 걱정을 하는 게 나아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영웅 씨.”

    “그 친구가 보통이 아니거든요. 사람 다루는 거는 기가 막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데 영웅 씨는 어떻게 이 실장을 만난 거예요?”

    “아직 모르시는구나, 주변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긴데…….”

    강영웅이 씩 웃으며 기숙사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방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먼저 올라간 다미와 강민 그리고 임영희가 있었다.

    그 방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강영웅이 말을 이었다.

    물론 다미와 관계된 이야기였다.

    드라마 같은 이야기에 신서희는 금세 빠져들었다.

    처음부터 특별하다고 생각했는데, 강영웅과 만남도 보통 인연이 아니었다.

    그때 우시원이 끼어들었다.

    “저도 실장님이 구해 준 거나 마찬가진데…….”

    우시원이 머리를 긁적이며 강영웅을 바라봤다.

    강영웅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우리 다미랑 같은 라인이네, 이사 오면 우리 다미랑 잘 놀아 줘.”

    “하하, 그게 그렇게 되나요?”

    그들은 걱정을 잊고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들이 맥주 한 캔 정도를 비울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서류 가방을 멘 도훈이 돌아왔다.

    이지유는 젓가락을 내팽개치고 도훈에게 달려갔다.

    “어떻게 됐어요? 실장님.”

    “잘 해결됐으니 걱정하지 마.”

    “어떻게 잘 해결됐는데요?”

    “에이, 그건 비밀이야.”

    그때였다.

    도훈의 등 쪽에서 찰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짝.

    도훈이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리자 강영웅이 미간을 좁히고 있다.

    도훈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형은 왜 그래요?”

    “왜 또 비밀인데, 자꾸 비밀이라고 할 때마다 내가 궁금해서 밤잠을 설치잖아.”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다미한테 물어보니까, 밤에 잘만 주무신다고 하던데.”

    “어쨌든 오늘은 들어야겠어, 빨리 말해 봐.”

    강영웅이 아이스크림을 보채는 아이처럼 재촉했다.

    도훈이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흔들며 말을 이었다.

    “흠, 간단하게 말해서 이름표 효과예요.”

    “이름표 효과? 그런 건 처음 들어 보는데.”

    강영웅이 고개를 갸웃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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