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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71화 (71/250)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71)

이지유는 도훈에게 전달받은 것이 생각났다.

신서희라는 안무가와 같이 온다는 것이었다.

이지유는 조심스럽게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물었다.

“신서희 선생님 맞죠?”

“…….”

아주머니가 말없이 미간을 좁히며 이지유를 빤히 바라봤다.

그 모습에 이지유가 다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아, 죄송합니다. 사람을 잘못 봤나 보네요.”

그때 아주머니가 말없이 돌아섰다.

그녀가 자리를 떠나려는 것 같아 보이자 이지유도 고개를 돌렸다.

그때 그녀가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이거 만졌어요?”

이지유가 고개를 돌려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흉물스럽게 놓여 있는 골판지가 있었다.

건들면 죽는다는 저주가 쓰여 있는 그 골판지 말이다.

이지유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대충 보니 캣맘일 가능성이 컸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고양이를 돌보는 이들을 캣맘 혹은 캣대디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다른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이 키우는 것처럼 보금자리를 지어 주고 먹이를 준다.

문제는 이런 일들을 자신의 집 앞이 아닌 다른 곳에서 벌인다는 것이었다.

뭐, 주인 없는 고양이들에게 가끔 먹이를 주고 진심으로 돌봐 주는 이들까지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었다.

남들에게 피해를 안 주고도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이들은 많았으니까.

그런데 상대의 태도가 문제였다.

이지유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때 강민이 언제 왔는지 이지유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

그때야 이지유는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그녀에게 중요한 순간이었다.

초원의 집이 이제 막 클랭크인에 들어갔고 정여진에게 배우는 연기 수업도 기다려진다.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자신의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는 일이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추락했던 것이 엊그제의 일이었다.

그 수렁에서 구해 준 것이 도훈이고 말이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다시 세상에 나선 건 얼마 전이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사고라도 친다면?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이지유는 움켜쥐었던 주먹을 풀었다.

여기서 괜히 언성을 높였다가는 도훈을 실망시킬 수도 있는 일이었다.

혹시라도 오해를 살 만한 기사라도 터지면 함께 촬영에 들어간 정여진에게도 타격이었다.

아니, 정여진뿐이 아니라 작가와 감독 그리고 유레카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이지유는 재빨리 손을 흔들었다.

“아, 아무것도 안 만졌는데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조금 비뚤어진 것 같아서. 걱정했지 뭐예요.”

“바람에 날렸나 봐요.”

“그죠? 요즘 새벽바람이 제법 세더라고요. 그럼 우리 애들 좀 잘 부탁해요.”

그녀가 묻자 이지유의 눈썹이 살짝 꿈틀댔다.

최대한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지만, 인내심의 한계가 점점 드러났다.

그것도 잠시, 이지유가 사람 좋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애들이요?”

이지유가 모른 척 묻자 상대가 말했다.

“여기 길고양이들이요.”

“아, 길고양이들이요. 하긴 얘들도 먹고살아야죠.”

“저랑 마음이 이렇게 맞는 사람은 처음 봐요, 호호.”

한참을 웃던 상대가 갑자기 손뼉을 쳤다.

짝!

그 소리에 이지유가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무슨 일이에요?”

“이지유 씨 맞죠?”

상대는 이지유의 얼굴을 가리키며 눈을 크게 떴다.

“네, 맞아요. 혹시…….”

이지유는 슬쩍 상대의 눈치를 봤다.

자신의 팬이 아닐까 해서였다.

혹시 사인이라도 해 달라고 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성심성의껏 응해 줄 것이라 결심했다.

그때 상대가 입을 열었다.

“다행이네요.”

“뭐가 다행이라는 거죠?”

이지유가 눈을 크게 떴다. 사인이나 셀카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연예인이니까. 우리 냥이들한테 해코지는 안 할 거 아니에요.”

“아…….”

이지유는 할 말이 없어 탄성을 터뜨렸다.

상대의 논리는 간단했다.

연예인이니까 남들을 의식할 것이고.

그러니 앞으로 잘하라는 이야기였다.

즉, 약점을 잡았다는 말과 같았다.

상대는 황당해하는 이지유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서서 갈 길을 갔다.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강민이 물었다.

“누나, 지금 저 사람 뭐야?”

“나도 몰라…….”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누나.”

“에이, 무슨 일이 있으려고……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없겠지. 그리고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도 와 줄 것 같지도 않은데.”

이지유는 상대가 사라진 쪽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것도 잠시, 곧 있을 회식이 기억난 이지유는 다급하게 뛰어갔다.

구슬땀을 흘리며 정리를 모두 마친 이지유는 강민과 함께 손님을 맞을 준비를 했다.

당당한 눈빛으로 팔짱을 끼고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던 이지유의 시야에 커다란 트럭 한 대가 멈췄다.

이지유는 그 트럭으로 달려갔다.

제법 커다란 트럭 때문에 기숙사로 손님들이 들어오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운전석 쪽으로 이지유가 달려가려고 할 때 트럭에서 누군가가 내렸다.

그는 이지유가 말을 걸기도 전에 잽싸게 다가와 물었다.

“여기 유레카 기숙사 맞죠?”

“네, 맞는데요.”

“아, 다행이네요. 같이 오기로 한 분이 어디 좀 들렀다 온다고 해서 겨우 찾았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배달시킨 게 없는데요.”

“이도훈 실장님이 주문해서 온 거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저희가 알아서 할 테니 그냥 편하게 기다리시면 됩니다.”

“알아서 하신다니요…….”

이지유를 말을 맺지 못했다.

어디선가 검은 유니폼을 입은 사내들이 우르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갑자기 네 명이나 되는 사내들이 들어오자 이지유는 적잖게 당황했다.

그때 뒤쪽에서 낯익은 얼굴이 뛰어왔다.

그는 다름 아닌 한민국이였다.

이지유의 앞에 온 한민국이 숨을 몰아쉬었다.

“헉헉.”

“민국 오빠, 왜 그래요?”

“아, 말도 마라. 실장님이 신신당부한 게 있는데 그걸 빼먹어서 급하게 사 오느라…….”

한민국은 숨이 찬지 말을 멈췄다.

이지유는 한민국이 들고 있는 짐을 바라봤다.

“그게 다 뭐예요?”

“그냥 지유, 네가 봐.”

한민국은 들고 있던 봉투를 넘겼다.

그곳에는 과자가 담겨 있었다.

“대체 이게 뭐예요?”

“애들 과자는 나보고 사라고 했는데, 그게 이제야 기억나서.”

그때였다.

뒤쪽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니야옹!

그 소리에 한민국이 물었다.

“고양이도 길러? 아직은 고양이 기르기에는 시간이 넉넉지 않을 텐데.”

한민국의 잔소리가 시작되려 하자 이지유가 재빨리 손을 저었다.

“아니에요, 그냥 길고양이예요. 그건 그렇고 대체 이분들은 누구예요?”

“실장님이 부른 요리사분들이죠.”

“네?”

“왜 그렇게 놀라?”

“아니, 손님들 온다고 해서 고기도 사 놓고 제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데…….”

“엥, 실장님이 얘기 안 했어?”

“그냥 조금 치워 놓기만 하라고 했어요. 시간 없으면 그냥 놔두고…….”

“그런데 왜 준비를 해?”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

“뭐, 주문해 놓은 건 나중에 먹고 오늘은 저분들한테 맡기자.”

“…….”

이지유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유레카와 관계된 사람들에게 자신이 한턱내려고 했던 계획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 * *

얼마나 지났을까.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몇 명 안 될 줄 알았는데, 도훈이 제법 많은 사람을 부른 것이다.

강영웅과 다미 그리고 다미의 할머니인 임영희까지 모두 와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오늘 처음 보는 신서희와 강시혁 그리고 두 명의 연습생까지 말이다.

신서희는 한국에서의 이런 광경이 조금 낯선지 연신 주변을 살폈다.

이런 파티가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를 신서희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주택의 구조 때문이었다.

지금 이렇게 먹고 마시는 자리는 공용 공간이었다.

여기서 냄새를 피우고 떠들다 보면 이곳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었다.

신서희는 편하게 술잔을 기울이는 이들과는 달리 슬쩍 눈치를 봤다.

외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는 하지만, 그는 한국인이었다.

그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이지유가 물었다.

“신 선생님, 찾으시는 거라도 있어요?”

“아니에요, 그냥 조금 불편해서요.”

“어디가 불편하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불이 꺼져 있는 걸 보니 다른 집은 자는 것 같은데…….”

“혹시, 다른 분들한테 피해 줄까 봐 걱정하시는 거예요?”

“맞아요, 댓츠 오케이.”

“그거라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여기 사는 사람은 저밖에 없어요.”

“오, 마이 갓.”

“왜 그렇게 놀라세요?”

“나이도 젊은데 어떻게 이런 돈을 벌었어요. 진짜 서프라이즈네요.”

“아, 이거 제 거 아니에요.”

“기숙사예요, 기숙사.”

“기숙사요?”

“유레카 기숙사요.”

“음, 그러니까. 기숙사를 혼자 쓴다는 말인가요?”

“네, 아직은 특별하게 여기 들어오고 싶다는 사람이 없어서요.”

“웨잇 모먼트.”

신서희는 재빨리 도훈을 향해 달려갔다.

갑자기 들소처럼 달려가는 신서희를 본 이지유는 자신이 실수라도 한 건 아닌지 하는 눈빛으로 기억을 되새김질하고 있었다.

도훈의 앞으로 달려간 신서희가 말했다.

“이 실장님, 여기 전부 비어 있다면서요.”

“네, 맞아요.”

“여긴 유레카하고도 가깝잖아요.”

“네, 엎어지면 코가 닿을 거리죠.”

“그런데 왜 제가 강남에서부터 여기까지 출퇴근했을까요?”

“네?”

도훈이 눈을 크게 떴다.

너무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당황한 도훈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서희가 말을 이었다.

“기숙사에 들어오는 조건 같은 게 있나요?”

“뭐, 특별한 조건은 없지만…….”

“혹시 임시로 사용할 수 있나요?”

신서희가 눈을 빛내자 도훈이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

뭔가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질 것 같아서였다.

“네, 임시로 사용하셔도 됩니다.”

“그럼, 내일 여기로 짐 옮겨도 되죠?”

“네, 당연하죠. 단!”

도훈이 마지막 단어에 힘을 주자 신서희가 물었다.

“조건이 뭐죠?”

“여기 머무시는 동안에는 우리 회사랑 전속입니다.”

“네, 전속이라니요?”

“저희 유레카의 혜택을 받으시는 거니까. 다른 회사의 일을 맡으시면 안 된다는 얘기죠.”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 달까지 유레카를 돕고 어차피 출국해야 해요. 다른 일을 맡을 시간도 없어요, 오케이?”

“네, 오케입니다.”

그때였다.

우시원과 서찬휘가 슬금슬금 게걸음으로 다가왔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우시원이었다.

“실장님, 저도 할 말 있어요.”

녀석이 안경 뒤로 초롱초롱한 눈을 빛낸다.

전에는 볼 수 없던 그런 눈빛이었다.

세상이 정확하게 보이니 자신감도 붙은 것 같았다.

그 모습에 도훈이 씩 웃으며 물었다.

“말해 봐, 우시원.”

“저희도 여기 입소하면 안 될까요?”

“입소?”

도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에 우시원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기숙사에 입소하고 싶어서요. 저희도 이런 삐까번쩍한 곳에서 단체 생활을 하는 게 꿈이었거든요.”

“그런데 입소는 뭐야? 여기가 무슨 군대야?”

“앗, 죄송해요.”

“죄송할 건 없고. 그런데 SW에서 경험 있지 않아?”

도훈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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