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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69화 (69/250)
  •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69)

    신서희의 의문은 우시원이 보여 주는 안무의 레벨과 비례해서 쌓여 갔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살짝 자존심에 금이 가기도 했다.

    그때였다.

    빠방 빵빵 꽝!

    음악이 멈추고 우시원과 서찬휘가 마지막 스텝을 힘차게 밟았다.

    쾅.

    순간 신서희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들의 안무를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절대 미각, 절대음감이라는 말이 있듯이 신서희는 안무를 보는 눈만큼은 ‘절대시각’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신서희는 자신이 놓친 것이 무엇일까를 되짚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신서희는 눈을 떴다.

    놓친 것을 찾기 전에 자신이 까먹은 것이 있다는 걸 알아챈 것이다.

    신서희는 손뼉을 쳤다.

    짝. 짝.

    그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그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는 것이었다.

    신서희가 호기심 반 만족감 반으로 박수를 보내고 있을 때, 도훈이 그녀의 옆으로 다가왔다.

    “꽤 잘하죠?”

    “이 실장님,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이게 웬 서프라이즈예요?”

    “이제 가능성이 좀 보이죠?”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실장님.”

    “그건 잠시 뒤에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도훈은 손뼉을 쳤다. 마치 신서희가 그랬던 것처럼.

    그 소리에 우시원과 서찬휘가 번개처럼 달려와 도훈의 앞에 섰다.

    숨 돌릴 틈도 없었는지 녀석들은 숨을 몰아쉰다.

    하지만 힘든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 눈을 빛내고 있었다.

    우시원은 땀 때문인지 콧등에서 흘러내리는 안경을 올리고 있다.

    그 모습에 도훈이 이온 음료 두 개를 그들에게 던졌다.

    “일단 숨 좀 돌리자.”

    탁, 탁.

    녀석들이 박자에 맞추듯 캔을 공중에서 낚아챘다.

    그러고는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네, 형.”

    “알겠어요, 실장 형.”

    둘이 음료수를 받아 들고 벽 쪽으로 걸어가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들의 대화에 신서희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전까지는 도훈과 연습생 사이에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호칭을 형으로 바꾼 게 아닌가?

    딱 삼 일 사이에 일어난 변화였다.

    신서희는 물끄러미 도훈을 바라봤다.

    시선이 마주치자 도훈은 어색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쑥스러운 듯한 도훈의 표정에 신서희의 호기심이 터졌다.

    “실장님,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허리 업.”

    “음, 이걸 어떻게 설명해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다 듣고 나면 허무하실 건데…….”

    “그래도 빨리요, 플리즈.”

    “네, 그럼 일단 설명해 드리죠.”

    도훈은 탁자 위에 노트북 두 개를 펼쳤다.

    노트북은 장비와 연결되어 있어 저장된 영상을 재생시키는 용도였다.

    툭툭.

    키보드를 두드리자 모니터에서 두 개의 영상이 재생된다.

    하나는 우시원이 연습하는 모습이었고 하나는 서찬휘의 안무였다.

    도훈은 턱을 매만지며 영상을 바라보다 말했다.

    “조금 이상한 게 느껴지시죠?”

    “이상한 거라면…….”

    “보통 몸치의 경우 박자도 못 맞추거든요. 자세히 보면 우시원의 박자와 서찬휘의 박자가 얼추 비슷해요.”

    “그렇지만 동작이…….”

    “그렇죠, 동작이 이상하죠. 다른 영상을 한번 보죠.”

    도훈이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툭툭.

    이번에는 다른 화면까지 우시원이 연습하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왼쪽이 열 번째 찍은 영상이고 오른쪽이 스무 번째 찍은 영상입니다.”

    “그런데요?”

    신서희가 눈망울을 반짝이며 묻자 도훈이 양쪽 영상을 동시에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양쪽 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단 일 초도 어긋나지 않고 똑같죠.”

    “음.”

    “거기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틀리죠. 신기하지 않나요? 안무를 못 외우거나 몸이 따라가 주지 못하면 이렇게 일관성 있게 어긋날 수는 없잖아요.”

    “하긴 그렇네요. 그런데 원인이 뭐죠?”

    “이 부분이 조금 웃긴 얘기인데…….”

    “빨리 말해 봐요, 플리즈.”

    “시원이는 눈이 몹시 나쁩니다.”

    “눈이 나쁘다고요?”

    신서희가 고개를 갸웃하자 도훈은 손가락을 튕겼다.

    딱.

    그 소리에 벽에 기대어 음료수를 마시고 있던 우시원이 안경을 벗었다.

    안경을 벗고 사슴처럼 도훈을 바라보는 우시원.

    도훈은 탁자 위에 있던 종이를 펼쳤다.

    그곳에는 제법 큼직한 모양들이 그려져 있었다.

    유치원생들이 공부할 때 쓸 것 같은 그림들이었다.

    세모나 동그라미, 새 등 누가 봐도 알아볼 수 있는 그림들이다.

    도훈이 그림 중 하나를 짚으며 말했다.

    “시원아, 이게 뭔지 말해 봐.”

    “안 보여요.”

    “이건?”

    “그것도 뭔지 모르겠어요.”

    “이제 됐으니 편히 쉬어.”

    도훈이 손을 흔들자 우시원이 다시 안경을 쓰고 벽에 기댔다.

    그 모습에 신서희가 황당한 듯 도훈을 바라봤다.

    “저 정도로 눈이 나빴다는 거예요?”

    “네, 맞습니다. 안경을 안 쓰면 버스 번호도 구분 못 할 만큼 시력이 안 좋죠.”

    “음…….”

    “암기가 문제가 아니었던 거예요. 눈이 나빠서 글자가 보이지 않으니 공부가 힘들었던 것이고 눈이 나쁘다 보니 안무의 동작이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게 당연하죠.”

    “저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데요.”

    “이해가 안 된다니요?”

    “눈이 저렇게 나쁜데 왜 안경을 안 쓴 거죠?”

    “저도 그 부분이 의아했습니다. 그래서 물어보니 대충 이유가 이해 가더군요.”

    “이유가 대체 뭐예요?”

    “선생님이 기억하시기에 무대 위에서 안경을 쓴 아이돌이 있던가요?”

    “네?”

    “아마 항상 안경을 끼고 공연하는 아이돌은 없었을 겁니다. 뭐, 이벤트라면 몰라도요.”

    “허, 그러면 차라리 콘택트렌즈라도…….”

    “그건 알레르기가 있어서 안 된다네요.”

    “그럼 라식이라도…….”

    “그것도 비슷한 이유로 불가능하고요.”

    “무대 위에서 안경을 끼고 공연하는 아이돌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저렇게 지냈다고요?”

    “그만큼 무대를 위한 열정이 강했던 거죠, 자기 친구인 서찬휘와 함께요.”

    “그럼 지금은 왜 낀 거예요?”

    “그야, 데뷔시키는 건 소속사 대표 마음이니까요.”

    “아,”

    “그전에는 불이익을 받을까 봐 눈이 나쁜 것을 숨겼지만, 지금은 소속사가 바뀌었죠. 그 대표는 그런 하찮은 것에는 신경을 안 쓰는 사람이고요.”

    “허, 그런 것도 같네요.”

    신서희는 도훈을 아래위로 살폈다.

    그 모습에 도훈이 다시 말을 이었다.

    “아마 피나는 노력을 했을 겁니다.”

    “노력이라고요?”

    “흐릿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그 규칙을 외우려면 보통의 노력이 아니었을 겁니다.”

    도훈은 이 부분에서는 우시원이 노력 천재라 생각하고 있었다.

    신서희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힘들었겠네요. 그런데 실장님은 대체 어떻게 발견하신 거예요?”

    “이 연습실이 24시간 녹화되고 있는 거 아시죠?”

    “네, 그건 제가 부탁했던 거잖아요.”

    “시원이가 여기 연습실에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 것 같아요?”

    “한 여덟 시간?”

    “제가 영상을 통해서 확인한 시간은 스무 시간이 넘어요.”

    “네?”

    “선생님하고 있을 때도, 찬휘와 있을 때도 그리고 다른 사람이 밥을 먹으러 갈 때도.”

    “대체 무슨 짓을…….”

    “그만큼 절실했던 거죠. 그런데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면 다른 원인이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도훈은 엄지손가락으로 우시원을 가리켰다.

    우시원은 도훈이 자신을 가리키는지도 모르고 서찬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해맑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 신서희는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좋아 보이네요.”

    “그렇죠.”

    도훈도 고개를 끄덕였다.

    원인을 처음 발견한 도훈도 설마설마했다.

    전생의 기억에도 이런 상황은 없었기 때문이다.

    전생에 우시원을 발라드 가수로 키운 것이 도훈이었다.

    그때는 안경을 쓰고 있었기에 상상도 못 했다.

    시간이 지나면 시력이 안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니 지금과 훗날의 차이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

    도훈은 이제 우시원에 대한 평가를 바꿔야 했다.

    둔재가 아닌 수재로 말이다.

    전 소속사인 SW에서 흐릿한 시야로 안무와 동선 그리고 중간중간의 변화를 모두 외웠다는 것이 놀라웠다.

    만약 SW에서 이 사실을 알았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아마도 우시원을 미리 방출했을 것이다.

    SW의 특성상 누구 하나가 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외모, 복장 등 모든 것이 SW의 대표와 그 동생의 손에 결정되니까.

    도훈이 SW를 유심히 보는 이유는 한 가지였다.

    전생에 도훈의 등에 칼을 꽂은 배신자가 SW 대표의 동생이었다.

    덕분에 도훈의 수첩 속 살생부에서 가장 앞쪽에 자리하고 있는 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SW를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우시원에게 먼저 집중을 해야 했다.

    그때 우시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실장님.”

    녀석의 목소리에 도훈이 상념에서 깨어났다.

    “조금 더 쉬지.”

    “아니에요, 연습해야죠.”

    “오늘은 그만 쉬어.”

    “왜 쉬어요, 한참 달아올랐는데…… 분위기를 계속 이어 가야죠.”

    우시원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안경을 쓴 우시원과 안경을 쓰지 않은 우시원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안경을 쓰고 사물을 정확하게 보는 우시원은 자신감이 넘쳐났다.

    지금 이런 모습이 발라드 가수로 데뷔하고 꽃길을 걸었던 우시원의 모습이었다.

    어떻게 보면 만화 속에 나오는 슈퍼맨과도 비슷해 보였다.

    안경을 벗고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는 만화 속 주인공과는 정반대지만 말이다.

    녀석을 보고 씩 웃은 도훈이 말했다.

    “지금 곡을 계속 연습해서 뭐 하려고?”

    “그래도 계속…….”

    그때 문이 덜컹 열리자 우시원은 말끝을 흐렸다.

    때마침 강시혁이 나타났다.

    성큼성큼 우시원에게 다가온 강시혁이 말했다.

    “오늘은 쉬어라, 미션은 통과다.”

    “네?”

    “통과라고. 이제 정식으로 우리 팀에 합류하는 거다.”

    “진짜로 인정해 주시는 거예요?”

    “나는 이미 인정했지, 이 실장이 인정 안 해서 그랬지. 이 실장도 오늘 아침에 내게 말했어. 오늘은 회식이다. 먹고 싶은 거 다 말해도 돼.”

    “…….”

    “물론 내가 내는 건 아니지만.”

    강시혁이 도훈을 바라봤다.

    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는 씻고 축하 파티 준비나 하자.”

    도훈이 우시원을 보며 눈을 찡긋했다.

    “앗.”

    우시원이 비명을 질렀다.

    그때 우시원의 등 뒤에서 가죽 북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짝.

    그 소리와 동시에 우시원이 털썩 주저앉았다.

    등을 잡고 데구루루 구르는 우시원을 본 서찬휘가 말했다.

    “시원아, 합격 빵이다.”

    그들의 모습을 도훈도 그냥 보기만 했다.

    오늘 더는 참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었다.

    도훈은 신서희를 바라봤다.

    “선생님, 약속은 지키실 거죠.”

    “약속은 지킬게요.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그게 뭡니까? 선생님.”

    “아윌비백 말이에요.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곡은 대충 완성되었는데 작사가를 구하지 못했나 봐요.”

    “작사가라니요?”

    “제가 부탁했더니, 완성 일정을 앞당기겠다고 빨리 작사가를 구해서 완성하려고 하는데, 마음에 드는 작사가가 없나 봐요. 몇 개 받아 보긴 했는데 원곡과 분위기도 맞지 않아서 걱정이라네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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