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68)
신서희가 고개를 갸웃하며 답했다.
“뭐, 지금 알아보고 있긴 해요. 그런데 그게 이 일과 무슨 상관이죠?”
“제가 시원이의 문제점을 해결하면 그 곡하고 선생님이 만든 안무를 제게 주세요. 아니, 이 팀에 주세요.”
“네?”
신서희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도훈을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데모곡과 아직 미완성인 안무에 값어치를 얼마나 매길 수 있을까?
거기에 조금 모호한 부분도 있었다.
친구가 활동하는 국가는 미국.
그런데 한국의 그룹에게 곡을 준다?
조금 걸리는 부분도 있었다.
그때 도훈이 말을 이었다.
“선생님은 시원이의 문제점이 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이대로 떠나시면 그 의문은 영원히 묻히게 될 겁니다.”
“네?”
신서희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처음 만났을 때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바로 그 눈빛이었다.
도훈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하자는 뜻이었다.
신서희가 우물쭈물하자 도훈이 새끼손가락을 흔들었다.
신서희의 손가락에 도훈의 손가락에 걸렸다.
도훈이 씩 웃었다.
“약속한 겁니다. 그 곡과 안무요.”
“네, 일단 안무는 제 것이니 상관없는데 곡은 이야기해 볼게요. 그래서 문제가 뭔가요?”
“……그건 확인하고 말씀드릴게요. 딱 삼 일만 주세요.”
“삼 일이라고요?”
신서희는 호기심에 눈을 빛냈다.
자신이 해결 못 한 일을 일개 매니저가 장담하고 있으니 황당할 뿐이었다.
“네, 삼 일이요. 딱 삼 일이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해결한다는 게 시원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아니겠죠?”
“저는 시원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게 가능하다고요?”
“네, 가능합니다. 그게 뭔지는 당장 얘기해 줄 수 없지만, 해결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에 실장님이 이 문제를 해결하실 수 있다면…….”
“네?”
“나중에 도움을 청할 때 언제든 달려오겠어요. 이건 아까 한 약속과는 별개예요. 오케이?”
“네, 오케이입니다.”
“그럼, 실장님 말대로 그만 나가 보겠습니다.”
“네, 살펴 가세요, 삼 일 뒤에 뵙겠습니다.”
도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그 모습에 빙긋 웃은 신서희가 손을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습실을 나오는 그녀의 웃음이 오늘따라 유난히 밝았다.
사실 신서희는 이곳에 오기 전에도 다른 곳에서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모두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 이유는 한국의 기획사 대부분이 연습생을 마치 부품처럼 다루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틀에 맞춰 깎아서 부품을 만들고 그것이 맞든 안 맞든 하나로 조립한다.
이것이 신서희가 한국의 기획사에 받은 첫인상이었다.
하지만 이 매니저는 조금 달랐다.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쓰기 위해서 일을 하는 듯 보였다.
그에게 재력이 있어서만은 아니었다.
재력 이외에 특별한 열정과 재능이 있었다.
연습실을 나온 그녀는 핸드폰을 들었다.
“찰리…….”
활짝 웃는 신서희는 그와 한국어로 통화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수화기 너머 흘러나오는 언어는 영어였다.
신서희는 한국어로 상대는 영어로 얘기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신서희와 상대는 막힘없이 통화했다.
통화를 종료하려던 신서희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한국에 조금 더 있을지도 몰라.”
수화기 너머로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신서희는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끊었다.
툭.
그러고 아무렇지 않게 건물을 나섰다.
* * *
그날 오후 도훈은 우시원과 서찬휘를 옆에 끼고 모니터를 바라봤다.
“참, 이건 내가 헛다리를 짚을 걸 수도 있으니까. 궁금한 점 있으면 언제든 끼어들어도 돼.”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우시원이 모범생처럼 손을 번쩍 들었다.
그 모습에 도훈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궁금한 게 뭔데 그러지?”
“이런 장비를 구입하시는 데 대체 얼마나 들이신 거죠?”
“한 오억?”
도훈이 어깨를 으쓱하자 우시원이 눈을 크게 떴다.
“오……억이요?”
“응, 몸치 고치는 데 그 정도면 싼 거 아닌가?”
“그, 그게 아니라. 저 돈도 별로 없어요. 저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산다고요.”
“너희 아버지 건물 있잖아.”
“앗, 그건 절대 건들면 안 돼요.”
“누가 그 건물 건든대? 그리고 너한테 청구 안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연습이나 잘해.”
“휴.”
“지금까지 걱정했던 게 고작 그거야?”
“뭐, 춤이야 원래 안 됐던 거니까…….”
우시원이 뒷머리를 긁적이자 옆에 있던 서찬휘가 웃음을 터뜨렸다.
“푸웁.”
그 웃음에 우시원이 눈을 가늘게 뜨고 주먹을 말아 쥐었다.
녀석들이 다시 옆길로 새려 하자 도훈은 손뼉을 쳤다.
짝.
도훈은 녀석들의 시선을 모은 뒤 입을 열었다.
“사실, 스포츠에서나 쓰는 이런 첨단 카메라를 연습실에 설치하고서 좀 회의가 든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봐도 이 장비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없어 보였거든.”
도훈은 모니터와 연습실 구석구석에 달려 있는 초고속 카메라를 가리켰다.
도훈의 말대로 그 장비들은 주로 스포츠 선수들의 동작을 분석할 때 쓰는 첨단 장비들이었다.
어떤 소속사가 연습실에 이런 장비를 설치해 놓을까?
하지만 도훈은 우시원 하나만을 위해 이 연습실에 이 첨단 장비를 미리 준비를 해 놓은 것이었다.
뭐, 이것은 신서희의 제안이었다.
이런 장비가 없다면 그녀는 레슨을 할 수 없다고 우겨서 연습실을 꾸밀 때 미리 마련해 놓은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장비를 통해서도 우시원의 몸치는 분석할 수 없었다.
주변을 가리키던 도훈의 검지가 우시원의 얼굴 바로 앞에 멈췄다.
깜짝 놀란 우시원이 의자를 뒤로 빼며 슬금슬금 물러났다.
그 모습에 도훈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어.”
“네, 저한테 있는 건 당연하잖아요.”
“머리가 아닌 귀 말이야.”
“네?”
우시원의 눈이 커졌다.
옆에 있던 서찬휘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도훈의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그때 도훈이 모니터를 켰다.
그곳에는 우시원을 찍은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다른 모니터에서는 서찬휘의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완벽하게 비교되는 둘의 동작에 서찬휘는 계속해서 고개를 기울였다.
우시원은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때 도훈이 손가락을 딱 하고 튕기며 말을 이었다.
“지금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박자야, 그러니까…….”
도훈의 이야기에 우시원의 눈이 커졌다.
도훈이 설명을 끝내자 옆에서 듣고 있던 서찬휘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저도 궁금한 게 있습니다, 실장님.”
“말해 봐.”
“그게 가능한 겁니까? 실장님 얘기대로라면 시원이는 몸치가 아니라는 이야기 아닌가요?”
“그렇지, 내 생각은 대충 들어맞을 것 같아.”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건가요?”
“그야,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면 되지.”
도훈이 우시원에게 시선을 돌렸다.
시선을 받은 우시원이 재빨리 시선을 돌린다.
마치 맹수의 이빨을 피하려는 초식동물처럼.
도훈이 재빨리 상체를 기울이며 녀석에게 다가갔다.
“어때 내가 한 말이 사실 맞지?”
“아, 그게…….”
“솔직히 말해 봐, 사실 맞지?”
“그게, 조금은 맞긴 한데…….”
말끝을 흐리는 우시원의 모습에 서찬휘가 놀라서 외쳤다.
“와, 그걸 내가 모르고 있었다고?”
“그건 진짜 내 비밀이라서…….”
슬쩍 말끝을 흐리는 우시원의 어깨를 도훈이 잡았다.
“괜찮아, 방법은 많으니까. 일단 연습부터 해 보자.”
“잘 될까요?”
“먼저 이것부터 받아.”
도훈은 조그만 상자를 내밀었다.
그 상자를 받은 우시원의 눈이 커졌다.
* * *
삼 일 뒤.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신서희가 다시 연습실에 나타났다.
그녀는 연습실에 들어와서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삼 일 동안 도훈과 우시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이곳에 온 것은 도훈의 열정이 부러워서였다.
신서희의 어릴 적 꿈은 딱 하나였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그것은 잠자리채로 별을 잡는 것이었다.
나이가 들며 그것은 어린아이의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때의 기분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런데 도훈을 보면 어린 시절 자신이 별을 잡으려던 그 꿈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도훈은 잡을 수 없는 꿈을 쫓아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돈도, 시간도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꿈만 이룰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얼마 전 도훈에게 물었을 때 춤을 배운 적이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신서희는 그 대답을 믿지 않았다.
춤을 배우지 않고서는 그런 동작이 나올 수 없었다.
아마 도훈은 남들 몰래 이들을 키우기 위해 준비를 했을 것이었다.
상념에 잠긴 채 연습실을 보던 신서희가 눈을 크게 떴다.
우시원의 모습이 어딘가 어색했기 때문이다.
신서희와 눈이 마주친 우시원이 바람처럼 달려와 그녀의 앞에 섰다.
“선생님, 잘 쉬셨어요.”
“그래, 시원 군은 어딘지 모르게 바뀐 것 같은데.”
“아, 저 안경 썼어요.”
“음, 그러고 보니까, 원래 눈이 나빴어?”
“제가 나빴나 봐요.”
“나빴나 봐요는 또 뭐야?”
“아니, 나빴어요.”
“그랬구나…….”
신서희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우시원을 바라볼 때였다.
잠시 자리를 비웠던 도훈이 들어왔다.
도훈은 신서희를 보자마자 활짝 웃었다.
“이제 내기를 확인해야죠, 신 선생님.”
“내기를 확인해요?”
“그때 내기했잖아요.”
“진짜 준비된 거예요?”
“그건 선생님이 직접 확인해 주세요.”
말을 마친 도훈은 손뼉을 쳤다.
짝짝.
손뼉을 치자 우시원과 서찬휘가 플로어의 중앙으로 자리했다.
그러고는 적당한 간격을 벌렸다.
둘이 가운데 서자 제법 보이 그룹다운 티가 났다.
안경을 쓴 우시원과 자신감에 가득한 눈빛으로 도훈을 바라보는 서찬휘.
그들의 모습에 호기심이 한계까지 치달은 신서희가 외쳤다.
“레디?”
그녀의 말에 우시원이 말했다.
“준비됐습니다.”
“오케이.”
서찬휘가 맞장구쳤다.
그들의 외침에 신서희가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따라라라!
원더풀 스테이지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도입부는 유명 영화에서 쓰였던 댄스 그대로였다.
사실 첫 번째 파트는 남녀가 짝을 맞춘 커플 댄스였다.
하지만 둘 다 남자이기에 우시원과 서찬휘 둘 다 남자 파트만 소화하는 것으로 연습했었다.
그런데 둘이 남녀 역할을 맡아서 스텝을 밟고 있었다.
넘어질 듯하면 우시원이 서찬휘를 잡아 준다.
순간 신서희의 눈이 한계까지 커졌다.
“말도 안 돼, 오 마이 갓!”
그들의 춤은 신서희가 생각하는 수준 이상이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신서희가 생각하는 합격선을 넘어선 퍼포먼스.
저게 가능할까?
신서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도 포기한 몸치가 저런 동작을 소화한다고?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저렇게 잘할 수 있다면 자신은 왜 불렀단 말인가?
그 많은 레슨비를 약속하고 말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