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67화 (67/250)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67)

수첩을 펼치자 이전처럼 황금빛이 어른거린다.

도훈이 수첩을 막 펼치려 할 때였다.

연습실 문이 열렸다.

열린 문틈 사이로 얼굴을 빼꼼 내민 것은 바로 우시원이었다.

우시원이 도훈을 보며 말했다.

“신 선생님이 레슨 좀 도와 달라고 하시는데요.”

우시원의 말에 도훈이 씩 웃으며 강시혁에게 시선을 넘겼다.

“강 피디 이번에도 좀 수고해 줘야겠네.”

“나?”

강시혁이 울상이 되어 묻자 우시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강 피디님이 아니라 이 실장님에게 부탁드린다고 했어요.”

“뭐라고?”

그때 연습실 안쪽에서 누군가 손가락을 튕겼다.

딱.

안 봐도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우시원의 얼굴이 하얗게 변해 재촉했다.

“거봐요, 빨리 오시라고 하잖아요.”

“시원아, 어떻게 손가락 튕기는 소리만 듣고 다 해석이 되냐?”

“실장님도 한번 굴러 보세요.”

“내가 왜 굴러?”

도훈이 살짝 시선을 피하자 우시원이 눈을 가늘게 떴다.

“실장님 너무해요, 한 달 동안은 저를 위해 최선을 다하실 거라면서요.”

“그래, 알았다. 들어가자.”

도훈은 우시원을 따라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서찬휘가 아직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도훈과 강시혁이 들어가자 인기척을 느낀 신서희가 살짝 고개를 돌렸다.

도훈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신서희.

그때 음악이 멈췄다.

신서희가 서찬휘를 바라보고 손뼉을 쳤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잘했어요, 찬휘.”

“헉헉, 감사합니다.”

숨을 몰아쉬는 서찬휘의 입가에는 엷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신서희는 마주 웃다가 힐끔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곳에는 우시원이 있었다.

우시원은 고양이와 마주한 쥐처럼 슬쩍 눈길을 피했다.

그 모습에 신서희가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앞으로의 목표가 지금 찬휘의 수준입니다.”

“네?”

“오늘 찬휘가 보여 줬던 결과가 한 달 뒤에 시원 군이 보여 줘야 할 모습의 커트라인입니다.”

“헉.”

우시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선생님 그건 조금 불공평한 것 같은데요.”

“뭐가 불공평하죠?”

“찬휘는 지금 선생님이 지도해 주셨잖아요. 선생님의 지도까지 받은 찬휘를 제가 어떻게 따라가요.”

“십 분 동안 지도한 찬휘 군을 못 따라간다면 앞으로 어떻게 무대에 설 거죠?”

“…….”

“시원 군은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제가 그렇게 만들 거고요.”

“아…….”

“어떤 식으로 갈아서라도 결과를 만들 테니 따라오세요.”

“가, 감사해요, 선생님.”

우시원이 폴더폰 꺾이듯 허리를 숙이자 신서희는 고개를 돌려 도훈을 바라봤다.

“지난번에는 강 피디님이 수고해 주셨으니 이번에는 이 실장님이 수고해 주시겠어요?”

“제가 뭘 도우면 되죠?”

“찬휘 군과 시원 군이 보여 줬던 춤을 보여 주시면 돼요. 지금 필요한 건 비교군이거든요.”

“제가 꼭 해야 합니까?”

“시원 군도 바닥과 천장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으니까요.”

“아, 제가 바닥이군요.”

“그건 모르죠.”

신서희가 씩 웃으며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따라라라!

잠시 후.

음악이 멈추고 신서희의 가벼운 박수 소리가 연습실 내부에 울렸다.

그 소리에 도훈을 멍하니 바라보던 사람들이 입을 딱 벌렸다.

그만큼 도훈의 안무는 놀라웠다.

도훈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얼마 전 서찬휘에게 안무를 가르쳐 주면서 느꼈던 감각이 착각이 아니었던 것을 알았다.

자신이 월등하게 높은 수준의 안무를 보여 준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초보자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레벨의 퍼포먼스를 보여 준 것은 사실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마치 전생에 자신이 키웠던 아티스트들의 재능을 가져온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도훈이 살짝 당황하고 있을 때 나머지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이 실장님이 원래 댄서 출신인가?”

강시혁과 서찬휘가 웅성대는 동안 우시원은 입을 딱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신서희의 말은 반만 맞았다.

신서희는 분명히 바닥과 천장의 기준을 보여 준다고 했다.

서찬휘가 보기에 지금 도훈이 보여 준 안무는 서찬휘와 비교했을 때 뒤지지 않았다.

우시원은 도훈을 보며 서찬휘에게 봤던 벽을 느꼈다.

이처럼 도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제각각이었다.

뭐, 신서희는 도리어 눈을 빛냈다.

그녀는 도훈에게 다가갔다.

“혹시 전에 춤을 배운 적이 있나요?”

“학예회 때 연습한 것 빼고는 없는데요.”

“음…….”

“그런데 왜 그러시죠?”

“혹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시원이와 같이 연습해 줄 수 있나요?”

“제가요?”

“네, 실장님이 직접 도와주셔야 해요, 오케이?”

“아, 그건 조금…….”

“원래 사람은 자신이 잘하는 걸 죽을 때까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 그 말씀은 제가 춤에 소질이 있다는 건가요?”

“만약에 방금 실장님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요. 일주일에 한 번 오케이?”

“네, 시원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알겠습니다.”

“네, 약속한 거예요.”

신서희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도훈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걸었다.

“앗.”

도훈은 재빨리 걸었던 손가락을 뺐다.

신서희의 행동에 이상하게 말려드는 것 같아서였다.

* * *

일주일 뒤.

연습실 앞에 선 도훈은 문고리를 잡고 살짝 망설였다.

일주일 내내 서찬휘와 강시혁으로부터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대충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우시원이 진도를 못 빼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도훈은 신서희를 믿고 있었다.

그녀가 아니면 우시원의 몸치도 고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도훈은 문을 힘차게 열었다.

덜컹.

도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제법 컸지만, 아무도 자신을 바라보지 않았다.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신서희는 우시원에게 집중했고 우시원은 거울을 보며 안무를 익히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도훈은 기분 좋게 웃었다.

몇 발짝 다가가던 도훈은 그들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신서희의 표정이었다.

처음 도훈과 만났을 때 자신만만했던 신서희는 고뇌에 빠진 표정으로 턱을 괴고 있었다.

마치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싱크로율 100%의 모습이었다.

도훈은 그녀의 사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다가갔다.

도훈이 이곳에 온 것은 신서희가 일주일에 한 번은 우시원과 함께 연습해 달라고 요구해서였다.

도훈은 신서희의 옆에 조용히 섰다.

힐끔 신서희를 바라본 도훈은 입을 딱 벌렸다.

신서희의 모습이 일주일 사이에 몰라보게 변했기 때문이었다.

다크서클이 눈 밑에 짙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단정했던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일주일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신서희는 아직도 도훈이 옆에 온 줄 모르고 모니터와 우시원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신서희의 앞에 있는 조그만 모니터에서는 우시원의 동작이 재생되고 있었다.

모니터를 보던 신서희가 혼잣말을 뱉었다.

“테러블, 오마이갓!”

절망이 느껴지는 단어들이었다.

도훈은 이번에는 우시원을 바라봤다.

우시원도 신서희와 마찬가지로 일주일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크서클은 기본이고 체력은 고갈되었는지 동작 하나하나에는 힘이 없어 보였다.

어찌 보면 일주일 전보다 퇴보한 모습이었다.

마치 바람 빠진 풍선 인형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연습실의 우울한 상황을 파악한 도훈은 슬쩍 헛기침했다.

“흠…….”

신서희는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옆에 서 있는 도훈을 본 신서희가 눈을 크게 뜨며 일어났다.

“앗, 이 실장님, 어떻게 오셨어요?”

“선생님이 오라고 하셨잖습니까?”

“아, 그랬죠.”

“그런데 혹시 어디 아프신가요? 선생님.”

“아픈 곳은 전혀 없어요.”

“그런데 안색이 좀…….”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신서희는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그 모습에 도훈이 말했다.

“잠시 조용히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알았어요.”

고개를 끄덕인 신서희는 힐끔 우시원을 바라봤다.

우시원은 무슨 뜻인지 알고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연습실을 빠져나갔다.

연습실에 둘만 남자 도훈이 물었다.

“아까 하신 혼잣말을 들었습니다.”

“혼잣말이라니요?”

“계속 테러블을 외치시더군요. 그만큼 절망적인가요?”

“처음 받을 때는 분명히 문제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가르쳐 보니 지구상에 있을 수 없는…… 아니, 있어서는 안 될 몸치예요.”

“헉, 그 정도입니까?”

“아무리 동작을 분석해도 이건 불가능하거든요.”

“제가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해 주시겠어요.”

“네, 쉽게 말씀드리죠. 객관식 시험에서 답을 찍으면 가끔은 맞는 답일 경우도 있잖아요.”

“그건 그렇죠.”

“그런데 시원 군은 모든 시험에서 답을 비껴가게 찍고 있어요.”

“음…….”

“그렇게 일관성을 가지고 틀릴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야 그렇죠.”

“알려 준 동작이 한 번은 맞아야 하는데 전혀 일치하지가 않아요.”

신서희는 모니터를 가리켰다.

그리고 미안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죄송해요, 이 실장님. 제 말을 듣고 연습실에 장비까지 설치했는데…….”

“괜찮습니다.”

“약속대로 레슨비는 안 받겠습니다. 여기까지가 제 한계인 것 같아요.”

“앗.”

도훈이 비명을 토하며 신서희를 바라봤다.

첫날 봤던 당당했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모습에 도훈이 다시 물었다.

“그 문제점을 제가 살펴봐도 될까요?”

“아무리 타고난 감각이 있다고 해도…….”

“일단 보여 주세요.”

도훈의 말에 신서희는 모니터의 영상을 재생시켰다.

재생되는 영상을 보던 도훈은 입맛을 다셨다.

모니터에서는 원래의 동작과 우시원의 동작이 동시에 재생되고 있었다.

신서희의 설명대로였다.

보통은 한두 군데는 맞아야 정상인데, 일관성 있게 계속 틀리고 있었다.

뭐, 익히 알고 있던 모습이었다.

전생에는 단순하게 암기력의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암기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참 동안 영상을 보던 도훈이 입을 벌렸다.

뭔가 이상한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훈의 머릿속에 아까부터 반복되던 단어가 떠올랐다.

그것은 일관성이었다.

계속해서 보다 보니 우시원의 이상한 동작에는 일관성이 있었다.

도훈은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튕겼다.

딱!

옆에 있던 신서희가 깜짝 놀라 물었다.

“왜 그래요? 실장님.”

“제가 조금 알 것 같아서요.”

“뭘 알아요?”

“시원이의 문제점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시원 군은 문제가 없어요. 그냥 몸이 따라 주지 않는 것뿐이라고요.”

“선생님, 우리 내기할까요?”

“무슨 내기요?”

“선생님이 시원이를 가르치는 데 실패해도 약속한 레슨비는 드리겠습니다.”

“레슨비가 문제가 아니에요, 시원 군 모습을 보면…….”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내기 하나 하자는 겁니다.”

“무슨 내기요?”

신서희가 고개를 갸웃하며 도훈을 바라봤다.

그 모습에 도훈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아윌비백 작곡가가 선생님 친구죠?”

“지난번에 말씀드렸잖아요.”

“그 곡 주인 말입니다, 아직은 정해지지 않았죠?”

말을 마친 도훈은 기대감 가득한 눈으로 신서희를 바라봤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