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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66화 (66/250)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66)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서찬휘.

그는 자신에게 기회를 줬다.

하지만 자신에게 벽도 만들어 줬다.

우시원은 복잡한 눈빛으로 서찬휘를 바라봤다.

그때 우시원의 상념을 깬 것은 박수 소리였다.

짝, 짝, 짝.

절도 있는 손뼉 소리가 연습실에 울렸다.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이 테스트를 평가할 수 있는 절대자는 한 명이었으니까.

신서희가 천천히 서찬휘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앞에 올 때까지도 서찬휘는 마지막 동작 그대로 굳어 있었다.

서찬휘도 이렇게 몰입한 것은 오랜만이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근래에 들어 가장 만족할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 준 것 같았다.

음악과 자신 그리고 스텝이 하나가 된 경험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 감동을 간직하고 싶어서 서찬휘는 여운을 즐기고 있는 것이었다.

서찬휘의 앞에 드디어 신서희가 보였다.

서찬휘는 그제야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깨어났다.

신서희를 본 서찬휘는 그제야 손을 내렸다.

신서희가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

“패스.”

이번 스테이지, 아니 이번 테스트가 끝났음을 말해 주는 단어였다.

* * *

잠시 후.

휴게실에서 서찬휘와 우시원은 이온 음료가 든 캔을 들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시원은 연습실에서의 표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한참 동안 망설이던 우시원이 말했다.

“난 안 될 것 같다.”

뜬금없는 말에 서찬휘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좋은 선생님까지 모셔 왔는데 그 태도는 뭐야?”

“전에는 무조건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네 춤을 보니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

“그게 무슨 말이야? 나하고 안 지가 얼마인데 이제 그걸 느꼈다고?”

“그 전에 널 볼 때는 그냥 잘 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까. 춤은 타고나야 하더라…….”

“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그 전하고 오늘이 무슨 차이가 있는데?”

“잘은 모르겠는데…… 오늘은 재능이라는 벽을 느꼈어.”

“재능이라…….”

서찬휘는 말끝을 흐리며 자신이 펼쳤던 안무를 떠올렸다.

이전과 변한 게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전혀 없었다.

변한 게 있었다면, 그것은 도훈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 하나일 것이었다.

우시원이 재능의 벽을 느꼈다고 한다면 그것은 서찬휘 자신에 대한 벽이 아니라 다른 이에 대한 벽일 터.

우시원이 느끼는 감정을 자신도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었다.

다만 다른 것은 자신이 느낀 벽이라는 건 왠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서찬휘는 한 가지 가정을 떠올렸다.

도훈이 평범한 매니저가 아니라 실력을 숨긴 춤꾼이라는 상상을 해 봤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때 우시원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뭐, 이게 이상한 것도 아니고. 일단은 노력해 볼래.”

“잘 생각했다. 혹시 네가 느낀 벽이 즉흥적인 내 퍼포먼스 때문이라면 그건 착각이야.”

“착각이라고?”

“그건 밖에서 미리 준비한 거야.”

“밖에서 준비했다고?”

“그러니까…….”

서찬휘가 말을 꺼내려 할 때였다.

뒤쪽에서 캔 따는 소리가 들렸다.

딱.

그 소리에 서찬휘는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서는 도훈이 둘을 보며 웃고 있었다.

“치사하게 너희들만 먹기냐?”

“아, 실장님.”

서찬휘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도훈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도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이거 엎드려 절받기네, 대충 너희들 하는 이야기는 뒤에서 다 들었어.”

“네?”

서찬휘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도훈이 말을 이었다.

“벽 같은 건 느끼지 마라, 시원아.”

도훈이 사람 좋은 얼굴로 우시원을 바라봤다.

시선을 받은 우시원이 미안한 표정으로 웃었다.

“죄송해요.”

“죄송하단 말도 하지 마, 너는 네가 잘하는 게 있잖아.”

“제가 잘하는 거라니요?”

“노래.”

“노래요? 노래는 아이돌한테는 그다지 큰 무기가…….”

“왜 무기가 안 된다고 생각하지?”

“어차피 첫째도 비주얼, 둘째도 비주얼 아닌가요? 대중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게 군무인데, 그걸 못한다면…….”

“평균적인 춤 솜씨에 기대 이상의 보컬.”

“네?”

“뭔가 이상적이지 않아?”

“그리고 평균적인 보컬에 기대 이상의 댄스.”

도훈은 이번에는 서찬휘를 바라봤다.

시선을 받은 서찬휘가 무슨 뜻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실장님.”

“찬휘 너도 이상적인 포지션이라고.”

“아…….”

“내가 보기에는 너희 둘 다 특별한 재능을 타고났어, 다만…….”

“다만이라니요?”

“시원이 같은 경우는 그 재능을 팀 내에서 펼치려면 한 달 내로 평균적인 댄스 실력을 인정받아야겠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괜한 벽 타령하지 말고.”

도훈이 씩 웃었다.

그러고는 음료를 한입에 들이켜더니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통에 던진다.

제법 멀리 떨어진 쓰레기통에 도훈이 던진 캔이 빨려 들어가듯 골인했다.

도훈은 확인도 하지 않고 돌아서 사라졌다.

그 모습이 왠지 춤의 한 동작 같았다.

정확히 말하면 광고의 한 장면처럼 여운이 남는다.

그 모습을 보던 서찬휘는 확신했다.

도훈은 타고난 춤꾼은 아니지만, 타고난 감각이 있는 아티스트라고 말이다.

물론 이것은 서찬휘의 착각이었다.

옆에서 서찬휘를 보던 우시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찬휘야, 너 눈빛이 왜 그래? 마치 강 피디님을 보는 것처럼 이 실장님을 보네?”

“아, 내 눈빛이 그런가? 어쨌든 두 분 다 우리 은인이잖아.”

“그건 그렇지.”

우시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다음 날.

우시원을 위한 신서희의 레슨이 시작되었다.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선 우시원과 서찬휘.

본래는 우시원만 참석한 일대일 레슨으로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신서희의 요구로 서찬휘도 참석하게 되었다.

신서희는 둘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제 정식으로 너희들을 맡게 됐으니 일단 말은 놓을게, 그래도 되지.”

“네, 선생님.”

“물론이죠.”

우시원은 딱딱하게 얼어붙은 채 답했고 서찬휘는 그나마 여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모습을 본 신서희가 말했다.

“우시원.”

“네, 선생님.”

“사람의 동작에는 항상 성격이 드러나게 돼 있어. 마치 연기의 대사나 성대를 통해 나오는 사람의 목소리와도 같아.”

“네, 선생님.”

우시원이 잔뜩 굳은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신서희가 웃었다.

“내가 하나만 물어볼게. 사람의 목소리가 똑같을 수 있나?”

“뭐, 비슷한 사람은 많지 않나요?”

“그렇지, 목소리를 비슷하게 내는 것을 성대모사라고 하고 노래를 비슷하게 부르는 것을 모창이라고 하지. 하지만 어떤 경우도 성대모사를 한 개그맨이나 모창을 한 가수를 오리지널이라고 하지 않아.”

“…….”

“같은 악보를 보고 부르는 노래가 다르듯 춤도 똑같아, 이해되지?”

“네, 이해는 되는데…… 그럼 제 동작도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건가요?”

“뭐, 그렇지. 음치가 있듯이 몸치도 있는 법이거든.”

“아…….”

우시원이 입을 벌리자 옆에 있던 서찬휘가 다급하게 입을 막았다.

“윽.”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은 것이다.

그 웃음에 신서희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기대할 만하여.”

“네?”

“내 레슨 기대하라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인 신서희는 다시 우시원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까 몸치에 관해서 이야기했지?”

“네.”

“음치 클리닉 영상 같은 걸 보면 머리에 양동이를 뒤집어쓰고 연습하잖아. 왜 그러는지 알아?”

“뭐, 그러면 자기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고 들은 것 같아요.”

“맞아, 몸치를 고칠 때도 똑같지.”

“설마 양동이를 쓰고 춤을 추라는 말씀은…….”

“아니, 자기 동작을 항상 체크 할 수 있어야 하거든. 노래야 양동이를 쓰고 귀로 듣는다지만, 춤은 그럴 수 없잖아.”

“네, 그럴 수 없죠.”

“그래서 몸치에게는 조금 특별한 훈련이 필요해.”

“뭘요?”

우시원이 고개를 갸웃하자 신서희는 말을 이었다.

“소크라테스가 말했지……. 너 자신을 알라고. 그 말처럼 자신을 아는 과정이 필요하지.”

“그 과정이라면…….”

“일단 아무것도 하지 마,”

“네?”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조용히 지켜보기만 해.”

말을 마친 신서희는 우시원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그러고는 벽 쪽 의자로 데려갔다.

“여기 앉아.”

“선생님 옆에요?”

“그래, 일단 지켜보기만 하는 거야.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보다 못하는 사람. 모두 지켜본 다음 자신을 평가하는 거지.”

“…….”

“월말 평가 곡이 원더풀 스테이지라고 했지?”

“네.”

우시원이 대답하자 신서희는 고개를 돌려 가운데 혼자 남은 서찬휘를 바라봤다.

“그럼 레디?”

“네? 준비라니요?”

“시원이가 출 춤을 한번 시범 보여 줘.”

“네? 저 그 춤은 잘…….”

“어제 그 느낌대로, 오케이?”

“…….”

서찬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딱 벌렸다.

어제 그 느낌이라니 대체 신서희가 자신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때 신서희는 자비 없이 오디오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따다 다다!

인트로가 흘러나오자 신서희는 턱을 괴고 서찬휘를 바라봤다.

서찬휘가 어설프게 리듬을 탄다.

원더풀 스테이지는 팝 역사의 축소판.

즉, 유명한 곡을 하나로 묶어 놓고 그에 맞는 안무를 만든 것이다.

여기에 나올 곡과 안무는 서찬휘도 대부분 아는 것이었다.

물론 원더풀 스테이지라 명명된 공연을 보기는 했지만, 그 안무를 모두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저 원곡의 안무와 비슷하다고 기억할 뿐이었다.

탁, 탁.

서찬휘는 스텝을 밟아 나아갔다.

그를 바라보던 신서희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 * *

연습실 밖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강시혁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옆에는 도훈이 팔짱을 끼고 있었다.

도훈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들의 연습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여기까지가 우시원에게 해 줄 수 있는 전부였다.

한 달 동안의 연습으로 우시원이 팀의 안무를 따라올 수 있을까?

그것은 의문이었다.

그때 강시혁이 물었다.

“왜 우시원이 아니라 서찬휘를 연습시키는 거지?”

“뭐 뜻이 있겠지.”

“혹시 잘하는 놈한테만 꽂히는 스타일 아니야? 고등학교 때 보면 못하는 친구는 포기하고 잘하는 친구만 가르치려는 선생님 있잖아.”

“에이, 난 신서희 선생님을 믿어.”

도훈은 씩 웃었다.

이 웃음은 진심이었다.

전생의 기억으로는 신서희가 실패한 사람은 없으니까.

다만 우시원이라면 불안하지만 말이다.

그때 고개를 살짝 기울인 도훈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재킷에서 은원 관계를 적어 놓은 수첩을 꺼냈다.

그 모습에 강시혁이 물었다.

“이 실장은 메모하는 게 습관인가 봐. 역시 재벌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니까.”

“강 피디도 악상이 떠오르면 바로 태블릿에 옮겨 적잖아. 나는 좀 아날로그지.”

“그런가…….”

강시혁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는다.

도훈은 시선을 돌려 수첩을 바라봤다.

이 수첩을 꺼낸 것은 왠지 수첩에서 진동이 느껴져서였다.

마치 핸드폰처럼 말이다.

핸드폰처럼 수첩이 진동한다는 게 조금 말이 안 되었다.

빛만 내는 게 아니라 진동 기능까지 있다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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