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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64화 (64/250)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64)

신서희는 웃음을 겨우 참았다.

그것도 잠시 그녀는 손을 내저었다.

“노, 노, 아직은 선생님이라고 하지 말아요.”

“네?”

우시원의 눈이 한계까지 커졌다.

그 눈빛에 신서희는 아무렇지 않게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저는 미스터 우를 지도하겠다고 한 적이 없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당황한 우시원은 힐끔 강시혁을 바라봤다.

강시혁이 막 뭐라 설명하기 위해 끼어들려 하자 신서희가 손바닥을 보였다.

순간 모두의 시선이 신서희에게 모였다.

그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서희가 말을 이었다.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은 받지 않아요, 먼저 미스터 우의 실력을 보고 결정하겠어요. 테스트 후에 레슨, 오케이?”

“테스트라면 제 실력에 따라서…….”

“네, 맞아요.”

“…….”

우시원은 슬쩍 강시혁의 눈치를 살폈다.

사실 이건 애초에 전제가 잘못되었다 우시원은 생각했다.

우시원이 안무를 소화할 능력이 있었으면 신서희를 불렀겠는가?

그런데 테스트하고 제자로 받겠다니?

이건 경천동지할 노릇이었다.

비 맞은 강아지처럼 처량하게 강시혁을 바라봤다.

대신 뭐라 말 좀 해 달라는 신호였다.

하지만 강시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신서희의 말대로 하라는 뜻이었다.

“네, 선생님.”

우시원이 기가 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표정이었다.

얼음처럼 굳었던 우시원의 표정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사이로 절망이라는 용암이 흘러나오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춤으로 테스트를 보겠다는 것은 안 가르치겠다는 것과 같았다.

그때 신서희가 도훈과 강시혁을 차례로 바라봤다.

둘을 보고 눈을 가늘게 뜬 신서희가 말을 이었다.

“미스터 우가 아니라도 제가 가르칠 사람이 있다면 저는 당분간 여기 남겠어요, 오케이?”

신서희의 갑작스러운 선언에 도훈은 눈을 크게 떴다.

“지금 하시는 말씀은 무슨 뜻인가요?”

“말 그대로예요. 여기에서 가르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저는 남겠어요. 그리고 저 친구를 정상에 올려놓겠어요. 아, 정상이라고 해서 하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제 뜻은 레귤러, 보통 수준으로 올려놓겠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시원이가 안 되면 저희까지 테스트를 보라는 건가요?”

“오케이, 뭐, 싫으면 할 수 없고요.”

신서희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도훈을 바라봤다.

선택을 하라는 듯 재촉한다.

“저희는 아이돌이 될 것도 아닌데 왜…….”

“같은 팀 아닌가요? 전에 제가 레슨했던 싱어의 매니저는 자신의 아티스트를 위해 탭댄스를 췄어요.”

“아.”

도훈이 탄성을 질렀다.

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로이스의 재능이 못 미치자 매니저가 대신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이야기였는데, 그게 사실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도훈은 신서희의 눈을 바라봤다.

그녀는 분명히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먹이를 찾아 헤매는 맹수와도 같았다.

뭐, 진심으로 춤을 대하란 뜻이 아닐까, 하고 도훈은 생각했다.

그때 신서희가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테스트를 스타트하죠, 레디?”

“준비됐습니다, 선생님.”

우시원이 각오에 가득 찬 눈으로 답하자 신서희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낸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연습실 구석에 있는 오디오에 자신의 핸드폰을 연결했다.

신서희는 힐끔 우시원을 바라봤다.

우시원이 심호흡을 하며 준비하는 모습을 보자 신서희가 핸드폰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액션.”

동시에 오디오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두두둥, 따다단.

흥겨운 인트로가 귀에 박힌다.

귀에 익은 인트로에 도훈은 어깨를 가볍게 들썩이며 우시원을 바라봤다.

뭐지?

도훈은 눈매를 좁히며 녀석을 바라봤다.

녀석은 지금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신서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도훈이 손짓했다.

빨리 움직이라는 뜻이었다.

그 뜻을 알아들은 우시원이 조금씩 스텝을 밟아 나간다.

탁, 탁.

하지만 뭔가 어설픈 듯한 동작.

도훈은 그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신서희가 원하는 것은 분명 춤이 아닐 것이었다.

그저 리듬에 몸을 맞출 수 있느냐를 테스트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때 도훈의 머릿속에 이 곡의 이름이 떠올랐다.

외국의 그룹, 원 플레이어의 아윌비백.

레크로풍의 리듬에 중반부에 나오는 후크송이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노래였다.

거기에 간단하지만, 후크송만큼이나 중독성 있는 안무는 세계인들을 미치게 했다.

귀와 눈을 동시에 즐겁게 만들었다는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거의 이 년 동안은 묻혀 있다가 후에 너튜브를 통해 일파만파 퍼져 나가며 유명해졌다.

원플레이어는 너튜브의 최대 수혜자라고 평가되는 그룹이었다.

여기서 문제는 원플레이어의 아윌비백이 아직 발표되기 전이라는 것이다.

발표되고도 이 년 뒤에나 유명해지니 이 곡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지는 최소 삼 년은 지나야 한다.

왜 이 곡이 신서희의 손에 있을까?

하지만 지금은 그 의문이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문제는 바로 우시원이 리듬을 못 타고 있다는 것이었다.

강시혁도 초조한지 마른침을 삼키며 손짓을 한다.

입 모양으로 연신 ‘빨리’라고 외쳤지만, 우시원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우시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다닥.

과감한 스텝으로 플로어를 누비는 우시원.

어설프지만, 일단 두려움을 지우고 움직이자 우시원의 장점이 나타난다.

그것은 우시원의 외모.

조명에서 더욱 빛나는 그의 외모가 그의 어설픈 동작을 약간이나마 가린다.

그때였다.

툭.

음악이 멈췄다.

모두의 시선이 신서희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핸드폰 화면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있었다. 플레이어의 정지 버튼을 누른 것이 분명했다.

힘들게 움직였던 우시원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신서희가 입을 열었다.

“컷이에요.”

“그래도 열심히 하지 않았나요?”

강시혁이 조심스럽게 묻자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제가 열심히 하는 것을 보려고 한국에 들어왔을 것 같나요?”

“…….”

“제 흥미를 끌 만한 사람을 찾고 있어요, 제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오케이?”

“흥미라면…….”

“그건 제 눈으로 봐야 알죠.”

신서희는 우시원을 바라봤다.

“미스터 우는 가능성은 있어요. 나라면 한 달 안에 미스터 우를 레귤러로 만들 수 있어요.”

“진짜로요?”

“문제는 내가 미스터 우에게 흥미가 없다는 거예요.”

그때였다.

도훈이 급하게 끼어들었다.

“신 선생님.”

“네, 말씀하세요, 매니저님.”

“방금 말씀하신 거 진짜입니까?”

“뭐가 말이죠?”

“시원이를 정상 궤도로 올려 줄 수 있다는 거요, 약점이 너무 명확해서 한 달 내라고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요.”

“그 약점이라는 것만 삭제하면 간단하죠.”

“그 약점이라는 것이 암기력인데도 가능합니까?”

“메모리가 문제가 아니에요.”

“그럼요?”

“하트가 문제죠.”

신서희가 자신의 심장을 가리키며 방긋 웃었다.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이 분야의 고수가 하는 말이니 일단은 수긍해야 했다.

도훈이 다시 말했다.

“우리는 지금 기준을 정해 놨습니다. 원더풀 스테이지를 한 달 내로 소화할 수 있다면 같이 가고 아니면 다른 길을 찾기로요.”

“그건 가능해요. 하지만…….”

“돈이라면 얼마든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뭐가 이상하다는 거죠?”

“매니저님이 숙제를 내고 그 숙제를 푸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비용을 감당하신다는 게 이해가 안 되네요.”

“그런가요?”

“이럴 거면 그냥 같이 가면 되잖아요.”

“그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을 겁니다, 하트가 문제니까요.”

도훈이 자신의 심장을 가리키며 어깨를 으쓱하자 신서희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강시혁을 바라봤다.

시선을 받은 강시혁이 움찔하며 물었다.

“왜 저를…….”

“강 피디님이 한번 해 보시는 건 어때요?”

“저는 춤하고는 담을 쌓았습니다.”

“제자를 위해서인데도요? 저는 자신의 팀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그래서 기회를 드리는 것이에요. 조금 쉽게 미션을 풀어 드리죠.”

“미션이요?”

“네, 미션이죠. 이 미션을 통과해야 다음 스테이지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제가 요구하는 것은 제가 방금 틀었던 곡에 맞는 스텝입니다. 스텝이 리듬 위를 정상적으로 머물러 있냐만 보면 돼요. 자, 시작해 보죠. 레디?”

신서희는 강시혁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도훈은 웃음을 겨우 참았다.

앞으로 대한민국 연예계의 한 획을 그을 강시혁이 누군가의 앞에서 춤을 춰야 한다는 것이 조금은 우스웠다.

뭐, 앞으로 나올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강시혁의 나이에 데뷔하는 친구들도 꽤 많긴 하다.

하지만, 전생에 못 봤던 강시혁의 모습을 이렇게 볼 수 있다니 신기했다.

도훈은 강시혁을 플로어의 가운데로 내밀었다.

“한번 해 봐.”

“앗, 이 실장.”

당황한 강시혁이 밀려 나갔다.

그 순간을 맞춰 신서희가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두두둥, 따다단.

흥겨운 인트로가 다시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온다.

강시혁의 가볍지 않은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누군가 연습실의 문을 열고 고개를 삐쭉 내밀었다.

도훈은 녀석의 눈을 봤다.

우시원의 친구이자 새로 구성될 팀의 리더가 될 서찬휘였다.

서찬휘는 강시혁이 스텝을 밟는 난데없는 상황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고개만 내민 채 들어와야 할까 아니면 못 본 척 다시 나가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도훈이 눈을 빛냈다.

도훈은 조용히 문으로 다가갔다.

서찬휘의 소매를 낚아챈 도훈은 그를 끌고 복도로 나갔다.

뒤쪽을 힐끔 보니 강시혁은 아직도 신서희의 미션에 도전하고 있다.

가만 보니 우시원보다는 강시혁이 한 단계 위인 것도 같았다.

그만큼 한번 시작된 강시혁의 스텝은 거침없었다.

그런데 그것은 정답일까?

리듬을 탄다는 것이 뭔지는 몰라도 이 곡에 맞는 댄스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곡의 안무를 신서희가 맡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도훈이 기억하고 있는 안무를 춘다면 이 미션의 정답에 가까울 것이었다.

그렇다면 ‘누가’라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 문제의 해답으로 찾은 것이 바로 서찬휘였다.

도훈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찬휘야.”

“네, 실장님.”

“지금 저 음악 들리지?”

도훈이 음악이 흘러나오는 창문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신서희가 있었다.

서찬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들려요.”

“저 선생님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안무가야.”

“네, 강 피디님한테 들었어요.”

“그 선생님이 퀴즈를 냈어.”

“뭔데요?”

“지금 흘러나오는 리듬에 맞춰 스텝을 밟으라는 거야.”

“아.”

“그런데 내가 그 정답을 알고 있는 것 같아.”

“정답을 알고 있다고요?”

“느낌이라고나 할까.”

“…….”

“그러니까, 내가 지금부터 하는 동작을 보고 네가 응용해.”

“아니 실장님이 무슨 춤을…….”

서찬휘가 말을 맺지 못했다.

연습실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도훈이 스텝을 밟기 시작한 것이다.

서찬휘는 눈을 크게 떴다.

도훈이 가볍게 스텝을 밟아 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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