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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62화 (62/250)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62)

최대한은 함부로 답할 수 없었다.

지금은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해야 할 때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손해 보는 일은 절대 하지 말자는 겁니다.”

“대, 대체…….”

“잘 생각해 보십시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최 과장님이 내게 유용 가치가 있는지를 말입니다. 쓸모가 있다면 동아줄을 내려 드리지요.”

“…….”

“없다면 최 과장님은 감사실이 문제가 아닐 겁니다.”

“경찰이 아니라 검찰청으로 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검찰이라니요?”

“당장 오늘 있었던 성희롱에서부터 시작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만 해도…….”

최대한은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이 안하무인이긴 해도 성희롱을 한 적은 없었다.

“이건 오늘 자료 사진입니다.”

“이, 에게…….”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셔서 사진까지 찍으셨더군요.”

“이건 제가…….”

“원하시면 검사님하고 독대하셔도 좋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가 무슨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까?”

“이제까지 하셨던 일을 계속하시면 됩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하던 일을 그대로 하시면 됩니다. 대신 그쪽에 넘길 정보는 제가 정합니다.”

“…….”

“싫으십니까?”

“네, 하겠습니다.”

“뭐, 그런다고 전에 있던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집행유예라고 아시죠?”

“집행유예요?”

“과장님의 죄는 없어지는 게 아니라 다만 시간을 버는 것뿐입니다.”

“…….”

“싫으면 바로 엄 비서님께 전화를 드리고요.”

“아, 아닙니다. 그럼 실장님 말대로만 하면 아무 일도 없는 겁니까?”

“당분간은요. 나머지는 과장님이 하시기 나름입니다. 그럼, 그만 가 보시죠.”

“네, 알겠습니다.”

최대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재빨리 방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도훈이 그의 소매를 잡았다.

도훈의 손길을 느낀 최대한이 물었다.

“왜, 왜 그러시죠?”

“그냥 가시려고요?”

“네?”

“서약서 한 장은 쓰고 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서약서요?”

“네, 제가 할머니께 최 과장이란 분을 잘 타일렀다고 하면 모든 것이 끝날까요?”

“…….”

“제가 할머니께 보여 드릴 것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써 드리면 될까요?”

“견본은 미리 준비했으니 똑같이 쓰시면 됩니다.”

도훈은 쓱 하고 종이 두 개를 내밀었다.

한쪽에는 미리 준비한 내용이 가득히 적혀 있었고 다른 한쪽은 그냥 백지였다.

도훈은 그의 앞에 볼펜까지 내밀었다.

쓱.

볼펜을 건네받은 최대한은 떨리는 눈빛으로 서약서의 견본을 확인했다.

“헉.”

최대한이 헛숨을 토해 냈다.

그가 놀란 이유는 간단했다.

이건 보통 서약서가 아니라 신체 포기각서에 가까웠다.

도훈이 원하면 최대한은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다.

망설이는 최대한을 본 도훈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가 나서면 조금 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실 수도 있습니다. 미라클의 전신이 뭔지는 잊지 않으셨죠?”

“네.”

최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라클은 사채업으로 시작해서 국내 100대 그룹에 발을 들인 기업이었다.

원래 놀던 바닥이 사채업이라는 이야기였다.

사채업자가 내미는 신체 포기각서라…….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었다.

최대한은 도훈의 눈을 바라봤다.

선량한 속에 뱀의 사악함을 감추고 있었다.

하지만 도훈의 말이 맞았다.

장경자가 나서면 지금보다 더 참혹할 것이었다.

쓱쓱.

최대한은 재빨리 견본 서약서에 적혀 있는 글귀 그대로 백지에 옮겨 적었다.

그러고는 재빨리 볼펜을 테이블에 놨다.

탁.

그 모습에 도훈이 말했다.

“이제 나가셔도 됩니다. 잊지 마시고요.”

도훈은 입에 지퍼 채우는 시늉을 했다.

방을 빠져나온 최대한은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었다.

회장인 장경자에게 치매라고도 했고.

이도준이 할머니가 세상을 뜨면 회사가 자기 것이 된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없던 일로 해 둔다고 도훈이 말했다.

그게 가능한 일일까?

아니, 안에 있는 이도훈 실장이 진짜 장경자의 손자일까, 하는 의문도 풀린 것은 아니었다.

핸드폰을 쥔 최대한의 손은 수전증에 걸린 것처럼 떨렸다.

그때였다.

지이잉, 지이잉.

진동으로 바꿔 놨던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러지 않아도 떨리는 손이 핸드폰을 잡자, 몇 배나 더 심하게 떨렸다.

최대한은 그 떨림이라는 장벽을 뚫고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

순간 최대한의 눈동자가 커졌다.

상대는 다름 아닌 미라클의 이도준 본부장이었던 것이다.

최대한이 핸드폰을 계속 보고 있었던 것은 바로 이도준과 연락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전화가 왔다.

최대한은 재빨리 핸드폰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최대한입니다.”

―그래, 최 과장 잘 지냈어?

“안녕하십니까? 본부장님.”

―그렇게 군기 든 척하지 말고, 내가 말해 줄 게 있어서 그래.

“말씀하십시오.”

―거기 이도훈 실장이라고 있을 거야.

순간 최대한은 정수리에 벼락을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뜩 들었다.

최대한은 재빨리 말했다.

“네, 있습니다.”

―그래, 그 이도훈이 내 사촌 동생이야. 그놈이 대표 자리는 비워 두고 실장 행세를 하며 회사 분위기를 파악하려는 것 같은데, 최 과장이 잘 감시해. 혹시나 무슨 일 있으면 말해 주고.

“…….”

최대한은 머릿속이 멍해졌다.

도훈의 말처럼 이도준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에서야 사실을 말해 준 것이었다.

원망의 감정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순간이었다.

―왜 대답이 없어, 혹시 무슨 일 있는 거야?

그때 도훈이 했던 제안이 떠올랐다.

죄는 없어지지 않지만, 유예된다고 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최대한이 재빨리 말했다.

“아닙니다. 일이 있긴요, 아무 일도 없습니다.”

―그래, 감시하다가 이상한 조짐이 있으면 바로 보고하는 거 잊지 말고.

“그럼요, 당연히 보고드려야죠. 매의 눈으로 감시하겠습니다.”

―그래, 최 과장만 믿지. 그리고 그쪽 일이 힘들면 말해. 이쪽에 자리 마련해 줄 테니, 뭐, 그쪽에서 버텨서 대표 자리까지 올라가는 게 좋겠지만 말이야.

“네, 명심하겠습니다, 본부장님.”

최대한은 핸드폰인데도 고개를 숙였다.

정중히 고개를 숙인 그는 통화가 끊어지자 표정을 바꾸었다.

그러고는 재빨리 핸드폰의 문자 메시지 화면을 켰다.

―방금 이도준 본부장에게 전화가…….

* * *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도훈의 핸드폰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메시지를 확인한 도훈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옆에서 보고 있던 김민석이 물었다.

“대표님, 왜 그렇게 웃으십니까?”

“일단 넘어왔네요.”

“최대한 과장이요?”

“네, 최대한 과장 말고 넘어올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김민석 부사장님은 이미 제 사람이잖아요.”

“아, 하하, 그렇죠.”

김민석이 실없이 웃었다.

“이제 미라클 본사에서 우리 쪽에 이상한 짓을 할 확률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러니 경영에만 전념해 주시죠.”

“그런데 장경자 회장님은 뭐라고 하십니까? 혹시 제 얘기를 안 하시던가요?”

“뭐,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신경 쓰실 여유는 없으시니까요.”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대표님. 회장님이 지금 혈압약을 드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 그 말씀이셨군요, 그것도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네?”

“그냥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도훈이 씩 웃자 김민석이 다시 물었다.

“진짜 안심하고 있어도 되는 거 맞죠?”

“네, 맞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 이도준 본부장님께 집착하시는 겁니까?”

“부사장님은 뒤에서 몽둥이를 들고 따라오면 어떻게 하십니까?”

“경찰에 신고해야죠.”

“경찰에 신고를 못 할 경우는요.”

“뭐, 어떻게 해서든 대책을 마련해야겠죠.”

“네, 제가 그 대책을 마련한 겁니다. 저는 제 아티스트를 정상에 올려놓고 싶습니다. 그래서 대표가 아닌 실장 자리를 맡는 거고요. 그런데 누가 자꾸 제 회사의 뒤통수를 노리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있나요?”

“저 하나만 더 물어도 될까요?”

“진짜 대표님이 하고 싶은 일이 그것밖에 없습니까?”

“무슨 의도죠?”

“진짜 연예인을 키우고 싶으신 거냐는 거죠?”

“네, 맞습니다. 저는 제 아티스트가 정상에 서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도훈이 씩 웃었다.

사실 이것은 거짓말이었다.

죽어도 여한이 없는 것이 아니라 죽기 전까지 꼭 해야 할 일이었다.

도훈은 품에서 수첩을 꺼냈다.

자신이 키워야 할 사람과 죽여야 할 사람을 적어 놓은 수첩이었다.

도훈은 최대한의 이름에 세모 표시를 했다.

그때였다.

수첩의 뒤쪽에서 황금빛이 슬쩍 비쳤다.

고개를 갸웃한 도훈이 수첩을 넘겼다.

그곳에는 자신이 적은 글자가 아닌 처음 보는 필체의 글자가 남겨져 있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수첩은 이제까지 반짝이기만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과 소통을 하려는 듯 보였다.

[원하시는 것이 그것뿐입니까?]

그것은 마치 도훈에게 던지는 질문 같았다.

분명 자신이 써 놓은 글자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누가?

그때 글자가 바뀌었다.

[당신을 과거로 보낸 존재가 질문을 던집니다.]

도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실시간으로 문장이 바뀌고 있는데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던가.

하지만 도훈은 회귀라는 말도 안 되는 과정을 경험해 봤다.

이 정도로 놀랄 리는 없었다.

도훈은 그러지 않아도 지금의 기연이 궁금했다.

갸웃하던 도훈의 고개를 상하로 움직였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자 문장이 다시 바뀌었다.

[인생 튜토리얼을 끝낸 당신은 이제 소통할 자격을 갖췄습니다.]

순간 도훈의 눈이 커졌다.

드디어 해답이 보일 것 같아서였다.

생각해 보니 자신을 과거로 돌려보낸 존재의 메시지가 분명했다.

도훈은 기대감 가득한 눈으로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다시 수첩의 글자가 바뀌었다.

[갓라인은 당신이 인생에서 승리하기를 원합니다.]

메시지는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도훈은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돌아봤다.

지금 이 상황이 꿈이 아닌가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었다.

도훈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김민석과 마주쳤다.

김민석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대표님 왜 그러시죠? 혹시 회장님께서 연락을…….”

“아무것도 아닙니다.”

도훈은 재빨리 손을 흔들었다.

“아무래도 많이 피곤하신 것 같은데요.”

“전혀요.”

이 말은 사실이었다.

피곤한 것이 아니라 활력이 돌고 있었다.

도훈이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김민석도 따라 일어났다.

김민석의 얼굴에는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그 모습에 도훈이 다시 한번 말했다.

“걱정하실 일은 전혀 없을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김민석의 굳었던 표정이 그제야 풀어졌다.

뭐, 도훈의 말은 사실이었다.

장경자에게 연락이 올 일은 없었다.

김민석도 도훈이 방금 통화한 사람이 장경자라고 믿는 것 같았다.

* * *

강영웅의 집에서 다미는 오랜만에 놀러 온 이강민과 조용히 책을 보고 있었다.

책을 보던 다미는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의 할머니 임영희를 바라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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