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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55화 (55/250)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55)

도훈이 손을 내저었다.

“나이도 비슷한데 그냥 친구처럼 지내자니까.”

젊은 강시혁을 바라보니 아낌없이 서로를 돕던 전생의 기억이 새록새록 했다.

강시혁은 도움을 받으면 그 은혜만큼은 잊지 않는 사람이었다.

거기에 그는 도훈을 과거로 돌려보내는 데 도움을 준 일곱 명 중 하나.

어정쩡한 관계보다는 친구로 지내는 게 옳은 선택이었다.

“그, 그래도 될까?”

강시혁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도훈도 마주 웃었다.

“그렇게 나오니 훨씬 좋네.”

“하, 이거 어색한데…….”

강시혁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도훈은 강시혁의 이런 모습이 익숙하지는 않았다.

서로 돕기는 했어도 주로 받는 쪽은 도훈이었다.

항상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기획사를 이끌던 모습에 비하면 지금은 아직 싹을 틔우기 전 잭의 콩 나무라고 할까?

호칭 문제가 정리되자 도훈의 눈빛이 바뀌었다.

살짝 깍지를 끼고 편안하게 턱을 올려놓은 도훈이 강시혁을 바라봤다.

“내가 원하는 건 우시원의 조련이야.”

“조련이라고? 연습생으로 두고 다듬으라는 이야기인가?”

“그게 아니라 연습생이 될 수 있게 동기 부여를 해 달라는 거지.”

“동기 부여라 조금 난해한데…….”

“우시원은 아이돌이 되고 싶어 하지?”

“그야 당연하지.”

“그냥 아이돌이 아니라 찬휘하고 같은 팀으로 활동하고 싶어 한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지. 나는 그걸 이용하자는 거야.”

“혹시…….”

“나는 강 피디가 조건을 걸어 줬으면 해, 어떤 조건이냐 하면…….”

도훈은 쉬지 않고 설명을 이어 나갔다.

설명을 듣던 강시혁은 도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도훈의 설명은 간단했다.

일정 조건을 달성 못 한다면, 팀에서 과감하게 내치라는 것이다.

설명을 듣고 난 강시혁이 고개를 흔들었다.

“조금 이해 안 되는 게 있는데…….”

“말해 봐, 친구.”

“이 실장이 우시원을 볼 때 보면 꼭 친동생을 보는 것 같거든. 그런데 이렇게 대할 때 보면 엄격한 아버지 같기도 하고…… 도저히 감이 안 잡히네.”

“둘 다 맞아, 나는 녀석의 재능을 아끼거든. 내가 보기에 아이돌이란 틀 안에서 재능을 꽃피울 놈은 아니거든. 그러니 녀석을 위해서라도 빨리 현실을 깨우쳐 줘야지.”

“흠…….”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이 더 있어, 녀석은 연습실 한 곳만 사용하게 해.”

“어떤 연습실?”

“제2 연습실만 사용하라고 해, 과제는 내가 말했던 거로 내주고. 월말 평가 한 번으로 합격 여부를 정하지.”

“일단 알았어, 시원이 문제는 그렇게 마무리 짓고, 이 실장 말대로 왕건우가 전화했거든.”

“약속은 잡았어?”

“약속은 내일 이곳으로 잡았어.”

“시간하고 왕건우 전화번호 톡으로 보내 줘.”

“내일 만나서 뭐라고 하면 되는 거야? 미리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경찰을 믿어?”

“그럼 검찰에라도…….”

“거기도 똑같지. 검찰은 정의로운 검사 아홉에 부패한 검사 하나로 이루어진 조직이야, 진짜 무서운 게 뭔지 알아?”

“흠, 우리 같은 아티스트가 말하기에는 조금…….”

“뭐, 아티스트라도 숨은 쉬고 살아야 하니까 들어 둬. 나한테 걸리는 놈은 꼭 부패한 경찰이나 검사가 걸린다는 거지.”

“헐, 꼭 당해 본 것처럼 말하네.”

“강 피디가 완전히 점쟁이네.”

“그게 무슨 말이야?”

“내 진짜 경험인 걸 어떻게 알았어?”

“에이, 농담도 잘하네.”

강시혁은 도훈을 보며 웃었다. 하지만, 도훈의 말은 사실이었다.

비록 전생의 기억이지만, 머피의 법칙은 자신에게 딱 들어맞았다.

전생에 자신에게 기소장을 들이댔던 권력들이 이번 생에는 자신을 위해서 뛴다고 생각하니 묘하게 웃음이 나왔다.

뭐, 도훈의 사람은 아니지만, 장경자에게 이번 일은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대로 놔둔다면 왕건우는 쉴 틈 없이 사기를 칠 것이었다.

그냥 사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입장으로 봐서는 암적인 존재.

대한민국에서 빼 간 돈으로 왕건우의 동생 왕진우가 중국에 거대 기획사를 차린다.

그러고 벌인 짓이 대한민국의 예능 프로그램과 히트곡들을 그대로 카피해서 중국 본토에 뿌린다.

그 피해는 대한민국 아티스트가 그대로 받아야 했다.

더 웃긴 것은 카피한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을 유럽과 미국에 수출했다는 것이다.

그때 도훈도 적잖은 피해를 봤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 혐한(嫌韓)을 조장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 * *

다음 날 오전.

강시혁은 황당한 표정으로 자신의 새 둥지를 바라봤다.

돈이라는 것이 좋긴 좋았다.

단 삼 일 만에 회사의 간판 빼고는 모든 것이 만들어졌다.

회사의 간판 자리를 비워 둔 것은 바로 오늘 만날 왕건우 때문이었다.

팔짱을 끼고 회사 앞을 서성이자 길가에 파란색 세단 한 대가 멈췄다.

스크래치 하나 없는 파란색 독일제 세단을 본 강시혁은 입맛을 다셨다.

“쩝, 내 돈으로 샀네.”

“맞아, 남의 돈으로 벌써 차를 뽑았네.”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강시혁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그곳에는 도훈이 씩 웃고 있었다.

“아, 깜짝 놀랐네. 연락도 없이 갑자기 여긴 왜 왔어?”

“내가 말 안 했나?”

“음…….”

강시혁은 미간을 좁히며 어제의 대화를 떠올렸다.

약속 시각과 장소는 물어봤어도 온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다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상세하게 알려 줬을 뿐이었다.

그때 왕건우가 천천히 다가왔다.

강시혁을 본 왕건우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강 대표, 잘 지냈지?”

“…….”

강시혁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왕건우를 바라봤다.

모든 것이 도훈과 약속한 그대로였다.

그냥 넘어가 주는 척하기에는 왕건우가 벌인 일이 너무 컸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대하면 상대는 이 상황을 의심할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왕건우는 처음 보는 사내가 옆에 있자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왕건우는 도훈을 보더니 바로 시선을 강시혁에게 돌렸다.

저 사람은 누구냐는 듯 묻는 듯한 표정을 짓자 강시혁이 말했다.

“이쪽은…….”

“저는 미라클의 실무진입니다, 유레카에서는 이런 일을 하고요.”

도훈은 재빨리 명함을 꺼내 왕건우에게 건넸다.

명함을 한참 바라보던 완건우가 고개를 숙였다.

“아, 미라클에서 나온 분이었군요.”

“네, 아무래도 우리 회장님께서 기획사에 가지고 있는 기대감이 크다 보니 제가 직접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손이 좀 허전하네요.”

도훈이 자신의 손을 흔들었다.

왕건우는 재빨리 도훈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왕건우라고 합니다.”

“악수는 됐고, 명함이나…….”

도훈은 슬쩍 그의 외투를 바라봤다.

화들짝 놀란 왕건우가 재빨리 재킷에서 명함 지갑을 꺼냈다.

“여기 제 명함입니다.”

명함을 받은 도훈이 눈을 가늘게 떴다.

한참 동안 명함을 보던 도훈이 물었다.

“제가 알기로는 두 분이 동업자시라고 들었는데…… 회사명이 다르네요.”

“제가 사업체를 여러 개 가지고 있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입에 기름칠해 놓은 것처럼 왕건우의 입은 막힘없이 움직였다.

“그럼 올라가서 마무리를 지으실까요?”

“네, 좋습니다.”

왕건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도훈은 재빨리 앞서 나갔다.

그들은 강시혁의 새로운 사무실로 들어섰다.

명패는 대표 프로듀서라고 쓰여 있지만, 누가 봐도 대표 이사의 사무실이었다.

안쪽 사무실을 본 왕건우가 눈을 빛냈다.

자신이 모든 것을 가로챘는데, 단 며칠 만에 전보다 더 화려하게 회사를 차린 것이다.

왕건우는 이런 게 대기업의 힘인가 싶었다.

동시에 며칠만 기다릴 것을 그랬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왕건우는 자리에 앉아 도훈과 강시혁의 눈치를 살폈다.

도훈은 모르겠지만, 강시혁은 그저 반찬거리에 불과했다.

지금은 의심해도 자신이 해명하고 몇 가지 미끼를 던진다면 분명히 넘어올 것이었다.

문제는 미라클에서 나왔다는 도훈을 어떻게 구워삶을 것인지가 중요했다.

그때였다, 도훈이 질문을 던졌다.

“미라클에서 강시혁 피디에게 투자하고자 한 것은 강 피디님의 곡 때문입니다. 저희 할머니가 강 피디님의 곡들을 상당히 좋아하십니다. 그런데 왕 대표님은 이 회사에서의 역할이 뭐죠?”

“저는 한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류라……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인지 알고 싶습니다.”

“한류란 산꼭대기 위에서 눈을 굴리는 것과 같습니다. 솔직히 한국 시장이 아무리 넓어 봤자 중국 시장에 비교하겠습니까? 인구의 차이가 스무 배가 넘지 않습니까? 제가 이래 봬도 중국 광전총국의 국장님과도 호형호제하는 사이입니다, 거기에다가…….”

왕건우는 자신의 PR을 하기 시작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 동생 왕진우가 나중에 실제로 그런 연을 맺게 되니까.

왕건우는 슬쩍 눈치를 봤다.

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왕건우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때 도훈이 그의 말을 끊었다.

“일단 제가 할머니, 아니 회장님께 보고할 문서가 필요하니, 삼 일 후에 준비해서 다시 오시는 게 좋겠습니다. 지금 제게 말씀하신 내용을 정리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건…….”

말끝을 흐린 도훈이 선물 포장이 된 상자 두 개를 강시혁과 왕건우에게 건넸다.

왕건우가 고개를 갸웃하며 상자를 열었다.

상자를 연 왕건우의 눈이 커졌다.

그곳에는 꽤 무게가 나가 보이는 황금 만년필이 있었다.

왕건우가 눈을 크게 뜨자 도훈이 사람 좋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저희 미라클의 작은 선물입니다.”

“이게 선물이라고요?”

“네, 저희 할머니, 아니 회장님께서는 새로 사업부를 책임질 사장에게 이 황금 만년필을 선물해 왔습니다.”

“헉.”

왕건우의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졌다.

“그만큼 새로운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대체 회장님께서 왜 연예계에…….”

“이건 비밀입니다만…….”

“네, 철저히 함구하겠습니다.”

“저희 할머니께서 가무를 좋아하시거든요. 뭐, 강영웅 씨의 콘서트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습니다. 거기에 아이돌 그룹을 볼 때마다 손주들 재롱 보는 것 같다고…… 흠, 제가 말이 너무 많았군요.”

“아, 아닙니다.”

“그리고 미라클에서 투자하는 즉시, 저희 재무제표와 연동되는 건 아시죠?”

“…….”

“회계 장부를 맞춰 줄 직원을 보낼 테니 일단 이쪽으로 기존 자본금을 내주십시오. 거기에 맞춰서 미라클의 자금이 들어갈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왕건우의 눈이 커졌다.

그는 도훈의 설명을 끝까지 듣고 난 후 다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 * *

그가 사무실을 떠나 점이 되어 사라지자 도훈이 검지로 위를 가리켰다.

신호를 받은 강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둘은 연습실로 자리를 옮겼다.

연습실로 자리를 옮긴 강시혁이 헛숨을 뱉었다.

“후, 죽는 줄 알았네. 그런데 그 방대한 서류들은 대체 뭐야?”

“왕건우를 속이려면 지금보다 더 철저해야 해.”

“그런데 왕건우 대표를 알고 있었어?”

“소문은 들었지.”

“그리고 왕건우가 도청기를 놓고 갈 거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

질문을 던진 강시혁은 잠시 전 상황을 떠올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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