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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49화 (49/250)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49)

엄지연은 장경자의 모습이 신기하다는 듯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싫다고 하시면서도 차시네요.”

“내가 차고 싶어서 차는 것도 아니고 호기심에서 그냥 차 본 거다. 그런데 이게 어떤 원리일꼬.”

장경자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엄 비서를 바라봤다.

엄 비서는 활짝 웃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게 우리나라에는 없는 신제품이래요.”

“그 얘기는 왜 하나?”

“도련님이 꼭 전해 달라고 여기에 적어 놨어요. 그리고 어떤 원리냐 하면요…….”

엄지연은 오래간만에 침이 튀기도록 설명을 이어 나갔고 장경자는 눈을 빛내며 그 설명을 들었다.

* * *

같은 시간 도훈은 피아노 건반 위에 손을 올려놨다.

그것도 잠시 핸드폰에서 울리는 알림에 메시지를 확인했다.

메시지를 확인한 도훈은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알림은 장경자가 찬 시계에서 보낸 알림이었다.

도훈은 엄지연에게 부탁을 해서 자신과 엄지연의 핸드폰에 시계를 연동시켜 놨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보는 받아 올 수는 없어도 급격하게 바이오리듬이 깨지면 알림을 보내 주는 시계였다.

아직 시간은 이 년 정도 남아 있지만,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는 일들이 몇 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장경자의 건강이었다.

이대로 장경자가 쓰러지면, 미라클은 아군이 아닌 적군으로 순식간에 변한다.

게임에서 본진을 지켜 주던 아군이 클릭 한 번으로 적군으로 변하는 것과 똑같은 장면이 연출될 것이었다.

자신의 아티스트도 그렇지만, 이번 생에는 장경자와 엄지연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도훈의 생각이었다.

지금 보낸 신호는 잘 연결되었다는 알림일 뿐 이상 신호는 아니었다.

도훈의 웃음을 본 한민국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그렇게 웃으세요? 그렇게 웃으니 꼭 악당 같습니다, 실장님.”

“가끔은 악당이 될 때도 있어야지, 안 그래?”

“그래도 이건 조금 심한 것 같은데요?”

“지금 교육을 안 시키면 다른 데 가서도 그럴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혹시 아랫집 사는 친구가 뭐 하는 사람인 줄 알아?”

“네?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또라이라서 그렇게 소음을 일으키는 것 같아? 그놈은 진짜 지능범이야. 자기 기분대로 살면서 저걸로 돈도 버는 놈이라고.”

“헉,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궁금하면 한 매니저가 직접 알아봐.”

말을 마친 도훈은 와인 잔을 슬며시 잡고 들이켰다.

그러고는 창밖에 비친 달을 바라봤다.

“오늘 같은 날은 월광 소나타가 어울리겠네.”

말을 마친 도훈은 슬며시 피아노 건반을 눌렀다.

따다다당.

한밤에 도훈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 연주를 듣던 한민국은 등골이 서늘함을 느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훈이 피아노 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도훈의 집에 있던 피아노도 그저 장식품이지, 피아노 건반이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피아노를 친다고?

더 놀라운 것은 도훈이 만들어 내는 선율이 제법 듣기 좋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모습은 비정상적이었다.

그래서 내린 한민국의 결론은 혹시 귀신이 들린 것은 아닐지 하는 가능성이었다.

한민국이 마른침을 삼킬 때 갑자기 음정이 변했다.

마치 자장가를 들려주듯 평온한 음정에서 갑자기 격정적인 음정으로 바뀐 것이다.

따딴따다!

피아노 건반을 부술 듯한 강렬한 연주.

땅, 땅!

한민국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피아노 건반이 부수어지든지, 도훈의 손가락이 부러지든지 둘 중 하나가 될 듯해서였다.

그것도 잠시 도훈의 연주가 멈췄다.

한민국은 그제야 참았던 한숨을 터뜨렸다.

“실장님, 대체 이게 뭐예요? 분명히 월광 소나타를 치신다고 했잖아요.”

“그랬지.”

“그런데 왜 곡을 바꾸신 거예요?”

“생각해 보니 너무 조용하더라고.”

도훈이 피식 웃었다.

그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딩동.

그 소리에 인터폰 화면을 확인한 도훈은 피식 웃었다.

“자기가 피해자가 되니 하루도 못 참는다는 건가?”

“휴, 이러다 해코지라도 당하시는 거 아니에요?”

“아니, 문만 안 열어 주면 되지, 뭔 걱정이야.”

“흠…….”

한민국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사실 이지유가 소음 빌런에게 당했을 때 분노했었다.

그때는 기회가 있다면 똑같이 갚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막상 기회가 되니 이상하게 가슴이 쪼그라 들었다.

그런데 도훈은 아무렇지 않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도훈이 인터폰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연결이 되자마자 입에는 담을 수 없는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 욕설을 아무렇게나 흘려 버린 도훈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시끄러웠다면 조심하겠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누가 봐도 정중한 태도였다.

―한 번만 더 하면 진짜 너 죽고 나 죽…….

인터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

도훈이 인터폰을 껐기 때문이다.

고개를 돌린 도훈은 한민국에게 말했다.

“이제 거의 교육이 끝나 가는 것 같네.”

“이게 교육이었어요?”

“뭐, 교육이라면 교육인 거지, 한 매니저 농구 한판 할까?”

말을 마친 도훈은 농구공을 튕겼다.

탕, 탕.

한참을 튕기던 도훈은 탁자 위에 수첩을 들었다.

수첩을 뒤적이던 도훈의 손이 멈췄다.

그곳에는 꽤 많은 이름이 적혀 있었다.

도훈은 그중 두 개의 이름에 선을 그었다.

현준만.

현준수.

사실 처음에는 현준수라는 인간을 못 알아봤었다.

현준만은 전생에 배신자가 회사를 빼앗아 가는 데 일조를 한 놈이었다.

소위 말하는 증권 브로커.

그리고 그 동생은 아예 인간 말종.

둘 때문에 잃어버린 시간과 인간 관계 그리고 돈이 얼마던가.

도훈에게는 전생처럼 많은 시간이 없었다.

적이 보인다면 여기서 끊고 가는 것이 맞았다.

슬쩍 CCTV를 확인해 보니 오늘 현준만까지 와 있었다.

지금 현준만은 끝까지 몰린 상태일 것이다.

이번에 세이든 건으로 몰락이라는 게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 줬다.

지금은 여러 명에게 쫓기는 상황이라는 것도 들었다.

지금 도훈의 전화 한 통이면 현준만과 현준수의 인생에는 큼지막한 금이 갈 것이었다.

어쩌면 그들의 멀쩡한 모습을 다시는 못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냥 여기서 끝내기에는 자신의 아티스트가 입은 대미지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전생에도 느낀 거지만, 갚아야 할 것을 그냥 넘어가면 자신에게 이자까지 붙어 넘어온다.

그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간에 말이다.

* * *

다음 날 저녁에도 도훈의 루틴은 똑같았다.

한민국은 도훈의 그런 모습을 보며 기가 찬 듯 천장을 올려다봤다.

도훈은 어제 했던 행동을 하나도 빠지지 않고 순서대로 실행했다.

도훈이 막 피아노를 쳤을 때였다.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디링.

도훈은 고개를 갸웃하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메시지는 다름 아닌 엄지연에게서 온 것이었다.

깜짝 놀란 도훈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도훈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었다.

그는 재빨리 어디론가 메시지를 보낸 뒤 한민국에게 말했다.

“한 매니저, 빨리 할머니 댁으로 가자.”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지금 시간에 왜요?”

“엄 비서님이 급하게 오래, 아무래도…….”

“아무래도 뭐요?”

“아니다, 일단 가자.”

도훈은 손에 든 농구공을 바닥에 아무렇게나 팽개치고 밖으로 나갔다.

도훈과 한민국이 차에 탔을 때, 인상이 험악한 사내들이 그들의 차를 지나쳐 갔다.

그들을 보며 어깨를 으쓱한 도훈이 한민국을 재촉했다.

“빨리 좀 부탁해.”

“네, 알겠습니다.”

한민국이 경례하는 시늉을 하며 시동을 걸었다.

외곽 도로를 달리던 한민국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아까 그 사람들 깡패 맞죠?”

“왜 그렇게 생각해?”

“인상이 험악하잖아요.”

“그분들 강력계 형사인데.”

“헉.”

한민국이 입을 크게 벌리자 도훈이 피식 웃었다.

도훈은 창가로 획획 지나가는 가로수를 바라보며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현준만을 그대로 놔두면 수천 명의 사람의 눈에서 피눈물을 쏙 뺀다.

도훈은 자신이 알고 있는 현준만의 죄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익명으로 넘겼다.

이 정도로 현준만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은 전생에 놈에게 죗값 치르게 한 것이 도훈이었다.

물론 현준만은 죗값을 치르게 했지만, 배신자와 도훈의 사촌들에게는 복수하지 못했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일은 현재에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일단 예방은 해야 했다.

상념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도훈의 눈에 장경자의 집이 들어왔다.

* * *

소파에 앉은 도훈은 눈을 크게 뜨고 장경자의 옆에 있는 노인을 바라봤다.

희끗희끗한 머리를 뒤로 넘긴 덕분에 이마의 주름이 더 선명하게 비쳤다.

대충 얼굴이 기억날 듯 말 듯 한 인물이었다.

그때 장경자가 입을 열었다.

“여긴 내 손자, 이도훈. 그리고 이 영감은 청풍의 백주영. 내가 소개를 했으니 서로 인사들 해.”

장경자의 말에 도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회장님.”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하는 것 보니 나를 아나 보군.”

“아닙니다, 이번이 처음 뵙는 겁니다.”

“그런데 바라보는 눈빛이 꼭 나를 알아보는 것 같은데…….”

“이 영감이 노망이 났나, 왜 남의 손자를 놀려.”

“허허, 내가 언제 놀렸다고 그러나?”

“지금 놀리는 게 아니면 뭐꼬? 자꾸 놀리면 가라 할 테니 빨리 본론을 꺼내.”

“알았다니까 성화는…….”

백주영은 손을 휘휘 저으며 시선을 다시 도훈에게 돌렸다.

그와 시선이 마주친 도훈이 어색하게 웃었다.

엄지연에게 미리 연락을 받지 않았다면 이렇게 웃지도 못했을 것이다.

한참을 말없이 눈싸움하던 백주영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

도훈은 아무 말 없이 마주 웃기만 했다.

한참을 웃던 백주영이 웃음을 멈췄다.

“괜히 의심했네, 그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회장님.”

“나는 미라클이 끼어든 줄 알고 걱정했지. 그래서 이 할멈하고 통화했는데, 무조건 잡아떼지 뭐야. 사실 통화를 하면서 조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긴 했어.”

“이해가 안 가다니요?”

“장 회장이 그런 푼돈에 눈독을 들일까? 하는 의문이었지.”

“…….”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그러니까…….”

백주영은 아무렇지 않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의 말은 간단했다.

이번에 신사옥을 올릴 곳이 바로 도훈이 매입했던 주택이라고 했다.

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누군가 대량으로 근처의 주택을 매입했고 그것이 알고 보니 장경자의 손자였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미라클이 개입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따지려고 전화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고 했다.

장경자가 딱 잘라 미라클과는 상관없다고 하자 청풍의 백주영은 그럼 손자라도 만나게 해 달라고 해서 이 자리가 마련되게 된 것이라고 한다.

백주영이 이 자리에서 확인할 것은 간단했다.

장경자가 관련되어 있냐였다.

그는 도훈과 장경자의 눈빛을 확인하고는 둘이 관련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제법 긴 설명을 이어 나가던 백주영이 헛기침을 하며 잠시 말을 끊었다.

“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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