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48)
평범한 사람이 봤다면 정신병자라고 할 수 있지만, 그의 콘텐츠에 참여하는 시청자나 현준수나 모두가 사회에서는 암적인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이 콘텐츠는 꽤 잘나갔다.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를 준다지만 누군가의 스트레스를 풀어 주는 역할도 같이하니 말이다.
뭐, 스트레스를 받는 쪽을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현준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꽹과리를 들었다.
평범한 소음으로는 이웃집에서 오지 않을 것이 뻔했다.
위층에 새로운 입주민이 왔다지만, 위층에 지금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아랫집인 일 층과 그 아래 반지하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자리를 피한 상태.
같은 라인이 아니라 건너편 집에서 항의가 들어오게 만들어야 했다.
챙, 챙.
방에서 치는 꽹과리 소리가 꽤 크게 들렸다.
그럴수록 현준수의 입꼬리는 올라갔다.
남들이 자신을 불편해하면 할수록 이상한 우월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현준수는 이곳에 이사 온 첫날을 잊을 수 없었다.
현준수는 앞으로 가끔 소음이 날 수도 있다며 이웃들에게 케이크를 돌렸었다.
예의 바른 사람이라 주변에서는 얼마나 칭찬하던지.
현준수가 본색을 드러내자 그들은 그제야 그것이 독이 든 케이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그에게는 콘텐츠였다.
반전을 맛보고 절망한 이웃들의 표정이 얼마나 흥분되던지.
현준수가 무아지경으로 소음을 일으키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
그곳에서는 그의 형인 현준만이 악귀같이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현준수는 자신도 모르게 동작을 멈추었다.
그때였다.
시선이 마주친 현준만은 들고 있던 맥주캔을 던졌다.
반쯤 맥주가 남은 캔이 현준수의 안면에 작렬했다.
퍽!
얼굴을 중심으로 맥주가 튀었다.
현준만이 방문을 닫으며 말했다.
“생각할 게 있으니 좀 조용히 해라.”
순간 현준수는 뒤쪽에 카메라를 바라봤다.
현준수는 재빨리 소매로 맥주를 닦아 내며 마이크를 잡았다.
“아, 쏘리. 이웃이 제 방문을 열고 들어왔으니, 이건 초과 달성이죠, 하하.”
어색하게 웃는 현준수의 눈이 커졌다.
―후원금 500원이 도착했습니다.
“아니, 50만 원 준다고 해 놓고 양아치네.”
흥분한 현준수가 카메라를 노려봤다.
그 눈빛이 카메라에 전달된다.
그때 50만 원을 약속했던 시청자의 채팅이 올라왔다.
―나는 더 잘할 수 있는데.
그 채팅을 본 현준수가 눈을 파르르 떨었다.
“아, 쓰벌, 너 죽을래? 한판 붙자는 거야?”
다시 채팅이 올라왔다.
―그래 한판 붙자.
순간 채팅창은 불이 났다.
―어디 둘이서 붙어 봐라.
―와, 소음 대마왕한테 도전하는 사람이 있네.
―이거 꿀잼 각인데.
수없이 올라오는 채팅에 현준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현준수는 방송을 끄고 조용히 창밖을 바라봤다.
갑자기 밀려드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방송에서 자신을 도발한 빌어먹을 놈 때문은 아니었다.
상대가 한판 붙자고 했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신이 어디 사는지 상대가 알 방법도 없었고 상대가 어디에 사는지 현준수도 알 수 없었다.
지금 그가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주변이 너무 조용했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의 소음이라면 옆 건물에서라도 쫓아와야 정상인데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
창밖을 바라보던 현준수의 불안감은 더욱 심해졌다.
가까이 붙어 있는 집들의 불이 모두 꺼져 있기 때문이었다.
현준수는 불안한 마음에 옆쪽에 있는 쇠구슬을 잡았다.
그 쇠구슬은 욕조에 넣고 굴리는 용도였다.
다시 소음을 일으키고 싶은 충동이 든 것이었다.
자신의 욕조에서는 구슬 구르는 소리만 울리지만, 밑에 집에는 미칠 듯 울릴 것이었다.
하지만, 쇠구슬을 잡은 현준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랫집에는 사람이 없고 형 현준만이 와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쇠구슬 굴러가는 소리가 울렸다.
또르르륵.
어디서 울리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때 그의 형 현준만이 방문을 열었다.
“준수야, 한 번만 시끄럽게 하면 죽인다.”
“제가 그런 게 아니…….”
“쓰벌, 진짜 죽는다고.”
“네, 형님.”
현준수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쿵쾅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쿵쿵.
그것도 잠시 소리가 바뀌었다.
끼기긱.
마치 수레를 끄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현준수는 조용히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때였다.
다시 소리가 바뀌었다.
꽈과광.
마치 가구를 고의로 쓰러뜨리는 것 같은 소리였다.
이 모든 소음을 현준수는 명확히 구분할 수 있었다.
자신이 내던 소음이니 구분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했다.
그 소리가 점점 커졌다.
자세히 보니 천장에서 먼지가 살짝 내려왔다.
“아, 쓰벌.”
그때 다시 소음이 멈췄다.
하지만 그때부터였다.
소음은 끊이지 않고 천장에서 울렸다. 아니, 천장인지 벽인지 아래쪽인지도 구분이 안 되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자, 현준수의 눈은 시뻘게져 있었다.
눈만 시뻘건 것이 아니었다.
뺨도 벌게져 있었다.
그가 소음을 냈다고 착각한 그의 형 현준만이 그의 뺨을 갈겼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계속 소음이 울린다.
현준만은 헤드폰을 눌러쓴 채 술에 취해 소파에 잠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현준수는 참을 수 없었다.
이것은 그에게 수치였다.
다른 이들이 자신을 통제할 수 없어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은 있을 수 없었다.
“쓰벌, 이제는 못 참겠다.”
현준수는 욕을 대차게 내뱉고 콧김을 내뿜으며 밖으로 나갔다.
시간을 보니 자정이었다.
이 시간까지 저러는 건 분명 고의였다.
자신이 이제까지 했던 행동은 그의 머릿속에 없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소음은 스트레스 그 자체였다.
위층으로 올라간 현준수는 벨을 눌렀다.
딩동, 딩동.
하지만 안쪽에서는 그 어떤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현준수는 문을 마구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쪽에서 응답이 없었다.
현준수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준 사람의 얼굴을 확인해야 했다.
쿵, 쿵.
얼마나 지났을까.
그의 손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아래쪽에서 누군가가 올라왔다.
터벅터벅.
발걸음 소리에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보니 지금 올라오는 사람은 경찰이었다.
순간 현준수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마침 잘 왔습니다, 위쪽에서 얼마나 떠드는지.”
“죄송하지만, 신고받고 왔습니다.”
“그러니까, 하도 떠들어서…….”
“그게 아니라 무단침입 시도가 있었다고…… 일단 이 영상부터 보시죠.”
경찰은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그곳에는 문을 두드리는 현준수가 찍혀 있었다.
현준수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이전에는 없던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 * *
다음 날 아침 장경자의 집.
장경자는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그 모습에 엄지연이 물었다.
“회장님, 괜찮으세요?”
“괜찮아, 그런데 엄 비서가 한 말 사실인가?”
“막내 도련님이 오십억 다 쓴 거 말씀이시죠?”
“그래, 내가 약속대로 오십억을 주긴 줬는데, 그걸 다 쓸 줄은 몰랐네, 대체 어디에 쓴 줄 아나?”
“일단 은행에서 잔고가 빠져나간 것만 확인했어요. 돈이 흘러 들어간 곳은 조금 기다리셔야…….”
그때 엄지연의 핸드폰이 울렸다.
띠디딩!
그 알림 소리에 엄지연이 재빨리 메시지를 확인했다.
메시지를 확인한 엄지연이 화면을 장경자에게 보여 줬다.
순간 장경자의 눈이 커졌다.
“뭐라고? 부동산을 샀다고?”
“네, 보신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평범한 물건이 아닌듯하네요.”
엄지연의 보고에 장경자가 눈매를 좁혔다.
“평범하지 않다니 그건 무슨 말일까, 엄 비서?”
“제가 물건에 대해서 알아보기도 전 일산 백 회장님의 전화가 먼저 왔습니다.”
“일산의 백 회장? 혹시 청풍 건설 백 회장 말하는 걸까?”
“네, 그 백 회장님이에요.”
“그 양반이 왜 나한테 전화를 해? 지난번 모임에서 삐져서는 가 놓고.”
“그때야 회장님이 너무하셨죠.”
“내가 뭘 너무해, 가수 하면 강영웅 말고 또 누가 있어?”
“아니, 그쪽 취향도 존중해 주셔야죠. 강영웅 나오지 않는다고 채널 돌리신 건 좀 너무하셨죠.”
“그런가?”
“네, 객관적으로 그래요.”
“아니, 엄 비서가 왜 객관적이어야 해?”
“호호, 뭐, 그렇다는 이야기죠. 백 회장님이 이번 일로 화가 단단히 나셨더라고요.”
“자세히 설명해 봐.”
“청풍에서 눈독 들인 곳에 미라클에서 알박기했다고 하던데요.”
“엄 비서야, 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막내 도련님이 이번에 산 주택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도훈이 그놈이 청풍에서 눈독 들인 땅에 알박기했다는 거지? 내가 돈에 눈은 없다고 해도 품위는 지키라고 했건만, 어떻게 알박기를…….”
장경자가 팔짱을 끼고 창밖을 바라봤다.
진지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던 장경자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 모습에 엄지연도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장경자가 돈에는 눈이 없어도 품위를 지키라는 말은 남의 돈을 쓸 때였다.
이번 건은 도훈이 내기에서 얻은 자금으로 투자한 것이었다.
엄지연은 장경자가 이렇게 미소를 보인 것이 정말 만족스러웠다.
도훈의 부모님이 세상을 뜨고 나서는 저런 미소를 보인 적이 없으니까.
엄지연은 요즘 들어 보인 도훈의 변화가 기분 좋았다.
그때 엄지연이 뭔가 생각난 듯 손뼉을 쳤다.
짝!
그 소리에 장경자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손뼉을 친 엄지연은 벌써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진 후였다.
엄지연이 다시 나타난 것은 정확히 3분 후였다.
엄지연은 상자 하나를 가지고 와서 장경자의 앞에 놓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장경자가 고개를 갸웃하자 엄지연이 설명을 시작했다.
“이건 막내 도련님이 어제 맡겨 놓고 가신 거예요.”
엄지연이 상자를 열자 조그만 시계 하나가 나왔다.
그 시계를 본 장경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뭐냐? 엄 비서.”
“이거 도련님이 외국에서 가져온 시계라고 하던데요.”
“시계라…….”
장경자는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시계를 바라봤다.
엄지연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손목에 아무것도 차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런데 왜 그놈이 이걸 선물로 보내왔다는 거냐? 그냥 떡이나 사 오지 않고?”
“도련님도 그건 알고 있죠.”
“그런데 왜 시계를…….”
“이거 보통 시계 아니에요. 저도 설명서 읽다가 조금 늦게 드린 거고요.”
“보통 시계가 아니라고?”
장경자의 눈이 커졌다.
그 모습에 엄지연이 설명을 이었다.
“이건 건강을 체크해 주는 시계라네요, 혹시라도 몸에 이상이 생기면…….”
말을 멈춘 엄지연은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다.
그 모습에 장경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엄 비서야, 그건 왜 꺼내?”
“이 시계랑 제 핸드폰이랑 같이 연결이 된대요.”
“음…….”
장경자는 의심 가득한 눈으로 엄지연을 바라봤다.
그것도 잠시 그녀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시계를 손목에 찼다.
자신을 구속하는 것은 몸에 걸지 않는다는 것이 신조였지만, 호기심에 손목시계를 차 본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