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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44화 (44/250)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44)

발음도 잘 안 되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방울방울 맺혀 있었다.

얼마나 한이 많으면 아이가 저런 표정을 지을까?

아이는 엄마보다 맺힌 한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도훈은 자신도 모르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생이 많구나, 이름이…….”

“짱현이에요, 김짱현.”

녀석의 말에 엄마가 재빨리 정정했다.

“장현이에요, 아직 발음이 서툴러서…….”

“괜찮아요.”

도훈은 손을 흔들며 장현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며 말을 이었다.

“참, 장현아 이거 아저씨가 주는 용돈이니까 받아.”

“엄마가 낯선 삼쫀 건 받지 말라고…….”

“엄마랑 얘기하는 삼촌은 낯선 삼촌이 아니잖아.”

“그건 그런데요…….”

“이거 받고 이건 누나한테 줘.”

도훈은 지폐 한 장을 더 건넸다.

그 모습에 한민국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실장님은 어떨 때 보면 할아버지 같다니까요?”

“뭐라고?”

“아, 아니에요.”

한민국이 재빨리 옆으로 한 칸 자리를 옮겼다.

도훈은 시선을 거두고 장현이 엄마를 바라봤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좀 들어 볼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장현이 엄마는 그들의 기구한 사연을 늘어놓았다.

불과 십 일 전까지만 해도 그들의 집은 산속의 암자처럼 조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층에 사는 부부가 이사 오면서 소음이 점점 늘어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꽤 길어졌다.

장현이 엄마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설명을 하면서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장현이 엄마의 설명에 도훈은 몇 번이고 천장을 올려다봐야 했다.

그때 다시 소음이 울렸다.

호오우.

호오우, 짝짝.

마치 응원하는 듯한 함성이 천장에 쩌렁쩌렁 울렸다.

목소리는 얼마나 큰지 천장에서 나오는지 벽에서 나오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대형 극장의 돌비사운드를 연상시키는 목소리.

장현이 엄마가 한숨을 쉰다.

“휴, 맨날 저래요.”

“혹시 오늘 축구 경기 있나요?”

“저도 모르겠어요, 녹화 방송을 보는 거지 뭔지…….”

장현이 엄마의 신세 한탄은 계속 이어졌다.

위층 빌런의 문제는 밤낮이 없다는 점이었다.

경찰까지 왔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는 점.

그렇게 한바탕하고 나면 다음 날은 더 심해진다는 것이 장현이 엄마의 설명이었다.

도훈이 윗집에 올라가서 대화해 보겠다고 했을 때 올라가지 말라고 말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괜히 윗집에 찾아갔다가는 더 심한 보복을 당할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녀는 이사 가고 싶어도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서 힘들다고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 듣고 난 도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중재 기관에 부탁했는데도 소용없어요. 일이 밀려서 두 달 뒤에나 온다고 하고 법적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고요.”

“혹시 필요하시면 변호사라도…….”

“저희 바깥양반이 변호사예요.”

“아, 그러셨구나.”

도훈은 할 말을 잃었다.

그때 다시 소음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소음이었다.

뭔가 바닥을 긁으며 나가는 소리가 들리던가 싶더니 갑자기 천장에 무너지는 듯한 소음이 울렸다.

꾸아앙!

그 소음에 도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장현이 엄마가 한숨을 내쉬며 처량한 눈으로 도훈에게 말했다.

“부탁이에요, 윗집 신경은 긁지 말아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도훈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가장 큰 피해자가 이렇게 부탁하니 예라고 대답 안 할 수는 없었다.

뭐,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문제는 해결해야 했다.

시험 문제를 받았으면 최소한 찍기라도 해야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던가.

* * *

도훈은 조용히 이 층으로 올라가려다가 계단 중간에서 멈췄다.

갑자기 수첩이 빛을 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도훈은 수첩을 꺼내 확인했다.

빛을 내고 있는 것은 전체가 아닌 일부분이었다.

도훈은 수첩을 휘릭 넘겨 빛이 나는 페이지를 찾았다.

도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

빛이 나는 글자는 누군가의 이름이었다.

그것은 원한이 있던 사람을 적어 놓은 페이지에 있었다.

<현준만>

도훈은 입꼬리를 올렸다.

이것은 소음을 내는 이가 원수와 관계 있다는 말이었다.

도훈은 수첩을 조심스럽게 재킷 안쪽에 넣었다.

이건 수첩 주제에 내비게이션 기능까지 있는 모양이었다.

도훈은 위층으로 올라가서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자세히 보니 이 층에 사는 입주자는 상당히 개방적인 사람이었다.

무슨 자신감인지는 몰라도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었다.

도훈은 호기심에 슬쩍 안쪽을 들여다봤다.

순간 도훈은 입을 딱 벌려야 했다.

방금 소음의 정체는 거구의 사내가 거실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소리였다.

못해도 몸무게 100kg에 키는 185는 돼 보이는 사내였다.

누가 보면 운동선수라고 생각할 정도의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지금도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다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서 타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더 웃긴 것은 헬멧을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넘어질 때 더 큰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드드득.

쾅!

헬멧이 바닥에 부딪치자 마치 볼링공을 떨어뜨리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도훈이 그 장면을 넋을 잃고 볼 때였다.

사내가 일어나더니 헬멧을 벗었다.

“뭘 그렇게 보슈?”

“재미있어서 잠시 봤습니다.”

“그럼 가던 길 가슈.”

“혹시 지금 뭐 하는 건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도훈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이 호기심은 진심이었다.

고개를 갸웃하던 사내는 도훈의 눈빛이 마음에 들었는지 활짝 웃었다.

“하하, 너튜브라고 알려는가 모르겠네.”

“그럼 알죠.”

“내가 거기 유명한 스트리머요. 내 구독자가 얼마나 많은데.”

“얼마나 많으신데요?”

“무려 십만이라니까, 십만.”

“와, 엄청난 분이시네요.”

도훈이 고개를 끄덕이자 사내는 더욱 신이 나 떠들었다.

“이게 밤낮 안 가리고 방송을 해서 만든 거라니까. 그럼 시간 없으니 빨리 가던 길 가슈.”

“죄송한데 하나만 더 물어봐도 될까요?”

도훈이 묻자 사내는 미간을 좁혔다.

“급하니까 빨리 물어보슈.”

“선생님, 혹시 축구 경기도 중계하시나요? 아무리 봐도 오늘은 중계가 없는 날인데 아까 응원하는 소리가 들려서요.”

도훈은 안쪽을 살짝 살펴봤다.

그 모습에 사내가 피식 웃었다.

“아, 이 양반 그것 때문에 왔을지는 몰랐네.”

“그것 때문이라니요?”

“내가 우리 강아지랑 노는 소리라니까.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고 후딱 가보슈.”

말을 마친 사내는 뒤를 돌아 강아지를 부르기 시작했다.

“쫑아, 이쪽, 호우! 호우!”

목소리가 터질 듯 외치는 사내 덕분에 복도의 천장까지 울렸다.

마지막으로 살짝 안쪽을 들여다보니 러닝머신에 봉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도훈은 조심스럽게 사내를 바라봤다.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한민국이 슬쩍 끼어들었다.

“사실은 제가 지하층에 있는 아이들의 삼촌이에요.”

“아, 그럼 진작 말씀하시지.”

사내는 살짝 말투가 변했다.

아마도 이전의 말투는 방송 콘셉트인 것 같았다.

그 모습에 한민국은 자신이 붙은 듯 말을 이었다.

“저 밑에 집을 생각해서 층간 소음 좀 신경 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람요, 당연히 조심해야죠.”

“아, 감사합니다.”

한민국이 활짝 웃자 사내도 가슴을 팡팡 두드리며 답했다.

“에고, 그동안 미안해서 어째요. 앞으로는 조심할 테니 걱정 놓으십쇼.”

사내는 씩 웃으며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자 한민국이 어깨를 쫙 펴며 말했다.

“이렇게 말하면 될걸요. 왜 탐정처럼 캐묻기만 하셨어요? 실장님.”

“한민국.”

“네, 실장님.”

“왜 그랬어?”

“왜 그러다니요? 남들이 못하는 말 제가 대신한 거잖아요.”

“한 매니저 말 들을 사람이면 밑에 집이 저 상태겠어?”

“그야…….”

그때였다.

이전보다 더 큰 소음이 복도까지 울려 퍼졌다.

우르릉, 쾅!

마치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였다.

그 소리에 계단을 내려오던 한민국이 크게 입을 벌렸다.

“아, 어떻게…….”

“아까 장현이 엄마가 또라이라고 했잖아, 애들 얼굴 보면 모르겠어?”

“아까 분명히 조심한다고 그랬는데…….”

한민국은 말끝을 흐리며 힐끔 뒤를 돌아봤다.

일 층까지 온 도훈은 발걸음을 멈췄다.

일 층에 있는 장현이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시선이 마주치자 장현이 엄마가 멋쩍게 웃었다.

“저희는 괜찮아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잠시 나가 있어야 할 것 같네요.”

“장현이 어머님, 잠깐 드릴 말씀이 있는데 괜찮을까요?”

“말씀하세요.”

“혹시 경찰을 불러도 똑같은가요?”

“네, 똑같아요. 그리고 그분들도 와서 해 줄 게 없다고 하네요.”

“이렇게 시끄러운 게 느껴지는데도요.”

“얼마나 황당한지 경찰들이 오면 조용해요. 그리고 녹화시켜 놨더니 그걸로는 증거가 안 된다고…….”

장현이 엄마는 다시 한탄을 늘어놓았다.

오죽 답답했으면 경찰들의 대화까지 모두 녹음해 놨다고 했다.

그녀와 대화를 끝낸 도훈은 이지유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따 늦지 말고 회의실로 와.”

“이왕 잠이 깬 김에 지금 저도 나가면…….”

“그냥 쉬었다가 와, 나는 들를 곳이 있으니까.”

“들를 곳이라니요?”

“그건 나중에 얘기해 줄 테니, 일단 나와.”

말을 마친 도훈은 빠른 걸음으로 근처를 배회했다.

뒤쪽에서 도훈을 따라가던 한민국이 다급하게 물었다.

“실장님, 지금 어디를 가시는 거예요?”

“공인중개사 사무실 찾고 있어.”

“헉, 공인중개사는 왜요?”

“왜긴 왜야? 집 사려고.”

“집은 왜 사요? 집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 동네에 실장님이 살 만한 집은 없는 것 같은데요.”

한민국의 머릿속에는 계속 의문이 쌓여 갔다.

갑자기 이렇게 나와서 집을 산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 도훈이 씩 웃으며 손짓했다.

“한 매니저는 그냥 나만 믿고 따라와.”

“일단 알려 주시면 안 될까요?”

“내가 살 집 찾는 거야.”

“헉.”

한민국이 깜짝 놀라 묻자 도훈은 조용히 부동산 중개업소 중 한 곳을 골라 들어갔다.

도훈은 여러 곳을 들러서 주변 시세를 묻고 나오기를 반복했다.

한민국의 기가 다 빠질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시장 조사만 하고 나온 도훈은 어디론가 메시지를 보냈다.

* * *

도훈과 한민국은 땀을 뻘뻘 흘리며 유레카에 도착했다.

시간을 확인한 도훈은 재빨리 유레카의 대회의실로 도착했다.

덜컹.

문을 열고 회의실로 도착하니 정재웅과 김다솜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그들은 눈을 빛내며 기획서를 넘기고 있다.

도훈은 방해될까 조심하며 그들의 맞은편에 앉았다.

정재웅과 김다솜은 도훈이 온 줄도 모르고 기획서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도훈은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도의 열정이 있으니 영화를 성공시킨 것이 분명했다.

한참 동안 기획서를 보고 대화를 나누던 김다솜이 그제야 도훈을 확인했다.

“앗, 도훈 오빠.”

“잘 지냈어 김 작가? 정 감독님도 잘 지내셨죠?”

도훈은 김다솜과 정재웅에게 차례대로 인사를 건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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