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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43화 (43/250)
  •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43)

    메시지를 확인한 도훈이 말을 이었다.

    “할머니 말씀이 맞는 것 같네요.”

    “그게 무슨 말이냐?”

    “휘발유를 안고 불로 뛰어드는 것과 똑같다는 거요.”

    “대체…….”

    “혹시 그 회사에 손을 대셨다면 지금 기사 보세요.”

    도훈이 이도준의 핸드폰을 가리켰다.

    이도준은 다급하게 핸드폰을 확인했다.

    장경자를 만날 때면 항상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 두는 버릇이 있었다.

    개인적인 핸드폰으로 연락 올 곳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기에 불편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 수십 개가 찍혀 있었다.

    순간 이도준은 가슴이 방망이질 쳤다.

    이도준은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이도준이 사라지자 장경자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네 계획이었느냐?”

    “저는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일부러 소문낸 게 아니더냐?”

    “설마요…….”

    “그래 이번에는 믿어 주마. 하지만 가족에게 함부로 총질하는 건 아니란다.”

    “제 목을 베려고 해도요? 칼이 제 목까지 날아와도요? 그건 할머니가 원하는 게 아니잖아요.”

    “…….”

    장경자는 말없이 도훈을 바라봤다.

    뭔가 옛 기억을 떠올리는 듯 은근히 깊어진 눈빛으로.

    잠깐 도훈을 바라보던 장경자가 말을 이었다.

    “지금 보니 네 아비랑 똑같구나. 목에 칼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면 그건 아니 될 말이지.”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일도 도준이 형이 저한테 신경을 안 썼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 알았다. 내 약속은 지켜 주마.”

    “감사해요, 할머니.”

    도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그때 통화를 마친 이도준이 들어왔다.

    이도준의 얼굴을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핸드폰을 잡은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이 아무래도 큰일이 생긴 듯 보였다.

    그때 장경자가 도훈과 이도준을 번갈아 보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 손해를 본 액수는 네 주식을 팔아서 메꾸도록 해라.”

    “네?”

    이도준의 눈이 한없이 커졌다.

    그 모습에 도훈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표정 관리가 잘 안 되어서였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도훈이 주식으로 벌긴 했지만, 이도준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말하자면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한 것이었다.

    물론 다른 세력이 들어 있었다.

    회광반조라는 말이 있다.

    해가 지기 직전에 일시적으로 햇살이 강하게 비추어 밝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종목도 사라지기 전에 불꽃을 뿜었었다.

    여기까지는 전생의 기억이고 그중 양념 하나가 살짝 들어갔다.

    물론 그 양념이 바로 이도준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장경자가 주기로 한 50억을 이도준의 주머니에서 빼서 주기로 했다는 점이었다.

    * * *

    삼 일 후.

    초원의 집 제작을 위한 첫 번째 모임이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본래 같이 만나서 정재웅과 김다솜이 있는 음식점으로 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연락이 끊긴 것이었다.

    그 덕분에 도훈과 한민국은 조금 일찍 이지유의 집에 도착했다.

    딩동!

    벨을 눌러도 안에서는 묵묵부답.

    묘한 분위기에 도훈은 불안한 듯 문을 바라봤다.

    이지유가 연락을 끊을 이유가 없었다.

    거기에 지금은 모든 일이 해결된 상태.

    도훈이 팔짱을 끼고 안에서 반응이 있기를 기다릴 때였다.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형아.”

    고개를 돌려보니 이강민이 도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강민을 본 도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강민의 상태가 좀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이강민의 얼굴이 마치 좀비처럼 변해 있었다.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진하게 물들어 있었고 피부는 푸석푸석했다.

    거기에 더해 목소리에는 며칠을 굶은 것처럼 힘이 없었다.

    도훈이 다급하게 물었다.

    “강민아, 괜찮아?”

    “전 괜찮아요.”

    “꼭 며칠 동안 못 잔 것 같은데…….”

    “네, 맞아요.”

    “그게 무슨 말이야, 며칠 동안 못 잤다고?”

    “네, 며칠 동안 못 잤어요. 저도 졸려서 일단 잠부터 자야 할 것 같아요.”

    이강민은 힘없이 걸어가 문을 열었다.

    딸깍.

    자물쇠가 열리고 문을 열자 안쪽은 고요하기만 했다.

    조심스럽게 이지유의 방으로 가 본 도훈은 눈을 크게 떴다.

    이지유는 화장대에 엎드려 잠들어 있었다.

    마스카라를 손에 꼭 쥐고 있는 것으로 봐서 무엇을 하다가 잠들었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이지유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위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둥, 둥.

    쾅, 쾅.

    마치 공사를 하는 듯한 소음에 도훈이 눈을 가늘게 뜨자 이강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휴, 또 시작이네요, 오늘도 자긴 글렀네.”

    “그게 무슨 말이야?”

    도훈이 급하게 묻자 이강민이 마른세수를 한번 하더니 말을 이었다.

    “새로 이사 온 집이 너무 시끄러워서요. 누나도 지금 일주일째 잠을 못 자고 있어요.”

    “헉, 그런 일이……. 얘기는 해 봤어?”

    “해 보긴 했는데…….”

    “뭐라고 하는데?”

    “신경 끄라고 했다고 누나가 그러더라고요.”

    “황당하네.”

    도훈의 표정이 고구마를 몇 개 먹은 것처럼 바뀌었다.

    인상을 찌푸린 도훈은 못 참겠다는 듯 천장을 바라봤다.

    다시 소음이 울려 퍼졌다.

    다다닥.

    쿵, 쿵.

    탭댄스를 추는 건지 아니면 공사를 하는지 모를 정도의 소음이었다.

    천장이 울리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이 울릴 것 같은 저 소음은…….

    도훈은 미간을 좁히며 힐끔 천장을 올려다봤다.

    얼마나 뛰어다니는지 전등 모서리에 먼지가 풀풀 날린다.

    도훈은 손을 휘휘 저어 먼지를 몰아냈다.

    그러고는 조용히 이지유의 방을 나갔다.

    만약에 이런 상태가 일주일 넘게 계속되었다면?

    이지유와 이강민이 살아 있는 게 용했다.

    더욱이 이지유는 아직 심리적인 안정을 찾지 못한 상태.

    소속 아티스트의 건강을 위해서도 이 일은 신속히 처리해야 했다.

    도훈이 밖으로 나오자 뒤쪽에서 한민국이 재빨리 소매를 잡아끌었다.

    “실장님, 뭐 하시게요?”

    “뭘 하긴 가서 따져야지.”

    “층간 소음은 나라도 해결하지 못하는 건데 어떻게 해결하시려고요.”

    “잠깐 놔 봐.”

    “일단 생각 좀 하고 올라가시는 게…….”

    “올라가서 생각해 보는 게 맞지 않을까?”

    도훈이 소매를 뿌리쳤다.

    뒤쪽에서 화들짝 놀란 이지유도 뛰쳐나왔다.

    “잠시만요.”

    “일단 쉬고 있어.”

    도훈은 재빨리 문을 닫고 위층을 향해 올라갔다.

    뒤쪽에서는 알 듯 말 듯 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거기가 아닌…….”

    하지만 도훈은 이지유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올라갔다.

    이지유의 집은 반지하.

    소음이 나는 곳은 일 층이었다.

    도훈은 마음이 급한 듯 계단을 두세 개씩 껑충 뛰어 올라갔다.

    도훈은 남들처럼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루를 사흘처럼 살아야지 계산이 맞았다.

    자신의 아티스트를 하루빨리 스타로 만들어야 하는데, 거기 걸림돌이 있다면?

    그 걸림돌을 신속히 제거하는 것이 맞았다.

    * * *

    계단을 올라가던 도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공사 현장을 방불케 하던 소음이 멈췄기 때문이다.

    층간 소음이 사람을 괴롭게 만드는 것이 불규칙적이라는 것이다.

    도훈은 최대한 감정을 추스르고 일 층의 현관 앞에 섰다.

    딩동.

    초인종 소리가 울리자 문 안쪽에서는 발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자 머리를 질끈 동여맨 여자 하나가 눈동자만 빼꼼 내민다.

    “누, 누구세요.”

    경계하는 눈빛에 도훈은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

    “아래층에서 왔습니다.”

    “네?”

    “아래층에 사는 건 아니고 강민이 삼촌입니다.”

    “아, 그러시구나. 그런데 무슨 일로…….”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도훈의 표정을 살폈다.

    도훈은 그런 그녀를 보며 기가 막혔다.

    이 정도로 뛰었으면서 저리 천진난만한 얼굴을 하고 있다니!

    도훈은 바로 본론을 꺼내기로 했다.

    “층간 소음 때문에 상의드리려고 왔습니다.”

    “아, 그럼 잠시 들어오실래요. 저희도 지금 층간 소음 때문에 힘들어서요.”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도훈은 여자의 안내를 받아 의자에 앉았다.

    도훈과 한민국이 자리에 앉자 여자는 믹스 커피를 그들의 앞에 내려놨다.

    “일단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때였다.

    도훈의 뒤쪽에서 조그마한 아이들 둘이 고개를 내밀고 바라본다.

    둘이 고개만 내밀고 도훈을 바라보는 모습이 마치 미어캣 같았다.

    도훈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저 아이들의 순진한 미소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아무리 귀여워도 아래층이 죽어나는지도 모르고 날뛰는 녀석들은 악마라고 최면을 걸었다.

    도훈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이들이 예쁘네요.”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저희도 층간 소음 때문에 힘드네요. 윗집 층간 소음 때문에 오신 거 맞죠?”

    “아, 맞긴 한데…….”

    도훈은 슬쩍 말끝을 흐렸다.

    유체 이탈 화법은 대체 뭐란 말인가?

    원인이 된 자신의 집을 이렇게 객관적으로 표현하다니!

    슬쩍 옆을 보니 한민국은 작게 고개를 저으며 나가자고 눈짓한다.

    아무래도 상대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일단 이곳에 들어온 이유, 바로 자신의 아티스트인 이지유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본론을 꺼내야 했다.

    “사실 강민이하고 지유가 일주일 동안 잠을 설쳐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어요. 그래서 부탁드리려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저희도 윗집에 계속 말하긴 했는데…….”

    말끝을 흐린 아이 엄마가 고개를 흔든다.

    뭐지?

    이쯤 되니 서서히 상대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혹시 지금 말씀하시는 위층이 이 층 말씀하시는 건가요?”

    도훈이 천장을 가리켰다.

    그 모습에 아이 엄마가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모르고 오신 거예요?”

    “모르다니요? 강민이 보러 왔다가 천장이 너무 울려 대서 양해 좀 부탁드리려고 온 건데요.”

    “아, 그러셨구나. 그거 우리 때문이 아니에요.”

    “네?”

    도훈은 황당한 듯 아이 엄마를 바라봤다.

    그때였다.

    쿵, 쿵.

    딴딴, 타다닥!

    이전에 비해 두 배는 더 되는 소음이 천장에서 울려 퍼졌다.

    도훈과 한민국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아이 엄마를 바라봤다.

    아이 엄마는 마치 득도한 고승처럼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때 얼굴을 삐쭉 내밀고 있는 남매가 아이 엄마를 향해 달려왔다.

    “엄마, 무서워.”

    “귀가 나갈 것 같아.”

    아이 엄마는 남매를 품에 안고 다시 눈을 감았다.

    도훈은 그들과 천장을 번갈아 가면서 바라봤다.

    전쟁 영화에서나 들을 수 있는 사운드였다.

    만약에 음향 감독 중 누가 왔다면 이 소음 유발자를 스카우트할지도 모를 정도의 소음이었다.

    그때 오디오의 전원을 끈 것처럼 소음이 멈췄다.

    그제야 두 남매가 엄마의 품에서 떨어진다.

    도훈이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진짜네요, 소음의 원인이 여기가 아니라 위쪽이었네요.”

    “네, 맞아요.”

    “죄송합니다, 저는 그것도 모르고 괜히 여기로 와서 불편을 끼쳐 드렸네요.”

    “아니에요, 잘 오셨어요. 위쪽을 올라가실 필요 없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또라이거든요.”

    아이를 앞에 두고 하는 말치고는 과격했다.

    그때 남매 중 사내아이가 말했다.

    “그냥 나쁜 사람이 아녜요, 삼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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