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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40화 (40/250)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40)

이도민이 가리킨 곳은 유레카가 있는 곳이었다.

그 모습에 이도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솔직한 네가 나는 마음에 든다.”

“저도 감정을 숨기지 않는 형님이 항상 좋습니다.”

“그럼 오늘 술이나 한잔하러 갈까?”

“좋죠.”

“그럼 강남으로…….”

“콜입니다.”

이도민이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 * *

홍보팀의 곽수정 대리는 지금 미칠 지경이었다.

갑자기 전화가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는 미리 내려온 지시도 없었다.

아무런 홍보 자료도 없는데 내부적으로 쉴 틈 없이 문의 전화가 오고 있었다.

문의 내용은 크게 작품과 유레카의 경영에 관한 것이었다.

그것은 정여진과 이지유가 독립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진짜냐?

그 작품에 투자하는 것이 사실이냐?

거기에 이번 작품을 연출할 감독에게 거액의 계약금을 제시했다는 소문을 확인하려는 연락이 끊이지 않았다.

몇몇 사이트에서 가십 기사들이 돌긴 했어도 회사 내부에서 이렇게 소문이 돈 적은 없었다.

거기에 더해 유레카가 우회 상장을 위해 기업 하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었다.

이런 비밀 이야기가 회사에 왜 떠돌아다닌다는 말인가?

그때였다.

한유라가 도넛 박스를 들고 곽수정 대리 쪽으로 걸어왔다.

곽수정 대리는 다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한유라는 아무렇지 않게 곽수정 대리의 책상에 기댔다.

“안녕, 곽 대리.”

“아, 안녕하세요.”

곽수정 대리가 마지못해 인사를 받자 한유라는 들고 온 도넛 박스를 책상 위에 올려놨다.

“이거 먹어 가면서 일해.”

“정보만 캐 가시고 별거 없으면 뺏어 가실 거잖아요.”

“아니야. 사람을 뭐로 보고 그래, 곽 대리.”

한유라가 손을 휘휘 저었다.

“강한 부정은 긍정 아닌가요? 며칠 전에도 줬다가 다 뺏어 가셨잖아요.”

“내가?”

“네, 팀장님이요. 내가 헛것을 봤나요?”

“에이, 그때는 내가 정신이 없었나 보네, 그때는 그때고 이것도 먹어.”

한유라는 다른 손에 들고 있는 커피를 올려놨다.

그때였다.

곽수정 대리 앞에 전화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딱 보니 내선을 나타내는 램프가 반짝인다.

곽수정 대리가 전화를 받으려고 할 때였다.

누군가가 전화선을 뽑았다.

툭.

곽수정 대리와 한유라 팀장은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는 7팀의 도훈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놀란 곽수정 대리가 물었다.

“실장님, 전화선을 뽑으시면 어떻게 해요?”

“지금 전화 받아도 딱히 할 말은 없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곽수정 대리는 말끝을 흐리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딱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홍보팀은 남들의 부러움을 한눈에 받았다.

사실대로 말하면 일이 없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점심을 먹고.

다시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퇴근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사명이 바뀌고 새 대표가 오더니 회사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연예인이라고는 딱 두 명이 추가로 영입되었을 뿐인데 이건 점심을 먹을 틈도 없었다.

물론 그 연예인 중 강영웅이 포함되어 있기에 이해가 될 일이기도 했다.

이제는 홍보팀 인원 둘만 가지고는 버티기가 힘들었다.

내일이라도 충원을 해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현업에 있는 실장과 팀장까지 몰려오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리고 지금처럼 상대가 사고를 칠 때면 더더욱.

떨리는 곽수정 대리의 눈을 본 도훈이 사람 좋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제가 책임질 테니 안 받으셔도 돼요.”

“헉, 어떻게 책임을 져요.”

“그냥 책임질게요. 제가 여기 계신 한 팀장님 라인이잖아요.”

“아.”

“한 팀장님은 부사장님 라인이고요.”

“헉, 어떻게 그렇게 대놓고 말씀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데 한 분은 어디 가시고 곽 대리님만 고생하세요?”

“그러고 보니 강 주임이…….”

곽수정 대리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때 누군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다.

그 모습에 곽수정 대리가 눈을 가늘게 뜨고 외쳤다.

“강 주임, 제일 바쁠 때 자리를 비우면 어떻게 해요?”

“죄송합니다, 대리님.”

“일단 자리에 앉아서 전화부터 받아요.”

“네, 알겠습니다. 사내에 떠돌던 소문은 어떻게 할까요?”

그때였다.

한유라가 눈매를 좁히며 물었다.

“어떤 소문 말하는 거야? 곽 대리.”

“아, 그러니까…….”

곽수정 대리가 말끝을 흐리며 슬쩍 눈치를 봤다.

그 모습에 한유라가 선심 쓰듯 말을 이었다.

“내가 부사장님한테 들었는데 일단 대외비라고 하네. 그러니 절대로 외부에 발설하면 안 돼. 물론 내부 사람들에게도 헛소문이라고 하고. 여기까지가 부사장님이 내린 지침이야. 이것 때문에 내가 온 거고.”

말을 마친 한유라는 힐끔 도훈을 바라봤다.

당신은 왜 여기에 왔냐는 표정이었다.

시선을 받은 도훈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들었어요. 그런데 강 주임님은 급한 전화하고 오셨나 봐요.”

도훈은 자리를 비운 강호영 주임을 바라봤다.

강호영 주임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물었다.

“전화요?”

도훈이 손가락으로 그의 오른손을 가리켰다.

“지금 핸드폰 들고 계시잖아요. 손이 벌건 거 보면 오래 잡고 계셨던 것 같고…….”

“아, 집에 급한 일이 있어서 죄송합니다.”

화들짝 놀란 강호영 주임이 다급하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 모습에 도훈이 사람 좋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죄송할 건 없죠, 주임님이나 저나 똑같이 월급 받는 처지인데요, 뭘.”

“하하, 뭐 그렇죠.”

“우리끼리 조금 있다 한잔 어때요?”

도훈이 오른손으로 술잔을 꺾는 시늉을 하자 강호영이 슬쩍 눈치를 본다.

“저는 가고 싶지만…….”

“싫으면 저희끼리 가야죠. 안 그래요? 팀장님.”

모두의 시선이 갑자기 한유라에게 모였다.

그 모습에 한유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것은 한유라가 부사장에게 받은 지시와 도훈이 말한 내용이 같았기 때문이었다.

한유라는 부사장 김민석으로부터 은밀하게 소문 하나를 내 줄 것을 부탁받았다.

그것이 바로 회사에 떠도는 소문이었다.

그 소문을 홍보팀에게는 사실인 것처럼 얘기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7팀의 실장 도훈도 같은 부탁을 받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었다.

한유라는 도훈이 확실히 대표의 라인을 타고 온 낙하산임을 확신했다.

고민도 잠시, 한유라가 잽싸게 답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이 실장한테 한잔 산다고 했지. 오늘이 딱 맞아떨어지네. 이왕 말 나온 김에 홍보팀도 같이 하지.”

한유라가 바통을 곽수정에게 넘겼다.

“…….”

곽수정은 아무 말 없이 한유라를 바라봤다.

누가 봐도 과잉 친절.

오늘 마실 술이 잘못하면 성배에 든 독일 수도 있다는 추측 때문이었다.

그때 한유라가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늘 부사장님한테 들은 얘기도 좀 풀 겸…….”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 막 앉은 강호영 주임이 눈을 빛냈다.

“저는 좋아요, 팀장님.”

갑작스러운 강호영의 반응에 곽수정 대리가 눈을 새초롬하게 떴다.

“강 주임, 갑자기 왜 그래?”

“회식한 지도 오래됐잖아요. 다른 팀들은 다들 부서 회식하는데, 저희는…….”

랩을 하듯 하소연하는 강호영의 모습에 곽수정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 오늘은 피곤한데…… 할 수 없네. 나만 빠질 수는 없지.”

“그래 일단 일어나자고.”

한유라가 뒤쪽을 가리켰다.

* * *

잠시 후.

유레카에서 한 블록 떨어진 실내 포장마차에는 다섯 명의 남녀가 마주하고 있었다.

한 명이 더 늘어난 이유는 한민국이 합류했기 때문이었다.

술잔이 채워지고 이것저것 시답지 않은 이야기가 그들 사이에 오갔다.

그때 강호영이 힐끔 도훈의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이 실장님을 위해서 소맥 한번 말아 드리죠.”

“소맥은 제가 전문인데요.”

“네?”

“이 바닥에서 일하면서 저만큼 소맥을 잘 만드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서요, 하하.”

실없이 웃으며 소주와 맥주를 자신의 앞으로 갖다 놓는 도훈.

그 모습에 나머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가장 놀란 것은 한민국이었다.

비록 많은 시간을 같이한 것은 아니었지만, 도훈이 소주를 마시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맥이라고?

한민국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을 때 도훈이 다섯 개의 소주잔을 늘어놓고 소주를 부었다.

그냥 붓는 것이 아니라 뿌리고 지나갔다는 표현이 맞았다.

한민국은 그 모습이 신기한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가늘게 뜬 한민국의 눈이 커진 것은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도훈은 아무렇지 않게 재빨리 맥주를 잔에 일정하게 따랐다.

양손으로 소주잔을 잡더니 동시에 맥주와 섞어 버렸다.

마치 마술을 보는 듯한 동작.

도훈은 맥주잔을 갑자기 마구 섞었다.

그것이 무슨 짓인지 도저히 감이 안 잡혔지만, 한민국은 조용히 도훈의 동작을 바라보기만 했다.

힐끔 옆을 바라보니 나머지 사람들도 똑같았다.

모두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도훈이 입을 열었다.

“우리 내기할까요?”

“무슨 내기요? 실장님?”

곽수정 대리가 자신도 모르게 묻자 도훈이 맥주잔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섯 개의 잔 중에 진짜 소맥은 네 개밖에 없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네 개는 소주, 하나는 물을 탔거든요.”

“에이, 그게 말이 돼요? 제가 분명히 두 눈으로 봤는데요.”

곽수정이 옆에 있는 강호영을 바라봤다.

강호영도 고개를 끄덕인다.

“저도 분명히 봤어요.”

“그러니까, 마술이죠.”

“마술이요?”

곽수정이 눈을 크게 뜨자 도훈이 다시 맥주잔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맞아요. 여기에는 네 개만 진짜 소맥이고 하나는 그냥 물이 들어가 있어요.”

“아닌데…….”

“아까 봤던 진짜 소주잔은 여기에 있죠.”

도훈이 옆쪽 있는 소주잔 하나를 가리켰다.

“거기에 있는 게 진짜 소주라고요?”

“네, 맞아요. 그럼 지금부터 게임 시작!”

도훈이 씩 웃으며 재촉하자 사람들은 하나둘 맥주잔을 골랐다.

그러고는 반신반의하며 맥주를 들이켰다.

그때 강호영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헉, 제 잔에 물이 들어 있나 봐요.”

“정말이야?”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사람들이 술렁일 때 도훈이 말했다.

“강 주임님이 졌으니 벌칙…….”

그때부터였다.

갑자기 분위기가 살짝 달아올랐다.

그렇게 시작된 술자리는 생각보다 길어졌다.

2차에 이어서 3차가 끝난 후에야 사람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민국이 물었다.

“괘, 괜찮으세요, 시일장님.”

살짝 꼬인 한민국의 혀.

이 정도로 퍼부었으니 그 모습은 당연했다. 하지만 도훈은 멀쩡한 얼굴로 말했다.

“나는 멀쩡하지.”

“허억, 그렇게 마시고 어떻게 머얼쩡하실 수가…….”

한민국의 혀가 점점 더 꼬여 갔다.

“마술이거든.”

도훈이 씩 웃었다.

전생에 도훈과 같이했던 사람이 가수나 배우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한국 최고의 마술사 중 하나인 강은결도 도훈과 함께했었다.

덕분에 이런저런 트릭을 꽤 많이 배울 수 있었고 말이다.

전생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작은아버지와 사촌들 덕분이었다.

그들만 아니었다면 밑에서부터 박박 기면서 올라가야 할 이유도 없었을 테니까.

악착같이 살았던 전생 덕분에 현생이 즐거워졌다는 건 도훈만의 비밀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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