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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28화 (28/250)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28)

도훈은 그들의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강영웅과의 계약은 그만큼 그들의 가슴을 뛰게 했을 것이다.

상념에 잠긴 도훈의 귓가에 이지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장님, 이 근처 아니에요?”

“잠시만, 하니 공원 옆이라고 했으니…….”

도훈은 핸드폰을 꺼내 강영웅이 보낸 주소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신축 건물 하나가 보였다.

도훈이 그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무래도 저기인가 보네.”

“맞아요, 지도 보니 딱 저기네요.”

이지유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모습에 도훈이 물었다.

“왜 그래? 혹시 빼먹은 거라도 있어?”

“그게 아니라 집들이 가는데 빈손으로 가는 건 아닌 것 같아서요.”

“흠, 그럼 근처 편의점 가서 뭐라도 사 오든지.”

“그럴까요?”

활짝 웃은 이지유가 힘차게 걸음을 떼려 할 때였다.

뒤쪽에서 도훈이 그녀의 후드를 잡았다.

“잠시만.”

“왜요? 실장님.”

“너 아직 계약금도 입금 안 됐잖아. 이따 오후나 돼야 입금될 텐데, 괜찮겠어?”

“그럼, 빌려주세요.”

“그냥 민국이랑 같이 다녀와.”

“민국 씨랑요?”

“민국이가 법인카드 가지고 있거든.”

도훈이 한민국을 가리키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품 안에서 카드를 꺼내 보였다.

이지유가 기분 좋게 말을 이었다.

“그런데 뭘 살까요?”

“그건 둘이 알아서 하고.”

“그럼 다녀올게요.”

이지유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 달리자 한민국이 그 뒤를 따랐다.

도훈은 공원 입구에 이지유의 동생 이강민과 앉았다.

물론 편하게 경치를 구경하는 것은 아니었다.

발표된 강영웅의 소식에 대한 기사를 살피는 중이었다.

한지혜가 뒤에서 컨트롤 했는지 몰라도 MBS는 강영웅의 인터뷰와 그동안의 사정을 잘 포장해서 방송했다.

전 소속사와의 갈등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방송을 본 사람 중 강영웅을 욕하는 이는 하나도 없을 정도로 방송 내용은 잘 편집되었다.

MBS의 단독 보도 이후 강영웅에 대한 기사는 온라인을 덮고 있었다.

도훈은 인터넷 기자들의 속도에 다시 한 번 감탄해야 했다.

단독이 뜨고 어떻게 10분도 안 되어서 100개가 넘는 기사가 쏟아진다는 말인가.

중요한 것은 기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도훈은 재빨리 기사들의 댓글창을 살폈다.

화면을 터치하던 도훈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피어났다.

중년층 이상의 팬들이 많아서 그럴까?

대부분이 칭찬 일색이었다.

―힘들었겠네, 우리 영웅이가 딸한테도 영웅이 되었으면 좋겠네.

―얼마나 힘들었을까? 힘내요, 강영웅 포에버!

―보니 전 소속사가 잘못했네. 돈이 많으면 뭐 해, 가족이 최고지.

―돈보다 가족을 선택한 강영웅 님을 응원합니다.

가끔 이상한 관종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순한 맛의 댓글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때였다.

도훈의 핸드폰이 울리자 재빨리 화면을 확인했다.

[김민석.]

“네, 부사장님.”

―강영웅 가수 때문에 지금 난리 났습니다, 대표님.

흥분한 김민석의 목소리.

도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

전생의 기억으로는 자신의 딸을 공개한 강영웅은 대체로 응원을 받았다.

뭐, 그때는 인기가 조금 시들해졌을 때고 지금은 전성기였다.

그 때문에 역사가 바뀐 것인가?

도훈이 재빨리 물었다.

“지금 기사를 살펴보니 예상대로 순조롭던데 제가 모르는 일이 있습니까? 부사장님.”

―그게 아니라 광고 문제 때문입니다.

“무슨 광고요? 혹시 JK가 또 물고 늘어지나요?”

―강영웅 가수랑 JK는 접점이 없지 않습니까?

“하긴 그렇죠. 그럼, 대체 무슨 일이죠?”

―지금, 아동복에서부터 학습지까지 광고 문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학습지요? 거기에 아동복이라고요?”

도훈이 고개를 갸우뚱할 때 김민석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사실 강영웅 가수가 메인이 아니라 다미가 메인입니다. 이걸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라서요.

“다미가 메인이라고요?”

―네, 전에 대표님이 다미를 구해 주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이미 얼굴이 알려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어진 김민석의 설명에 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천만한 사고였지만, 다미는 꽤 유명인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다미를 방송이나 TV에 출연시키려고 해도 개인 정보를 철저히 차단했기에 접촉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발표 덕분에 모든 것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건 예상 못 한 결과였다.

“제가 지금 영웅이 형, 집들이 가는 중이니까. 카톡으로 업체 리스트업 해 주세요. 간 김에 상의하고 오죠, 뭐.”

―그럼 대표님만 믿겠습니다.

“네, 그럼, 즐거운 오후 되시고요, 부사장님.”

말을 마친 도훈이 핸드폰을 툭 껐다.

그런데 묘하게 시선이 따가웠다.

고개를 돌려 보니 이강민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강민, 왜 그래?”

“좀 이상해서요.”

“뭐가 이상한데?”

“지금 통화하는 걸 들어 보니 형이 부사장이란 분보다 더 높은 것 같아서요.”

예리한 지적에 도훈은 말문이 막혔다.

한민국과 이지유를 보내 놓고는 이강민이 옆에 있다는 것을 깜빡하고 편하게 통화했다.

도훈이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일을 하다 보면 상사하고 원래 이렇게 친해져야 하는 거야.”

“누나하고 저처럼요?”

“뭐, 그렇지.”

“그럼, 저도 형하고 친하게 지낼래요.”

“그래, 우리 강민이 뭐 가지고 싶은 거 있니?”

“흠, 그건 나중에 말할래요. 일단 친해지고요.”

“그래 알았다.”

도훈은 어색하게 웃으며 시간을 확인했다.

한민국과 이지유가 자리를 비운 지 벌써 20분이 넘었다.

편의점까지 가는 시간이라고 해 봐야 왕복 5분.

편의점이 무슨 대형 마트도 아니고 15분 동안 물건을 고를 리가 없지 않은가?

갑자기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조카에게 심부름을 시켰는데 안 돌아오는 기분과 살짝 비슷했다.

도훈이 편의점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민이 너도 갈래?”

“너무 늦게 와서 걱정하시는 거예요? 형아.”

“당연하지, 이렇게 안 올 리가 없잖아.”

“원래 누나는 편의점 가면 오래 걸려요.”

“…….”

도훈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때였다.

저 멀리에서 한민국과 이지유가 끙끙대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에 도훈의 눈이 한계까지 크게 떠졌다.

편의점 봉투를 양팔에 끼워 넣고 오는 모습이 마치 풍선 인형 같았다.

얼마나 물건이 많은지 봉투 때문에 그들의 모습이 안 보일 정도였다.

끙끙대며 도훈의 앞까지 온 이지유가 물건을 내려놨다.

순간 도훈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냉동식품이 절반에다가 반은 음료수였다. 그 양만 보면 아포칼립스를 준비하는 영화 속 한 장면으로 오해받을 만했다.

도훈이 한민국을 노려봤다.

“한민국 이게 다 뭐야?”

“아, 이지유 씨가 집들이 가는데 이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고 해서요.”

“이게 어떻게 집들이 품목이야? 어쭈 여긴 만두만 들어 있네. 그리고 여긴 순대에…….”

도훈이 안에 든 내용물을 랩을 하듯 나열하기 시작하자 한민국의 시선이 점점 하늘을 향했다.

한민국이 억울하다는 듯 양쪽 손바닥을 보이며 말했다.

“실장님, 이거 내가 고른 거 하나도 없어요.”

“그래도 말렸어야지, 딱 보면 몰라. 누가 봐도 얘가 먹으려고 산 거잖아.”

“에이, 설마요. 이지유 씨 요즘 관리 들어갔잖아요.”

한민국은 이지유를 힐끔 바라봤다.

“관리 들어갔으니까 문제지.”

도훈이 이마를 ‘탁’ 쳤다.

이건 전생의 기억 그대로였다.

이지유는 식탐이 제법 많은 편에 속했다.

그냥 식탐이 아니라 거의 폭식 마왕으로 불린 적도 있었다.

그런데 나름대로 혼자 열정적으로 관리하며 방송에는 지장이 없게 만든 친구였다.

하지만 지금은 외모가 곧 그녀의 가치.

전생의 상황과는 다르다.

그리고 원래 먹으면 먹는 대로 살로 가는 나이가 아니던가.

그때 이강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누나! 이건 너무 많이 샀는데, 살 안 찐다고 막 사면 안 되잖아.”

“계산대에 아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 신경 쓰다가 나도 모르게 이성을 잃었지 뭐야? 헤헤.”

해맑게 웃는 이지유의 모습에 도훈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지금, 그거 무슨 말이야? 살이 안 찐다니?”

“원래 우리 누나는 살 안 쪄요.”

이강민이 이지유를 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도훈도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 SW에서 관리받던 거 아니었어?”

“사실, 제가 없어서 못 먹지, 관리해서 살 빼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럼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찐다는 거네.”

도훈이 부러운 듯 이지유를 바라보자 이지유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뭐, 별 노력 없이도 이 정도는 유지돼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실장님. 그리고 이거 저 혼자 먹는 게 아니라 집들이 가서 다 같이 먹으려고 산 거예요.”

“그래 일단 알았어.”

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전생의 기억을 다시 한 번 끄집어냈다.

분명 방송에 복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그 노력 때문에 이지유와 연을 맺었고 말이다.

그런데 원래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니!

이지유는 타고난 연기자 아니면 사기꾼이 분명했다.

물론 전생의 이지유가 말이다.

* * *

강영웅의 집에 들어선 도훈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곳에는 다름 아닌 일산에서 만났던 아주머니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산책 모임인 나들이 회원들.

도훈이 들어오자 아주머니들이 우르르 일어난다.

“정말 왔네.”

“그러게 말이야, 그때 봤던 총각 맞네.”

“어이쿠, 반가워요. 오랜만에 보니 그새 많이 컸네.”

회장 아주머니는 활짝 웃으며 악수를 청한다.

도훈이 손을 마주 잡고 웃었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에고, 회장님은 무슨…….”

“회장님 맞죠, 덕분에 운동도 하고 그때 즐거웠습니다.”

“하하,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마워요, 도훈 총각. 기념으로 우리 사진이나 찍을까? 다들 어서 모여 봐요.”

산책 모임 회장이 아주머니들을 불렀다.

가만히 보고 있던 강영웅의 어머니 임영희도 도훈의 옆자리에 섰다.

아주머니들이 우르르 몰려들자 그제야 구석에 있던 강영웅이 보였다.

강영웅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아주머니들을 바라봤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조금 전까지는 제가 최고라고 하셨잖아요.”

“너는 언제든 볼 수 있지만, 도훈 총각은 지금 아니면 못 보잖아.”

임영희가 톡 쏘자 강영웅이 맞받아쳤다.

“저도 활동 시작하면 볼 시간 없잖아요. 그렇지, 다미야?”

옆을 보던 강영웅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계속 같이 있던 다미가 없어진 것이다.

한참 동안 딸을 찾던 강영웅이 눈을 가늘게 떴다.

“배신자!”

다미가 어느새인가 도훈의 옆에 붙었기 때문이다.

다미가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도훈 삼촌 오랜만에 보는 거라고요.”

“그래, 알았다.”

강영웅이 손을 휘휘 저을 때 산책 모임 회장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강영웅을 불렀다.

“영웅 총각.”

“저 총각 아닌데요.”

“참, 그렇지, 내가 버릇돼서, 다미 아빠 잠깐 이리 와 봐.”

산책 모임 나들이의 회장이 웃으며 손짓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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