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26화 (26/250)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26)

엄지연은 자신의 방에서 프린터를 뽑았다.

아래로 전달하려던 엄지연은 고개를 갸웃하고 그것을 장경자에게 가져갔다.

장경자에게 가져간 엄지연이 말했다.

“두 분이 이런 내기를 하나 보네요.”

“재미있구나. 엄 비서야, 모른 척 갖다 줘라.”

“모른 척해도 될까요?”

“엄 비서한테 부탁한 이유가 뭐겠어?”

“저한테 부탁한 이유라니요?”

“엄 비서가 나한테 가져올 거 뻔히 알고 준 거겠지. 엄 비서가 이걸 가져다주면 아마도 도훈이 그놈은 내가 허락했다는 걸 알아챌 거다.”

“그럴까요?”

“그래, 그러니까 갖다 주고 와서 이거나 마저 봐라. 그런데 소화제는 어디 있나?”

“그러고 보니 소화제를 깜빡했네요.”

“그깟 계약서보다 내 소화제가 중요한 거 알지?”

“네, 빨리 다녀올게요.”

엄 비서는 계약서를 건네주고 소화제를 들고 이 층으로 올라갔다.

도훈은 계약서를 펼쳐 놓고 먼저 서명을 했다.

그러고는 볼펜을 이도준에게 건넸다.

이도준도 계약서를 쓱 훑어보다가 웃음을 꾹 참은 채 서명을 했다.

팔짱을 낀 도준은 자신의 트이터에 올렸던 투표의 실시간 현황을 보여 주며 피식 웃었다.

지금은 이지유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도준이 말했다.

“후회해도 지금은 못 물려.”

“좀 후회되긴 하네요, 조금 더 걸어도 되는데요.”

“잔말 말고 투표는 자정까지다. 그러고 보니 이제 딱 2시간 남았네.”

“네, 두 시간밖에 안 남았네요.”

말을 마친 도훈은 조용히 키보드를 치기 시작했다.

그 화면에는 MBS의 시청자 게시판을 비롯해서 각종 커뮤니티의 글이 적혀 있었다.

그 글에는 공통적으로 링크 하나가 달려 있었다.

이도준의 트이터에 올린 투표 게시글의 링크였다.

도훈은 시계를 바라봤다.

10시 30분.

사건 수첩이 막 끝날 시간이다.

아마 몇 분 내로 이지유에 관한 기사들이 쏟아질 것이었다.

물론 우리나라 기자들이 부지런해서는 아니었다.

미리 도훈이 준비한 총알들이 알아서 움직일 것이다.

그 총알을 준비하는 데 만만치 않은 돈을 썼지만, 이번 내기로 그 몇십 배가 들어올 테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마지막 새로 고침에 이지유의 관련 기사가 실시간 검색어 10위권으로 진입했다.

도훈은 슬쩍 고개를 돌려 이도준의 표정을 확인했다.

이도준의 표정이 점점 굳어진다.

뭐, 앞으로 10분만 지나면 썩어 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이도준이 그새를 못 참고 도훈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지금 무슨 수를 부린 거냐?”

“저는 수를 부린 적이 없습니다. 사업을 하시려면 기사 정도는 검색하셔야죠.”

도훈의 말에 이도준은 급하게 핸드폰을 들었다.

핸드폰을 확인한 이도준의 눈이 커졌다.

이도준이 탁자를 내리쳤다.

탕!

얼마나 세게 쳤는지 올려놓은 노트북이 갈대처럼 흔들렸다.

하지만 도훈은 팔짱을 낀 채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

이도준이 도훈의 앞으로 걸어왔다.

“넌 방송이 나올 것을 알고 있었지?”

“그건 도준이 형도 알고 계셨잖아요.”

“내가 알고 있었다고?”

“편성표도 있었고 예고편이 나간 지가 언제인데요?”

“예고편이라…….”

도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예고편이 나오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 예고편만 본다면 분명 이지유의 잘못을 고발하려는 시사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지금 쏟아지는 기사를 보니 이건 말이 아니었다.

억울한 아이돌.

선의의 피해자.

이지유를 고발했던 지인의 정체.

OO 일보의 부사장.

알 수 없는 글들이 점점 지면을 채우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이도준의 트이터에 올라가는 반응 수가 어마어마했다.

그 반응의 대부분은 싫어요.

거기에 더해 부정적인 글을 남기는 유저들이 점점 늘어났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네?

―이런 걸 투표한다고? 관종이 따로 없네. 그런데 이 사람 미라클 OOO 아니야?

―설마, 그래도 미라클은 도덕 경영 하는 곳이잖아.

―비정상적인 사람이 꽤 많다는데 무릎 한 번 ‘탁’ 치고 가네.

―와 뒤통수가 얼얼하네.

이도준은 지금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이 투표를 계속 올려놨다가는 재벌 3세로서 누리는 이미지마저 깨질 위험이 있었다.

이도준은 순간 sns는 인생에 낭비라고 했던 어떤 축구 감독의 명언이 떠올랐다.

이도준은 재빨리 화면 왼쪽에 있는 게시글 숨김 기능을 누르려 검지를 움직였다.

순간 도훈이 핸드폰을 낚아챘다.

“밑장 빼기는 안 됩니다.”

“밑장 빼기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오늘 자정까지라고 했습니다. 자정까지 투표에 따라서 걸린 게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걸 지우시겠다고요?”

“흠.”

이도준은 고개를 기울이며 도훈을 쏘아봤다.

그 눈빛에 도훈은 씩 웃으며 핸드폰을 다시 건넸다.

갑자기 바뀐 도훈의 태도에 이도준이 물었다.

“이건 왜 돌려주는 거지?”

“심판이 오셨으니까요. 이제는 제게 필요 없는 물건이죠.”

말을 마친 도훈은 이도준의 뒤쪽을 바라보며 인사를 건넸다.

“할머니 주무시지 않고 여긴 웬일이세요. 저희가 알아서 결론을 내는 중이에요.”

“보아하니 조만간 결론이 날 듯싶구나.”

“네. 결론이 나면 그때는 자도 되는 거죠?”

“그러려무나.”

장경자는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후 돌아섰다.

다시 올라가려던 장경자가 멈칫하더니 돌아섰다.

그러고는 이도준을 보며 말했다.

“도준이 도훈이 들어라.”

“…….”

도훈이 이도준이 동시에 고개를 돌리자 장경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싸움은 너희들끼리 하는 거다. 만약에 아이 싸움에 어른이 끼어들면 그때는 나도 가만히 안 있을 테니 그리 알아라. 그리고 이긴 놈은 이 층으로 올라와라. 내가 상을 줄 테니까.”

말을 마친 장경자가 조용히 이 층으로 올라갔다.

동시에 도훈은 입가에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이곳에서 얻어 내려고 하는 것이 바로 저 한마디였다.

지금 상태에서 저들과 싸운다라?

그것은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쳐 봤자 깨지는 것은 도훈 쪽이었다.

이제 명확한 선을 그었으니.

편하게 유레카를 이끌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 * *

도훈은 정확히 자정이 지나자 장경자의 방으로 올라갔다.

“아까 올라오라고 하셔서 왔어요, 할머니.”

“그래, 앉아 봐라.”

“네, 할머니.”

“이제는 할머니라 잘도 부르는구나.”

“용돈을 주셨으니 할머니 맞죠.”

“그래, 유레카가 용돈이더냐? 용돈치고는 꽤 큰 걸 받았어. 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느냐?”

“제겐 크지만, 할머니한테는 어떻게 보면 회사원 월급 정도의 돈이잖아요. 손자한테 주는 용돈으로는 적당하다고 생각해요.”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내기에서는 네가 이긴 것 같은데 원하는 거 하나만 말해 봐라. 내 가능하면 들어주마.”

“들어주실 수 있는 건 다 들어주시는 거 맞죠?”

“그래, 분에 넘치지 않는 요구라면 선물로 주마.”

장경자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도훈을 바라봤다.

도훈은 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어 장경자에게 건넸다.

장경자는 영문도 모르고 반사적으로 봉투를 받아 들었다.

장경자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선물을 말해 보라고 했더니 도리어 봉투를 건네는구나.”

“그거 펴 보세요.”

“그래 일단 알았다.”

장경자는 봉투를 열어 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봉투에 들어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건강검진권이었다.

그것도 국내 최고라고 할 수 있는 현성 병원의 건강검진권.

장경자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도훈이 네가 이걸 내게 준 이유를 모르겠구나.”

“제가 원하는 선물은 이 검진권으로 건강검진을 받으시는 거예요.”

“그게 선물이라고?”

“할머니는 현성은 안 가실 거잖아요.”

“그렇지, 거긴 안 가지.”

“경쟁사가 관련된 병원이라도 필요하면 가셔야죠.”

“그래도 거긴 가지 않는다. 내 뒤통수 친 노인네하고 관련된 병원은 안 간다.”

“아까 말씀하셨죠? 제 분에 넘치지 않는 선물이라면 주시겠다고요.”

“그랬지, 그래도 이건 안 된다.”

“이게 제 분에 넘치는 건가요? 할머니.”

“음. 그래, 이번만 들어주마.”

“약속하신 거죠?”

“그래, 약속하마.”

“네, 그 검진권 삼 년 치예요. 그러니까. 내후년까지는 빠지지 않고 가셔야 해요.”

“이놈이 이렇게 속이다니…….”

장경자는 슬쩍 말끝을 흐리며 도훈을 바라봤다.

여러 가지 감정이 장경자의 눈빛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도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나왔다.

방문을 닫은 후 도훈은 장경자의 침실을 바라봤다.

만약 전생에 장경자가 계속 건강을 유지했다면 도훈의 생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장경자는 몇 달 후부터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다.

그녀는 나중에 현성으로 옮기게 되는데.

그때 주치의는 몇 달만 빨리 와도 좋았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 * *

이틀 후 아침 유레카 엔터테인먼트는 경영지원팀에서부터 일선을 담당하는 매니지팀까지 모두 술렁이고 있었다.

인터넷 뉴스에 이지유 영입이 오피셜로 떴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강영웅의 계약도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모두는 핸드폰을 들고 홍보팀의 곽수정 대리의 앞에 몰려들었다.

갑자기 매니지팀 쪽 팀장들에게 둘러싸인 단발머리의 곽수정 대리는 지금 눈을 어디에 둘지 모르고 있었다.

곽수정 대리는 손을 휘휘 저으며 외쳤다.

“왜 다들 그렇게 보세요. 저는 부사장님이 철저히 비밀을 지키라고 해서 지킨 것밖에 없어요.”

그때 2팀장 한유라가 한 발 앞으로 나왔다.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이 그게 궁금해서 온 게 아니잖아.”

“그럼 왜 오신 건데요?”

“강영웅 가수 몇 팀이 맡는데?”

“네? 강영웅 가수요?”

“그래, 몇 팀에서 맡기로 했다는 계획 들은 거 있어? 수정 씨.”

한유라는 상체를 기울이며 곽수정을 덮칠 것처럼 압박했다.

곽수정 대리는 의자를 뒤로 굴리며 거리를 둔 채 주변을 살폈다.

곽수정은 그제야 지금 자신에게 이렇게 팀장들이 달려드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강영웅 같은 대어급을 영입한 적이 없는 유레카였다.

물론 JK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탑티어 가수가 유레카와 계약을 발표한 것이었다.

지금 그들은 강영웅 쟁탈전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중이었다.

곽수정 대리가 머뭇거리자 한유라는 사람 좋은 얼굴로 그녀의 책상 위에 도넛 박스를 올려놨다.

“그러지 말고 정보 좀 풀어, 나한테만.”

한유라의 마지막 말은 모깃소리만 했다.

곽수정이 따라서 목소리를 낮췄다.

“무슨 정보가 필요하신데요?”

“뭐, 그런 거 있잖아. 강영웅 가수를 섭외한 게 부사장님인지 새로 온 대표님인지? 아니면 또 다른 삼자인지. 참, 도넛 먹어. 자기가 좋아하는 블루베리야.”

한유라는 도넛 박스를 열며 턱짓했다.

가득 쌓여 있는 박스를 본 곽수정이 반사적으로 한 개를 집어 들었다.

도넛을 베어 무는 곽수정을 본 한유라가 다시 말을 이었다.

“에구, 체하겠다. 커피도 좀 마시고.”

“알았어요, 언니.”

“그래, 숨 돌렸으니 나한테만 털어놔.”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