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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8화 (8/250)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8)

도훈의 제안에 한민국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아, 알겠습니다.”

이렇게 당황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이었다.

둘은 가볍게 수건을 두르고 일산 호수 공원의 산책로를 뛰기 시작했다.

중간에 도훈은 슬쩍슬쩍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로부터 한 시간이 지났다.

둘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점점 느려지는 한민국의 걸음.

멈칫한 한민국이 말했다.

“자, 잠시만요, 시, 실장님.”

“달리기는 자신 있다고 했잖아? 한 기사.”

“아,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로 달릴 줄은…… 헉헉.”

“그럼 천천히 와, 대신 나를 잃어버리면 저녁 식사는 없어.”

순간 한민국은 머리가 찌릿했다.

태릉선수촌에 온 걸로 생각하라는 말이 헛말이 아님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헉헉대던 한민국은 겨우 이도훈을 따라잡았다.

도훈은 다행히 공원 벤치에 서 있었다.

그런데 묘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아주머니들 옆에서 몸을 돌리며 체조를 하는 것이 아닌가?

뜻 모를 행동에 한민국은 다가갈까 말까, 하다가 멈칫했다.

그때 옆에 있는 아주머니 하나가 말했다.

“에고, 저 젊은 친구도 연예인인가 봐, 훤칠한데.”

“이 여편네는 잘생긴 친구들만 보면 연예인이래.”

“하하, 그래도 영웅이보다 잘생기진 않았네.”

주변 아주머니들은 말끝마다 한 사람을 바라봤다.

시선을 받은 아주머니가 말했다.

“에이, 우리 영웅이는 노래만 잘하지 얼굴을 그저 그렇지.”

“하하, 원래 엄마는 팔불출인데 어떻게 영웅이 엄마는 자식 자랑을 할 줄 몰라.”

그녀들은 그렇게 웃음꽃을 피웠다.

그들의 대화를 듣던 한민국은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영웅이라는 게 트로트 스타 강영웅?

한민국이 의문을 피워 낼 때였다. 이도훈이 그녀들에게 다가섰다.

“안녕하세요, 산책 나오셨나 봐요?”

“앗, 저기서 운동하던 청년이네.”

“어떻게 아셨어요?”

“에고, 눈에 좀 띄어야지.”

“다름이 아니라 이쪽으로 이사 와서 처음 운동 나왔는데 조금 낯설어서요. 거기에 무리하게 음료수를 이렇게 싸 오는 바람에…….”

도훈은 어물쩍거리며 한민국을 가리켰다.

몰래 지켜보던 한민국은 게걸음으로 이도훈의 옆에 다가왔다.

그 모습에 아주머니들이 말했다.

“이 총각도 훤칠하네.”

“안녕하세요.”

한민국이 그녀들에게 인사를 할 때 이도훈이 보랭 백을 낚아챘다.

그러고는 보랭 백을 가리켰다.

그의 모습에 아주머니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뭔데 총각?”

“이온 음료인데, 갈증이 많이 날 줄 알고 가득 담아 왔는데 다시 돌아가려니 힘들어서요. 제 친구가 아주 죽으려고 해요. 지금 안색을 보세요.”

도훈이 한민국을 가리켰다.

한민국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는 상태.

언제라도 쓰러질 판이었다.

아주머니들이 한민국을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도훈은 보랭 백을 열었다.

보랭 백 안을 본 아주머니들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호호. 아무리 준비해도 동네 산책 나오는데 이게 다 뭐예요?”

“그러게 말이야, 음료수 장사 나왔다고 해도 믿겠네.”

“그러게 말이야.”

그녀들이 웅성대고 있을 때 이도훈이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희 좀 도와주세요.”

도훈의 부탁에 아주머니들이 모여들었다.

“어떻게 도와줘? 총각.”

“너무 많이 가져왔더니, 버리기는 아깝고 하나씩 드시죠.”

도훈은 이온 음료를 아주머니들에게 나눠 줬다.

하나씩 페트병을 받아 든 아주머니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우리 큰놈 어릴 때는 길 가다가 낯선 아저씨가 주는 거 먹지 말라고 했는데 내가 먹네.”

“그러게 말이야, 영웅이 엄마도 하나 먹어.”

“어, 그럴까?”

이도훈은 이온 음료를 들이켜며 한참 동안을 수다를 떨고 자리를 떠났다.

그들이 자리를 떠나자 아주머니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오랜만에 한참을 웃었네.”

“그러게 말이야, 재미있는 총각들이지?”

“그래, 참 순수하네.”

“뭐 하는 총각들일까?”

“혹시 영업 사원 아닐까?”

“아무 말 없이 그냥 갔는데 영업은 무슨 영업 사원이야?”

“이온 음료 영업 사원.”

동시에 다른 아주머니들이 음료수를 뿜었다.

그중 한 아주머니가 다급히 입가를 닦아 내며 말했다.

“영웅이 엄마는 진짜 재미있어, 호호. 그래서 아들도 연예인인가 봐.”

“어휴, 우리 그놈은 유머 감각이 없어서 예능 나가면 죽을 쒀.”

“에이,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되지. 그런데 올해는 콘서트 안 해? 하면 우리한테 표 좀 줘.”

“이번에 소속사 바꾸잖아. 아무래도 바꾸고 일정 잡는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래, 알았어. 회사 잘 만나는 것도 복이니까. 좋은 곳하고 계약하게 기도할게.”

“하하, 고맙네.”

* * *

호텔로 돌아가는 길.

한민국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혹시 강영웅 때문에 오신 겁니까?”

“그래, 한 기사.”

“그런데, 무슨 일 있으신 거예요? 이런 데에 저를 데려오시는 것 보면 화나신 것 같지도 않고…….”

한민국은 갑자기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 모습에 도훈이 웃었다.

며칠 전을 기준으로 이도훈은 전혀 다른 사람.

“아무 일 없어, 그러니 괜히 마음 졸이지 마.”

“휴, 살았다. 그런데 아까 그분 말이에요. 강영웅 씨 어머님 맞아요?”

“일단 거기까지는 오케이.”

“진짜로요? 어, 어떻게 아신 거예요?”

“그건 비밀, 한 기사가 요령껏 알아봐.”

“아…… 그러면 강영웅 씨하고 계약하려고 오신 거예요?”

“그것까지는 몰라도, 만나 봐야지.”

“지난번에 소속사에 된통 데여서 이번에는 일인 기획사로 출발할 거라 하던데…….”

“아마 그러겠지.”

“그런데 계약을 어떻게 해요?”

“한 기사.”

“왜요?”

“혹시 공포 영화의 법칙이라고 알아?”

“그게 뭔데요?”

“공포 영화의 법칙 첫 번째, 목이 가장 먼저 달아나는 사람은 호기심이 많은 자야, 한 기사.”

“헉.”

한민국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목을 만져 봤다.

사실 질문하고 싶은 것이 산더미였다.

강영웅의 부모를 찾은 것까지는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음료수만 나눠 주고 돌아서 온다?

왜?

한민국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겹겹이 쌓여 갔다.

* * *

며칠 후.

도훈은 여느 때와 똑같이 일산 호수 공원 산책로를 향해 걸어갔다.

그 뒤를 쫓아가던 한민국의 얼굴은 새카맣게 그을려 있었다.

이도훈이 말한 대로 지금 그들은 태릉선수촌에 버금가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체력 훈련으로 시작해서 체력 훈련으로 끝나는 일과는 그야말로 지옥의 일정이었다.

하지만, 이틀 전부터 레크레이션이 추가되었다.

그것은 동네 주민들의 산책 모임인 나들이의 회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한민국의 핸드폰에는 아주머니들과 같이 찍은 사진이 가득 차 있었다.

그중 몇몇은 자신의 조카를 소개해 주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그들 사이에 녹아들어 동네 주민이 되었다.

한민국이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도훈의 의도였다.

강영웅의 어머니한테는 일절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한민국은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빠른 걸음으로 도훈의 앞에 섰다.

“대표님 대체 어떻게 하실 거예요?”

“뭘 어떻게 해?”

“앞으로 계속 산책만 하고 계실 수는 없잖아요. 강영웅 씨한테 볼일이 있으면 빨리 말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대, 아니 실장님.”

한민국은 실장이라는 말이 입에 잘 안 붙는지 아직도 더듬대기 일쑤였다.

그 모습에 도훈이 피식 웃었다.

“이거, 큰일 낼 친구네.”

“제가 왜요? 실장님.”

“잘 생각해 봐, 나중에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할 거 아니야?”

“그렇긴 하겠지만…… 그 얘기가 지금 여기서 왜 나옵니까?”

“그럼 처음 보자마자 결혼해 주십시오, 하고 달려들 거야?”

“그건 아니지만, 그게 이 경우와 똑같나요?”

“비슷해, 비즈니스도 어차피 인간관계야.”

“그러다가 강영웅 씨도 못 만나면…….”

“할 수 없지, 하지만 언젠가는 이게 인연이 되겠지.”

도훈은 씩 웃은 뒤 발길을 옮겼다.

물론 강영웅을 포기할 마음은 없었다.

다만, 시간이 문제였다.

세월을 낚는 강태공처럼 일산 호수 공원에 낚싯대를 드리운 것은 아니었다.

도훈은 수첩을 꺼냈다.

강영웅은 자신의 수첩에 적힌 인물.

전생에 강영웅의 컴백을 도운 것이 도훈이었다.

강영웅은 지금부터 얼마 안 가 은퇴를 선언한다.

그 이유는 어머니가 크게 다쳐 직접 돌본다는 이유였다.

당시 그의 은퇴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어머니가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은퇴한다는 것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었다.

거기에 더해 당시 어떤 이유로 강영웅의 어머니가 다쳤는지는 세간에 알려진 바는 없었다.

그는 그 후 무려 십 년간 세상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혔다가 다시 복귀한다.

그 후 복귀한 방송에서는 어머니가 다친 곳이 일산 호수 공원이라 했다.

물론 도훈은 감춰진 진실을 알고 있다.

정보는 딱 거기까지였다.

웃긴 것은 강영웅과 그렇게 친했는데도 그 당시의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시기가 지금쯤이었다.

지금은 강영웅이 전 소속사와 결별을 하고 활동을 멈춘 상태.

결별의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이것도 전생에 강영웅이 도훈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대목이었다.

지금 상황은 일부 연예기획사들은 막대한 계약금을 조건으로 강영웅을 영입하려고 하지만, 모두 무산된 상황이었다.

지금은 대기업들의 행사 요청들마저 모두 거절하는 상황.

지금 상황에서는 강영웅의 어머니에게 닥쳐올 불행을 막아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것을 기회로 강영웅의 은퇴도 막는다.

일이 거기까지 진행된다면 잔치에 초대하는 것 정도쯤이야…….

강영웅의 전성기는 지금이었다.

은퇴만 없다면 지금은 전성기를 쭉 이어 나갈 수 있었다.

도훈이 앞으로의 계획을 떠올리고 있을 때였다.

도훈의 시야에 산책 모임 나들이의 회원들이 들어왔다.

멀리서 이도훈과 한민국이 오자 나들이 회원들이 손짓하며 반겨 줬다.

“오늘은 좀 늦었네.”

“오전에 일이 좀 있어서요.”

도훈이 사람 좋은 얼굴로 답했다.

오늘도 이런저런 시답지 않은 이야기들과 산책으로 시간을 보냈다.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컹컹!

그 소리에 도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

강영웅의 어머니가 다친 것이 동네 주민의 반려견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서였다.

점점 커지는 소리.

도훈은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개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들려온 소리에 비교해 지나가는 개의 몸집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개라기보다는 강아지에 가까웠다.

꼬리까지 살살 흔드는 모습이 제법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방심할 수 없는 법.

이도훈은 강아지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이를 악물고 바라봤다.

잔뜩 긴장한 도훈의 모습에 강영웅의 어머니, 임영희는 까르르 웃으며 물었다.

“총각은 강아지를 무서워하나 봐요.”

임영희는 멀리 사라져 가는 강아지와 도훈을 번갈아 보며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마치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는 듯한 모습 같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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