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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6화 (6/250)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6)

도훈의 질문에 숙모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경자는 재촉하듯 턱짓했다.

숙모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그건…….”

“아마 인터넷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을 겁니다. 그게 바로 JK네트워크의 부동산 사업부니까요. 우리 미라클 내부에 존재하는 은행에 대한 상황은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 보셨듯 며느리도 모릅니다. 안 그런가요? 회장님.”

“그래서 강점이 뭐냐?”

“강점은 은밀함이죠. 그리고 안전함.”

“그게 네가 한 일이냐?”

“제가 안 건드리니 안전한 거죠. 생각해 보세요, 회장님. 제가 숙부님처럼 아이비리그 유학파였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아니면 작은 숙부처럼 한국대 경제학과 출신이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

“제가 그 돈을 그냥 뒀겠습니까? 그리고 모른 척하고 한마디도 안 했겠습니까? 공기 같은 제 존재가 우리 회사의 최고의 장점입니다.”

이도훈의 말이 끝나자 모두는 황당함에 눈을 끔뻑거렸다.

장난 같은 말 속에 뼈가 있었다.

짓밟기 위해 기회를 주었는데, 멍청한 듯 뱉은 말은 모두를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하하.”

장경자가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엄지연에게 말했다.

“엄 비서.”

“네, 회장님.”

“저놈한테 꼬리 좀 떼어 줘라, 저놈은 요거 먹을 자격이 있다. 지 꼬라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놈은 저놈밖에 없다.”

농담처럼 던진 말에 엄 비서는 살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회장이 굴비를 남에게 주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게 먹을 게 하나도 없는 꼬리라도 말이다.

이 식탁에서 반찬은 상징적인 것.

동물의 왕국에서 서열을 의미한다.

잠시 후, 도훈의 앞 접시에는 먹을 것 없는 꼬리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어이가 없다는 듯 굴비 꼬리를 바라보고 있자, 장경자가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저놈이 업무 보고를 잘해서 주는 건 아니다. 잘 까서 주는 거다. 양파를 까든 조개를 까든 감자를 까든지…… 까는 건 언젠가는 쓸모가 있지. 그런 면에서 오늘은 먹을 자격이 있다.”

“주신 건 감사한데 안 먹어도 됩니까?”

“안 먹는다고?”

“주신 건 감사한데, 먹을 게 없어서요. 다른 반찬도 많은데 굳이…….”

도훈은 말을 멈췄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다.

로봇 같던 엄 비서마저 볼펜을 멈추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장경자도 숟가락을 멈췄다.

유기그릇과 숟가락의 절묘한 만남이 무서운 진동음을 내고 있다.

여차하면 숟가락이라도 날아올 판.

하지만 도훈은 장경자의 마음속을 알고 있었다.

흥분하는 것이 아닌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의 행동이었다.

장경자는 항상 선택에 있어 거침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선택에 있어 갈등이 생긴 것이다.

그때 도훈이 말했다.

“솔직히 저에게는 굴비의 꼬리도 무리 같습니다. 넘기다가 목에 걸릴 굴비라면 안 먹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끝까지 그 뭣이냐, 콘셉트를 유지하겠다는 게지?”

장경자가 웃음을 지었다.

옆에 있던 첫째와 둘째 작은아버지도 따라 웃는다.

웃음이 잦아들 때 즈음, 도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장경자가 미간을 좁혔다.

“화장실은 밥 먹고 가거라, 그게 밥상머리 예절이다.”

“밥 먹기 전에 할 일이 있어서요.”

도훈은 조용히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그가 멈춘 곳은 다름 아닌 작은아버지, 이세형이 앉아 있는 곳이었다.

이도훈은 아무 말 없이 이세형의 어깨 부근을 만졌다.

마치 코디네이터가 배우의 의상을 점검하는 듯한 모습.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자리로 돌아왔다.

그 모습에 작은아버지 이세형의 이마에는 살짝 주름이 잡혔다.

“이도훈, 아무리 어리다 해도 예절이 그게…….”

이세형의 눈썹이 꿈틀댈 때였다.

장경자가 손을 들었다.

“됐다, 작은 대표는 불고기 먹어도 좋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제 밥상머리 예절이 갖춰졌다, 먹어도 좋다.”

갑자기 바뀐 분위기에 이세훈과 이세형이 서로를 바라봤다.

그중 눈치 빠른 이세형이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 감사합니다, 회장…… 아니 어머님. 업무 보고 끝났으니 어머님이라고 불러도 되죠?”

“그건 네 맘대로 해라.”

말을 마친 장경자는 조용히 굴비를 잡았다.

이제는 평화가 찾아온 식탁.

장경자는 국을 뜨며 이도훈을 바라봤다.

도훈은 작은아버지 이세형의 하얀 와이셔츠에서 뗀 머리카락을 조용히 넣었다.

정경자가 말한 밥상머리 예절 중 첫 번째가 바로 청결이었다.

도훈은 조용히 숟가락을 들었다.

이 정도면 호기심 정도는 유발했을까?

수많은 스타를 키워 낸 그였다.

그의 눈에 저 머리카락은 동아줄만큼이나 굵게 보였다.

반찬 접시가 바닥을 드러내자 장경자가 이도훈을 바라봤다.

“너는 이따 좀 남아라.”

* * *

잠시 후 살벌한 업무 보고, 아니 식사 자리가 끝나고 집에서 나왔다.

각자의 차로 돌아가던 첫째 이세훈이 동생 이세형을 불렀다.

“세형아, 잠시만 이리로 와라.”

“네, 형님.”

“저놈 오늘따라 묘하게 거슬리네.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놈이 기고만장해서는 말이야.”

“형님은 그렇게 보셨습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

“저는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눈여겨봐야 할 듯싶습니다.”

“하하, 아우님이 오늘따라 농담이 심하네.”

이세훈은 손을 저었다.

사실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눈여겨보는 정도가 아니라 철저히 밟아야 했다.

자신의 아들인 이도준의 임원 후보 발탁을 막은 것이 누구던가?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존재가 도훈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티 낼 수는 없었다.

이세형은 형의 눈치를 보다가 표정을 바꾸었다.

“맞습니다, 농담입니다. 그런 다음 주까지 평안히 지내십시오.”

동생 이세형이 허리를 숙일 때였다.

뒤쪽에서 장경자가 나타났다.

안심하고 있던 찰나 등장한 장경자의 모습에 첫째 이세훈이 고개를 숙였다.

“날도 찬데 왜 나오셨어요, 어머니.”

“너희들 잘 가나 보러 나왔다. 죄지은 거라도 있는 게냐?”

“아닙니다,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래 알았다.”

장경자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그들을 보내고 난 장경자는 뒤를 힐끔 돌아봤다.

그곳에는 엄 비서가 있었다.

“엄 비서.”

“네, 회장님.”

“엄 비서 생각엔 한국대가 좋은 것 같아? 아니면 아이비리그가 좋은 것 같아.”

“그건 저도…….”

“그건 아무래도 흑묘가 좋으냐 백묘가 좋으냐 하는 것과 똑같겠지?”

“그렇겠죠, 그런데 왜 대학은 물어보세요? 회장님.”

“아무래도 한국대가 더 나은 것 같네, 저놈들을 보면…….”

장경자는 차에 오르는 첫째와 둘째를 가리켰다.

이제 정문 앞에 있던 두 대의 차가 사라졌다.

팔짱을 끼고 있던 장경자가 엄 비서를 바라봤다.

“엄 비서 막내 손자는 지금 어디에 있나?”

“이 층 서재에 있습니다.”

“엄 비서, 그런데 그놈 말이야.”

“네, 말씀하시죠.”

“그놈이 지난번까지는 나를 꼬박꼬박 할머니라고 불렀거든, 그렇게 혼나도 말이야. 그런데 오늘은 왜 회장님이라고 불렀을까?”

“그야 조금 성장했다는 증거 아닐까요? 회장님.”

“그런데 왜 기분이 나쁘지?”

“기분 나쁘세요?”

“아니, 됐어. 오전 스케줄이 어떻게 되지?”

“흠, 오늘은 별다른 약속은 없고. 오전에 미현동 문화센터 노래 교실이 있습니다, 초대 강사로는 양미…….”

“잠깐, 강영웅이 오기로 한 거 아니었어? 내가 쓴 돈이 얼마인데.”

“스케줄이 안 되나 봅니다, 차라리 직접 부르시면 올 텐데…….”

“아니야, 나는 엎드려 절 받는 취미는 없어.”

“그럼, 스케줄 취소할까요?”

“뭐, 할 일도 없는데 그냥 가는 걸로 해.”

* * *

장경자의 서재 안.

이도훈과 장경자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장경자였다.

“아까는 왜 그랬나?”

“잘 모르겠습니다.”

이도훈이 어색하게 웃자 장경자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럼 원하는 것을 말해 봐라.”

“네? 원하는 것이라니요?”

“네가 아까 말한 거 말이다. 뭐, 존재감이 없다고 했지? 그건 네가 뛰어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 달라는 거겠지?”

“…….”

“그럼 불러 봐라, 굴비의 꼬리 값에 맞춰 줄 테니.”

이도훈은 조용히 계산기를 두드려 봤다.

어차피 원하는 것은 하나였다.

그것을 요구해도 되는지를 가늠해야 했다.

결심한 이도훈이 말했다.

“JK엔터를 주십시오.”

“JK엔터를 맡기라고? 그게 진심이냐?”

이도훈의 말에 장경자는 눈을 가늘게 떴다.

JK엔터는 미라클 그룹의 안식처라 불리는 곳.

말이 좋아 안식처지 그것은 무덤이라는 뜻이었다.

한직 중에서도 한직.

그곳에 발령받은 사람을 얼마 안 가 퇴사하는 것이 수순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도훈이 그 회사를 달라 하니 호기심이 생긴 것이다.

“아니, 맡겨 달라는 게 아니라 달라는 겁니다. 대신 다른 곳에는 욕심 안 내겠습니다.”

“음, 이유를 물어보고 싶구나.”

“회장님을 즐겁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 솔직히 좋아하는 가수도 제법 있지 않습니까?”

“…….”

장경자는 말없이 이도훈을 바라봤다.

한참을 보던 장경자가 결심한 듯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일단 맡아라. 그리고 내가 맡긴 숙제를 잘하면 그때는 주마.”

“그 숙제라는 게 뭐죠?”

“내 팔순 잔치를 네가 맡아라. 최대한 조용하게 그리고 최대한 화려하게 준비해라, 이게 숙제다.”

말을 마친 장경자는 바로 어디론가 전화했다.

모든 것은 일사천리로 끝났다.

도훈은 나가기 전 물었다.

“회사명 바꿔도 됩니까?”

“숙제의 결과에 따라서 네 마음대로 해라. 숙제의 결과에 따라 보상도 달라지는 게 수순이지. 네가 생각해도 그게 맞지?”

“네, 맞습니다, 회장님.”

“그 회장님이란 소리 징그럽다, 그냥 평소처럼 불러라.”

“아닙니다, 손자 자격이 있다고 생각되면 그때 할머니라 부르겠습니다.”

인사를 마친 도훈이 나가자 장경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가슴 속에 칼을 품었나? 저런 아가 아닌데…….”

얼마 전까지 무르디물렀던 것이 손자 이도훈이었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묘하게 바뀌었다.

마치 한이라도 맺힌 것처럼.

* * *

차에 탄 도훈은 조용히 창밖을 바라봤다.

갑자기 허기가 느껴졌다.

회귀하고 첫 번째 목표 중 반은 성공한 것 같았다.

마음에 품고 있는 녀석들을 탑스타로 만들려면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이번 장경자의 딜로 아마 시간이 십 년은 단축될 것이었다.

어느 정도 일이 진행됐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도훈은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쩝.”

그 소리에 한민국 기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대표님.”

“회장님이 먹던 굴비 맛이 어떨까 궁금해서. 어떻게 줘도 꼬리만 줘? 꼬리만.”

“헉, 회장님께서 꼬리를 줬다고요?”

“왜? 그게 그렇게 큰일인가?”

“꼬리를 먹었다는 사람도 들어 보질 못해서요.”

“당연히 못 들어 봤겠지, 그걸 어떻게 먹어. 나도 그냥 놔두고 왔어. 한 기사.”

도훈은 피식 웃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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