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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후 천하제일인이 되어 귀환했다-199화 (199/228)

제199화

제199화 2년 후 (1)

2년.

대내외 정세가 바뀌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제네스가 프렌치아를 떠도는 와중, 최초의 성벽에서는 모든 국가가 힘을 합쳐 드레어스 웨이브를 막았다.

프렌치아 또한 뒤늦게나마 네더만과 리포드를 비롯한 3천에 이르는 정예군을 파병했다.

다른 나라의 병력에 비하면 조촐한 수준이었으나, 의무를 다함으로 하나의 자주국이라는 명분을 갖기 위함이었다.

많은 멸시와 무시 속에서도 의무를 다한 이들은 파병 후 1년 만에 복귀했다.

드레어스 웨이브가 공식적으로 종식되었기 때문이다.

조약이 끝날 때까지 남은 시간 동안 각 국은 나라의 안팎을 정리했다.

시간을 얻은 건 프렌치아만이 아니었다.

다들 국력에 힘을 쏟으며 내부를 정비했다.

대륙은 그 어느 때보다 고요했다.

폭풍전야의 적막이 대륙을 휘감고 있었다.

전쟁의 긴장감을 품은 위태로운 평화였다.

시간이 갈수록 전운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의 방점을 찍을 세계정상 회담의 일정이 눈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하. 오랜만에 보려니까, 떨리네요.”

도시를 바라보는 알렌의 눈가에는 반가움과 설렘이 공존하고 있었다.

과거 아이아스 영지였던 도시가 눈앞에 있었다.

“잘 지내고 있었겠죠?”

“우리보다야 편했겠지.”

지난 2년.

우리는 프렌치아 전역을 이 잡듯 누비었다.

살생부를 빼곡히 채우고 있던 무수한 이름들은 모두 X 표시로 지워졌다.

내가 그 모두를 벤 건 아니었다.

프렌치아 국경을 벗어나기 위해 도망치다가 죽은 이들도 많았다.

하나 확실한 건 모두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우리는 지금 막, 국경을 넘었던 자들까지 모조리 추격하여 목을 베고 프렌치아 북부에 이르러 있었다.

“참 감회가 새롭습니다.”

알렌의 눈가가 그렁그렁했다.

오랜만에 돌아왔으니 감회가 새로울 만도 했다.

“이 지옥 같은 시간을 제가 버텼다니요.”

확실히 고행길이기는 했다.

지난 시간 동안 하루도 편히 쉬지 못했으니.

매일이 추격과 살육의 시간이었다.

도망치는 것도 일이지만, 살겠다고 도망치는 놈들을 쫓는 것도 일이다.

그런데 내가 다 베었잖아.

알렌에게 지옥 같은 시간은 다른 의미도 함께 품고 있는 듯했다.

나는 녀석을 서늘히 바라보았다.

녀석은 휘파람을 불며 딴청을 피웠다.

빡!

“끄악!”

알렌이 머리통을 부여잡은 채 저 먼 곳을 검지로 가리켰다.

“저 산 기억나시죠?”

아득히 멀어 그림자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제네스 님과 저기서 처음 만나지 않았습니까.”

내가 난데없이 등장했던 작은 공터가 바로 그 안에 있었다.

그리고 그 산 너머에는 아이데할의 무덤이 있을 터.

나는 이제야 그의 얼굴을 떳떳이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소중히 지킨 국새는 새로운 주인을 만났고, 국민들은 잃어버렸던 나라를 되찾게 되었으니까.

이 정도면 그와의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에 대한 면죄부가 되겠지.

“이쪽이에요! 이쪽!”

알렌은 능숙하게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

“와, 진짜 살기 좋아졌네요. 뿌듯합니다.”

그는 앞장서서 걸어가면서, 잠시도 입을 쉬지 않았다.

하늘을 걷는 것처럼 들떠 있었다.

그만큼 프렌치아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과거 이곳에 머물렀던 적이 있는 그에게는 그 변화가 더욱 크게 다가왔을 터.

“하하하. 다들 표정이 너무 좋지 않습니까.”

길을 지나는 이들은 실실거리는 알렌을 미X놈 보듯 바라보며 지나갔다.

내가 봐도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기는 했다.

그래도 확실히 프렌치아는 많은 부분이 달라져 있었다.

국민들은 지난 2년간 총독부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새로운 프렌치아의 하늘 아래서 살아가고 있었다.

전반적인 상황이 합리적으로 돌아갔다.

죄를 지은 자는 벌을 받고,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자의 재산은 몰수되었다.

뒤틀리고 썩어 있던 나라가 바로잡히고 있었다.

쾅! 쾅!

알렌이 거칠게 문을 두드렸다. 잔뜩 상기된 얼굴이었다.

“이리 오너라!”

“누구세요?”

이어 문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긴 누구야! 빨리 문 안 열어!”

알렌의 호통에 문이 벌컥 열렸다.

집주인의 찡그려져 있던 미간은 알렌을 보자마자 일순간에 펴졌다.

눈이 빠질 것처럼 크게 뜬 프레디가 거기 있었다.

“알렌!”

서로를 알아보는 순간, 둘은 조금의 뜸도 들이지 않고 부둥켜안았다. 서로의 뼈를 부수려는 것처럼 꽉 껴안는 꼴이 참으로 눈꼴 시렸다.

“누군……?”

문 앞에서 일어난 소란에 새로운 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체스였다.

그는 부둥켜안은 둘을 보고는 곧바로 굵직한 눈물을 좍좍 뽑아내며 달려들었다.

“알렌!!”

“체스! 이 자식아!”

셋은 서로 부둥켜안고는 펑펑 울었다.

누가 보면 어렸을 적 잃어버린 가족이라도 찾은 줄 알겠네.

길을 지나던 이들까지 뭔가 싶어 그들에게 눈길을 두고 지나갔다.

나는 청승 떠는 녀석들을 나답지 않게 기다려 주었다.

팔레이트 상단에서 헤어지고 못 봤으니 3년 만의 해후였다.

그동안 프렌치아에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그만큼 서로 못다 한 이야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거였다.

“제, 제네스 님…….”

알렌과 해후를 마친 두 녀석은 눈물과 콧물이 범벅된 얼굴로 나를 보았다.

충혈된 눈은 애정으로 가득했다.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다가오는 녀석들.

두 손을 펼치려는 꼴이, 다음 순간 벌어질 일들을 쉬이 예상케 했다.

빡! 빡!

“끄아아악!”

둘은 한목소리가 되어 비명을 질렀다.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을 구르며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알렌과 같은 강도로 때렸건만, 반응은 참으로 만족스러웠다.

알렌이 눈물이 그렁한 얼굴로 씩 웃으며 으스댔다.

녀석이 내가 할 말을 대신했다.

“자식들. 겨우 그 정도 가지고 엄살은.”

잠시 후.

드디어 집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그제야 정상적인 해후를 나눌 수 있었다. 프레디가 두 손을 가슴에 모은 채,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말했다.

“저희가 이 먼 곳에서 제네스 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얼마나 마음을 졸이고, 또 응원하고, 또 감격에 빠졌었는지 제네스 님은 절대 모르실 겁니다.”

체스 또한 맑은 눈망울로 말을 보탰다.

“정말이지 심장 터지는 순간들이었다구요! 오래 걸리지 않을 거란 말을 믿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빨리 이뤄 내시다니! 저는 정말이지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그럼 죽여 주랴?”

“예?”

체스가 당혹스러워하는 사이 프레디가 재빨리 답했다.

“저는 아직 여한이 많습니다!”

“음하하하하!”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알렌이 별안간 허리를 꺾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얜 또 왜 이래?

알렌은 제국의 황제라도 되는 양 오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고작 그 정도 가지고 마음을 졸이기는, 후후훗. 새가슴들이 따로 없구나. 지금껏 있었던 내 활약에 대해서 들으면 놀라 자빠지고 말 거다! 술은 넉넉히 준비되어 있겠지? 하룻밤을 지새워도 모자랄 거라고. 너희들이 지금까지 알고 있는 이야기들은 내가 할 이야기에 비하면 고블린 똥만큼이나 형편없는 것들이니까.”

“오오오…….”

알렌을 바라보는 두 녀석의 눈빛이 순식간에 선망의 빛을 띤다.

알렌의 눈망울은 그보다도 반짝거렸다.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풀 생각에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알렌은 곧 낯빛을 바꾸며 나를 바라보았다.

전장을 앞둔 기사처럼 참으로 비장한 표정이었다.

“제네스 님, 저희 언제쯤 출발합니까?”

“이틀.”

“예! 알겠습니다!”

세 녀석이 입을 하나로 모으며 합창했다.

잔뜩 신이 났다. 얼굴들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는 표정들이었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반갑기도 할 테지.

그래서 시간을 넉넉히 주었다.

어차피 녀석들의 얼굴을 보러 온 참이었다.

물론 이틀이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 정도로 넉넉한 시간은 아니었다.

시간은 금세 흘러갔다.

우리는 어느덧 마지막 날 밤을 보내고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프레디였다. 눈이 몽롱하게 풀려 있다.

혀가 고부라졌지만, 그래도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프렌치아가 독립하다니요.”

“아직 끝난 건 아니다.”

말 그대로였다.

이제 프렌치아에게 허락된 평안의 시간도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지요. 그래서 솔직히 무섭기도 합니다.”

“맞아요. 요새 무서워 죽겠다니까요. 화장실도 가기 겁이 날 정도라구요.”

체스였다.

이 자식은 어디를 보고 말하는 거야.

그는 정신을 놨는지 벽을 보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평화에 취했달까요. 정말이지 전쟁이 너무너무 싫습니다아!”

고개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자에게서 나오는 진심.

알렌은 턱을 치켜들며 허세를 부렸다.

“멍청아! 무섭기는 뭐가 무섭냐! 바로 이 몸이 있는데!”

아주 이제는 허세가 술술 나오지.

하지만 저들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았다.

프렌치아는 참으로 오랜만에 평안에 젖어 있었다.

마그네트 수복 이후에 계속된 아군의 승리.

제국의 그림자는 걷혔고, 변절자들의 목은 바닥에 떨어졌다.

붉은 핏물은 마를 날이 없었으나, 모두 그것으로 축배를 들었다.

하지만 이제 그 축제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것을 모두가 알았다.

제국이 돌아올 것임을.

다시 한번 커다란 전쟁이 일어날 것임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이번에도 이겨 내야지!”

“그 개X끼들! 절대 질 수 없지!”

“암! 그래야지!”

다들 그들을 기다리며 각오를 다진다.

한번 잃어보았기에,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니까.

하지만 동시에 두렵기도 할 거다.

평안 또한 가져 보았기에.

그것이 얼마나 달콤한지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더 두려운 거다.

이것을 잃을까 봐.

프렌치아 국민이라면 모두 같은 마음일 터였다.

앞으로 있을 전쟁에 비장한 각오를 품으면서도, 동시에 두려워하고 있었다.

저편에서 뇌운을 품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점차 하늘 위의 햇볕이 밀려나고 있음을 쉬이 알았다.

나는 언제 겁먹었냐는 듯 어깨동무를 하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녀석들을 바라보았다.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

“제국 새끼들 다 뒈졌어!”

절로 고개가 내저어진다.

“제네스 님! 저희가 이길 수 있는 거 아닙니까!”

흥분한 알렌이 시뻘건 얼굴로 소리쳤다.

“제네스 님이 계신데. 제국 놈들이 떼로 몰려와도 거뜬한 거 아닙니까!”

뭐, 당연한 소리를.

“후회하게 될 거다.”

내가 말했다.

“감히 프렌치아를 건드린 것을.”

프렌치아의 내부 정리가 끝이 났다.

이제 내 칼끝은 제국을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곧 하늘을 잃게 될 테니까.”

세 녀석이 동그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히끅!”

딸꾹질을 하는 녀석들.

내가 한 말의 뜻을 이해한 탓이다.

나는 방금 그들에게,

황제의 목을 베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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