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후 천하제일인이 되어 귀환했다-176화 (176/228)

제176화

제176화 검은 숲 (3)

칼날이 맞물리며 발생한 충격파가 동그랗게 터져 나갔다.

나는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기보다 방어적인 태도로 임했다.

황제의 직속 친위대가 이능을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안다.

일단 적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파츠츠츠츳-!

연이어 검격을 흩뿌리는 녀석의 칼날 위로 강렬한 뇌전이 흐른다.

나는 그것을 마주하지 않고 걸음을 물렸다.

쿠과과과광!

사납게 바닥을 긁고 지나가는 벼락.

뒤로 물러선 내게 녀석의 빈 손바닥이 뻗어진다.

콰아아앙-!

일순 강렬한 폭발이 눈앞에서 터졌다.

이것은 분명 마법이었다.

발끝에서 진기의 폭발이 있었다.

콰아아앙-!

흐릿하게 그려진 신형이 뒤로 죽 밀려난다.

그런 내 뒤로 솟아나는 얼음 장벽. 내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한 수법이었다.

동시에 녀석이 바람의 칼날을 품은 검을 내지른다.

이 녀석.

검과 마법을 동시에 쓰는 건가.

내력에 속성을 부여하는 나와는 달랐다.

나는 몸을 뒤집어 얼음 장벽의 표면을 밟고 그것을 디딤 발 삼아 앞으로 쏘아졌다.

콰앙-!

화살처럼 쏘아지는 신형.

빠르게 나아가는 속도 위로 칼날을 얹었다.

천령신공 검법편.

제1장 천단일선(天斷一線).

찰나에 가속한 검이 수평을 가르는 하나의 궤적을 그린다.

콰과과과과-!

적이 그려 낸 검영을 모조리 휩쓸어 버리는 선.

그 궤적을 따라 검은 눈발이 길게 일어났다. 녀석은 뒤편으로 서너 걸음 물러난 채였다.

“낄낄낄.”

측면에서 기괴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음침하게 생긴 자였다.

과연 관상은 하늘의 법칙을 담고 있었다.

내가 말했다.

“독인가.”

“이미 늦었다. 무리하게 마력을 이용하면 한 줌 핏물로 녹아내리게 될 거다.”

꼭 이렇게 생긴 놈이 독을 쓰지.

나는 녀석의 자부심을 무시한 채 한 손을 뻗었다. 손끝에서 보라색 방울이 맺히더니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 내린다.

“?!”

그 광경을 본 녀석의 눈동자는 의문과 놀람을 동시에 표현했다.

그 순간 지반을 울리는 강한 떨림이 있었다. 내가 디디고 있는 지반이 꿀렁이며 폭발했다.

쾅-!

몸을 내빼는 동시에 지반을 뚫고 올라오는 커다란 손아귀.

“아쉽군.”

땅속에서 튀어나온 자가 윗입술을 혀로 핥았다. 그의 양손은 거대화가 된 상태였다. 하는 짓도 생긴 것도 꼭 두더지 같다.

“별의별 놈이 다 나오는군.”

한번 씩 웃은 두더지 녀석은 다시금 재빨리 바닥으로 파고들었다. 땅의 울림으로 녀석의 움직임이 전해진다.

그와 함께 독을 품은 보라색 운무가 주위에 넓게 펼쳐진다.

스스스슷.

시야를 가릴 정도로 짙은 안개였다.

다른 이들은 피독주가 있는지, 그 안에서도 거리낌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쉬아아악-!

그런 안개를 가르며 쏘아지는 예기가 있었다.

섬뜩한 소리를 내며 날아드는 칼날.

그것이 무려 여덟 개였다.

촤아아아악-!

나는 어지러이 움직이는 것들을 차례차례 피해 냈다. 내 그림자를 가르며 지나쳤던 빛살이 저편에서 선회하여 다시금 날아든다.

아무래도 누군가 조종하고 있는 듯했다.

빠르게 회전하고 있는 그것은 원반 형태의 무기였는데, 가운데가 뻥 뚫려 있고 테두리에 칼날이 있는 륜 형태의 무기였다.

카앙-! 카가가강-!

나는 허공에서 다시 쏘아지는 륜들을 단숨에 쳐 냈다. 독이 운무처럼 깔려 있었으나, 호흡을 참고 있는 내게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물론,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좋지는 않겠지만.

그때 운무의 한 점에서 불꽃이 튀었다.

순간, 운무와 반응하며 거대한 불꽃이 폭발했다.

콰아아아앙-!

운무로 뒤덮였던 일대가 한순간에 폭발하며 불기둥이 솟아났다.

“크큭. 무한의 속검을 이겼다더니 별거 없는데?”

“아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응?”

당혹스러운 적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점차로 흩어지는 운무 속에서 단단한 얼음 결정이 드러난다.

나는 그 안에 있었다.

마치 얼음 안에 갇힌 듯한 모습.

쩌저저적.

눈앞을 가로막고 있던 얼음 막이 거미줄처럼 갈라지더니 이내 산산이 부서져 내린다.

몸을 보호하기 위해 내가 만든 장벽이었다.

한빙의 장(章)을 이용한 호신강기.

이로써 적들의 이능은 모두 파악했다.

이제 끝을 봐야지.

우우우웅.

새파란 강기가 칼날을 타고 솟아오른다.

동시에 폭발하듯 일대를 휩쓰는 궤적.

콰과과과과과-!

도도하게 흐르는 그 검로 위로, 존재하는 것이 무엇이든 모두 반듯하게 갈라졌다.

“이익!”

검격을 피해 다급히 움직이는 적들의 침음이 있었다. 나는 한 녀석을 목표로 두고 움직였다.

일단은 독을 사용하는 성가신 놈부터.

쾅-!

검은 눈발이 걸음 뒤에서 터져 나가자, 나는 어느새 녀석의 앞에 있었다.

녀석 또한 그런 내 움직임을 따르며 손바닥을 뻗었다.

확실히 신체 능력만큼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자들이었다.

녀석의 손끝에서 독을 품은 강기가 거칠게 풀어져 나왔다. 짙은 보랏빛의 독기가 뱀처럼 내 주변을 휘감아 오고 있었다.

천령신공 검법편.

광풍의 장(章) 승천(昇天).

칼끝에서 인 바람이 일대에 휘몰아쳤다.

주변에 퍼진 독기마저 휘감는 바람.

사납게 휘말린 검풍이 소용돌이치며 적의 몸통을 단숨에 찢어발긴다.

콰자자자작!

적의 공격까지 끌어당겨 위력을 키운 검.

당연히 두 번의 휘두름은 생각하지 않았다.

일격필살.

이들과 여유롭게 어울려 줄 상황은 아니었다.

그때 나를 향해 떨어지는 여러 갈래의 섬광이 있었다.

일대를 헤집는 륜.

어지럽게 흩어지는 궤적들 사이로, 나는 그것들을 조종하고 있는 자를 보았다.

마치 악기를 연주하듯 허공에서 바삐 움직이는 손놀림.

녀석의 손끝을 따라 휘어진 륜들이 어지러운 선을 그리며 엉켜든다.

마치 촘촘히 짜인 그물망이 덮쳐 오는 듯했다.

천령신공 검법편.

제2장 흑관섬(黑貫閃).

앞으로 내지른 칼끝에서 거대한 섬광이 쏘아져 나간다.

압축하지 않은 강기는 거대한 원기둥이 되어 전방을 그대로 밀어 버렸다.

콰아아아아-!

한순간 시야를 가릴 정도의 강렬한 섬광.

그것이 지나고 드러난 자리는 누군가 긁어낸 것처럼 깊게 파인 고랑이 쭉 뻗어 있었다.

그 선상에 있던 륜을 조종하던 자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그때 땅에서 커다란 폭발이 있었다.

내 양 측면에서 터져 나온 커다란 손이 꽃봉오리처럼 나를 감싸 안아 온다.

나를 손아귀에서 으스러뜨릴 생각인 듯했다.

손의 강도에 자신이 있는 것이겠지.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천령신공 검법편.

열화의 장(章) 화룡(火龍).

화르르륵!

내 주위로 시뻘건 불꽃이 타올랐다.

그것에 덴 손이 화들짝 놀라며 땅속으로 사라진다.

나는 검을 땅속에 박아 넣었다.

칼날을 타고 땅속으로 터져 나가는 불길.

콰르르르릉-!

거센 불기둥이 녀석이 판 구멍을 타고 뻗어 나가며 폭발했다.

곳곳에서 불기둥이 솟아오를 정도의 강렬한 불꽃이 피었다. 일대의 땅은 마지막 숨을 토하듯 부르르 떨고는 이내 고요해졌다.

이제 남은 자는 하나였다.

“…….”

그는 마치 신기루를 본 것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이들이 약하지는 않았다.

벽을 넘지는 못했더라도 한계를 초월한 신체 능력과 이능은 까다로운 면이 있었다.

단지, 내가 터무니없이 강할 뿐이었다.

* * *

메디손은 흰 사자를 바라보았다.

자신보다도 어리다.

그는 황제의 은총을 받은 자신과 달리 홀로 그 힘을 쌓아 올렸을 터였다.

그런데 그 크기가 말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이능을 품고 성장을 가속한 자신들보다 압도적으로 강할 수 있단 말인가.

“……네놈도 이능을 가진 것이냐?”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온 것은 그저 날카로운 검격.

흰 사자의 검이 일순 크기를 키우는 듯했다.

공간 자체를 갈라 버리며 밀고 들어오는 검격에 그는 할 말을 잃었다.

으득.

‘이렇게 허무하게 갈 수는 없지!’

메디손은 검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한 손에는 오러 블레이드가, 한 손에는 5서클에 이른 불꽃이 쥐어진다.

검과 마법을 동시에 익힌 마검사.

그것이 바로 자신의 이능이었다.

콰아아아!

손끝에서 터져 나간 불꽃이 전방을 휩쓸고 지나간다.

일대를 태워 버리는 지독한 불꽃.

그 불길 사이를 빠져나오는 흐릿한 그림자가 눈에 잡혔다.

“하압!”

그 순간만을 노리며 수축되어 있던 근육이 일순간 강렬하게 팽창한다.

간격이 단숨에 지워지고.

“하압!”

그는 검을 내리그었다.

칼날에는 선명한 오러 블레이드가 타오르고 있었다. 동시에 흰 사자의 몸을 구속할 수 있는 마법들이 그자의 발끝에서 자라났다.

녹색의 넝쿨이 흰 사자를 휘감아 가고 있었다.

흰 사자는 자신의 검격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을 터.

그것은 그의 패인이 될 것이다.

그때였다.

흰 사자의 신형이 푹 꺼지듯 사라진 것은.

‘어디로?!’

질문에 답하듯 등 뒤에서 바람이 갈라지는 소음이 들렸다. 메디손은 등 뒤로 배리어를 치며 황급히 몸을 돌렸다.

그런 그의 눈앞에 섬광이 번쩍인다.

시야가 돌아왔을 때, 그는 시선 너머로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세계가 뒤집혀 있었다.

흐릿해지는 의식 너머로 황제의 목소리가 들린다.

-너희면 충분할 것이다.

황제는 분명 그리 말했다.

레트로이나 6검을 꺾고, 무한의 속검과 페르오, 예리아까지 이긴 사내.

그럼에도 자신들 넷이면 그를 이길 수 있을 거라 말했다.

‘그런데 왜 우리가 진 거지?’

황제의 예측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었다. 그것도 이렇게나 크게 어긋나는 경우는 없었다.

상대가 되지 않았다.

자신과 동료들의 신체 능력은 이미 소드 마스터를 넘어섰거늘…….

적의 검을 피할 수가 없다.

어째서?

그의 의문은 끝내 답을 찾지 못하고 공허하게 흩어졌다.

* * *

적들을 베어 낸 나는 곧장 정상을 향해 움직였다.

이들이 이곳에 왔다는 건 황제가 작전을 눈치챘다는 이야기.

우리의 의도와 어긋나는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높았다.

빠르게 마무리하고 프렌치아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과거 레이크와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테이난에서 녀석이 내게 말했던 계책.

-아르에리아 조약을 알고 있으실 겁니다.

이름 그대로 신성국가 아르에리아에서 만들어진 조약이었다.

지금으로부터 700년 전.

온 인류가 힘을 모아 몬스터들을 검은 숲으로 몰아냈을 때 생긴 조약.

-그중 제국군의 발을 묶을 수 있는 조약이 있습니다.

-그게 뭔데.

-녹색의 오로라.

아. 레이크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떠올릴 수 있었다. 왕세자로서 알아야 할 너무나도 기본적인 상식이기에 어렵지 않게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몬스터 웨이브 전의 전조 증상 아니야?

-맞습니다.

매년 검은 숲에서 쏟아지는 몬스터 웨이브.

하지만 개중에도 인류의 존속을 위협할 정도로 커다란 웨이브도 있었다.

검은 숲의 깊은 산맥에서부터 시작되는 ‘드레어스 웨이브’.

녹색의 오로라는 바로 그것의 전조 증상이었다.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죠. 아르에리아 조약의 내용에는 녹색의 오로라가 발생할 시 3년간 모든 국가의 전쟁은 금지됩니다.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서죠.

드레어스 웨이브는 검은 숲과 국경이 가까운 나라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만약 그들이 무너지면 몬스터들은 계속해서 남하할 것이고 대륙은 다시 몬스터들의 세상이 될 거다.

그것을 막기 위해 최초의 장벽을 세운 것이고, 그것을 막기 위해 아르에리아에서 조약을 맺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드레어스 웨이브는 특히나 모든 국가가 참여할 의무를 갖는다.

만약, 녹색의 오로라가 발생한다면 제국 또한 프렌치아를 향해 군사를 일으키지 못할 터.

프렌치아는 3년의 시간이라는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 시간 동안 프렌치아를 정비할 수 있겠지.

지금 상황에서 우리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녹색 오로라가 일어나야 될 거 아냐.

그건 자연적인 현상이었다.

대륙의 하늘이 초록 물결로 뒤덮인다지.

-그 현상이 어떤 이유로 발생되는지는 이미 아들란트 학회에서 증명된 바 있습니다. 왜 그런 현상이 이뤄지는지는 밝혀내지 못했지만 말이죠. 어쨌거나 검은 숲의 중심에 있는 드레어스산의 정상에만 오른다면 인위적으로 그 현상을 만드는 게 가능합니다.

검은 숲을 가 본 적은 없지만, 그곳은 인세의 마경.

웬만한 병력으로는 뚫을 수 없을 터였다.

뭐, 일단 그 부분은 나라는 존재로 해결이 될 듯하고.

-그럼 필요한 조건도 준비되었다는 말인가.

-예.

턱.

바닥에 닿는 걸음과 함께 상념은 흩어졌다.

나는 지금 막 드레어스산의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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