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후 천하제일인이 되어 귀환했다-169화 (169/228)

제169화

제169화 나라를 위하는 국민 (5)

“적들의 목을 베어라-!”

경비병들이 고함과 함께 일제히 밀려왔다.

앞을 막고 있는 이들은 고작 둘.

쉬이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그들은 판단하고 있었다.

그때, 네더만과 리포드가 휘두른 검격이 찰나에 전열에 휘몰아쳤다.

녹빛의 섬광 다발이 화살처럼 쏘아진다.

적을 관통하며 쾌속하게 질주하는 빛줄기.

그 뒤를 따른 리포드의 오러가 파도처럼 적의 전열을 널따랗게 뭉개 버렸다.

콰과과과광!

깊은 밤을 뒤흔드는 폭발음과 함께 찰나에 흩어지는 대열.

한차례 검격이 지나가자, 호기롭던 경비병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그들의 압도적인 기세가 사위를 짓누르고 있었다.

“밀어붙여라-! 저놈들은 무시하고 마법사부터 제거해-!”

지휘관의 고성이 경비병들을 몰아붙였다.

병사들은 다시 검을 꼬나쥐고 억지로 걸음을 떼었다.

그들의 목적은 뒤편에 선 마법사.

일단 그를 제거하는 게 목표였다.

밀물처럼 밀려오는 병사들을 마주하며 네더만은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전력을 담은 걸음이 그의 발끝에서 터져 나갔다.

팔이 흐릿한 궤적을 남기며 연신 검을 휘둘렀다. 그 쾌속한 검격에 적들의 머리통이 이곳저곳에서 솟아오르며 핏물을 뿜어냈다.

하나, 적이 많았다.

막아야 할 공간도 넓었다.

리포드가 하나의 성벽처럼 적들을 막아 세우고 있지만, 그럼에도 뒤편으로 새어 나가는 자들이 있었다.

“아우우-!”

뒤편에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섬광과 함께 휘날리는 돌풍.

네더만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우리는 둘이 아니라고.’

달빛 아래 드러난 거대한 늑대가 있었다.

네스가 콧잔등을 들썩이며 이리엘에게 향하는 병사들의 앞을 막고 섰다.

“이, 이건 뭐야?”

“늑대?”

소문으로 들은 적은 있었다.

집채만 한 늑대를 타고 다니는 늑대 기사가 있다고.

그것을 실제로 본 자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믿지 않았지만 말이다.

도심에 집채만 한 늑대라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그르르릉.”

낮고 깊은 그로울링에 발이 붙잡힌 병사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공간 자체를 옥죄는 듯한 살기에 발바닥이 땅에 눌어붙은 듯했다.

눈앞에서 마주한 포식자의 동공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크릉-!”

네스의 거체가 잿빛의 잔상을 남기며 질풍처럼 쏘아졌다.

콰득!

단숨에 병사의 상체를 물고는 저 멀리 집어 던진다. 네스의 송곳니는 병사들의 갑옷쯤은 아무렇지 않게 씹었다.

“이익! 짐승 새끼가!”

동료의 죽음에 이를 악물고 창을 찌르고 검을 휘두르는 자들.

하나, 그들의 무기는 네스의 가죽을 뚫지 못했다.

네스는 그 커다란 몸뚱이를 무기 삼아 몸으로 들이받고 물어뜯으며 병사들 사이를 양 떼를 누비는 늑대처럼 마음껏 휘저었다.

적들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어찌저찌 네더만과 리포드를 넘어선다고 하더라도 뒤편에 기다리는 네스의 몸부림을 피할 수가 없었다.

“땡땡땡땡-!”

하지만 적의 침입을 알리는 경종이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어둠의 이쪽저쪽에서 경비병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왔다.

경계를 서던 이들 외에 취침하던 병력들까지 모조리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개중에는 익스퍼트를 넘어선 기사들 또한 있었다.

거칠게 밀려드는 병력의 물길이 점차 그것을 가로막는 벽을 압도하는 것이 느껴졌다.

콰직-!

달려드는 기사를 반으로 쪼갠 리포드가 뒤편을 향해 소리쳤다.

“얼마나 남았어-!”

“1시간 2분 남았어요-!”

이리엘이 힘내라는 식으로 소리쳤다. 그녀는 펌프질을 반복하며 정제된 마력을 계속해서 마법진에 투여하고 있었다.

아티팩트가 발동 가능한 마력을 충전하기 위함이었다.

리포드는 이를 악물었다.

콰과과과광!

그의 대검이 폭풍처럼 휘돌자 적들의 대오가 갈려 나가며 잠깐의 숨 돌릴 틈이 생겨났다.

네더만도 일대를 단숨에 베어 낸 뒤 걸음을 물렸다.

앞을 막고 있던 병사들이 커튼이 열리듯 좌우로 갈라지더니, 그 사이로 활시위를 당긴 채 대기하고 있는 궁병들이 드러났다.

“발사-!”

명령과 동시에 쏘아지는 화살들.

어둠에 잠긴 화살들이 일제히 날아든다.

리포드는 그 화살 다발을 향해 오히려 앞으로 돌진했다.

“하압-!”

기합과 함께 그어지는 대검.

그 궤적을 따르는 푸른 물결이 있었다.

그의 오러가 푸른 비단처럼 흐르며 전방을 가려 나가기 시작한다.

리포드의 앞으로 넓은 장벽이 생겨났다.

전방위를 감싸는 제네스의 검망과 달리 전방만을 막을 뿐이었지만, 그것은 이들의 앞에 단단한 방벽을 세웠다.

콰과과과과광-!

그 방벽에 부딪치며 부서져 내리는 화살들.

적들은 계속해서 화살을 쏘아 댔고, 리포드 또한 이를 악물고 계속해서 푸른 장막을 덧대었다.

겹겹이 쌓이는 방벽은 부서지고 깨지면서도 더욱 단단해지고 있었다.

“크윽.”

리포드의 입가로 핏물이 흐른다.

내부가 진탕되는 듯했다. 누군가 몸뚱이를 쇠망치로 두드리는 것 같았다.

마력을 품은 화살이었다.

화살 하나에 담긴 마력이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소나기처럼 쏟아지자 아무리 리포드라도 정면에서 넓은 반경을 방어하기란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제네스 앞에서나 수수깡이지, 그 많은 화살을 홀로 받아 내기란 상당히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리포드는 그것을 막아 냈다.

“쿨럭-!”

눈앞에서 방벽이 사라지며, 리포드가 피를 한 사발 토해 냈다.

그래도 화살 비는 멈춰 있었다.

휴대한 화살을 모두 쏘아 낸 탓이다.

그들 또한 충전이 필요했다.

“잠깐-!”

네더만은 그 찰나의 정적을 이용해 소리쳤다. 다시 근접전으로 방향을 바꾸려던 경비병들이 몸을 움찔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네더만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항복! 항복하겠네!”

갑작스러운 적의 투항에 경비병들은 당황한 기색이었다. 그들의 선두에 서 있던 지휘관이 소리쳤다.

“투항을 하려거든 검을 버리고 바닥에 엎드려라-!”

네더만은 그들의 명에 따라 들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그는 천천히 자세를 낮추며 검을 바닥에 내려놓는 와중에도 입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자자, 침착들 하라고. 얌전히 검을 내려놓고 있지 않나. 그렇게 무서운 표정 지을 거 없다네. 어차피 여길 벗어나는 건 틀렸다, 생각하고 있으니까.”

네더만은 옆에 멀뚱히 선 리포드를 바라보며 채근했다.

“뭐 하는가, 얼른 저들의 명에 따르지 않고. 이대로 죽고 싶어? 그럼 혼자 싸우다 뒈지시든가.”

리포드는 네더만의 태세 전환에 입가에 묻은 피를 훔치며 천천히 그를 따랐다.

“빌어먹을.”

네더만의 수는 빤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 보자는 수작이었다.

그래 봐야 찰나의 시간일 뿐이겠지만, 지금은 그 잠깐의 시간도 중요했다.

“검을 멀찍이 버려라!”

발끝에 검을 내려놓으려는 네더만을 보며 지휘관이 소리쳤다.

“거참, 겁이 많은 친구구만.”

“개소리 말고-!”

“알았네, 알았어.”

네더만은 검을 더 멀찍이 버리기 위해 다시 검을 집는 동시에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콰앙-!

순간, 그의 발끝에서 돌풍이 터져 나갔다.

점멸하듯 흩어지는 신형.

“이 개-.”

적의 분통을 삼키며 쏘아진 그의 검격이 일대에 사납게 휘몰아친다.

콰과과과과광!

그 쾌속한 검격은 찰나에 방심한 적들을 격살했다. 광풍처럼 휘돈 녹빛의 섬광이 단숨에 적의 대오를 흩트리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

그 검을 용케 받아 낸 지휘관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분통을 토했다.

“뒈-.”

무어라 소리치며 네더만에게 다가가던 그의 머리통에서 화살이 불쑥 솟아나 틀어박혔다.

“컥-!”

허물어지는 그의 허망한 눈동자는 저 멀리에 있는 이리엘을 좇고 있었다.

그녀가 소리쳤다.

“이제 1시간 30초 남았어요!”

마법진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붉은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 자리에서 할 일은 끝났다는 의미.

더 이상의 충전은 필요 없었다.

이제 마법진을 해체하지 않는 이상, 시간이 지나면 성문은 폭발할 것이다.

이리엘 또한 네스의 옆으로 다가와 섰다.

“죽여라-!”

“몰아붙여-!”

지휘관의 죽음에 다시 득달같이 달려드는 경비병들.

전장이 일순간에 가열하게 타오른다.

콰과과광-!

아직까지는 네더만과 리포드 덕분에 막아 내고 있지만, 사방으로 포위해 오는 이들의 물결은 거셌다.

성문이 세차게 떨리기 시작한 건 그때였다.

구구구구구!

마법진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전장 속에 있는 모두가 그 변화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선명했다.

그 광경을 본 이리엘이 소리치며 바닥에 몸을 던졌다.

“엎드려요-!”

콰아아아앙-!

동시에 폭발하는 성문.

바짝 엎드린 일행의 머리 위로 성문의 잔해와 커다란 불꽃을 동반한 돌풍이 확 밀어닥쳤다.

마그네트의 밤을 단숨에 밀어낼 정도로 거대한 폭발이 머리 위를 휩쓸고 지나갔다.

“크아악-!”

그 불길에 휩쓸려 날아간 이들의 비명이 주변에 울렸다. 일행들은 그 혼란의 틈바구니에서 비척비척 일어났다.

“달려-!”

네더만이 성문 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성문이 휑하니 뚫려 있었다. 이리엘은 재빨리 네스의 등 뒤에 올라탔다. 열기에 휩쓸렸던 네스의 털끝에 불씨가 맺혀 있었다. 이리엘은 손바닥으로 그것을 털어 내듯 꺼트렸다.

네더만과 리포드 또한 그 뒤를 빠르게 따랐다.

“쫓아라-!”

성문 폭발의 여파를 운 좋게 피해 냈던 이들이 그런 일행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들의 앞에 휑하니 뚫린 성문이 선명히 보였다.

거대한 성문의 중앙부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나 있었다. 성벽에 붙어 있는 잔해에 남은 붉은 불씨가 성문을 잘 보이게 했다.

일행들은 그 문을 단숨에 통과했다.

“쏴라-!”

성벽 위에서 화살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지만, 그들의 걸음을 잡을 수는 없었다.

“쫓아-!”

말을 탄 병력들이 그 뒤를 다급히 쫓았다. 하나, 얼마 못 가 그들은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깨달았다.

저 멀리 일렁이는 횃불들이 보였다. 허공에 뜬 불길이 미끄러지듯 어둠 속을 흐르며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사색에 질린 이들은 곧장 말머리를 돌렸다.

“적이다-!”

“마, 막아야 한다!”

“성문을 막아라-!”

혼비백산하여 내부로 들어온 이들은 부서진 잔해와 후방에 놓여 있던 바리케이드를 옮겨 구멍 난 성문을 빠르게 막아 갔다.

어찌저찌 입구를 막기는 했다만, 그 단단함은 성문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성벽에 올라 있는 이들 또한 침을 꿀꺽 삼키며 적들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대문이 활짝 열린 상태로 맹수를 맞이하는 듯한 공포가 일었다.

“으하하하-!”

어둠에 잠긴 평야를 달리며 리포드가 실성한 사람처럼 웃어 댔다. 승리를 만끽하는 웃음소리였다.

애초에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된 작전이었다.

처음 1시간 5분이 남았다고 말했을 때, 사실 남은 시간은 단 5분이었다.

굳이 1시간을 추가하여 말한 것은 적들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시간이 넉넉하게 남았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애초에 적들이 알아차릴 것을 예상하고 세운 계획이다.

그들이 총독부에 확인 요청을 할 줄 알았다.

하나, 경비대에서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길목에 암습조까지 배치해 두었으니, 운이 좋으면 걸리지 않고 작업을 마무리할 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다행히도 성문을 뚫는 건 성공적이었다.

일행들은 곧장 호레인숲으로 방향을 틀었다.

두두두두!

그들이 지나간 자리 위로 새로운 병력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무너진 성문을 향해 드라칸을 비롯한 정예들이 달려들고 있었다.

우측 날개를 담당하는 드라칸 휘하의 병력들이 폭발음 소리와 함께 곧장 동문을 향해 달렸다.

그것은 그들이 기다리던 출정을 알리는 소리였다.

동문에 가까워지자 성문 앞으로 늘어선 적군이 있었다.

성문을 임시방편으로 보수하는 중이었다.

그들 또한 성문의 부족함을 알았기에 상당수의 병력을 바깥에 배치한 상태였다.

성벽 위로도 많은 이들이 있었다.

적들의 병력이 꽤 많았다. 성문이 열렸다고는 하나, 그 문을 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워워.”

그 앞에 선 드라칸이 말의 고삐를 채며 멈춰 섰다.

대열을 정비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뒤를 따르던 대군이 걸음을 멈추며 호흡을 고른다.

드라칸은 뒤를 돌아보았다.

어둠에 잠긴 대군이 그 앞에 놓여 있었다.

물경 7천에 이르는 병력.

모두 프렌치아의 독립을 위해 모여든 자들이었다.

하나의 꿈을 위해 제 발로 이 자리에 선 이들이었다. 드라칸의 마력을 품은 목소리가 밤에 잠긴 평야를 울렸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모두 저 벽 너머에 있다!”

그의 창이 드높은 마그네트의 성벽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저 벽을 넘는 자는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 중 누군가는 반드시 죽는다! 누군가가 반드시 죽어야만 우리는 저 벽을 넘을 수 있다!”

전쟁이란 그러했다.

전략이 성공하더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죽는다.

그것이 전쟁이다.

“지금 이곳에 오기까지도 수많은 아군의 죽음이 있었다! 이번에 그것이 우리의 차례가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앞에 서 있다!”

마력을 품은 그의 목소리가 밤을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우리가 왜 이 자리에 서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곳에 섰는가!”

드라칸의 음성을 따라 사기가 고조되고 전열이 정비되고 있었다. 다들 말의 고삐를 단단히 잡으며 다시 한번 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목숨을 건 전장에 제 발로 찾아온 이유가 바로 저 벽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드라칸이 창을 치켜세우며 소리쳤다.

“프렌치아의 독립을 위하여!”

“위하여-!”

드라칸의 선창에 후창하는 병사들.

하나가 된 그들의 목소리는, 성벽을 넘어 잠에 든 시민들까지 깨웠다.

“새로운 프렌치아를 위하여!”

“위하여-!”

거세게 타오르며 고조되는 전장.

하나로 뭉친 고양감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들끓는다.

드라칸은 그 열기에 방점을 찍었다.

“전군 돌겨억-!”

말의 옆구리를 차며 앞서 나가는 드라칸의 뒤에서 거대한 함성이 인다.

“우와아아아-!”

그를 중심으로 쐐기꼴로 늘어나는 전열.

그것이 적들을 향해, 허술한 성문을 향해 쏘아지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