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화
제121화 본격적인 걸음 (2)
푸짐한 상이 차려진 기다란 식탁.
우리는 저녁을 함께하며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차분히 풀어 갔다.
우리 쪽 이야기를 맡은 건 언제나처럼 알렌이었다.
“큼큼. 그럼 테이난성을 떠나서부터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진중한 분위기 탓에 알렌은 목을 한번 가다듬고 나서야 이야기를 시작했다.
평소 술 먹고 나불거리던 이야기가 아니라 그간의 얻은 정보를 담은 이야기를 해야 했다.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얼굴을 똑같이 만들 수 있다니, 상당히 위험한 일이겠군.”
카드론의 염려였다.
알렌의 이야기는 가짜 할렌트 부분에 다다라 있었다. 그는 직접 경험하지 않았기에 부족한 설명은 내가 보태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내가 말했다.
“일단 우리의 얼굴은 모르니 다행이지.”
녀석은 우리 얼굴을 모른다. 만난 족족 모두 죽여 온 탓이다. 심지어 내가 자기를 죽인 것도 모를 터였다.
나는 말을 이었다.
“얼굴을 그 정도로 똑같이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보지 않고서는 무리일 거다. 또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할 테고.”
아무리 Dr. 주르하의 수술 실력이 뛰어나다 한들, 똑같은 인간을 만들어 내는 게 쉬울 리 없었다. 외모뿐만 아니라 목소리까지 똑같게 만들어야 하는 데다 체형까지 비슷해야 한다.
게다가 그 사람은 바뀐 얼굴로 살아가야 하니.
가짜를 쉽게 만들어 낼 수는 없을 터였다.
카드론도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의견에 동의했다.
“하긴 그렇겠어.”
위험하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의미.
이야기는 계속 흘러 이모텔섬에 다다라 있었다.
“불멸의 부대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는 말인가.”
그들의 놀라움은 이모텔섬에서 절정에 다다랐다.
가짜 왕세자부터 불멸의 부대, 움파움파족, 네스까지.
소설 속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대거 등장한 까닭이다.
모든 말을 들은 루시안은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쨌든 막아 내서 다행이군.”
그 또한 왕세자의 죽음에 대해 이리엘 만큼이나 안타까운 심경을 표했다.
나는 문득 녀석의 진심이 궁금했다.
“만약 진짜였으면 어쩔 셈이었지?”
내 물음에 루시안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질문의 의도를 먼저 묻고 싶은데.”
“별다른 의도는 아니고, 찬탈할 생각이 있었냐는 거지.”
전생의 나를 선택할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질문은 아니었다. 그가 찬탈했을 거라고 해도 나는 별 감흥이 없을 테니까.
10년이란 시간 동안 그는 자신의 나라를 꿈꿔 왔다.
적의 포로가 되어 있던 왕세자가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패망한 왕국의 적통이란 이유만으로 왕으로 추대하는 건 나도 반기지 않을 선택이었다.
나는 그저 그의 각오가 궁금했을 뿐이다.
루시안이 말했다.
“찬탈할 생각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머뭇거리지 않았을 테지.”
녀석의 푸른 눈은 단호했다.
실제로도 말처럼 했겠지.
녀석이 말을 이었다.
“내게 중요한 건, 누가 왕이 되느냐가 아니라 어떤 나라가 되느냐니까.”
왕세자가 나라를 이끌 만한 재목이었다면 옆에서 보필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그것이 안 된다면 찬탈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굉장히 민감한 질문이었음에도 참으로 루시안다운 대답이었다.
이번에는 그가 물었다.
“만약 왕세자가 진짜였다면, 너는 어떤 선택을 했을 거지?”
그랬어도 자신을 따랐을 거냐는 물음.
내가 말했다.
“난 녀석의 목을 베었을 거다. 한 나라에 두 명의 왕은 필요 없으니.”
“…….”
장내가 싸늘히 가라앉았다.
진짜 왕세자였더라도 목을 베겠다니.
그럴 일이 없을 거라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지금 상황에 왕세자의 존재는 혼란만 부추길 뿐이니까.
다들 내 대답에 황당한 눈치였다.
내 말에 루시안은 픽 웃었다.
“이거 좋아해야 하는 거지?”
“물론. 너만이 왕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저 전생의 인연 때문만이 아니다.
나는 로드르 헤이어서와 이야기를 나누며 루시안이 얼마나 대단한 녀석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세대를 잇는 이상.
루시안은 전생의 나보다 이 나라를 이어받을 자격을 갖춘 녀석이었다.
그런 이유로 이 자식은 왕이 되어야 한다.
“공감하는 바입니다.”
여태까지 과묵하게 있던 레이크가 나서서 말했다.
“그것을 위해서는 이제 이 나라에서 제국을 밀어내야 하겠죠.”
다들 그의 의견에 집중했다.
“그나저나 여러 의문이 남는군요. 제국은 어떻게 그런 불가사의한 힘을 알게 된 것인지, 또 그런 이능이 불멸의 부대 하나뿐일지 말입니다.”
레이크의 말이 맞았다.
불가사의한 힘이었지만, 그것이 하나뿐이란 증거는 없었다.
주르하만 보아도 분신을 만들어 내는 이능이 있지 않은가.
“현재 제국의 무리한 영토 확장의 자신감이 어쩌면 그런 힘에서 기인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더욱 힘든 싸움이 되겠죠.”
레이크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만약 가짜 왕세자가 포털로 들어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나의 패배를 상정하냐는 의미.
내가 말했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거다.”
왕세자가 포털로 들어가지 않고 할렌트와 힘을 합해 나를 공격했을지라도 결말은 달라지지 않았을 거다.
할렌트도 가짜 왕세자도 결국 내 검에 목이 베었을 테니.
그저 막연한 자신감이 아니라, 그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세상에 어떤 힘이든 대가 없이 얻을 수는 없다.
그들의 불멸은 분명 어떤 대가를 지불하고 있었을 터. 포털을 무한정 열고 있을 수도 없었을 거다.
만일 그렇지 않더라도.
그 정도로는 나를 넘어설 수 없다.
레이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말했다.
“오늘 대화는 이쯤 하지.”
지금까지 있었던 상황을 이야기하느라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언제나 무표정인 레이크를 제외하고는 다들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루시안이 내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다들 피곤할 테니. 앞으로의 이야기는 내일 이어서 나누도록 하죠.”
“그럼 일어나지.”
카드론도 흔쾌히 동의하고 나서자, 식사 자리는 그걸로 마무리되었다.
사실 자리를 이쯤에서 파한 것은 루시안과 레이크와 따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합병했다고는 하지만, 그 이면에 담긴 이야기도 있을 터.
우리는 따로 루시안의 방에서 모였다.
“차나 한잔하면서 이야기하자고.”
루시안이 차를 따르며 말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네 달만인가. 그때는 우리가 테이난성에서 이러고 있을 줄 몰랐는데 말이야.”
“언젠가는 왕성에서 이러고 있겠지.”
내 말에 그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정말이지 꿈만 같은 이야기군.”
“낯 뜨거운 소리는 됐고. 어떻게 잘 구워삶았군.”
카드론에 관한 이야기였다.
“원하는 바가 확실하니 오히려 쉬웠지.”
“하긴.”
나는 그의 말을 이해했다.
카드론의 목적은 굉장히 단순하다.
가문의 번성.
그러니 그것을 맞춰 주기가 오히려 쉽다.
그것을 줄 수 있다면 말이지.
그렇기에 녀석을 끌어들이는 건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었다.
확실한 가능성을 보여 줘야 하기에.
전에도 말했듯 카드론은 루시안에게 무언가를 발견했기에 이 합병을 선택한 것이다.
왕이 될 수는 없으니, 왕의 장인이 되기로 한 것이지.
내가 말했다.
“동부와 남부도 가능하겠어?”
“물론. 그게 내가 할 일이지 않나.”
루시안은 씩 웃었다.
일말의 망설임 없는 대답이었다.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
그는 찻잔을 들며 입꼬리를 올렸다.
“표정이 전보다 많이 유해진 거 같은데?”
“내가?”
“그래. 처음에는 날붙이 같더니, 지금은 좀 사람 냄새가 나. 알렌과 이리엘 덕분인가.”
내가 달라졌다라.
하긴 이 녀석들을 처음 봤을 때만 해도 나는 순전히 전생의 책임을 다하고자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저 전생의 것이었던 것들이 어느새 현재의 삶이 되어 있었으니.
감정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프렌치아에도, 함께하는 녀석들에게도.
나는 어느새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제네스 쿤 프렌치아도 아니고 이검학도 아닌.
그저 제네스로서.
어찌 보면 세 번째 삶이라 해도 무방할 거 같다.
내가 말했다.
“쓸데없는 말은 됐고, 앞으로의 계획이나 얘기해 봐. 본론만, 짧고 간단하게.”
“여전하네.”
루시안이 픽 웃자, 옆에 있던 레이크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흰 사자로서 역할 수행은 참으로 훌륭하셨습니다. 제 생각 이상으로 잘해 주셨으니까요.”
나는 레이크의 말을 깔끔히 무시하며 차를 마셨다. 녀석은 알아서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앞으로 베어야 할 것들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본론이 바로 이것이었다.
“이번에는 전과 조금 방식이 다를 겁니다.”
나는 녀석을 보았다.
“지금까지는 가는 길에 놓인 것들을 베었다면.”
레이크는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했다.
“이제는 목표를 선정하여 벨 것입니다.”
목표를 선정한다라.
어느 정도 열기가 타올랐으니 이제 화력을 키울 땔감을 집어넣겠다는 이야기.
그 땔감은 아마 변절자들의 목이겠지.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불시에 기습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는 말을 이었다.
“선전 포고를 하는 것입니다.”
녀석은 말을 덧붙이며 설명을 이어 갔다.
“효과는 후자가 크지만-.”
나는 더 들을 것도 없이 말했다.
“후자로 간다.”
“가능하시겠습니까.”
선전 포고를 하겠다는 의미는 간단했다.
적에게 대비할 시간을 준다는 의미.
할렌트가 로드르 헤이어서의 처형 날짜를 공표했던 것처럼, 우리 또한 변절자들의 심판을 공표한 뒤에 그 목을 베는 것이다.
내가 홀로 총독부를 뚫은 걸 보고 생각한 계책인 듯했다.
총독부마저 뚫는 마당에 무엇을 뚫지 못하겠는가.
물론 불시의 기습일 때와 선전 포고일 때의 성문의 단단함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나는 그마저도 뚫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레이크는 가능하다는 내 말에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이 자식, 확실히 머리를 굴릴 줄 아는 놈이다.
검을 한 번만 휘둘러도 그 효과가 클 듯했다.
선전 포고를 받고 대비한다고 해도 흰 사자를 막아 낼 수 없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그런 일들이 쌓이다 보면 변절자들은 내가 목을 베겠다고 선전 포고만 해도 짐을 싸서 도망가게 될 거다.
직접 검을 들지 않고 단순히 벽보를 붙여 공표하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테지.
내 압도적인 무력을 이용하기에 시의적절한 방안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우선 다섯 개 가문을 한 번에 공표할 예정입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생각한 것과는 살짝 다른 방향.
“무슨 속셈인데?”
“일단 보시겠습니까.”
그는 프렌치아의 전도를 내게 보여 주었다.
그 위로 다섯 개의 점이 찍혀 있었다.
다섯 개의 가문은 익숙했다.
바레인가.
트레왈로가.
크로단가.
하리아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테이난가.
이렇게 총 다섯 개의 가문이 내가 쳐부수겠다고 공표하게 될 가문이었다.
“일단 다섯을 심판하겠다 공표한 뒤에, 하나를 선정하여 선전 포고할 생각입니다. 어떤 가문부터 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제네스 님의 몫이고요.”
“다섯 가문을 먼저 공표하는 데 따로 이유가 있겠지?”
“예. 물론입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예상컨대, 이 중 둘만 베어도 프렌치아는 겨울이 오기 전에 독립을 선포할 수 있을 겁니다.”
* * *
끼익.
집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술병을 든 네더만이었다. 그는 설렁설렁 걸어가 카드론의 앞에 앉았다.
네더만이 한차례 술을 들이켜고는 입을 열었다.
“네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합병을 다 했냐.”
“바람은 무슨.”
“나야 그 자식한테 죽을 일이 없어서 좋기는 하다만, 제네스 때문만은 아닐 거 아냐.”
정략혼인이고 뭐고 프렌치아가 완전히 독립하여 루시안이 왕이 되어야만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카드론은 그와의 정략혼인과 세력의 합병까지 추진하면서 본인의 가문을 루시안에게 내주었다.
그렇다는 건, 그만큼 그에게서 확실한 가능성을 보았다는 의미.
네더만은 그가 본 가능성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카드론이 말했다.
“보기에 어떻디?”
“별다를 건 없어 보이던데? 아. 이리엘과 달리 성격은 좋더군.”
“옆에 있던 레이크란 자가 바로 북부의 별, 늙은 여우다. 이명에 맞지 않게 상당히 젊은 나이지.”
“그럴 것 같더라고. 그런데 돌덩이가 따로 없던데. 조각상을 주워서 앉혀 놔도 그 녀석보다는 더 사람 같을 거 같더군.”
“하여간 말은.”
카드론이 픽 웃으며 핀잔을 주었다.
네더만이 물었다.
“어때? 똑똑하디?”
“그래.”
카드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인정하자, 네더만의 눈빛은 이채를 띠었다. 녀석이 이 정도 반응을 보인다는 건, 그가 알려진 만큼 비상하다는 의미.
“머릿속이 궁금할 정도더군.”
“그 정도라고?”
네더만은 흥미롭다는 듯 동공을 키웠다.
이 정도면 상당한 극찬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전략 전술 쪽에 제네스 같달까.”
“허.”
네더만은 헛숨을 터트렸다.
“아주 루시안은 인복이 터졌구만. 그에 비해 네 인복은 참으로 빈곤해. 쓸 만한 건 나밖에 없으니 말이야. 어때? 한 잔 줘?”
“됐다.”
“안쓰러워서 그래.”
“네놈 빼고는 다 쓸모 있으니 안쓰러워할 필요 없다는 얘기야.”
“그래? 나는 반대로 생각했는데?”
홀로 쿡쿡거린 네더만은 술을 들이켜고는 소매로 입가를 닦았다.
“근데, 그래도 가능할까? 10년 전처럼 전면전으로 가도 승산이 있겠어?”
지금이야 전장의 규모가 작으니 제네스 혼자서도 감당할 수 있지만,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그가 아무리 날뛰어도 프렌치아 전역을 지킬 수는 없다.
녀석의 몸은 하나니까.
카드론도 잘 알고 있을 터.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는 해. 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전반적으로 달라. 10년 전보다는 확실히 가능성이 있다.”
카드론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목숨을 걸어 볼 정도로.”
카드론의 태도는 생각보다 확고했다.
네더만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거 못 본 사이에 바보가 됐군.”
“그럴 수도.”
카드론이 순순히 인정하자 네더만은 픽 웃었다.
언제나 확신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녀석이었다.
돌다리도 이리저리 재며 건너는 놈이 희박해 보이는 가능성에 목숨을 운운하다니.
그건 그가 그만큼 루시안과 레이크를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였고.
동시에 그 카드론마저 감화시키는 그들의 능력이 상당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불현듯 그들에 대해 궁금증이 이는 네더만이었다.
그런 네더만을 비웃듯 카드론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건 아니니까.”
“하여간. 네가 그럼 그렇지.”
네더만은 고개를 내저었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어차피 프렌치아 임시정부는 테이난가와 북부의 흰사자간의 연합이 아니었다.
굽이치는 해협과 북부의 흰사자 간의 연합이지.
언제든 도마뱀 꼬리처럼 잘라 낼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카드론이 카드론 했을 뿐.
네더만이 말했다.
“동부와 남부는 괜찮을 거 같아? 그 자식들은 너와 달리 뚝심이 있을 거 같은데.”
“루시안이 알아서 할 테지.”
“호, 꽤 신뢰하는 눈치네. 사위라 이건가.”
“아니. 내가 그 녀석을 괜히 선택했겠냐.”
네더만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칼과 머리가 있으면 뭐 해. 우두머리가 제 몫을 해야지.”
“인복만 터진 게 아니란 건가?”
“그 녀석.”
카드론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 누구보다 왕의 자질을 가졌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