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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후 천하제일인이 되어 귀환했다-70화 (70/228)

제70화

제70화 창과 방패 (2)

앞을 막아선 녀석이 오만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꼴사나워 죽겠군.

이들의 수는 총 31명.

초원의 들개보다 훨씬 많은 수지만, 그렇다고 전체적인 전력이 훨씬 강한 정도는 아니었다.

개개인의 수준을 놓고 보면 초원의 들개 녀석들이 월등하기 때문.

대강 보니 익스퍼트 중급의 기사들로 구성된 특수부대인 듯한데.

이제까지처럼 쉽게 지나가지는 못할 듯하다.

“이번에는 충격이 좀 전해질 겁니다. 잘 버텨요.”

“……지금이라도 나를 두고 가게. 나는 이제 다 늙어 빠진 늙은이에 불과하다고.”

“거, 아까부터 되게 쫑알거리네. 바쁘니까 하라는 대로 꾹 참으쇼.”

내 건방진 어투에 뒤편에서 불편한 신음이 흘렀다. 아까부터 자신을 버리고 가라며 쫑알거리는 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안 그래도 번거로워 죽겠거늘.

눈앞의 녀석들을 속 시원하게 베어 버리고 싶지만, 로드르의 몸이 버티지를 못하기에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개전!”

앞에 있던 콧수염 녀석이 소리치자, 주변을 두르고 있던 이들이 대형을 갖추며 달려들었다.

확실히 체계화된 전투 방식이었다.

사위를 점하며 검을 휘둘러 오는 녀석들.

그 움직임이 기민하고 조직적이다.

나는 내게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검부터 처리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키이잉!

검면이 서로 붙으며 공명이 울었다.

당황한 녀석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검면과 검면이 착 달라붙은 까닭.

나는 그런 녀석의 검의 경로를 측면으로 틀어 버렸다.

내 옆으로 딸려 오며 방패막이가 돼 주는 녀석.

나는 그를 당겨 오는 흐름을 따라 몸을 회전시켰다.

카카카캉!

몸의 회전을 따른 검극이 널따랗게 펴지며 내게 쏘아지던 칼날을 모조리 튕겨 냈다.

나는 찰나 생겨난 빈틈으로 몸을 빼냈다.

그런 내 움직임을 예측한 듯 앞을 막아 오는 이들이 있었다.

채재재재쟁!

은빛 궤적이 삽시간에 얽혀 든다.

날카로운 쇳소리가 중첩되듯 겹쳐 퍼졌다.

나는 놈들의 검진을 억지로 벌리고 그 틈으로 몸을 끄집어내었다.

빌어먹을.

예상했지만, 또 앞을 막아 오는 이들이 있다.

찰나에 틈을 뚫었거늘, 완전한 검진이 다시 앞을 가려 온다.

이렇게 가다가는 거미줄에 걸린 파리 새끼처럼 몸부림치다가 지쳐서 목을 베이고 말 거다.

물론, 나 이외의 다른 자가 이들의 검진에 갇혔을 때를 말하는 거지만.

가령, 네더만 녀석 같은.

쩌엉!

내력을 품은 강철검이 맞닿으며 묵직한 공명이 일었다.

이번에는 검에 무게를 실었다.

로드르에게 충격이 좀 가더라도 일단 이 검진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안 되나 보다.

검을 받아 튕겨 나간 녀석의 자리가 찰나에 메꿔졌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고도로 훈련이 된 자들이었다.

검진이 꽤 치밀하게 짜여 있었다.

그들이 빚어낸 칼날이 점점 공간을 옥죄어 온다.

이러면 어쩔 수 없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속전속결이다.

콰과과과광!

여러 갈래로 나뉘며 공간을 찢는 섬광에 앞을 막아 오던 이들이 일제히 튕겨 나갔다.

일순간에 올라간 검력에 당황하는 녀석들.

나는 그 찰나를 이용해 표홀히 몸을 빼냈다.

검격을 막아 내며 튕겨 나간 자들이 검진을 흩트리는 바람에 드러난 틈이었다.

의도한 바였다.

홀로 다수를 상대하는 것.

내게는 매우 익숙한 일이니까.

꽤나 훌륭한 검진이지만, 이런 것을 파훼하는 것쯤이야 내게는 일도 아니었다.

정마대전 당시, 마교 녀석들의 주력 부대들도 홀로 돌파했던 나다.

그들에 비하면, 이들은 사실 조족지혈이었다.

나는 녀석들의 검진을 헤집으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바람을 탄 꽃잎처럼 변화무쌍한 움직임에 녀석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나도 지금은 이들을 쉽게 벗어날 수가 없다.

콰앙!

앞으로 쏘아지려는 내 앞으로 또 다른 녀석이 떨어져 내린다. 31명에 이르는 놈들이니 하나를 떨쳐 내도 그새 다른 하나가 달라붙었다.

작은 검진이 모여 커다란 검진을 이루는 형태였다.

하나를 부수어도 또 하나가 금세 피어난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세.

일순, 그 사이를 가로지르며 쏘아지는 섬광이 있었다.

콰아앙!

그것을 막아 낸 나는 처음으로 걸음을 뒤로 물려야 했다.

내게 사형을 운운했던 콧수염 녀석이었다.

초원의 들개의 대장이었던 이솔루니와 엇비슷한 실력자.

녀석 또한 익스퍼트 최상급에 올라 있었다.

어중간한 검으로는 뚫을 수 없다.

빌어먹을 자식들이 귀찮게 구네.

나는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검을 피해 다시 한번 걸음을 물렸다.

……이래서는 답이 없다.

그렇다고 쓸어버릴 수도 없고.

만만한 놈들이 아니기에 전면전으로 들어간다면 로드르는 그 반발력을 감당하지 못할 거다.

이렇게 최소한의 접촉으로 가는 게 일단 최선이기는 한데.

그래도 어느 정도의 충격은 감수해야겠지.

검병을 강하게 움켜쥐는 순간, 손끝이 흐릿해진다.

천령신공 검법편.

제3장 낙화유검(落華流劍).

검의 그림자가 떨어지는 꽃잎처럼 만발했다.

그 궤적을 따라 터지는 첨예한 검기.

흩날리듯 뿌려지는 칼날이 일대의 공간을 잠식한다.

푸른 꽃잎이 사위에 휘몰아치는 듯했다.

푸른 꽃으로 피어나 붉은 꽃으로 지는 그 검도에 ‘로열나이트’들의 검진은 커다란 빈틈을 드러냈다.

최대한 가볍게 휘두른 것임에도 그랬다.

만일, 힘 조절을 하지 않았다면 푸른 꽃은 붉은 빗물로 내렸을 터였다.

천령신공 경신편.

제1장 봉황익(鳳凰翼).

봉황의 날갯짓처럼 한달음에 공간을 지우는 움직임.

깃털처럼 가벼운 걸음이 돌풍을 일으키며 찰나에 검진을 뚫고 지나쳤다.

녀석들에게 가려져 답답했던 시야가 일순, 환하게 트인다.

“쫓아라!”

뒤편에서 흩어지는 목소리.

다급하게 쫓아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하지만 어느새 끝이 보이고 있었다.

머나먼 산맥처럼 일렁였던 성벽이 깎아지른 절벽처럼 웅장한 자태로 저 앞에 있다.

어느새 꽤 많은 거리를 온 것이다.

진즉 승부수를 띄워도 될 뻔했다.

괜히 참았네.

로드르에게 무리는 가겠지만, 어차피 어느 정도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 정도로 성벽에 가까이 왔다면 결판을 내야 한다.

대신, 짧고 굵게 마무리해야겠지.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이번에는 진짜로 갑니다.”

나는 로드르에게 경고를 하며 검병을 움켜쥐었다.

지금까지와 달리 이번에는 진짜다.

성문을 넘는다고 해도 저들을 계속 달고 갈 수는 없으니, 여기서 승부를 본다.

무언가 날아와 바닥에 틀어박힌 건 그때였다.

콰아아앙!

묵직한 폭발음.

그것은 내 뒤에서, 로열나이트들 앞에서, 즉 적들과 나 사이에 떨어져 내렸다.

아주 멀리서부터 무언가 날아오는 것을 느꼈지만 나를 향하지 않기에 그냥 두었는데, 애초부터 나를 노렸던 게 아닌 듯하다.

콰아아아―!

폭발음이 일어난 지점에서 일순, 북해의 얼음장 같은 대기처럼 뼈마디가 시릴 정도의 찬 바람이 휘몰아쳤다.

동시에, 창졸간에 노면에서부터 솟아나는 얼음가시들.

순식간에 피어난 그것은 기하급수적으로 크기를 키우더니 순식간에 거리를 통째로 집어삼켜 버렸다.

찰나에 나와 그들의 사이를 가로막는 얼음 장벽이 세워진 것이다.

나는 뒤를 보았다가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리는 짧은 순간에,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보았다.

그곳을 향해 감각을 집중하자, 공간이 벌어지듯 확대되며 그것을 쏜 녀석들이 보인다.

푸짐한 살집의 남자와 안경 쓴 여자, 그리고 젊은 남자.

독립군인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높은 확률로 그럴 터였다.

나는 그들이 만들어 준 시간을 틈타 지체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콰아아아앙!

저 뒤편에서 얼음 장벽이 무너지며 파편을 토해 내는 굉음이 들려왔다.

하지만 이미 나를 잡기에는 늦었다.

이제 성벽이 눈앞이었다.

* * *

“쳇. 나중에 내가 사용하려고 아껴둔 아티팩트인데.”

재빨리 몸을 숨긴 리포드는 오만상을 지었다. 옆에 있던 사르페가 그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래도 간만에 인간 성벽다운 일을 하셨잖아요. 아주 멋지십니다.”

“간만에? 그게 칭찬이냐 빌어먹을 놈아! 어쨌거나 이걸로 밤에 잠은 편히 잘 수 있겠지.”

그들은 골목에 몸을 바짝 붙은 채 대화를 이어 가고 있었다. 상공엔 까마귀 전령이 지나가고 있었다. 흰사자를 도와준 자신들을 찾고 있을 거다.

“아무래도 눈을 마주친 거 같아요.”

“뭐?!”

레이나의 말에, 리포드가 기함을 토했다.

빌어먹을! 설마 들킨 건가?

“아니요. 까마귀 말고요.”

레이나가 고개를 저었다.

그가 생각하는 바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휴. 아니지? 그래. 분명 근처에 아무것도 없었다고.”

리포드는 깊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흰사자가 있는 곳으로 병력이 집결되는 틈에 발생한 공백을 노려 벌인 일이었다.

절대 눈에 띌 일이 없을 거라 자신하여 벌인 일.

눈을 마주쳤다기에, 그는 저승의 문턱까지 갔다 온 기분이었다.

마찬가지로 옆에서 가슴을 쓸어내린 사르페가 레이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눈이 마주쳤다는 건 뭐야?”

“흰사자.”

레이나가 오른쪽 안경알 위에 덧대어 있던 망원 렌즈를 떼어 내며 말했다.

“뭐?!”

이번에도 둘은 화들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신들이 위치한 곳과 흰사자가 위치한 곳의 거리는 상당했다.

레이나가 아니었다면 활을 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터.

그런데 눈을 마주쳤다고?

“장난해? 녀석은 가면을 쓰고 있잖아. 어떻게 눈을 마주쳐. 왜 이참에 생김새도 봤다고 하지.”

리포드의 말에, 사르페까지 말을 보탰다.

“맞아, 눈을 마주치는 건 불가능한 거리라고. 넌 망원 렌즈가 있어서 볼 수 있지만, 흰사자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을 텐데.”

레이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말해 놓고도 말이 안 되는 까닭이다.

“……그렇기는 하죠? 제가 착각했나 봐요.”

하지만, 분명 눈이 마주치는 느낌이 있었기는 한데…….

생각할수록 말이 안 되기는 한다.

그래. 착각한 것이겠지.

그 거리에서 그 짧은 순간에.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쨌거나 저 녀석이 이곳을 무사히 도망친다면 우리도 그 업적에 발 하나 담근 거다.”

리포드가 자랑스레 떠들었다.

동부를 대표하는 작렬하는 태양의 수장이 가질만한 면모는 아니었다.

둘의 시선에서 그것을 느낀 리포드는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다.

“왜들 그렇게 봐? 이거 중요한 문제라고. 나중에 떡 하나라도 떨어질지 어떻게 알아?”

“예예.”

대꾸하기도 싫은 레이나와 사르페였다.

누구는 홀로 적진을 휘저으며 로드르를 구해 내고 있는데, 저 멀리서 아티팩트 하나 쏘아 보냈다고 이렇게 유세를 부리다니.

“뭐야? 너희들 그게 무슨 눈빛이야? 나한테 실망한 눈빛이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저 자식이 비정상적인 거라고. 그리고 저 아티팩트가 얼마짜리인데! 돈을 떠나서 내 목숨값이야, 목숨값!”

리포드는 그런 이들의 귀에다 억울함을 성토했다.

그들의 귀에는 닿지도 않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걸, 그는 몰랐다.

* * *

얼음 장벽으로 인해 적들을 떨쳐 낸 나는 어느새 성벽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저 앞으로 굳건히 닫힌 성문이 보였다.

하지만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성문까지 쭉 뻗은 대로를 가득 메우고 있는 기사들.

빽빽이 도열해 있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작은 성벽을 마주한 듯한 느낌이다.

주변의 건물 위로는 창을 쥔 기사들도 포진해 있었다.

“투창 준비!”

누군가의 호령에 투창을 준비하는 녀석들.

아무래도 가는 길에 검은 폭우가 떨어질 듯하다.

“투창!”

쩌렁쩌렁 울리는 고함과 함께 쏘아지는 거뭇한 그림자들.

그것들이 잠시 하늘을 가린다.

쏘아지는 속도에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까지 더해지니, 그것을 더 이상 창으로 부를 수 없겠다.

마치, 검은 유성우가 떨어지는 듯했다.

나는 발 끝에 힘을 실었다.

천령신공 보법편.

제1장 산운(散雲).

구름처럼 흩어지는 그림자를 꿰뚫으며 지나치는 창격들.

콰과과과과광!

지반이 으깨지는 굉음이 뒤편에서 휘몰아친다.

나는 무수히 쏟아지는 창들을 피하는 동시에 조금씩 전진했다.

내가 지난 자리에 떨어진 창들은 지반에 깊숙이 틀어박혀 들었다.

꼭 땅에서 검은색 창대가 솟아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녀석들은 내가 가고자 하는 길목까지 차단하는 망을 형성하면서까지 창을 쏟아부었지만, 내 발목을 잡기에는 무리였다.

신형이 구름처럼 흩어지며 움직임의 반경이 넓어지자 창의 밀도도 자연스레 줄기 시작했고, 새까맣던 시야 사이로 빈틈이 드러났다.

쾅!

나는 어느새 앞으로 죽 나아가고 있었다.

녀석들도 이제 투창으로는 나를 잡을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내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대로를 꽉 메운 병사들이 내게 밀려오기 시작한다.

마치 벽이 밀어닥치는 듯했다.

나는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해 내달렸다.

짧고 굵은 일격.

그것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기절하는 게 나을 겁니다.”

검병을 세게 움켜잡았다.

이번에 나는 좀 진심이다.

콰아아앙!

진각을 강하게 내려찍자, 굉음이 일며 일대의 바닥이 깨진 유리처럼 쩌저적 갈라졌다.

그만큼 강맹한 일격이 검첨으로 휘몰아치고 있었다.

무지막지한 힘을 토해 내는 대가로 받게 될 반발력을 지탱하기 위해 하체가 지면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자, 뒤로 당겨져 있던 검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두 번은 없다.

나는 단 한 번에 끝낼 생각이었다.

천령신공 검법편.

제2장 흑관섬(黑貫閃).

흘러넘치는 내력을 한 점에 집중하고 또 집중하여 벼려 낸 찌르기가 내질러진다.

그렇게 빛살처럼 뻗어 간 검격이 점을 찍었다.

허공에 검을 찌르는 그 단순한 동작이 맺어지는 순간, 그 끝에 압축되어 있던 내력이 일시에 터져 나갔다.

짙은 어둠을 관통하는 하나의 빛줄기.

콰아아아아―!

그 일격에 공간이 기다랗게 꿰뚫린다.

거세게 타오른 하나의 섬광이 순식간에 대로를 가로질렀다.

그 앞에 놓인 것들은 그대로 휩쓸려 날아갔다.

사람도, 성문도, 공간도.

마치 거대한 원기둥이라도 내려앉은 듯, 휘말린 먼지바람이 커다랗게 원 바깥으로 번져 갔다.

눈앞을 가리고 있던 것들이 사라지며 뻥 뚫린 시야가 담긴다.

성문에 가려져 있던 평야까지 보였다.

그리고 내 앞에서부터 성문 너머에 이르기까지.

대로의 중심을 쓸고 지나가는 기다란 고랑이 파여 있었다.

나는 내가 낸 길을 따라 달렸다.

그리고 어느새, 너른 평야 위를 달리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

로드르는 아무 답이 없었다.

그래도 옅지만 고른 호흡이 이어지고 있다.

다행히 죽지는 않은 모양이다.

어쨌거나, 스티스시를 벗어났으니 이제 한 고비는 넘겼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그들이 날 이대로 놓아줄 리 없으니.

로드르와 함께하는 한, 나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없었다. 그리 빨리 달리지도 못하고.

그것을 녀석들 또한 알고 있을 터.

창과 방패의 결전은 내 승리로 끝났지만.

이제 남은 건, 질기고 질긴 추격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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