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화
제66화 심판의 광장 (1)
방으로 돌아온 이리엘은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뭔가 허하다.
가슴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 같다.
그녀는 이 기분의 원인이라 생각되는, 네더만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아니, 갑자기 혼인이라뇨? 누구랑 누구를요?
이리엘이 알면서도 되묻자, 네더만은 음흉한 눈빛을 빛내며 답했다.
-당연히 제네스와 세실리아지. 적어도 너와 세실리아를 혼인시키려고 하지는 않을 거 아냐.
-그거야 그렇지만……. 제네스 님의 괴팍한 성격에 관해 말 안 해 줬어요? 카드론 후작과 친구 사이라면서요.
-당연히 말해 줬지. 하지만 그게 대수인가. 녀석은 소드 마스터라고. 그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는 누구보다 잘 알 텐데.
이리엘은 자연스레 제네스의 끝 모를 강함을 떠올렸다.
20대에 검의 정점이라는 소드 마스터에 이른 자.
개떡 같은 성격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말을 좀 못되게 하고 사람을 부려 먹고 잔소리가 심해서 그렇지.
제네스가 가진 성격적 결함은 그가 가진 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일례로 자신 또한 요새 아무런 불만 없이…… 아니, 조금 불평만 할 뿐 그를 고분고분(?) 따르고 있지 않은가.
“……흐음.”
짧은 회상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온 이리엘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카드론이 둘의 혼인을 추진하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세실리아는 좋아할까?
그녀의 정확한 마음은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이번에 제네스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생명의 은인인 제네스가 적극적으로 밀어붙인다면 그를 거절하지는 못할 거다.
‘그럼 제네스는?’
그는 세실리아를 좋아할까?
세실리아와의 만남은 한 번뿐이었지만, 그녀는 같은 여자가 봐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착하고 차분한 데다 기품까지 가지고 있는.
루시안의 배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제네스의 아내가 된다니…….
남자라면 그녀를 거절할 리 없었다.
자신이 남자였어도 거절하지 않았을 테니까.
‘……나도 저렇게 됐을까?’
이리엘은 불현듯 옛 기억을 떠올렸다.
만약, 가문이 멸문하지 않았더라면.
그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지금까지 보호받을 수 있었더라면…….
자신도 저리 기품 있는 여인이 될 수 있었을까?
이리엘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 무리지.’
만약 프렌치아가 패망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성격은 지금과 별반 다를 게 없었을 것이다.
‘……흠. 근데 나 왜 이래?’
모든 의문에 답을 내렸지만, 마음을 헤집는 이 우울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왜 울적한 건데?
‘그 자식이 혼인하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놀랄 일이기는 하지만,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 않은가.
세실리아를 루시안의 배우자로 점찍어 놓아서?
그것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일―.
아니, 잠깐.
제네스는 자신의 오라비인 루시안을 왕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테이난 가문의 사위가 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나중에 자신의 장인을 왕으로 추대할 수도 있는 일 아닌가.
그렇게는 절대 안 되지!
신하가 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다른 왕을 추대하다니.
검을 든 자가, 기사라는 자가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음하하하! 그래, 안 되고말고! 이것 때문에 내 기분이 그런 거였어! 난 이 혼인 반대라고!”
그제야 만족스러운 결론에 도달한 이리엘은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고는 제네스가 방으로 돌아오기만을 벼르며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바깥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이리엘은 제네스의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곧장 문을 열고 뛰쳐나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뭔데?”
지금 막 방에 들어왔던 제네스는 문을 열어, 앞에 선 이리엘을 보았다. 평온한 시간을 방해받은 그의 미간은 옅게 찌푸려져 있었다.
이리엘은 가타부타 없이 본론을 꺼냈다.
“저 다 들었어요!”
“뭘?”
“지금 후작이랑 혼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온 거잖아요!”
“그런데.”
“전 그 혼인 반대예요.”
“왜?”
제네스의 건조한 물음에, 이리엘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조용히 속삭여 왔다.
“왜라요! 우리 오빠를 왕으로 만들어 준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네? 그래서라뇨? 혼인하면 테이난 후작가로 홀딱 넘어갈 거잖아요. 사람이 한 번 한 약속은 지켜야지요. 신의 몰라요? 신. 의.”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하려고 온 건가?”
제네스는 혼자 심각한 이리엘을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쓸데없다뇨.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데. 뭐예요? 그럼 혼인하겠다는 거예요?”
이리엘이 눈을 휘둥그레 뜨자, 제네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혼인은 무슨. 그럴 일 없으니 그만 가라.”
제네스는 손가락으로 이리엘의 이마를 밀어내고는 문을 쿵, 하고 닫았다.
“하여간 성격하고는.”
이리엘은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이마를 문질렀다.
그러다가 이내 활짝 올라가 있는 자신의 입꼬리를 감지하고는 급격히 표정을 굳혔다.
‘……뭐야? 나 지금 왜 좋아하는 거야?’
마음속에 남아 있던 불안감이 안도감으로 일변하는 동시에, 기분까지 좋아졌다.
조금 전, 제네스의 손가락에 밀려 문전박대를 당했음에도 그랬다.
평소라면 기분이 더러워야 정상인데…… 입꼬리가 왜 자꾸 올라가는 거지?
이리엘은 반쯤 정신을 놓은 채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던졌다. 푹신한 매트리스가 그녀를 받았다.
두근. 두근.
이불 속에 묻힌 귓가로 세차게 뛰는 심장 소리가 선명히 들려온다.
“마, 말도 안 돼.”
벌떡 일어나 자리에 앉은 이리엘은 본인의 뺨을 찰싹찰싹 때렸다.
“정신 차려, 이리엘.”
다급히 벽에 걸린 거울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성을 되찾기 위해서.
“…….”
거울에는 사과같이 벌겋게 익은 얼굴이 담겨 있었다.
‘내가 드디어 미친 건가? 아니면 설마 내가 그 인간을……?’
이리엘은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홱홱 내저으며 이어질 말을 흩어 놓았다.
그건 말도 안 되지!
그래, 이건 그냥 루시안 때문에 그런 거야.
암, 그렇고말고!
이리엘은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되지 않으니까.
자신이 괴팍하고 힘만 센 그 인간을 마음에 품었을 리 없지 않은가.
이리엘은 제네스가 벌인 만행을 억지로 되새김질하기 시작했다.
그가 뱉었던 못된 말들.
그것만 모아 엮어도 책 한 권은 뚝딱 만들어질 터였다.
물론, 그가 말은 못되게 해도 나쁜 사람이 아니란 건 알고 있다. 위험한 상황마다 그가 의지되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감정이 생길 만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래, 내가 착각하고 있는 거야.’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니, 대충 이 마음이 뭔지 알 것 같다.
제네스는 자신에게 그토록 바라던 독립을 눈앞으로 당겨 준 사람이었고, 자신을 지켜 주는 사람이었다.
아무래도 그래서 자신이 착각한 것 같다.
그는 남자로서 좋아할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압도적인 무력을 가졌으면 뭐 하나, 성격이 말짱 꽝인데.
그와의 연애는 물론 결혼 생활은 보나마나 끔찍할 게 빤했다.
‘아마, 날 일꾼처럼 부려 먹을 테지.’
훤히 보이는 앞날에 이리엘은 몸을 부르르 떨며 몸서리를 쳤다. 그녀는 자신의 팔뚝에 오소소 돋는 닭살을 보았다.
“오, 나 소름 돋았어.”
이제야 좀 정신이 든다.
그래, 정신 차리자, 이리엘.
저런 남자를 좋아하는 건 제 발로 지옥에 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을 모두 정리한 그녀는 굳게 다짐하며 거울을 보았다.
벌겋게 익었던 얼굴이 평소로 돌아와 있었다.
“이렇게 예쁘게 생겼는데, 훨씬 좋은 남자를 만나야지. 저런 똥 마차는 말도 안 된다고!”
그녀는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요리조리 비춰 보며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 문을 두드린 건 그때였다.
똑똑.
“누구세요?”
“제네스 님 방으로 가자. 짐 옮겨야지.”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알렌의 목소리.
제네스는 내일 홀로 스티스시를 향해 출발한다고 했다. 여행 가방에 나뉘어 담겨 있는 물품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네, 금방 나갈게요!”
문을 향해 소리친 이리엘은 괜히 가빠 오는 호흡을 고르며 앞섶을 움켜쥐었다.
제네스의 이름을 들었을 뿐인데, 잠잠해졌던 심장이 다시금 요동치고 있었다.
그녀의 동공이 파르르 흔들렸다.
‘뭐야? 나 갑자기 왜 이래?’
이거 아무래도 심장이 고장 난 거 같다.
* * *
똑똑똑.
짐을 정리하고 있으니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그들의 걸음을 들었던 나는, 누구인지 묻지도 않고 말했다.
“들어와.”
문이 열리며 알렌이 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조금 전에 쫓아냈던 이리엘도 쭈뼛쭈뼛 그 뒤를 따랐다.
짐이 세 곳으로 나뉘어 있어서 쓸데없는 짐은 덜고 필수품들을 내 가방에 모아야 했다.
“이게 부싯돌이란 건데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시죠?”
나는 알렌을 황당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저걸 질문이라고.
녀석은 물건을 하나하나 넣을 때마다 내게 저리 묻고 있었다.
“나를 바보 천치로 보는 거냐?”
“제네스 님 혼자 보내려니 제가 걱정돼서 그렇죠.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시지 않습니까. 제가 옆에서 수발을 들어야 하는데…….”
알렌은 신줏단지처럼 아끼던 아들을 홀로 먼 곳에 보내는 어머니처럼 내게 이것저것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어이가 없어서.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그 잔소리를 끊어 냈다.
“맞고 다물래? 아니면 그냥 다물래?”
“…….”
웬일로 녀석은 맞지 않고도 입을 다물었다.
물론 잠시뿐이었지만.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녀석은 아주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제네스 님을 믿고 있지만, 이번에는 지금까지와 다르다고요.”
“언제는 지금까지와 다르지 않았냐?”
‘지금까지와 다르다.’ 녀석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이번에는 진짜라고요.”
“초원의 들개를 치러 갈 때도 그랬지 아마.”
“…….”
알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실제로 그랬었으니까.
나는 그런 그를 힐난했다.
“그렇게 학습 능력이 없어서야. 쯔쯧.”
“이게 다 제네스 님이 걱정돼서 하는 말 아닙니까. 그리고 이번에는 진짜 다르다고요. 전과 달리 제네스 님의 전력이 노출됐지 않습니까. 적들도 그것에 맞춰 준비했을 거구요.”
나도 알렌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할렌트 또한 이제 내가 소드 마스터라는 걸 알게 됐을 테니, 그 대비가 전과 같을 리 없겠지.
하지만 그 가정은 애초에 틀렸다.
그들은 여전히 내 전력을 파악하지 못했으니까.
녀석들은 나를 소드 마스터라고 알고 있겠지만, 나는 사실 소드 마스터가 아니다.
발렌시아 대륙에서 내 경지를 표현할 방법이 소드 마스터밖에 없어 소드 마스터가 되었을 뿐이지.
전에 말했듯, 소드 마스터의 경지는 화경에 든 자와 같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초월한 현경의 경지에 있다.
그 두 개의 경지 사이에 놓인 벽이 얼마나 두꺼운지 모르는 녀석들은, 그것의 차이가 익스퍼트 최상급과 소드 마스터의 격차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내 전력을 소드 마스터라 판단하고 덫을 놓는다면, 그건 오크 잡는 덫으로 오우거를 잡겠다는 망상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내가 말했다.
“괜한 걱정 말고, 너희들은 여기 있으면서 개인 수련이나 하고 있거라. 내가 돌아왔을 때, 너희 둘 다 익스퍼트 경지에 들어 있어야 할 것이야.”
“네에!?”
둘은 동시에 놀라며 나를 바라보았다.
파리가 여유롭게 오고 갈 만큼 입을 쩍 벌린 채였다.
“내가 네더만에게 당부해 둘 테니, 충분히 가능할 거다.”
죽고 싶을 만큼 빡세겠지만.
나는 일부러 뒷말은 삼켰다. 그들도 대충은 알고 있을 테니까.
두 녀석 모두 상급 마나 유저의 끄트머리에 서 있었다. 네더만 정도의 실력자가 성심껏 봐 준다면 3주라는 시간 안에 익스퍼트에 들어설 수 있을 거다.
뭐, 그래 봤자 전력에 도움은 안 되겠지만, 내가 고생하는데 여기서 편히 쉬게 둘 수는 없지.
“……내일 바로 출발하는 거죠?”
이리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혼자서 밥은 제대로 챙겨 먹을 수 있겠어요?”
이것들이 아까부터.
내가 어린애인 줄 아나 보지?
안 해서 그렇지, 내 요리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데.
“괜한 걱정 마라. 굶어 죽지는 않을 테니.”
“거, 걱정 안 하거든요! 제가 제네스 님 걱정을 왜 해요! 참, 웃기는 사람이야!”
이리엘은 별안간 큰 소리로 말했다.
누가 봐도 과민반응이었다.
도둑질하다 걸리기라도 한 사람처럼 얼굴까지 시뻘겋다.
왜 저래?
나는 황당한 눈빛으로 알렌을 보았다.
“쟤 술 먹었냐?”
“그런가 본데요?”
어쩐지. 아까부터 정상이 아닌 거 같더니만.
이리엘은 당황한 기색으로 변명을 해 갔다.
“그, 그게 아니라, 그냥 괜한 걱정까지는 안 한다, 뭐 그런 거죠. 하하하.”
이리엘은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상황을 무마하려 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해 보였다.
나는 평소와 달리 어색하게 구는 그녀를 보며 확신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어디서 술을 훔쳐 마신 게 분명하다.
* * *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우리는 중정에 나와 있었다.
알렌과 이리엘부터 네더만, 카드론, 세실리아까지 모두 나를 배웅하기 위해 함께 있었다.
“유난들을 떠는군.”
“그래도 마지막일지 모르는데 얼굴은 봐야 않겠나.”
네더만이 싱글거리며 재수 없는 소리를 해 댔다.
그래서 나도 그대로 돌려주었다.
“돌아왔을 때, 두 녀석의 경지가 그대로라면 그때야말로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 될 거다.”
“…….”
웃음기를 잃은 네더만이 뒤편에 선 알렌과 이리엘을 바라보았다.
둘은 그를 보며 환히 웃고 있었다. 그의 구명줄을 자기들이 잡고 있다는 듯이.
“여비는 넉넉히 넣어 두었으니 불편함은 없을 게야. 조심히 다녀오게.”
카드론이 말했다.
혼인에 대해 확실히 거절했음에도 그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사선에서 돌아오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고 그때 다시 이야기하잔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신세 져야 할 일들이 남아 있어 멋대로 생각하게 두었다.
“그럼, 다녀오세요. 몸조심하시고요. 다녀오실 때까지 무탈하길 기도하며 기다리겠습니다.”
세실리아가 작게 웃으며 배웅의 인사를 건넸다.
“그만 들어들 가라.”
나는 짤막하게 말하며 말에 올랐다.
그러고는 성 밖으로 말머리를 틀었다.
등 뒤에서 알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네스 님! 혹시 위험하다 싶으면 자존심 부리지 말고 바로 도망치세요! 그런다고 겁쟁이라고 놀릴 사람은 없을 겁니다!”
“여기 있네만.”
옆에서 끼어드는 네더만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그런 그에게 사람을 죽이려는 거냐며 높은 목소리로 몰아붙이는 이리엘의 음성도 잘 들렸다.
아웅다웅하는 녀석들의 목소리가 점차 멀어져 갔다.
그러다 어느새 나는, 너른 광야를 달리고 있었다.
갈기를 휘날리며 힘차게 질주하는 준마.
시간은 그것을 따라 쏜살같이 흘러갔다.
그렇게 2주 후.
어느새 로드르 헤이어서의 공개 처형이 오늘로 다가왔다.
이미 한참 전에 형이 집행되는 ‘스티스시’에 도착해 있던 나는, ‘심판의 광장’ 중심에 우뚝 솟은 처형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