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화
제49화 초원의 들개 (1)
에르카는 자신을 따르는 부관과 함께 산악을 내달렸다. 어느덧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비쳐 들고 있었다.
‘……피 냄새다.’
그는 바람을 타고 온 비릿한 혈향을 맡았다.
역한 냄새가 섞인 것을 보니 몬스터의 것이 분명했다.
그는 빼곡한 풀숲을 헤치며 그 냄새를 쫓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오크들의 사체를 볼 수 있었다.
절단되고 짓이겨진 오크들의 수는 대략 30이 넘어 보였다.
“아무래도 근처에 계신가 봅니다.”
부관의 말에 에르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오크들의 사체를 거슬러 움직였다.
잠시 후, 밤새 부지런히 움직였던 그의 걸음이 드디어 멈췄다.
그의 앞으로 육포를 뜯어 먹고 있는 남자 다섯과 여자 둘로 이루어진 무리가 있었다.
에르카는 그들이 특임대 ‘초원의 들개’임을 단숨에 알아챘다.
에르카는 손날을 눈썹에 가져다 대며 숲에 메아리가 칠 정도로 박력 있게 경례했다.
“충! 까마귀 기사단 3대대 2소대장 에르카가 특임대 ‘초원의 들개’를 뵙습니다!”
“그래. 녀석은 찾았나?”
개중 가장 덩치가 큰 이가 말했다. 이들을 직접 본 건 처음이었지만, 에르카는 그가 부대장 파르페라는 걸 알고 있었다.
자세를 바로 한 그가 군기가 바짝 든 자세로 답했다.
“아직 정확한 위치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못 찾았단 말이냐?”
파르페의 송충이 눈썹이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그가 패악한 얼굴만큼이나 성격도 사납다는 건 이미 알고 있던 바.
에르카는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죄송합니다. 최근 카트르시에서 뿔사슴 부대를 이끌던 소령, 이츠리엘을 죽인 것까지는 확인되었으나 이후의 행적은 오리무중입니다. 흰 사자 가면을 쓰고 일을 벌이기에 뒤를 쫓는 것에 상당한 난관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여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츠리엘? 그 녀석이라면 꽤 실력이 있을 텐데. 그 녀석 경지가 어떻게 되더라?”
몸매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쫙 달라붙은 가죽옷을 입은 여인.
그녀의 허리에 뱀처럼 감겨 있는 채찍이 그녀의 정체를 알게 했다.
뱀 혓바닥, 카미앙.
에르카는 딱딱한 나무 막대기처럼 꼿꼿이 선 채 보고를 계속했다.
“이츠리엘 소령은 과거 왕궁기사단 레오니랜서의 기사였던 자로, 익스퍼트 상급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는 자였습니다.”
“상급? 그럼 꽤 하는 놈이었네.”
상급이란 말에 특임대 전체가 반응을 보였다.
그들 또한 경지로 따지면 익스퍼트 상급에 속한 이들이었으니까.
옆에 있던 호리호리한 사내가 입을 열었다. 눈썹을 가로지르는 긴 상처가 눈에 띄는 자, 호르킨이었다.
“상급도 상급 나름이지. 변방에 틀어박혀 있던 놈 따위와 우리는 격 자체가 다르다고.”
이츠리엘의 실력은 모르지만, 틀린 말은 아닐 거였다. 그의 말마따나 같은 상급이라도 그 안에서의 격차는 확연히 존재하기에.
하나의 경지가 워낙 넓은 범위를 포함하는 까닭이다.
호르킨이 말을 이었다.
“흰사자 그 새끼, 그깟 놈 하나 잡았다고 우쭐대다간 내게 목이 달아나게 될 거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호남형의 남자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그럼 까마귀 기사단 1개 소대는 어떠냐? 혼자 감당할 수 있겠냐?”
“…….”
호르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끙 신음을 흘렸다. 그의 말을 끊은 자는 ‘초원의 들개’ 대장 이솔루니였다.
“놈을 만만하게 보지 마라. 녀석이 벌인 행보를 봤을 때 최상급에 이른 놈인 건 분명하니까. 그러니 우리가 여기 와 있는 것이고.”
“이번 사건으로 흰사자가 두 명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두 명?”
에르카는 카트르시 제국군에게 들은 이야기를 종합하여 전했다.
이솔루니가 씩 웃으며 말했다.
“놈들이 몇 명이든 상관없다. 개인적인 전투면 몰라도 단체전이라면 우리가 무조건 이긴다.”
그의 목소리에서 단단한 자긍심이 느껴졌다.
만약 두 녀석이 모두 최상급의 경지라 해도 ‘초원의 들개’는 최상급 1명에, 상급 6명인 비대칭 전력.
익스퍼트 등급의 전력을 편의적으로 계산할 때, 상급 다섯 명을 최상급 한 명으로 생각하니 객관적 전력도 우위에 있었고, 무엇보다 ‘초원의 들개’는 합공에 능한 것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지려고 해도 질 수가 없는 것이다.
“흰사자, 얼굴 한번 보고 싶네. 어떻게 생긴 녀석들이려나.”
카미앙은 붉은 혀를 내밀어 윗입술을 쓸었다. 하지만 파르페는 호기심을 느끼는 그녀와 달리 불평을 터트렸다.
“문제는 놈들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거 아냐. 그 고양이 새끼 꽁무니만 쫓아다니다가 어느 세월에 만나냐!”
“우리가 미쳤다고 그 녀석을 쫓냐.”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이솔루니가 권태로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녀석이 우리를 찾아오게끔 만들어야지.”
그가 에르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자식 독립군이라며.”
“예, 그렇습니다.”
“그럼 프렌치아를 끔찍이 생각하는 놈일 거 아니야.”
“아마 그럴 겁니다.”
잘은 모르지만, 독립군이란 족속들이 그랬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기 한 목숨쯤은 쉬이 바치는 인간들.
“지도상으로 여기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 어디지?”
곰곰이 생각하던 에르카가 답했다.
“아르텐이라는 마을이 산맥을 넘으면 바로 있습니다. 여기서는 가장 가까울 겁니다.”
“좋네. 그럼 카트르시를 지났을 경우 도착할 만한 도시와 마을 모두에 벽보를 돌려. 만약 녀석이 일주일 내에 아르텐으로 오지 않을 시에는―.”
이솔루니의 눈에서 서슬 퍼런 안광이 토해졌다.
“아르텐을 지도에서 지워 버리겠다고.”
아무렇지 않게 학살을 자행하겠다는 말에, 에르카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초원의 들개’는 특임대 중에서도 잔혹하기로 유명한 이들.
본래 전쟁 용병으로 유명했던 이들을 할렌트 총독이 특임대로 고용한 것인데, 과연 그 악명은 거짓이 아니었다.
‘……어쩐다.’
에르카는 쉽게 답하지 못하고 꾸물거렸다.
죄 없는 마을을 지우겠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솔루니가 웃음기를 지우며 물었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되나?”
“아, 아닙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에르카는 괜한 생각을 지웠다.
특임대 중에서도 굳이 초원의 들개를 보냈다는 건, 총독부에서도 이런 상황을 묵인하겠다는 암묵적인 뜻이 있었을 터.
자신은 따르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 * *
산이 구름에 잠긴 이른 아침.
우리는 길을 떠나기 전, 크래커의 요청으로 그의 막사에 와 있었다.
나를 제외한 알렌과 이리엘에게 줄 선물이 있단다.
제일 고생한 건 나건만.
괘씸하기 이를 데 없는 처사였다.
“네게는 딱히 줄 만한 게 없어서. 삐지거나 그런 건 아니지?”
“내가 그리 속이 좁아 보이냐?”
크래커의 물음에, 되묻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괘씸하게 여기는 것과 삐지는 것은 엄밀히 다르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절대 삐진 게 아니었다. 녀석의 처사가 못마땅할 뿐.
“둘은 우리를 구하는 과정에서 얼굴이 노출됐지 않았나.”
가면을 쓴 나와 달리, 녀석들은 제국군으로 위장하느라 복면도 쓰지 않았다.
적들이 그들의 얼굴을 기억할 터.
“그래서 준비한 선물일세.”
크래커는 뒤편에서 가져온 보석함을 상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더니 그 안을 뒤적거렸다. 잠시 후, 그의 투박한 손에는 손톱 정도의 크기를 가진 물방울 모양의 루비 목걸이가 쥐어져 있었다.
“어머, 앙증맞게 예쁘네요.”
이리엘은 목걸이를 손바닥으로 받으며 그것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크래커가 콧대를 세우며 말했다.
“그건 그냥 목걸이가 아니고 간단한 변장이 가능한 아티팩트일세.”
“정말요?”
이리엘은 동공을 더욱 키우며 기대 어린 눈빛으로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마음에 드는지 얼굴에 화색까지 돌았다.
“한번 마력을 넣어 보게.”
이리엘이 크래커의 말을 따르자, 마력을 삼킨 목걸이가 가볍게 진동했다.
우웅.
동시에 정수리부터 붉게 물들어 가는 이리엘의 머리칼.
사파이어같이 푸르던 그녀의 머리칼이 금세 루비색을 머금었다.
“오오!”
그녀는 자신의 짧은 머리칼을 눈앞으로 가져가 보더니 감탄을 토했다. 알렌이 그런 그녀를 보며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눈동자 색도 달라졌어!”
“네?”
“한번 봐 보게.”
크래커가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에게 거울을 건네주었다. 이리엘은 거울 속에 자신을 이리저리 비춰 보더니, 크래커를 보고 두 손을 모으며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진짜진짜 너무 감사해요!”
그녀는 어찌나 만족스러웠는지, 거울을 놓지 못하고 그 안에 담긴 본인을 빤히 바라보았다.
“어때요? 나 너무할 정도로 이쁜 거 같지 않아요?”
“움하하! 그렇게 마음에 들어 하니 내가 다 기분이 좋군! 부담 없이 가져 버려!”
크래커는 호탕하게 웃으며 거친 수염을 쓸었다.
이쯤 되니 다음 주자인 알렌의 눈빛은, 이리엘의 목걸이만큼이나 반짝이고 있었다.
크래커는 그런 그를 향해 검지를 들어 보인 후, 다시 상자를 뒤적거렸다.
잠시 후, 그가 꺼내 든 것은 검은색 실 뭉치였다.
얼핏 머리카락 뭉치 같기도 했다.
“이게 무엇이냐 하면! 바로 만능 가발일세.”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입을 연 크래커가, 자신의 반들거리는 머리 위로 그것을 올렸다.
그러자 잠시 후, 실 뭉치가 꿀렁이며 머리통에 착 달라붙더니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연출해 냈다.
“어때? 죽이지?”
크래커가 건치를 드러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번 암살 작전에서는 착용하지 않았지만, 내가 매번 작전을 나갈 때마다 사용했던 아티팩트라네. 사람의 머리스타일이 인상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준다고. 이것만 있으면 자네 정체를 손쉽게 숨길 수 있을 걸세.”
“그, 그래요?”
알렌은 징그러운 거미를 만지듯 그 실 뭉치를 건네받았다.
“……그런데 머리카락 위에 사용해도 자연스레 됩니까?”
“물론!”
크래커는 당차게 대답했다.
“머리칼이 있으면 제대로 사용할 수 없지.”
머리 위로 실 뭉치를 올리던 알렌이 몸을 움찔거렸다. 그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 그게 무슨 뜻이죠?”
크래커는 책상 서랍에서 가위와 면도칼을 꺼냈다.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나처럼 머리를 완전히 밀어야 된다는 말일세.”
그는 자신의 대머리를 찰지게 두드렸다.
그때마다 착착 감기는 소리가 났다.
“내가 괜히 머리를 밀고 다니는 게 아니라고. 평소에는 대머리로 다니다가 정체를 숨길 때 가발을 쓴다면 그 효과는 그야말로 환상적이거든.”
“자, 잠깐만요. 그럼 평소에는 대머리로 지내야 한다는 거 아닙니까!”
알렌이 비명을 질렀다. 적들은 그를 머리칼이 있는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을 터.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는 결국 머리를 밀라는 의미였다.
“걱정 말게. 생각보다 훨씬 편하다고.”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알렌은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이런 선물은 필요 없습니다!”
그는 실 뭉치를 혐오스러운 물건처럼 상 위에 툭 던져 놓았다. 크래커는 고개를 내저으며 그를 설득했다.
“이리엘과 달리 자네는 초상화가 뿌려질 걸세. 무리에 속해 있던 그녀와 달리, 자네는 병사들 앞에 얼굴을 떡하니 드러냈지 않은가. 그자들이 모두 자네의 얼굴을 똑바로 보았지. 나야 앞으로 산채를 재건하려면 몇 년간은 밖으로 나갈 시간이 없어. 그래서 내 여분의 생명과 같은 아티팩트를 자네에게 주는 거라고.”
알렌은 진지한 크래커를 보며 간절한 태도로 물었다.
“……혹시 다른 건 없나요? 이리엘처럼 액세서리 느낌이 나는, 간편하고 확실한 거요.”
크래커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 이게 최선이야.”
“…….”
알렌은 검은색 실 뭉치를 바라보며 자신의 머리칼을 어루만졌다. 그러고는 나를 애처로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제네스 님…….”
“초상화가 걸리면 도시를 이동할 때마다 난관이 있을 게다. 일정을 위해서는 변장하는 편이 나아.”
“……크흡.”
내게도 버림받은 알렌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러고는 스스로 관에 들어가는 사람처럼 말했다.
“……밀어 주십시오.”
“걱정 말게. 떨어진 목은 다시 붙일 수 없지만, 머리야 다시 기르면 되지 않는가.”
크래커는 의연하게 알렌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참 위로가 되네요.”
둘은 잠시 옆 막사로 갔고, 슥슥 소리와 알렌의 짧은 신음이 이어졌다. 이리엘은 그런 알렌이 안쓰러운 듯했다.
“……알렌 형님, 어떡해요?”
“처음에야 허전해도 금방 익숙해질 게다. 때릴 때 손맛은 더 좋아지겠군.”
“예에?!”
경악한 이리엘이 나를 악마 보듯 바라보았다.
잠시 후, 알렌이 크래커와 함께 막사로 돌아왔다. 두 명의 대머리가 들어오니 내부가 조금은 환해지는 듯했다.
“잘 어울리네. 인물이 산다.”
나는 답지 않게 칭찬을 해 주었다. 반짝거리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소림사의 광승 녀석이 떠올라 반가웠다.
나와 죽이 참 잘 맞던 놈이었는데.
“혀, 형님…….”
이리엘은 그런 알렌을 보며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알렌은 자신의 민머리를 쓰다듬으며 거울만 빤히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망울이었지만,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그리고 평소에는 이렇게 수염으로 사용해도 좋지.”
크래커가 실 뭉치를 알렌의 턱에 붙이자 실 뭉치는 자연스레 턱수염처럼 변해 버렸다. 이렇게 보니 크래커가 둘이 된 것 같다.
“자, 잠깐만요. 그럼 머리를 안 밀고 그냥 수염으로 변장했어도 됐을 거 아닙니까!”
당황한 알렌이 말까지 더듬으며 항변하자, 크래커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바보인가. 그 정도로는 의심을 피하기 부족하다고. 대머리에 수염까지 있어 줘야 인상이 확 달라 보이는 걸세.”
“확실히 달라 보이긴 하네요…….”
이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순간에 산적처럼 변해 버린 녀석을 보고 있노라면 크래커의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거울을 본 녀석 또한 그 사실을 부정하지 못했다. 본인이 봐도 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일 테니까. 알렌은 수염을 떼더니 품에 넣었다.
“……평소에는 그냥 이러고 다닐래요.”
난 상실감에 젖은 녀석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그렇게 잠깐의 선물 증정식이 끝나고, 우리는 막사를 나서 산채 밖으로 향했다.
산채 사람들은 그런 우리를 배웅하기 위해 모두 정문에 모여 있었다. 달라진 알렌의 모습은 단연코 큰 화제가 되었다.
그 북새통 속에서 크래커가 내게 인사를 전했다.
“정말 고마웠네!”
“됐다. 이제 지겨울 정도다.”
나는 내 손을 포개어 잡으려는 녀석의 손을 털어 내며 등을 돌렸다.
“그럼 다들 잘 지내세요!”
알렌과 이리엘이 그런 나를 따르며 작별 인사를 마무리했다.
산채를 나선 우리는 우거진 녹음을 향해 걸었다.
산적들은 우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연신 고맙다고 소리치며 손을 흔들어 댔다.
이리엘과 알렌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뒤로 돌아 손을 마주 흔들어 주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목숨을 건 전장도 함께 치렀으니 정이 들었을 테지.
그렇게 서서히 산채에서 멀어진 우리는 어느새 고요한 숲속을 걷고 있었다.
그제야 본래의 궤도에 올라선 느낌이 들었다.
“다시 수도를 향해 힘내서 가 보자고요!”
앞장선 알렌이 의욕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 녀석의 머리 위로 금빛 비늘이 아롱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