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조선시대에 가다-125화 (125/127)

二九장. 가토 기요마사. (3)

<황금색 코어>를 통해 이세계의 영웅, 아르모스의 능력을 취하게 되었다.

= 고 장군은 5보 뒤로, 율은 우측으로 돌아가.

말에 깃든 언령의 힘에 순간 고인후는 공격하고자 앞으로 딛으려던 걸음을 돌연 뒤로 빠르게 옮겨갔다.

거기에 율 또한 무한의 말에 따라 우측으로 움직여 가토 기요마사의 배후로 돌아갔다.

이에 정면에서 대상을 잃은 가토 기요마사는 배후로 돌아들어간 율을 쫓아 몸을 돌리고자 했다.

“수룡시!”

이 때, 무한은 20보 정도의 거리에서 여러 발의 ‘수룡시’를 전개했다.

파바밧!

가토 기요마사는 돌아서던 것을 멈추고 날아드는 ‘수룡시’를 쳐냈다.

= 남 군관과 고 장군은 측면에서 파고들면서 공격, 율은 포스로 원거리 공격을 해.

다시금 강제적인 힘이 세 사람을 움직였다.

좌우에서 날아드는 검을 피하는 가토 기요마사를 향해 무형의 칼날이 쇄도했다.

핏줄기가 뿜어지고 어깨가 길게 찢어졌다.

“크아앗!”

꽤나 큰 상처에 비명을 토하는 가토 기요마사는 산발이 되어서 혈기가 가득한 검을 길게 내질렀다.

그 궤적으로 따라 율이 한 것과 같은 원거리 참격이 뻗어나갔다.

= 율, 피해!

율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본능적으로 내뱉은 말에도 언령이 깃들었다.

이러한 상호의 외침은 율로 하여금 생각보다 먼저 몸을 움직이게 하였다. 덕분에 날아든 참격은 헛되이 대지만 가를 뿐이었다.

상호는 큰 동작을 하느라 틈을 보인 가토 기요마사에게 접근해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언령으로 세 사람에게 지시를 내렸다.

= 율은 우측 하단, 고 장군은 이어서 왼쪽으로 돌아서 찌르기를! 그리고 남 군관은 은신으로 배후로 이동하여 대기!

목소리에 따라 순식간에 움직이는 이들을 상대로 가토 기요마사는 차츰 대응이 느려졌다.

'왜 내가 이런 움직임을?'

'마치 여우에게 홀린 기분이군, 그래.'

상호의 능력을 처음 접한 남준이나 고인후는 자신들이 의식할 사이도 없이 상호의 말에 따른 것에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싸움을 하는 와중이기에 의문보다는 바로 눈앞에 있는 적, 가토 기요마사를 상대하는 게 먼저였기에 몸을 움직여 싸움을 이어갔다.

행동 전부를 강제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싸움을 이어가는 세 사람은 상호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다.

한없이 길게만 느껴지는 시간.

그렇지만 실제로 흐른 시간은 불과 2분 정도에 불과했다.

"좀 쓰러져라!"

상호는 진심을 담아 소리쳤다.

지금 그는 '매의 눈' 능력으로 다른 세 사람은 제대로 읽지 못하는 가토 기요마사의 움직임을 간파해 필요할 때마다 언령으로 다른 이들의 움직임을 지시하는 한 편, 본인 역시 싸움의 일익을 담당해 쉬지 않고 싸우는 중이었다.

솔직히 부담을 안 크다고 하면 거짓말이리라.

주륵.

'제길, 머리가 터질 것 같아.'

과도하게 싸움에 집중하느라 코피까지 나는 상황이다.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상호는 하던 것을 멈추지 않았다.

딱히 똑똑한 편은 아니지만 헌터로서 수 년 간 구르면서 쌓아온 싸움의 감을 토대로 가토 기요마사를 끝장낼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다른 세 사람의 움직임을 조율하였고 가토 기요마사의 움직임을 유도했다.

그리고 마침내!

= 지금!

숱한 공방을 통해 가토 기요마사의 움직임을 유도한 끝에 네 명이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사방에서 일제히 찌르고 베는 공격을 날아오는데 팔이 두 개인 이상, 전부를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푸욱.

상호의 검은 정확히 심장이 있는 위치를 관통했고 고인후가 길게 내지른 일격이 왼쪽 팔을 거의 끊어질 정도로 베었다.

그리고 배후에서 남준이 척추와 목뼈가 이어지는 부위에 검을 박아 넣었다.

그나마 한 손에 든 검으로 율의 일격을 받아냈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벌써 즉사했어도 남았을 부상은 입었다.

그러나 가토 기요마사는 쓰러지지 않았다.

“끅, 끄윽. 시즈가타케의 칠본창인 내가···이런 곳에서 쓰러질 수는 없다."

이 순간!

가토 기요마사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가슴 한가운데에 작게 존재하던 이형의 부분이 점차 확장되면서 몸 전체로 빠르게 퍼져갔다. 그리고 동시에 어금니가 커지고 얼굴 전체도 변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호는 그 모습을 보고 최악의 상황이 닥쳤음을 절감했다.

목숨이 경각에 달하자 체내에 들어온 몬스터의 인자가 몸을 지키기 위해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끅! 끄윽!"

몬스터의 피와 살이 몸 전체를 잠식하게 되니 가토 기요마사라는 인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그 자리엔 한 마리의 몬스터만 존재할 따름이다.

"이게···어떻게 된 것인가?"

"스스로 자멸한 거죠."

떨리는 고인후의 말에 상호는 대답했다.

지금 네 사람은 가토 기요마사의 몸에 일어난 이변을 보고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점차 검은 비늘이 전신에 돋고 흡사 도마뱀을 연상케하는 꼬리가 생긴 가토 기요마사는 인간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거기다 아까까지 입힌 상처가 거의 대부분 아물어갔다.

"될 수 있으면 이렇게 되기 전에 숨통을 끊으려 했건만."

"어찌 사람이 요괴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보옥이 아닌 요괴의 피와 살까지 취하면 저리 되죠."

"허어!"

"그보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작전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상호는 그리 말하면서 멀리 왜군과 아군이 치열하게 맞붙던 장소를 바라봤다.

전원이 말을 탄 기병에 싸움에 이골이 난 무사들로 이뤄진 왜군이었지만 능력자들과 그들을 보조하는 수적으로 많은 조선군을 상대로 여태까지 돌파를 하지 못하고 오히려 반 가까이 목숨을 잃었다.

그 와중에 자신들의 주군이 생전 처음보는 괴물이 된 것을 보니 전의를 상실하고 싸움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왜군은 물리쳤으니 피난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

만약 추가적으로 왜군의 부대가 온다고 해도 이 시간이면 충분히 그들을 따돌릴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여기에 남은 자들의 생환이었다.

'이대로 도망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수이겠지만······.'

애당초 가토 기요마사를 이곳까지 유인해 제거하려 했던 것은 몬스터 코어를 통해 강력한 힘을 얻은 그를 방관할 수 없다는 이유가 컸다.

하지만 더 이상 가토 기요마사라는 존재가 없고 대신 한 마리의 몬스터만 남는다고 한다면 앞으로 조선과 왜의 전쟁에 위의 걱정은 안 해도 될 터였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갈 수는 없지.'

몬스터가 된 가토 기요마사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이 일대에서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대부분이 피난을 떠났다고는 하나, 아직 자신이 살던 땅을 버리지 않고 남은 백성들도 없지 않다.

수백이 넘는 생명이 헛되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도망을 칠 정도로 상호의 성격은 모질지 못했다.

"크아아아앗!"

마침내 변이가 완료되고 가토 기요마사였던 존재는 포효했다.

전체적으로 갑옷을 연상케하는 형태로 온 몸의 각질이 변형된 가운데, 한 손을 왜도, 다른 한 손은 창의 형태로 변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대략 상급 몬스터에 로드 급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상급 몬스터라면 최근에 데스 나이트를 상대한 바 있다. 하지만 로드 급 수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솔직히 아까처럼 싸운다면 채 몇 수를 겨루기도 전에 상호를 뺀 나머지 모두가 목숨을 잃을 게 분명했다.

상호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고 장군님, 여기 있는 병력을 데리고 모두 후퇴하십시오."

"그게 무슨 말인가?"

"저렇게 변한 놈을 상대로 한꺼번에 덤벼봤자 개죽음만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여긴 저 혼자 남아 놈을 상대하려는 것입니다."

"무모하네!"

"이게 최선입니다."

상호는 변이한 가토 기요마사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그런 그의 손을 누군가 갑자기 붙잡았다.

따스한 체온에 잠시 고개를 돌리니 거기엔 율이 있었다.

"안되옵니다."

"율······."

"어찌 혼자서 저 괴물을 상대하시겠다고 하십니까. 정 싸우시겠다면 소녀도 함께 싸우겠습니다."

"그건 안 돼."

상호로선 절대 허락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율 또한 결코 물러서지 않을 기세였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지만.'

상호는 자신의 뒷주머니에서 작은 환단을 꺼냈다. 그리고는 그것을 자신의 입에 털어넣더니 갑자기 율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췄다.

"······!"

"미안."

순간 벌어진 입술 사이로 환단을 넘겨 율의 입속으로 들어가게 했다.

방금 환단은 몬스터의 신체를 가공해 만든 즉효성 수면제였다.

몬스터를 잡을 때 미끼에 첨가할 생각으로 만들었던 이것으로 율을 떼어놓으려 한 것이다.

"나···나리."

"안심해. 난 이런 곳에서 결코 죽지 않아."

반쯤 감긴 눈을 부드러운 손길로 완전히 감도록 해주고 귓가에 속삭이듯 말한 상호는 쓰러지는 율의 몸을 부축했다.

그런 다음에 남준을 보며 말했다.

"그녀를 부탁하네."

"예."

상호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안 남준은 고개를 숙이며 율을 받아들었다.

모든 것을 털어내는데 성공한 상호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이제 잠시 후면 변이 과정을 거치느라 굳었던 몸이 완전히 풀려 변이한 가토 기요마사가 날뛸 것이다.

'내 생각대로 잘 되어야 할 텐데.'

상호는 무효가 된 기존의 작전을 대체할 새로운 작전을 막 떠올렸다.

작전이라고 하기엔 변변찮은 허술한 대책. 그나마도 그대로 잘 해낼 수 있을 지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내 일생에 있어 최대의 고난이 될 것 같네."

현대에 있을 때만 해도 이런 막중한 싸움을 한 적이 있던가.

상호는 그저 멀리서 구경만 하던 자신이 이런 싸움을 치르게 되었다는 사실에 실소를 흘렸다.

"과거라면 벌벌 떨며 도망쳤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사람을 위해 스스로 싸우기를 결의했다.

자신이 이렇게 변할 수 있었던 것이 전부 과거로 와서 숱한 일을 겪은 것 때문이리라.

"하하."

어쩌면 이렇게 과거에 오게 된 것이 자신에게 있어 큰 행운이 아니었을까.

상호는 스스로 어이없다고 여기면서도 이런 생각을 문득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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