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조선시대에 가다-124화 (124/127)

二九장. 가토 기요마사. (2)

정면에서 상호가 달려들면서 펼친 일격을 가토 기요마사는 왜도를 들어 받아냈다.

이때, 상호의 좌우 측면에서  율과 남준이 동시에 뻗었다.

이를 피해 물러나는  가토 기요마사.

"도망칠 길은 없다!"

"각오해라!"

뒤쪽에 자리했던 고인후와 김태진이 동시에 검과 언월도를 휘둘렀다.

가토 기요마사는 걸음을 멈추면서 동시에 몸을 돌려 이들의 무기를 자신의 왜도로 받아쳤다.

"크읏!"

"우으으윽!"

명백한 힘의 격차에 밀려나는 두 사람.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외우며 금속으로 만든 석장을 사명대사가 창처럼 찔러갔다.

쉬익!

약 30보 거리 바깥에서 화살이 빠르게 쏘아졌다.

군관 유길준이 원거리서 기습적으로 쏜 화살이었다.

"방해다!"

가토 기요마사는 석장을 피하고 화살을 쳐냈다. 그러느라 결국 앞서 노렸던 고인후와 김태진을 베지 못하고 발이 묶였다.

"검을 직접 맞대지 말고 피해!"

상호는 모두에게 이 점을 주지시키며 최대한 힘을 담아 검을 휘둘렀다.

일격이 모두 가토 기요마사의 왜도에 막혔지만 적어도 그의 움직임을 묶을 수 있다면 충분했다.

푸슛!

상호가 가토 기요마사의 주의를 끄는 사이에 율이 검으로 꽤 깊은 상처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계집이!"

자신의 팔에 상처 입힌 율을 향해 왜도를 크게 휘두르는 가토 기요마사!

그런 그의 배후에 고인후가 달려들어 등을 베었다.

"크으윽."

"물러나!"

신음을 터트리는 가토 기요마사를 보며 상호는 모두에게 외쳤다.

조금 상처를 입혔다고 해서 맹수가 잠잠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맹렬하게 공격할 따름이다.

아직 결정적인 때가 아님을 알기에 모두를 자제시킨 것이다.

"이 놈들······!"

살기를 흘리며 고개를 든 가토 기요마사는 고개를 들었다.

그를 보고 다시금 먼저 선수를 친 것은 상호였다.

'이대로 힘을 빼서 무력화를 시킨다.'

아직까지 아군이 가토 기요마사의 부하들을 잘 막아주고 있다.

시간은 충분하니 지금처럼 유기적인 합동 공격으로 가토 기요마사의 힘을 빼면 될 일이었다.

파캉! 채챙!

상호가 정면에서 재차 공격을 막으면서 기회를 만들자 다른 이들도 틈을 노려 공격을 이어갔다.

격렬한 접전이 이어지고 점차 조금씩 가토 기요마사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지금이라면!'

상호는 의도적으로 가토 기요마사의 왜도를 검을 받아냈다.

힘에서 밀리기에 뒤로 몸이 휘청거렸지만 어떻게든 버텼다. 그러면서 속으로 외쳤다.

'어서 빨리 가토의 무기를 뺏어!'

상호의 마음속 외침이 통한 것일까.

쉬익!

한 순간, 사라진 가토 기요마사의 왜도!

어느새 왜도는 저 멀리 떨어져 있던 백준수의 손에 들려져 있었다.

‘전송’ 스킬을 제대로 쓰려면 자신이 얻고자 하는 물체의 위치를 정확히 포착해야 한다.

정신없이 움직이며 이리저리 휘둘러대는 검을 빼앗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랬기에 감히 시도를 못하고 있었던 것인데 상호가 왜도의 위치가 고정시켜준 덕분에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잔재주를!"

"잡았다!"

자신을 압박하던 왜도가 없어짐에 따라 몸이 자유로워진 상호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이를 보고 가토 기요마사는 날 듯이 뛰어 검격을 피했다.

하지만 그가 피한 자리에서 불쑥 검이 튀어나와 그의 몸통을 관통했다.

"크헉!"

"내가 있는 쪽으로 와주어 고맙소."

혼전 상황에서 '은신' 스킬로 자신을 숨기고 때를 기다렸던 남준은 가토 기요마사를 제대로 찌른 것이다.

입에서 피를 흘리면서 가토 기요마사는 왜도를 잃은 손을 위로 들었다.

그것을 본 남준은 검을 놓고 그대로 뒤로 피했다.

맨 손일지라도 자신을 충분히 죽일 수 있는 가토 기요마사의 힘을 경고한 상호의 말에 따라 행동한 것이다.

꽤 큰 상처를 입혔으니 더욱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리라.

계속해서 다구리 전법으로 가토 기요마사의 남은 힘을 빼낼 작정이던 상호의 눈에 한 사람의 움직임이 보였다.

"고장군?"

"진주성에서 죽은 모두의 원수를 갚겠다!"

부상입은 가토 기요마사를 보고 그간 쌓아온 복수심을 참지 못하고 터트리고 만 것이다.

고인후는 돌격하면서 자신이 가진 스킬을 발동시켰다.

그가 가진 스킬은 바로 ‘가속’!

미처 상호가 말릴 틈도 없이 더 빨라진 움직임으로 가토 기요마사의 코앞까지 간 고인후가 살의를 가득 담아 일격을 펼쳤다.

하지만······.

"날 얕보지 마라!"

스스로 몸에 박힌 검을 뽑아낸 가토 기요마사는 핏발 선 눈으로 고인후를 베었다.

몸뚱이를 그대로 둘로 나눌 만큼 강력한 일격!

그러나 간발의 차로 달려온 율이 목덜미를 잡아 뒤를 뺀 덕에 겨우 베이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우오오오!"

율과 고인후를 돕기 위해 김태진이 ‘강철화’ 스킬로 자신의 몸을 단단히 만들고 가토 기요마사에게 덤볐다.

하지만 상호나 율 정도의 능력자가 되지 못하는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강철처럼 변한 자신의 몸으로 가토 기요마사의 일격을 막는 정도였다.

푸화하학!

“쿨럭!”

가슴에 큰 자상을 입고 입에서 피를 토하며 허물어지는 김태진을 보고 상호는 입술을 피나도록 깨물며 가토 기요마사를 향해 돌격했다.

'수룡시’를 날리면서 동시에 접근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모든 공격을 막아내는 가토 기요마사!

'제길! 아직도 힘이 남아도는 건가.'

가가각!

두 자루의 검이 불꽃을 일으키며 맞붙었다.

가토 기요마사가 내지른 검에 막힌 상호의 위로 율이 날아서 포스의 힘이 담긴 일격을 추가로 날렸다.

“하아앗!”

“율!”

이 순간, 가토 기요마사는 그대로 힘을 통해 상호를 날려버리고 위에서 날아든 일격을 맨 손으로 붙잡았다.

손에서 피가 뿜어졌지만 검은 손바닥을 베고 그대로 힘을 잃고 말았다.

“······!”

율은 공중에 뜬 상태에서 검을 날아드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봐야만 했다.

"하게 둘 성 싶으냐!"

상호는 율을 지키기 위해 검을 빠르게 휘둘러 가토 기요마사의 일격을 대신 막아냈다.

이렇게 상호와 율이 시간을 버는 동안,

"으, 으윽."

"내가 상처를 보겠네."

큰 부상을 입은 김태진을 사명 대사가 회복을 시켰다.

당장 숨을 붙일 수 있겠지만 이 바람에 두 명이나 전투에서 빠지게 되었다.

"내가 일을 그르쳤구나."

자신의 판단 실수로 상황이 안 좋아진 것을 보고 고인후는 자책했다.

그런 그에게 남준이 말했다.

"장군, 지금은 실수를 한탄할 때가 아니라 저 두 사람을 도와야 할 때입니다."

"그래, 자네 말이 맞네."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고인후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이제 다섯이서 한 명을 상대하는 양상이 되었다.

"이, 이런!"

가장 능력이 떨어지기에 원거리서 활을 쏘는 살수 역할을 맡은 유길준은 쉽게 시위를 놓지 못했다.

가토 기요마사를 상대하는 네 사람이 워낙 뒤엉켜 싸우는 통에 기회를 잡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상호는 가토 기요마사의 일격을 받고 뒤로 주르르 밀려나면서 생각했다.

'피의 욕망 스킬이 유지되는 시간은 이미 지난지 오래인데 어째서 아직까지 저런 힘을 낼 수 있는 거지?'

'피의 욕망' 스킬은 보통 3~5분이면 그 효과가 다하고 말았다.

그런데 지금 가토 기요마사는 5분이 넘게 '피의 욕망'의 스킬 효과로 무시무시하게 싸우고 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설마 내가 모르는 세 번째 스킬이 있는 건가?'

이런 의심이 들었고 상호는 잠시 가토 기요마사를 다른 세 사람에게 맡기고 관찰을 시도했다.

아까 입은 상처가 '재생' 스킬로 거의 아물고 넝마가 된 갑옷을 입은 상태라는 것도 잊고 방외를 도외시하며 공격일변의 움직임을 보인다.

그런 가토 기요마사에게서 다른 스킬을 쓰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러면 뭐지?'

상호는 의문을 풀기 위해 더욱 가토 기요마사를 주시했다.

격렬한 움직임 속에 찢어진 갑옷 사이로 가토 기요마사의 가슴이 언뜻 보였다.

"맙소사!"

이 순간, 상호는 목격하게 되었다.

가슴의 살에 박혀있는 검은 비늘. 그것은 사람이라면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이제야 답이 나왔다.

"저 미친! 몬스터의 살을 먹었구나!"

21세기 현대에서 갑자기 출현한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헌터들 사이에서는 한 가지 금기가 있었다.

그것은 몬스터의 신체를 직접 먹는 것이었다.

몬스터는 죽으면 이 땅에서 재가 되어 사라지지만 일부 마력이 담긴 부위는 남는다.

대개 이런 것들은 제작 스킬을 가진 이들이 도구로 제작하여 재활용되지만 일부의 경우엔 쓸 수가 없어 버려지게 된다.

몬스터의 고기가 이런 후자의 부류인데 몇몇 헌터들은 마력이 담긴 이 부위를 먹으면 몬스터 코어처럼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를 복용한 자들은 몬스터 코어로도 얻을 수 없는 막대한 생명력이나 재생 능력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왜 이런 장점이 있는데도 헌터들이 이를 금기로 한 것일까.

답은 간단했다.

'몸에 들어온 몬스터의 고기로 인해 그 인간은 변이를 일으키게 되고 또다른 몬스터가 되어버린다. 파멸이 예정된 것을 알기에 정신이 제대로 박힌 인간은 그런 짓을 안 하게 되었지.'

하지만 가토 기요마사는 그런 짓을 해버렸다.

물론 상호처럼 현대에서의 경험이 있는 게 아니니 모르고 저질렀을 것이다.

하나, 저 정도가 될 정도면 스스로 몸의 이상을 자각했어도 계속해서 몬스터의 고기나 피를 먹었다고 봐야한다.

즉, 가토 기요마사는 더 강한 힘을 위해 파멸을 느꼈으면서도 미친 짓을 멈추지 않았다는 얘기인 것이다.

"제길! 얼마나 먹어댔으면 몸에 이미 변화가 진행되었을까. 이래서야 힘이 다할 때까지 기다리기 전에 우리가 먼저 지쳐 당하고 말겠어."

아무래도 계획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상호는 까득 이를 갈았다.

"결국 그 힘까지 써야 되는가."

방금 전에도 고인후의 독단적인 행동 때문에 위기가 있지 않았던가.

되도록 안 쓰고 싶었지만 영웅의 능력을 써서라고 이 싸움을 빨리 끝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정말로 최악의 상황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모두, 미안하다.'

마음속으로 사과하며 상호는 마침내 영웅의 능력 '강제 지휘'를 발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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