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조선시대에 가다-110화 (110/127)

二五장. Ⅲ단계 게이트. (2)

상호는 이번 토벌전이 아주 어려운 싸움이 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도망칠 수도 없어.’

사람들이 죽어나갈수록 그 세력이 빠르게 커지는 언데드들을 방치하면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상호가 제일 잘 안다.

그렇기에 이번 토벌을 서두를 이유가 있었다.

‘수천이 넘는 언데드 무리를 완전히 격멸시키고 게이트를 봉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여기 있는 명군의 전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돼.’

원래 상호의 계획은 명군 토벌대와 몬스터들을 양패구상 시켜 소모시키고 자신은 실질적인 이득만 취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때에 이쪽의 이득만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다.

모든 사정을 안 상호가 말했다.

“시간이 별로 없으니 바로 주요 지휘관들을 모아 회의를 열어 대책을 모의해보도록 하죠.”

“알겠네.”

상호의 요청에 위청홍은 바로 휘하 지휘관들을 불러 모았다.

여기에 상호를 따르는 세 명의 무관도 참가하였다.

“크흠!”

“어찌 저런 자들에게 도움을 구해야 하는 것인지.”

명군의 무관들은 하나같이 불쾌한 티를 드러냈다.

절반에 달하는 병력을 잃고 도움을 구하는 처지라고 볼 수 없는 거만한 태도였다.

“아무리 신하국의 신하라고 해도 엄연히 동맹인데 이런 대접을 하다니.”

“참도록 해.”

명군의 불편한 반응에 김태진이 작은 목소리로 불만을 드러냈다.

상호는 그런 그를 얼레며 행동을 제지했다. 일단 지금은 양측 간에 반목할 때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 다음에 명군 측 인물들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한낱 요괴들에게 패해 이대로 물러나게 된다면 명나라의 위신이 크게 땅에 떨어질 겁니다. 그리되면 총사령관이신 이여송 장군께서 얼마나 심려하시겠습니까.”

“크흠! 그런 일은 없을 것이네.”

자신의 상관인 이여송의 이름을 거론하자 위청홍을 비롯한 명군 무관들 모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런 그들을 내심 비웃으며 상호는 다시 말했다.

“그럼 요괴를 막을 대책을 세워볼까요?”

“그, 그러지.”

상호는 말 한 마디로 간단히 분위기를 휘어잡는데 성공했다.

곧 탁자에 펼쳐진 지도를 본격적인 대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불사체들과 조우해 전투를 위치들이 이곳들입니까?”

“맞네.”

“꽤 여러 곳에서 전투를 치렀군요. 각각 시간은 언제였는지 알려주십시오.”

상호는 여섯 번의 전투가 벌어진 위치와 시간을 통해 언데드 몬스터들이 어느 방향에서부터 오는 것인지 추론해볼 수 있었다.

그렇게 단서를 통해 게이트가 있을 만한 위치를 상정하는데 성공했다.

“정찰을 보내 확실히 위치를 파악하는 게 좋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것은 힘들 것 같군요.”

숱한 언데드들을 뚫고 게이트의 위치를 정찰할 수 있을 만한 인원이 없다.

좀 불안하더라도 언데드들을 섬멸하며 일단 예상되는 위치까지 가야할 것 같았다.

“이때, 위청홍이 말했다.

“차라리 이곳에서 방어를 하면서 적을 격퇴하는 게 나을 것 같지 않나. 여긴 산성이니 몇 배나 되는 적도 능히 막을 수 있네.”

“물론 그것도 나쁜 방법은 아닙니다.”

지금 명군이 피신한 곳은 행주산성처럼 산성이었다.

비록 조선군이 정규로서 사용하는 곳이 아니라 과거 고려 때 만들었다가 버려진 성이라지만 그래도 별다른 무기를 갖지 않는 좀비를 상대로 싸우기엔 나쁘지 않은 장소였다.

하지만 상호는 이곳에서만 수비를 하는 것을 반대했다.

“적은 전이문을 통해 계속해서 증원되는데 아무런 대책 없이 성에만 의존해 수비한다면 결국 모든 물자를 잃고 패배하게 될 겁니다.”

“끄응.”

“그러니 일단 이곳의 시설물을 이용해 첫 공세를 막고 적에게 최대한 피해를 입힌 다음에 제가 아까 말한 대로 징검다리 식으로 거점을 만들면서 적 본거지로 향하는 게 최선입니다.”

“그, 그렇군.”

설득력 있는 상호의 말에 위청홍은 마지못해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상호는 광범위한 포위망 대신 게이트로 가는 길목에서 거점으로 삼을 만한 언덕 몇 곳을 지목했다.

“이곳에서 시작해 이곳들을 차례대로 방어 거점을 삼으면서 진격한다면 비교적 적은 피해로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 겁니다.”

“작은 요새를 만들면서 진격하자는 얘기군.”

“예, 맞습니다.”

언덕이라는 지형과 그리고 목책을 급조해 만들어 설치한다면 충분히 언데드를 막을 간이 요새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상호의 작전을 위청홍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작전이 세워지고 상호는 먼저 이곳 산성을 방패삼아 최대한 많은 언데드들을 섬멸시키기 위해 준비했다.

물자 보급이나 성의 수비 태세에 대한 부분은 위청홍에게 일임하고 믿을 수 있는 휘하 토벌대원들을 통해 언데드들의 동향을 살폈다.

“보고 드립니다. 불사체들이 동쪽과 남쪽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동쪽이면 우리 쪽으로 오는 것이니 문제될 게 없지만 남쪽은 안 좋은데.”

남쪽으로 약 30리 정도 떨어진 곳에 고을 하나가 있다.

요괴 토벌에 대한 것은 극비이기에 고을에 사는 수백 명의 주민은 언데드에 대한 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놈들을 이쪽으로 유인해야겠어.”

그러기 위해서는 기동력이 뛰어난 부대가 필요했다.

해서 상호는 명군에 있는 기병을 도움을 받고자 했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가 그런 위험한 임무를 맡아야 하는 건가!”

기병 부대의 지휘관이라는 장린이라는 무관은 임무를 맡으려 하지 않았다.

상호는 가뜩이나 급박한 상황에서 비협조적으로 구는 명군 무관의 행태에 분노를 느꼈다.

하지만 그것을 겨우 삭히고 그들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남준을 통해 그들을 설득했다.

“지금 수백 명의 무고한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대들이 돕지 않는다면 그들 모두 죽게 되고 바로 적이 되어 우리를 공격할 거다.”

“아무리 그래도 우린 그런 위험한 임무를 할 수 없다!”

위험한 일은 절대 못하겠다는 장린의 태도는 상호의 속을 부글부글 끓게 했다.

위청홍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장린에게 명령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위청홍은 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뜩이나 산성을 향해 언데드들이 오는데 그것을 두 배로 늘려 자신의 신변에 위험이 생기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위급한 때에도 제 몸 보전하기 급급하다니.”

“어찌 하시겠습니까?”

“별 수 있나. 우리가 나설 수밖에.”

결국 상호는 휘하 토벌대원들만 데리고 유인 작전을 펼치게 되었다.

“저기 있다!”

성을 나와 반나절을 달린 끝에 언데드 무리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설원을 따라 꾸물꾸물 움직이는 시체들의 행렬.

좀비는 물론이고 뼈만 남아 있고 무기를 장비한 스켈레톤, 시독을 갖고 있는 구울, 그리고 각종 동물들이 좀비화 된 좀비 비스트들이 아무렇게나 섞여 움직이고 있었다.

“대략 2천 마리 되는 것 같은데.”

일단 데스 나이트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무리를 이끄는 코어를 품은 상위 개체는 충분히 있을 가능성이 컸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굳이 돌격할 필요는 없어. 놈들은 본능적으로 살아있는 존재에 이끌려 움직이니 적당히 우리의 존재만 드러내고 건드리면 될 거다.”

“그렇다면 정면으로 가지 말고 옆으로 스치면서 공격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생각이다”

남준과 상의를 끝내고 상호는 휴식을 끝낸 인원들과 함께 말을 타고 언데들들의 대열 측면 쪽으로 접근하였다.

“공격!”

상호의 말에 토벌대원들은 달리는 말 위에서 시위를 당겼다.

이들이 쏜 것은 평범한 화살이 아니라 불을 붙인 화살이었다.

“불사체는 머리를 파괴하거나 불태우지 않는 한, 계속 움직이는 적이다.”

상호는 사전에 토벌대원뿐만 아니라 명군에게도 이 사실을 전파했다.

이 상황에서 머리를 정확히 노릴 수 없는 만큼 아예 적을 태울 수 있는 불화살을 쏜 것이다.

퍽! 퍼억!

최대한 가깝게 접근한 것도 있지만 워낙 밀집되어 있던 터라 불화살은 최소 한 마리의 언데드에 명중했다.

“으어어어.”

“우우.”

몸에 불이 붙었지만 좀비들은 그것을 꺼트릴 줄도 몰랐다.

마침 좀비의 몸은 적당히 말랐고 옷가지까지 있어 타기가 딱 좋아 금방 걸어 다니는 불기둥이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쓰러뜨린 언데드는 소수에 불과했다.

“저 녀석, 코어를 가진 놈이구나.”

상호는 언데드들을 나란히 두고 진행 방향과 반대로 달리던 중에 유달리 눈에 띄는 스켈레톤을 발견했다.

이대로 보고도 그냥 모른 척 할 수는 없었기에 활을 다시 들었다.

“흐읍!”

활이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힘을 최대한 실어 그대로 화살을 날렸다.

정확히 ‘매의 눈’으로 포착한 스켈리톤을 향해 화살이 일직선으로 날아갔고 정확히 미간에 명중했다.

“좋았어!”

상대 스켈레톤의 머리통이 박살나는 것을 보고 상호는 왼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으어어!”

“우우우.”

가까이서 얼쩡거린 보람이 있었다.

마침내 대열이 무너지고 상당수의 언데드들이 말을 타고 달리는 상호와 토벌대 뒤를 쫓아 방향을 바꾼 것이다.

“크르릉!”

“컹! 컹!”

다른 언데드들은 발이 느리기에 전혀 위협적이지 않지만 좀비 비스트는 달랐다.

큰 개나 늑대였었던 좀비 비스트들은 빠른 발로 달렸기에 따돌리기가 쉽지 않았다.

“다들 속도를 유지해라!”

상호는 언데드들이 계속 쫓아올 수 있도록 일행의 속도가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조절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 방해가 되는 좀비 비스트들을 직접 처치하고자 했다.

“수룡시!”

말을 달리면서 허공에 만든 ‘수룡시’로 뒤따라오는 좀비 비스트들을 거꾸러트린다.

쉬릭!

여기에 다른 인원들도 화살을 쏴 좀비 비스트들을 떨쳐냈다.

“크워어엉!”

그런데 이 때!

호랑이가 죽어 된 좀비 비스트가 기습적으로 도약해 왔다.

거대한 덩치의 놈이 노린 것은 최후방에 있던 한 병사였다.

“으헉!”

병사는 노련한 베테랑이었지만 이 상황에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죽음을 기다릴 뿐이었다.

하지만 그 때!

쇄애애액!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좀비 비스터가 피를 뿌리며 양단되었다.

“잘했어, 율.”

“네.”

병사를 구한 것은 율이 방출한 무형의 검기였다.

무려 20m의 거리를 날아 단숨에 거대한 몸뚱이를 벨 정도의 ‘포스’를 뿜어낸 율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근접해 온 좀비 비스트들을 간단히 격파해냈다.

“깨갱!”

“속도를 유지하되 간격을 좀 더 밀착시켜라!”

상호는 계속해서 오는 좀비 비스트들을 상대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집단을 밀집시켰다.

흡사 사슴 무리를 쫓는 늑대 떼처럼 좀비 비스트들을 주변을 에워싸는 형국이 되고 싸움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핫!”

“죽어!”

외곽에 자리한 상호와 율, 그리고 군관들은 덤벼드는 좀비 비스트들을 모두 참살했다.

거기에 가운데에 배치된 인원들도 불화살로 엄호를 해주니 좀비 비스트의 공격에 부상을 당하거나 말을 잃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한 편, 뒤쪽에서는 속도가 처지는 언데드들이 거대한 군집을 이루고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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