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조선시대에 가다-100화 (100/127)

二二장. 최강의 괴수 대 왜군. (4)

어둠 속에서 달려오는 상호의 모습을 한 무사가 발견했다.

“암습자다!”

무사의 목소리에 주변에 있던 모든 자들이 상호가 오는 쪽을 향하여 무기를 겨눴다.

상호는 그것을 보고도 돌격을 멈추지 않았다.

“막아!”

“놈을 없애버려!”

빠르게 거리를 좁혀오는 상호를 막기 위해 왜군은 총탄과 화살을 날렸다.

직선으로 날아드는 총탄과 머리 위에서 내려오는 화살을 엄폐물도 없는 개활지에서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쳇!”

이번 암습을 상호가 저질렀다는 사실이 이여송 귀에 들어가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런 만큼 위급하지 않는 한, 능력을 자제하기로 마음먹었던 상호였다.

결국 상호는 뛰던 것을 멈추고 바닥을 굴러 총탄을 피하고 하늘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검으로 연달아 쳐냈다.

이런 상호를 향해 창을 든 왜병들이 달려왔다.

일제히 찔러져 오는 창.

“에잇!”

상호는 창을 피해 몸을 공중으로 날렸다.

“어, 엇!”

“뒤쪽이다!”

부랴부랴 뒤돌아서는 왜병들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달릴 따름이었다.

지금 상호가 노리는 것은 오직 고니시 유키나가의 목숨뿐이기 때문이다.

“주군을 지켜라!”

“우오오!”

고니시 유키나가의 가신들은 상호의 목표가 자신들의 주군임을 알고 목숨을 걸며 앞을 막아섰다.

“타핫!”

기합과 함께 왜도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무사가 보였다.

상호는 상대와 검을 부딪치는 것과 동시에 옆으로 비스듬히 빠져나갔다.

“죽엇!”

이런 상호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한 무사가 옆에서 기습적으로 달려들었다.

상호는 내려지르는 칼날을 피하고 그 무사를 베어 넘겼다.

피가 분출되는 것을 뒤로 하고 다시 앞으로 향하려는 상호.

하지만 이미 그의 앞엔 여럿의 무사들이 필사의 각오로 자리하고 있었다.

“여기서 한 발자국도 더 앞으로 가지 못한다.”

“네 놈은 우리가 막는다.”

이런 무사들을 두고 상호도 섣불리 전진하지 못했다.

짧은 대치가 이어지고 이윽고 상호가 먼저 손을 썼다.

달칵.

“음?”

갑자기 상호가 옷섶 사이에서 뭔가를 꺼내 뚜껑을 따는 것을 본 무사들을 흠칫해했다.

이런 그들을 향해 상호는 도자기로 된 작은 약병 같은 것을 던졌다.

펑.

병이 깨지고 매캐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쿨럭!”

“이 연기는 대체 뭐야?”

무사들은 처음엔 이것이 연막탄이라고 생각했다.

이내 그들은 자신들의 몸에서 간지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으악, 이게 뭐야.”

“크으윽!”

온 몸이 간지러운데 갑옷 때문에 제대로 긁을 수 없으니 무사들은 심히 괴로워했다.

그것을 보며 상호는 살짝 웃었다.

“한 1,2분간은 계속 간지러울 거다.”

사냥하였던 몬스터인 ‘자이언트 모스’로부터 부산물로 만든 보조 무기였다.

이 비밀 병기 덕에 다수 대 일의 상황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호는 앞에 있는 무사들을 베며 돌파를 시도했다.

“크으, 가게 둘 수 없다.”

몸이 간지러운 상태임에도 한 무사가 몸을 던지며 상호를 저지시키려 했다.

하지만 상호가 내지른 발차기에 그는 땅바닥을 뒹굴 뿐이었다.

“고니시는?”

그 사이에 고니시 유키나가는 가신들의 청에 따라 자리를 벗어나고자 하고 있었다.

말을 움직이는 모습을 본 상호는 더욱 조급해졌다.

‘그냥 보내줄 줄 알고!’

거리는 고작 100여 미터 정도였다.

마음만 먹는다면 6초 안에 달려가 목을 벨 수 있을 터였다.

“못 간다!”

“꺼져!”

상호는 달리기 시작하면서 앞을 막는 무사를 일격에 쓰러트렸다.

이제 앞을 가로막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이번에야 말로 기필코!’

아까의 실패를 반드시 만회하리라 결의하며 상호는 속도를 냈다.

“······!”

막 타고 있는 말을 달리게 하려던 고니시 유키나가는 자신을 향해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놀라운 속도로 달려오는 상호를 보고 동공을 확장했다.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그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때, 달려오는 상호도 고니시 유키나가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원한은 없지만···날 위해 죽어주시오.’

상호는 마음속으로 사죄하며 도약했다.

순간 말의 머리보다 높은 곳까지 도약한 상호의 모습에 고니시 유키나가의 고개가 들어졌다.

“하아앗!”

상호는 그대로 검을 수평으로 힘껏 휘둘렀다.

그리고 그가 뒤로 날아가 착지했을 때, 말 위에서 툭하고 뭔가가 떨어졌다.

그것은 바로 고니시 유키나가의 머리였다.

상호는 손에 든 느낌을 통해 뒤돌아보지 않고도 확신할 수 있었다.

‘해치웠다.’

드디어 해냈다.

홀로 무리해서 계획을 짜고 한 일이 성공했다는 사실에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주군!”

“이럴 수가!”

뒤에서 왜어로 통곡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의미를 안다고.

고니시 유키나가의 가신들이 얼마나 슬퍼하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들의 슬픔이 곧 자신을 향한 분노로 바뀔 것이라고 사실도 잘 알았다.

‘서둘러 빠져나가야 한다.’

상호는 주변을 재빨리 둘러봤다.

멀리서 군대가 달려오는 기척이 전해져 온다.

아무래도 시간 벌이를 위해 끌어들인 몬스터 무리가 고니시 군에게 벌써 토벌당한 모양이다.

퇴로를 찾던 상호의 귀에 다시 한 번 오우거의 포효가 들려왔다.

“크워어어!”

“저기다.”

아직 혼전 중인 오우거와 고니시 군의 전투 현장을 통과하면 자연스레 추격을 뿌리칠 수 있으리란 계산이 섰다.

자칫 흉포해진 오우거에게 공격받을 수도 있지만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하기로 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상호는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포효가 들린 쪽으로 달려갔다.

이런 그의 뒷모습을 본 고니시 유키나가를 섬기는 가신인 고토 스미하루는 비통에 잠긴 목소리로 소리쳤다.

“당장 저 흉수를 잡아라! 주군의 영전 앞에 반드시 저 자의 머리를 바칠 것이다!”

이 외침에 모든 무사와 병사들이 악에 바쳐 상호를 뒤쫓기 시작했다.

점차 추격하는 자들의 숫자가 불어나는 가운데, 상호는 오우거가 있는 곳에 당도했다.

타앙!

대조총에서 발사된 탄환이 오우거의 등짝에 명중한다.

피투성이가 된 몸에서 다시 한 번 피가 솟구쳤지만 오우거는 개의치 않고 달려와 대조총을 손아귀에 쥐고 우그러뜨린 다음 그 사수를 짓밟았다.

무려 수백 구에 달하는 시체들이 땅에 시산혈해를 이루고 있었다.

‘내가 잘못 생각한 걸까.’

예상보다도 더 참담한 모습에 상호는 순간적으로 후회를 했다.

이미 오우거와 싸우던 고니시 군은 전멸하였고 홀로 남게 된 오우거는 거친 숨을 쉬며 다음 상대를 찾았다.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상호는 오우거가 서 있는 곳 너머를 바라봤다.

뒤에서는 벌써 쫓아온 고니시 군의 소리가 들려왔다.

“에이잇!”

상호는 마침내 오우거를 향해 돌격했다.

마침 오우거도 달려오는 상호를 발견했다.

“크워어!”

“수룡시!”

보는 눈이 없기에 상호는 곧장 ‘수룡시’를 만들어내 오우거에게 날렸다.

퍼퍽!

수룡시가 명중했지만 오우거는 개의치 않고 계속 달려와 상호의 상체를 향해 팔을 크게 휘둘렀다.

“흡!”

바로 직전에 허리를 숙인 상호가 땅을 미끄러지듯 이동해서 오우거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갔다.

몸을 일으켜서 뛰기 시작한 상호.

하지만 미처 속도를 내기도 전에 오우거가 던진 시체를 피해야만 했다.

“으윽!”

갑옷 째 던져진 시체는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오우거는 손에 잡히는 대로 시체를 던지며 상호를 쫓았다.

‘역시 쉽게는 안 되네.’

아무래도 오우거가 바로 쫓거나 공격해오지 못할 정도의 부상을 입힐 필요가 있어 보였다.

상호는 오우거의 상태를 살펴봤다.

‘저 왼쪽 허벅지에 꽂힌 부러진 창, 저것을 이용하면 될 것 같은데.’

죽은 자 중 누군가가 마지막 순간에 찔러 넣은 창이었다.

그것을 좀 더 깊숙하게 박아 넣는다면 오우거의 한쪽 다리를 못 쓰게 만들 수 있어 보였다.

“크워!”

상호는 오우거가 코앞까지 왔지만 도망치지 않고 허리 옆에 찬 호리병의 뚜껑을 땄다.

그리고는 ‘물의 속성력’으로 병 안의 물을 바깥으로 끌어내고 공기 중의 수분을 모았다.

“가랏!”

상호가 만든 기술은 바로 ‘수룡창’이었다.

‘수룡시’보다 몇 배는 위력이 강한 ‘수룡창’이 쇄도하자 오우거는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머리와 가슴을 보호했다.

쾅!

오우거의 정면에서 물이 폭발하듯 비산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상호가 뛰었다.

“하아아앗!”

기합과 상호는 공중으로 몸을 띄우고 발차기를 부러진 창을 향해 펼쳤다.

상호의 발이 창대를 강타하고 부러진 창은 그대로 상처에 더 깊숙하게 박혔다.

“크어어어!”

허벅지를 관통한 창에 오우거가 괴로움에 차서 울부짖었다.

상호는 이 순간에 뒤도 보지 않고 왔던 쪽으로 돌아 달렸다.

곧 오우거는 자신에게 고통을 준 상호를 쫓고자 했다. 하지만 채 걸음을 옮기기도 전 상처 입은 다리가 무릎 꿇어졌다.

‘성공이다.’

상호는 곁눈질로 오우거가 자신을 못 쫓아오는 것을 보고 속으로 크게 안심했다.

이제 남은 것은 여기를 벗어나는 것뿐이었다.

“저기 있다!”

“잡아라!”

멀리서 말을 탄 무사들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들을 뛰는 상호를 발견하고 바로 쫓고자 했다.

“크워!”

하지만 그들 앞엔 마치 거대한 바위처럼 오우거가 버티고 있었다.

“이 괴물!”

“죽어라!”

상호를 붙잡기 위해 기마무사들은 우선 한쪽 무릎을 꿇은 오우거를 향해 달려가 창칼을 휘둘렀다.

거기에 또다시 상처 입는 오우거.

무릇 상처 입은 맹수일수록 더 무서운 법이라고 했던가.

오우거는 이 정도로 쓰러지지 않았다.

콰직!

달리던 말 위에 있던 무사를 한 손으로 잡아 그대로 으깨고 이어 시체를 던져 집단 일부를 그대로 와해시켰다.

“크워어어!”

오우거는 다시 구부렸던 다리를 일으키며 무사들을 막아섰다.

이렇게 되니 상호를 쫓으려 했던 기마무사들은 오우거를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챙! 쾅!

멀리까지 퍼지는 혈투의 소리를 들으며 상호는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엔 추격을 뿌리치고 안전한 곳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이 날, 고니시 유키나가의 1군은 지휘관인 고니시 유키나가를 비롯해 2천여 명이 죽고 두 배에 달하는 숫자가 부상 입었다.

사실 상 1군 전체가 괴멸한 것이라 볼 수 있는 피해였다.

또한, 상호의 유인 계책에 의해 고니시 군을 공격했던 오우거와 몬스터 무리도 한 마리도 남김없이 전멸하였다.

사실 상 양패구상의 형국이 된 것이다.

모든 것이 상호의 뜻대로 이뤄지게 되었다.

장차 머지않은 미래에서 정전을 꾀하는 중요 인물 중 하나를 제거해버렸으니 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패는 던져졌고 미래는 이 전쟁에 참가한 모두의 선택에 따라 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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