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조선시대에 가다-65화 (65/127)

十三장. 홍의장군. (3)

우포늪에 나타난 몬스터는 리자드맨이었다.

피부가 철갑처럼 단단하고 물가에서 특히 높은 전투력을 발휘하는 이 몬스터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적인 것은 분명했다.

하나, 곽재우가 말한 괴물은 리자드맨이 아니었다.

‘설마 히드라는 아니겠지?’

헌터들에게 하는 설문조사에서 가장 상대하기 힘든 몬스터를 꼽을 때 늘 다섯 손가락에 드는 몬스터가 바로 히드라이다.

하지만 초대형 몬스터인 히드라는 적어도 Ⅲ단계 이상의 몬스터 게이트에서 출현한다.

현재까지 나타난 게이트는 Ⅱ단계까지다.

거기서 한 단계 더 높은 몬스터 게이트가 벌써 나타났을 가능성은 일단 적다고 봐야 했다.

“그 괴물의 생김새에 대해 아시는 게 있다면 전부 알려주십시오.”

“알려주고 싶어도 나도 딱 한 번 놈을 상대했을 뿐이고 그 때도 오늘처럼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제대로 모습을 보지 못했다네.”

“이런.”

“다만 놈은 거대한 뱀처럼 생겼고 불길을 뿜어냈었네.”

“······.”

곽재우의 증언만 놓고 본다면 불길한 예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곽재우는 계속해서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열흘 전 일이네. 나와 내 부대는 영산 땅을 탈환했었지.”

탈환에 성공했지만 그곳을 계속 지키기엔 곽재우의 부대가 가진 힘은 부족했다.

하여 곽재우는 왜군을 피해 피난을 가겠다고 자청하는 사람들을 모아 안전한 땅으로 이동시키고자 했다.

왜군의 추격을 피해 조금 험난하겠지만 우포늪을 통과하게 되었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이곳에 몬스터가 있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

“나의 불찰이었네. 요괴들이 사방에 나타나는 판국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우포늪에 어떤 위협이 있는지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으니 말이야.”

“그래서 리자드맨들의 습격을 받았던 것입니까?”

“자네 말대로네.”

늪을 지나던 피난민들을 습격한 리자드맨들은 아주 잔혹했다.

아낙의 몸에 몇 개나 되는 창이 꽂히고 늪지 아래로 무수한 시체들이 잠겨졌다.

곽재우를 비롯해 의병들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다.

특히 곽재우는 자신의 ‘분신’ 능력을 십분 활용해 리자드맨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주의를 분산시켜 사람들이 무사히 도망칠 수 있게끔 애썼다.

“가까스로 그 걸어다니는 도마뱀 요괴들을 따돌렸다고 생각하던 그 찰나에 놈은 안개 속에서 불현 듯 나타났지.”

눈 깜짝할 사이에 습격은 이뤄졌고 피난민, 의병 할 것 없이 달아날 새도 없이 살해당했다.

뒤에서 리자드맨들을 막던 곽재우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방이 불타고 무수한 시체들이 늪지 수면 위에 떠있는 참담한 광경이 벌어진 뒤였다.

그리고 다시 늪지 깊숙한 곳으로 사라져가는 놈의 뒷모습을 어렴풋이 보게 되었다.

“그 날, 그곳에서 억울하게 죽은 수십 명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난 우포늪의 괴물을 퇴치하겠다고 천지신명께 맹세했네.”

“그래서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군요.”

“이미 몇 번이고 놈을 찾아 없애려고 시도했었지. 하지만 번번이 중간에 그 도마뱀 요괴들에게 방해를 받아 뜻을 이룰 수 없었고 현재에까지 이르게 되었네.”

나름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차피 곽재우를 만나 그와 함께 몬스터 토벌을 하려고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었던가.

정체불명의 괴물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지만 그렇다고 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여 상호는 곽재우에게 이와 같이 말했다.

“장군의 뜻을 잘 알겠습니다. 저 역시 요괴들을 섬멸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 몸, 힘닿는 데까지 돕도록 하겠습니다.”

“그 조력 감사히 받겠네.”

이렇게 해서 상호는 곽재우의 의병 부대를 도와 우포늪의 리자드맨들과 그리고 아직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미지의 몬스터를 토벌하게 되었다.

한 편, 우포늪을 향해 남쪽에서부터 이동하는 군대가 존재했다.

그들은 바로 모리 데루모토의 7군 소속 왜병들이었다.

“이곳에 틀림없이 요괴들이 나타나렷다.”

“물론입니다요, 나리.”

통역을 통해 군마에 탄 모리 테루모토에게 비루한 외모의 농민은 고개를 굽실거리며 답했다.

왜군에게 순종하여 대신 목숨을 약속받고 제물을 받고자 하는 순왜의 행동이 눈에 거슬렸지만 모리 테루모토는 애써 담담하게 다시 말했다.

“네 놈이 사실을 얘기했다면 큰 포상을 할 것이지만 만약 네 놈의 목을 쳐서 거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어, 어찌 제가 거짓을 고하겠습니다. 우포늪에 갔다가 겨우 살아 돌아온 자가 분명히 늪에 괴물들이 있다고 했습니다요.”

“흥.”

괴물이라는 말을 모리 테루모토는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애초에 그는 점령지 내에 있는 의병과 요괴 같은 위험이 되는 존재들을 일소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최근 우포늪에 괴물들이 있다는 소문을 들어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조총병 200에 보병 300병의 부대를 이끌고 이곳까지 온 것이다.

이런 임무를 맡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리 테루모토는 뒤따르는 무사에게 외쳤다.

“오늘 날이 저물기 전에 늪 일대를 조사하고 복귀할 것이다. 그러니 어서 서둘러라!”

“네!”

모리 테루모토의 왜군 부대는 그렇게 우포늪 안으로 아무것도 모른 채 들어갔다.

“나리!”

“걱정 끼쳐서 미안하다.”

상호는 노유명에게 전갈을 받았던 다른 일행들과 합류하게 되었다.

다들 상호의 안부를 걱정했던 터라 그가 무사한 것을 안도했다.

흩어졌던 일행까지 모였기에 바로 우포늪의 몬스터 토벌에 대한 작전을 본격적으로 세웠다.

“장군, 늪지에 있는 리자드맨의 숫자는 어느 정도입니까?”

“지난번에 자네들을 구할 때 나타났던 숫자의 두 배 정도 되네.”

상호를 통해 리자드맨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곽재우는 몇 번의 전투를 통해 파악한 리자드맨의 숫자와 활동 영역을 설명해주었다.

약 40~50마리 정도로 추정되는 리자드맨 무리.

그 중엔 로드를 제외하고도 리자드맨 투사와 상호는 목격하지 못했지만 동결 능력을 쓰는 또 한 마리의 상위 개체가 있다는 것도 곽재우가 알려주었다.

이를 토대로 상호는 전력을 어떻게 활용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능력자는 나와 율, 그리고 임 무관과 곽 장군까지 네 명이다. 만약 상위 개체가 두 마리 모두 나타난다면 각각 둘씩 나눠져 싸워야 하겠지.’

평균을 잡고 나눈다면 아직 스킬을 얻지 못한 임충과 상호가 조를 짜고 공격력이 강한 ‘포스’ 능력이 있는 율과 적의 주의를 흩트릴 수 있는 ‘분신’ 능력을 가진 곽재우가 한 조가 되는 게 옳았다.

‘이번 전장은 내게 유리한 물이 많은 곳인 만큼 다수의 리자드맨도 나 혼자서 충분히 격퇴가 가능하다. 그 점을 고려한다면 인원은 많은 것보다 소수정예인 편이 낫겠지.’

상호는 같이 온 일행을 제외하고 리자드맨과의 전투 경험이 있는 의병 스무 명 정도를 선택했다.

상위 개체나 곽재우가 말한 괴물을 상대할 때는 능력자들이 앞에 나서서 상대하겠지만 일반 리자드맨들은 이들이 상대해줘야 했다.

이번 전장의 특성 상 전체가 한 부대로 싸우기가 곤란했기에 역할을 정해 3개의 소부대를 편성했다.

다음 문제는 누가 지휘를 하는가에 대한 문제였다.

“세자 저하께 요괴 토포사의 임무를 받은 귀하가 지휘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소.”

곽재우는 상호에게 지휘권을 스스럼없이 양보하고자 했다.

이러한 제안을 상호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아침 안개가 슬슬 옅어지는군요. 지금 바로 출발하지요.”

“그러세.”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아침 해가 완전히 뜨고 나서야 상호는 리자드맨의 본거지를 찾아 늪지로 진입했다.

물이 채워진 늪 사이로 난 협로를 따라 이동하기를 한 시간여가 흐를 쯤.

상호들 쪽에서 먼저 리자드맨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크라라!”

“캬아!”

리자드맨들은 창을 이용해 늪지의 물고기를 사냥 중이었다.

숫자는 모두 세 마리.

절호의 기회를 그냥 놓칠 상호가 아니었다.

“모두가 나설 필요도 없지.”

상호는 홀로 소리 없이 접근하였다.

들키지 않고 됐다라고 판단되는 위치까지 도달한 그가 다음으로 한 일은 자신이 지닌 ‘물의 속성력’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심해의 투옥!”

상호의 힘에 늪지의 물이 갑자기 치솟아 리자드맨들에게 향했다.

물고기를 잡느라 한 눈을 팔았던 세 마리의 리자드맨 모두 그것을 피하지 못했다.

보글보글.

날아든 물은 그대로 리자드맨의 머리에 동그란 구 형태로 뭉쳐 자리했다.

이로 인해 숨을 쉴 수 없게 된 리자드맨들은 손을 자신의 머리에 가져가 물을 떨치려 했다.

하지만 액체인 물은 그런 손길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아무리 오랜 시간 물속에서 있을 수 있는 리자드맨이라고 해도 코로 숨을 마시고 폐로 숨쉬는 이상, 익사하는 것은 인간과 다를 바 없었다.

몇 분의 시간이 흐르고 리자드맨들은 머리를 감싼 약간의 물에 의해 결국 익사하고 말았다.

그것을 본 상호는 살짝 아쉬워하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좋은 기술인데 물이 많은 곳이 아니면 쓸 수 없다는 게 아쉽네.”

간단히 코와 입을 막아 대상으로 익사시킬 수 있는 이 기술은 생물에게 매우 효과적인 기술이다.

하지만 이 기술은 지속적으로 유지를 할 필요가 있어 정신력 소모가 크고 또 목표한 대상이 한 자리에 있어야 정확히 머리에 물을 씌울 수 있기에 지금처럼 물을 한 번에 끌어다 쓸 수 있는 장소가 아니면 준비 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었다.

어쨌든 세 마리의 리자드맨을 상처 하나 없이 처치하는데 성공하고 계속 나아갔다.

주변이 넓은 물가이고 한쪽으로만 육지와 닿는 섬과 같은 지형의 장소에 바로 리자드맨들의 부락이 있었다.

억새풀과 갈대, 그리고 진흙을 이용해 만든 허술한 집들 사이로 리자드맨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저기에 게이트가 있군.”

가장 안쪽에 몬스터 게이트가 밝은 빛을 내며 자리하는 것을 ‘매의 눈’으로 파악한 상호가 손짓으로 중요 인물들을 불러 모았다.

“놈들의 본거지로 들어가는 길이 하나인 만큼 쉽게 안쪽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유인 작전을 써보는 게 어떠한가.”

곽재우가 상호에게 한 가지 제안했다.

분신 능력으로 만든 가짜로 리자드맨들을 자극해 바깥쪽으로 끌어내자는 제안이었다.

“그렇게 되도 몇 놈은 본거지에서 방어를 할 겁니다. 차라리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무슨 방안이 있는가?”

“저의 능력이라면 놈들에게 들키지 않고 물속을 통해 안쪽으로 잠입할 수 있습니다. 장군께서 여기 인원을 통솔해 일부를 유인해내며 제가 안쪽에 남은 적을 제거하고 뒤에서 공격하겠습니다.”

서로의 의견을 합해 작전을 세우는데 성공했다.

상호는 리자드맨들의 눈에 띄지 않는 위치의 물가에 가서 가벼운 차림으로 물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헌데 그런 그를 따라오려는 이들이 있었다.

“저희도 같이 가겠어요.”

“혼자만 위험한 곳에 더는 보낼 수 없습니다.”

율과 임충은 상호 혼자서 가는 것을 두고 보지 않았다.

말린다고 들을 사람들도 아니고 또 세 사람 정도는 어찌 가능하다고 생각한 상호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풍덩.

물에 입수한 상호는 코로 공기 거품을 내며 ‘물의 속성력’을 이용해 자신 주변을 물을 바깥쪽으로 밀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상호를 중심으로 원형의 공간이 생겨났다.

“이러한 수를 쓸 수 있다니. 참으로 신통력에는 한계가 없군요.”

“능력은 사용하는 자의 역량에 따라 같은 능력이라도 천차만별의 차이가 있지. 율도 이러한 사실을 잘 기억하도록 해.”

“예, 나리.”

율은 상호의 가르침을 귀담아 들었다.

곧 상호는 천천히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에 따라 공간도 덩달아 조금씩 움직였다.

바깥쪽에서 잉어가 오다가 황급히 피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천천히 이동한 상호는 앞서 바깥에서 확인했던 방향을 따라 이동했고 목적한 대로 리자드맨의 본거지 뒤편에 도착하게 되었다.

"내 손을 잡아.“

물 밖으로 먼저 나온 상호는 푹 젖은 채로 뒤따라 나오는 율의 손을 잡아 위로 끌어올려줬다.

바로 몇 걸음 앞에 리자드맨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지만 허리까지 오는 수풀 덕에 놈들의 눈에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슬슬 시간이 되었는데.”

정해진 시간까지 상호와 두 사람은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이윽고 아까 그들이 있던 곳에서 굉음이 들렸다.

“크라라라!”

“카앗!”

소리에 반응한 리자드맨들이 그쪽으로 달려간다.

예상대로 이뤄지는 상황에 만족스런 미소를 그리며 상호는 등 뒤의 검을 뽑고 수풀 아래서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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