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조선시대에 가다-58화 (58/127)

十一장. 묘향산의 마수. (5)

고온의 불길에 의해 물의 장막을 이루는 물이 급격하게 증발되어졌다.

상호는 뚫리려는 물의 장막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많은 정신력을 방출해야 했다.

그로인해 이제는 쌍코피가 터져 입속까지 피가 들어갈 정도였다.

“끄으으윽.”

이러한 상태에서도 상호는 힘을 거두지 않고 계속해서 장막을 유지시켰다.

불과 수 초.

화염을 뿜던 와이번 로드는 고개를 들며 방향을 틀었다.

“헉, 헉!”

상호는 그것을 보고 바로 힘을 멈췄다.

너무 힘을 쓴 탓에 몸이 비틀거렸지만 억지로 버티며 손등으로 흘러내린 코피를 닦았다.

“이번에는 어떻게든 막았지만···다음은 못 막아.”

이러한 상호의 혼잣말을 들은 율은 순간 뭔가를 결의한 눈빛을 취했다.

한 편, 상호의 도움을 받은 승병들은 불과 물의 충돌로 인해 만들어진 방대한 수증기를 이용해 서둘러 비탈 아래로 피신했다.

이런 와중이었지만 단 한 명만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으, 으으······.”

“조금만 참게.”

사명대사는 화상을 입고 쓰러진 부상자를 두고 ‘힐링’ 스킬을 펼쳤다.

꽤나 중한 화상이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상처는 아물어갔다.

이러한 사명대사를 발견하고 와이번 로드가 다시금 하강해왔다.

상호는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는 상태였기에 그저 상황을 무기력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를 대신해 와이번 로드를 상대코자 나선 것은 율이었다.

지이잉.

검신에 덧씌워진 포스가 떨리는 소리를 낸다.

와이번 로드의 뒷다리가 지상에 있는 사명대사와 부상당한 승병을 노리고 뻗어오던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율이 검을 길게 휘둘렀다.

“캬아아앗!”

옆구리 쪽을 긁힌 와이번 로드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방향을 급격히 틀었다.

바람에 사명대사의 승복 자락이 격하게 펄럭거렸다.

방향을 튼 와이번 로드는 크게 날개를 저으며 달려오는 율을 바라보더니 이내 불길을 내뿜고자 했다.

“앗!”

이를 본 상호는 황급히 ‘수룡의 수호’를 사용해 율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이 힘을 끌어내기도 전에 눈이 핑 돌더니 온 시야가 깜깜해졌다.

이것은 정신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억지로 능력을 쓰려고 한 것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위, 위험해!’

율이 걱정되는 마음에 앞을 보았지만 지금 보이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그리고 곧 뜨거운 열풍이 상호가 있는 곳까지 닥쳤다.

화르르륵!

길게 방사된 불길이 율을 덮쳤다.

순식간에 율의 모습은 화염 속으로 사라졌다.

“안 돼!”

막 시야를 회복하기 무섭게 율이 화염에 삼켜지는 모습을 본 상호는 자신도 모르고 소리를 질렀다.

문득 전날 밤에 율이 했던 말이 떠오르는 것을 왜일까.

율에게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하던 바로 그 때였다.

화르륵!

“아앗!”

상호의 눈에 화염을 뚫고 위로 올라오는 율이 보였다.

몸 주변으로 투명한 기운을 두른 율은 살짝 붉게 상기되었을 뿐, 다치지 않았다.

놀랍게도 그 짧은 순간에 포스를 응용하여 몸 주변을 지키는 보호막을 써먹은 것이다.

도약한 율은 그대로 와이번 로드의 몸에 검을 반쯤 박아 넣는데 성공했다.

“휴우! 걱정시키기는.”

율의 무사함을 본 상호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님을 상기해냈다.

“아직 난 싸울 수 있어.”

정신력의 과도한 소비로 더 이상 ‘물의 속성력’은 쓸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아직 싸울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상호는 단번에 커다란 바위 위로 뛰어오른 다음 그대로 폭발적인 속도로 와이번 로드를 향해 나아갔다.

“카아아앗!”

와이번 로드는 팔 대신 달린 날개를 난폭하게 펄럭이며 자신의 몸에 달라붙은 율을 떼어내고자 했다.

비늘 사이로 깊숙이 파고든 검에 의지해 와이번 로드의 옆구리에 매달려 있던 율 역시 떨어지지 않도록 안간 힘을 쏟고 있었다.

“조금만 힘 내!”

거리를 좁히면서 율을 향해 외친 상호는 발에 힘을 모아 힘껏 약 10여 미터 상공 위에 있는 와이번 로드와 율을 향해 뛰어올랐다.

아슬아슬하게 못 미치는 거리.

이 순간, 상호는 힘껏 위로 팔을 뻗어 와이번 뒷다리 중 하나를 붙잡는데 성공했다.

“크으윽!”

다리를 붙잡았지만 바로 위에서 난폭하게 부는 바람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 수조차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굵은 나무 기둥과도 같은 와이번의 꼬리가 상호를 떨쳐내기 위해 휘둘러졌다.

“우왓!”

꼬리에 강타당하지 않기 위해 다른쪽 다리를 붙잡으려고 했다.

하나 헛손질을 해버려 그대로 아래로 떨어지는 줄 알았다.

탁.

“율?”

“흐으읍!”

막 아래로 떨어지려던 상호의 손을 율이 힘껏 손을 뻗어 붙잡았다.

한 손으로 와이번 로드의 상처에 박힌 검에 의지하며 다른 한 손으로 상호를 붙잡은 율은 신음을 흘리며 버텨냈다.

그 모습을 본 상호는 속으로 한탄했다.

‘제길, 도우러 왔다가 이게 무슨 꼴이냐.’

제대로 해보이고 싶은 마음에 상호는 위로 올려다보았다.

마침 율과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상호는 소리쳤다.

“날 위로 올려줘!”

“네!”

율은 바로 대답하면서 상호의 손을 잡은 팔에 힘을 실었다.

본래라면 가냘픈 소녀의 팔론 장정인 상호를 보다 높은 곳까지 올려 보낼 수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몬스터 코어를 통해 ‘근력’이 2단계의 수준까지 오른 율은 보통의 성인 남성보다도 강한 힘을 끌어낼 수 있었다.

힘겨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자신의 손에 매달린 상호를 힘껏 위로 던지는데 성공한 율.

순간 허공을 난 상호는 와이번 로드보다 높은 공중까지 도달한 상호는 그대로 등에 착지했다.

손가락을 오므려 비늘 틈새를 찔러 손을 고정하고 몸을 지탱하면서 앞을 보았다.

‘놈을 어떻게든 지상으로 떨어트려야 한다.’

당장 요동치는 와이번 로드의 등 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쓸 수 있는 한 손으로 힘겹게 몸을 뒤적이니 발목에 매달아 둔 단검이 잡혔다.

조잡한 제련으로 만들어진 단검으론 와이번의 비늘을 뚫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이걸로는 안 돼.’

상호는 미련을 두지 않고 단검을 손에서 버렸다.

이제 남은 수단은 맨 몸뿐이었다.

“크으읏!”

연신 얼굴로 불어오는 강풍을 견디며 상호는 앞으로 손을 뻗었다.

바람과 격한 흔들림을 견디며 조금씩 전진한 그가 마침내 와이번 로드의 목 언저리를 붙잡는데 성공했다.

“흐아아앗!”

순간 두 팔로 와락 목을 붙잡으니 와이번 로드의 발버둥이 더 강해졌다.

그로인해 검이 박혀 있던 상처가 더 벌어졌고 검이 빠지고 말았다.

“나리!”

율은 지상으로 떨어지면서도 상호를 염려하며 그를 불렀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들을 만큼 상호에겐 여유가 있지 못했다.

‘이대로 아래로 꽂아주마!’

상호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으로 목을 졸랐다.

이러한 행동에 와이번 로드는 적잖게 당황해하며 목을 연신 흔들었지만 악착같이 달라붙은 상호를 떨어뜨리지는 못했다.

급기야 제자리에서 180도 회전을 하기까지 했다.

순간 보이는 시야가 거꾸로 되고 몸이 중력에 의해 와이번 로드의 등에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상호는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이야아아압!”

기합과 함께 체중을 실어 끌어안은 목을 잡아끄니 결국 와이번 로드는 균형을 잡지 못하고 아래로 추락하였다.

급격히 낙하하는 와이번 로드와 함께 밑으로 추락하는 상호의 눈에 점차 커지는 암반으로 이뤄진 지면이 보였다.

이대로 떨어진다면 동반 낙사는 불가피했다.

물론 상호는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흐읍!”

상호는 목을 쥔 양 팔에 힘을 줘 와이번 로드를 아래로 향하게 한 다음, 두 발로 놈의 몸을 디뎠다.

판단의 순간은 그야말로 찰나였다.

쿵!

육중한 소리와 단단한 바위로 된 지면이 갈라진다.

제아무리 튼튼한 몸을 갖고 있어도 빠른 속도로 높은 위치에서 추락했으니 와이번 로드의 몸은 만신창이가 된 채 축 늘어졌다.

‘이 다음은······!’

간발의 차로 와이번 로드처럼 떨어져 내린 상호는 단단한 암반이냐 아니면 그 옆에 자리한 절벽 아래냐를 놓고 지극히 짧은 시간 동안 고민해야만 했다.

포기할 것이면 아까 와이번 로드와 같이 낙사를 당했을 것이다.

‘절벽이다!’

상호는 필사적으로 공중에서 몸을 움직여 와이번 로드가 떨어진 지점에서 불과 2~3m 벗어난 절벽 바깥으로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팔 하나쯤은 망가질 각오를 하고 절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절벽의 바위에 손가락을 강하게 갖다가대는 순간, 순간 손톱이 뽑혀나가는 격통이 엄습해왔다.

“흐으으읍!”

고통을 참으며 상호는 절벽에 손톱자국을 길게 남기며 추락을 멈추려 했다.

속도가 약간이나마 줄었지만 그래도 절벽 아래로의 추락은 계속 되었다.

급기야 돌을 긁으며 절벽에 걸렸던 네 개의 손가락이 한계에 도달했다.

결국 절벽에서 손이 떨어지고 다시금 중력에 의해 상호의 몸은 아래로 떨어지려 했다.

그런데 이 순간!

간발의 차이로 상호의 손을 강하게 잡는 손이 있었다.

그 손은 바로 아까에도 한 번 붙잡은 적이 있는 율의 손이었다.

“어서···올라오세요.”

율은 절벽 끝자락에 아슬아슬하게 몸을 걸친 채 상호를 끌어올렸다.

이에 상호는 무사히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하아, 하아.”

상호는 위로 올라와 大자로 눕고 나니 새삼 자신이 살았다는 실감을 만끽했다.

그런 그의 옆엔 율도 무릎을 모은 채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상호는 이러한 말을 안 할 수 없었다.

“율, 날 구해줘서 고맙다.”

“나리.”

“하지만 다음부터는 절대 목숨을 거는 위험한 짓은 하지 마라."

"······."

"부친의 복수도 좋고 나를 따르는 것도 좋아. 그렇지만 자신의 목숨을 소홀히 하는 것은 내가 용납 못 해.“

전날 하려다 망설였던 그 말을 엄하게 하는 상호의 태도에 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끄르르륵.”

“놈이 아직 살아 있소!”

쓰러졌던 와이번 로드가 그 사이에 정신을 차리고 조금씩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 모습을 본 임충은 바로 놈의 등 위로 올라타 검으로 놈의 목을 찔렀다.

“나무아미타불!”

“다음에 부디 올바른 존재로 태어나기를!”

염불을 외며 사명대사와 승병들도 가세해 몸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와이번 로드의 주변에 몰려가 병장기로 사정없이 공격했다.

단단한 비늘 때문에 쉽게 상처를 주기 힘들었지만 다구리 앞엔 장사가 없다고 차츰 추락에 의해 벌어진 비늘 틈새로 파고든 병장기에 의해 와이번 로드는 반쯤 해체되어 절명하게 되었다.

이 모든 상황이 끝난 후에야 몸을 추스르고 일어난 상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널브러진 와이번 로드의 시체를 보았다.

중급 몬스터, 그것도 상대하기 까다로운 비행형 몬스터를 상대로 사망자 없이 승리를 거둔 것은 분명 대단한 전과였다.

‘하지만 두 번은 이렇게 안 한다.’

사명대사와 그 휘하의 승병들을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시도한 이번 토벌 작전이었다.

사실 함경도의 일 때문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겨 별 걱정 없이 시도한 감이 적잖아 있다.

이런 방만함이 율과 자신의 목숨을 위험하게 했다는 사실에 상호는 다음부터는 확실히 준비가 된 상황이 아닌 이상은 섣부르게 토벌을 시도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으윽.”

손톱이 죄다 빠진 오른손의 고통이 밀려온다.

상호는 그것에 인상을 쓰면서 와이번 로드의 시체에 가까이 다가갔다.

몬스터 코어를 회수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헉!”

상호는 와이번 로드의 가슴 속에서 황금빛 광채를 보고 까무라치게 놀랄 뻔 했다.

<황금색 코어>

그것은 몬스터를 토벌해서 얻을 수 있는 코어 중 극히 드물게 나오는 몬스터 코어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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