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조선시대에 가다-51화 (51/127)

十장. 북관대첩. (3)

상호의 등장에 네 마리의 웨어 울프들이 일제히 그를 돌아보았다.

“수룡시!”

놈들을 쓰러뜨릴 수단으로 상호는 이능을 사용했다.

각각의 웨어 울프에게로 날아간 수룡시는 정면에서 몸에 부딪치면서 폭발하듯 비산했다.

이로 인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무방비가 된 웨어 울프들을 상호는 사정없이 장검으로 베고 또 찔렀다.

정확하게 미간 정중앙을 찌른 일격에 웨어 울프의 동공이 위로 올라가고 그대로 옆쪽으로 떨어뜨려졌다.

순식간에 한 놈을 고꾸라뜨렸지만 이내 다른 웨어 울프 놈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덤벼왔다.

먼저 달려든 놈을 옆으로 몸을 비켜 피하고 그 다음 날아드는 손톱을 검으로 아슬아슬하게 막아냈다.

아무래도 삼 대 일은 벅찼다.

“이 요물들!”

갈대 사이로 거침없이 내달려온 임충이 뛰어나와 상호가 상대하던 웨어 울프 중 하나를 막아섰다.

완만하게 궤도를 그리며 뻗은 검에 웨어 울프는 팔뚝을 베여 뒤로 황급히 몸을 날렸다.

이런 마당 다른 두 마리도 새롭게 등장한 임충을 경계하며 자세를 낮췄다.

파앗!

갑자기 공기를 찢는 소리와 함께 갈대가 좌우로 갈라지더니 보이지 않는 충격파가 그대로 한 마리의 웨어 울프를 덮쳤다.

큰 충격파에 웨어 울프는 공중으로 껑충 뛰어올라 허우적대다가 반대편 갈대숲 쪽으로 날아갔다.

“율인가.”

상호의 말처럼 방금 전 무형의 힘이 날아온 방향에서 율이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 전의 능력은 바로 율이 이번에 몬스터 코어를 통해 얻은 능력이었다.

능력의 이름은 ‘포스’였다.

속성을 딱히 띄지 않는 무형의 에너지를 다루는 능력으로 마법 계열이기는 하지만 발동까지의 시간이 짧기에 마법사 계열의 헌터보다 오히려 근접전을 주로 하는 전사들이 이 능력을 더 잘 활용하기에 검사인 율에게 있어 나쁘지만은 않은 능력이었다.

아무튼 두 사람의 가세로 이쪽이 우세를 갖게 되었다.

“크르르릉.”

유일하게 공격을 받지 않은 웨어 울프를 우리를 보며 낮게 보더니 다른 두 마리와 함께 반대편 갈대숲으로 달아나버렸다.

저돌적인 오크 같은 몬스터와 다르게 세의 불리함을 알고 물러난 것이다.

“뭐 쫓는 것으로 만족할까.”

쫓기던 사람을 무사히 구해냈으니 일단 목표 하나는 달성한 셈이다.

“어이구.”

“이봐, 어디를 그렇게 갑니까?”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서 자리를 벗어나려는 상대를 상호가 붙잡았다.

목덜미를 잡힌 남자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버둥거렸다.

잠시 뒤, 뒤늦게 정문부와 병사들이 현장에 당도했다.

“말을 두고 오느라 늦었네. 그보다 이 자는?”

“웨어 울프들에게 쫓기던 자입니다.”

상호는 말을 건네는 정문부의 앞으로 남자를 끌어다 놨다.

정문부는 일단 남자는 납치된 두 왕자가 아닌 것을 확인하고 추궁하듯 사내에게 말했다.

“네 놈의 이름은 무엇이냐.”

“회령에 사는 황, 황가라 합니다요.”

“네 놈도 국경인 그 자의 반란에 가담한 불순 세력에 속한 자이렷다.”

“히익!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쇼!”

자신을 황가라고 밝은 남자는 넙죽 엎드려 목숨을 구하고자 빌었다.

그러한 그를 향해 정문부는 칼날을 겨누며 다그치듯 말했다.

“두 왕자님은 지금 어디 계시는지 말해라!”

“저, 저도 모릅니다요.”

“이 놈이 정녕 죽고 싶은 게냐!”

“정말입니다! 아까 괴물들에게 습격 받은 통에 다들 뿔뿔이 흩어져버려 어디 있는지 진짜 모릅니다.”

“이런!”

임해군과 순화군의 생사가 알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은 정문부로 하여금 초조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곧 정문부는 병사들에게 이렇게 명령했다.

“당장 주변에 흩어져 두 왕자님들을 찾는다.”

“안 됩니다.”

상호는 정문부의 명령을 듣고 바로 반대 의견을 내놨다.

“이 주변은 이미 웨어 울프들의 사냥터입니다. 놈들이 도처에 매복해 있는 상황에서 인원을 쪼갠다면 공격받을 가능성이 무척 커집니다.”

“그렇지만 두 왕자님이······.”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아무리 왕자라도 그 두 명을 위해 여기 있는 병사 모두를 희생시킬 겁니까.”

냉정하게 말하는 상호의 태도에 정문부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 왜군이나 몬스터와 싸우는데 어느 쪽이 더 도움이 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여기 있는 병사 쪽이었다.

아무리 충의를 중요시하는 유학을 공부한 정문부라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왕자보다 병사들의 안위를 더 우선시하는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주변을 경계하면서 신속하게 왕자님들이 있을 만한 곳을 위주로 탐색을 실시한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상호는 올바른 선택을 내린 정문부의 판단을 존중했다.

이런 상호의 어깨에 한 손을 올리며 속삭이는 목소리로 정문부는 말했다.

“충고 고맙다.”

“천만에.”

상호 역시 작은 목소리로 답하고 씩 웃어 보였다.

이후, 최대한 습격에 대비하면서 갈대숲 일대를 수색해 나갔다.

곳곳에 무참하게 살해된 시체가 발견되었지만 두 왕자의 것은 보이지 않았다.

이러던 중, 마침내 국경인 일당을 발견하게 되었다.

“앗! 반역 도당 무리가 저기에 있다!”

약 6리(2km) 정도 떨어진 위치에 십여 명의 사람들이 정신없이 도망치고 있었다.

그 중엔 이번 반란의 수괴인 국경인이 있었고 또 채근당하여 억지로 뛰는 두 왕자도 있었다.

용케도 웨어 울프에게 살해당하지 않고 앞서 죽은 자들을 방패로 여기까지 달아난 것이다.

“찾았다!”

정문부는 급히 병사들과 함께 끌고 온 말에 올라 타 그들을 추격했다.

상호 또한 여기에 편승해 말을 몰았다.

‘이대로 저들을 잡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다시 정문부는 가토 기요마사의 왜군을 견제하며 함경도 지방의 몬스터 토벌에 힘을 쏟을 수 있을 터였다.

마침 국경인 일당이 가는 길 앞에는 실개천이 있었다.

거기를 건너는 사이에 따라잡는 것은 쉬운 일이었기에 정문부는 선두에서 말을 전속력으로 달려 왕자들을 구하려 했다.

“어서 우리를 구해다오!”

“이런! 빨리 오지 못해!”

자신들을 구하러 왔다는 것을 안 임해군과 순화군은 달려오는 정문부와 병사들을 보고 힘껏 소리쳤다.

국경인 일당은 그런 두 왕자를 말로 협박하고 강제로 팔을 끌며 실개천을 건너려 했다.

“반역도당 놈들이!”

“거기 서라!”

말을 타고 움직였기에 거리를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이대로라면 국경인 일당이 실개천을 건너기 전에 따라잡을 수 있어보였다.

그런데 이 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두두두두.

실개천 건너편에 위치한 작은 구릉 너머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리더니 곧 다수의 왜군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난데없는 왜군의 출현에 국경인 일당도 정문부와 그를 따르는 이들도 그 자리에 굳은 듯 멈췄다.

“왜군이 어째서 이곳에?”

그야말로 놀랄 일이었다.

지금 이 지역까지는 아직 가토 기요마사의 부대가 진출하지 않았다고 알고 있었기에 왜군의 출현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반면에 국경인은 처음엔 흠칫 놀라다가 이내 하늘에서 내려온 구명줄이라도 본 사람처럼 기뻐했다.

“흐하핫! 살았다!”

국경인으로선 자신이 두 왕자를 넘김으로서 왜군의 보호를 받으려했던 터라 이 상황이 그저 반가울 따름이었다.

지금 이곳에 나타난 왜군은 가토 기요마사 휘하의 병력으로 국경인과 맺은 밀약에 따라 두 왕자를 인계받기 위해 본대보다 앞서 북으로 올라온 병력이었다.

그 수는 기병 100명에 보병 500명 정도였다.

“저 자가 확실한가?”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만나본 그 자가 맞습니다.”

변장을 하고 앞서 국경인과 접촉을 했던 간자의 말에 이 부대를 이끄는 무장 요시바케 코요다는 허리에 찬 왜도를 뽑아들고는 병사들에게 외쳤다.

“저 앞에 있는 자들을 빼고 모든 조선 놈들을 죽여라!”

“하잇!”

명령에 따라 왜군은 일제히 앞으로 돌격해왔다.

이것을 본 상호는 서둘러 앞쪽에 있는 정문부 옆으로 말을 몰아갔다.

“물러나야 합니다!”

“크윽! 두 왕자님 바로 코앞에 있는데 물러나란 말인가!”

“지금은 어쩔 수 없어. 냉정하게 판단하라고.”

다급한 마음에 뒤에 가서는 말을 놓는 상호였다.

설령 지금 국경인 일당을 처단하고 두 왕자를 구출해도 몰려오는 왜군을 상대로 무사히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결국 정문부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고삐를 힘껏 잡아당겨 말 머리를 돌리게 되었다.

이 선택에 뒤따라온 의병들도 후퇴하기 위해 말을 돌렸다.

그러자 거구의 남자들에게 억눌린 채로 버둥거리던 임해군과 순화군이 격하게 소리쳤다.

“어서 우리를 구하지 못할까!”

“이놈들! 그러고도 무사할 성 싶으냐.”

이런 상황에서도 애원이 아닌 협박으로 자신들을 구하라고 하는 두 왕자였다.

이 목소리에 정문부는 차마 뒤를 보지 못했다.

그를 대신해 상호가 모두에게 들리게끔 소리쳤다.

“전원, 날 따라라!”

그리고는 먼저 말을 움직여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를 따라 모두가 말을 몰았고 정문부 또한 겨우 결심하고 뒤를 따랐다.

“쫓아라!”

“한 놈도 놓쳐선 안 된다!”

기동력이 떨어지는 보병 대신 기마 무사들이 등에 화려한 문양이 들어간 깃발이 달린 깃대를 꽂고 쫓아오기 시작했다.

숫자는 엇비슷했지만 추격을 위해 경무장을 한 조선군 측이 아무래도 맞서 싸우기에는 불리했다.

그 사실을 잘 아는 상호는 한 가지 계략을 세웠다.

“한 번 해볼까.”

선두에서 달리며 상호는 의도적으로 갈대숲 가까이로 말을 몰았다.

그곳은 아까 전 웨어 울프들이 습격했던 바로 그 장소였다.

상호를 선두로 조선군을 요란한 소리를 내며 갈대숲을 옆으로 지나쳐갔다.

무장이 적은 만큼 조선군은 아주 빠르게 지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

한 편, 왜군은 추격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쫓아왔다.

“아우우!”

갈대숲 안쪽에서 돌연 늑대의 울음소리가 나더니 왜군의 측면 쪽 갈대 사이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연이어 튀어나왔다.

“으아악!”

“아악!”

비명과 함께 그림자에 덮쳐진 기마무사들이 지면에서 낙마하였다.

그러한 그들을 덮친 웨어 울프들은 갑옷을 날카로운 손톱으로 찢고 목덜미에 이빨을 박아 넣어 쓰러진 이들을 단번에 절명시켰다.

“늑대다!”

“겁, 겁먹지 마라!”

생각지도 못한 기습에 왜군은 혼란에 빠졌다.

계속해서 새로운 웨어 울프들이 갈대 사이에서 뛰어올라 말 위에 탄 무사들을 덮쳤다.

거기다 먼저 습격했던 놈들도 재차 뛰어난 도약력으로 재차 사람 키보다 높게 점프해 재차 말 위에서 무사를 끌어내었다.

“조, 조선의 늑대는 저렇게 크단 말인가?”

일본 열도에도 늑대는 존재하지만 저토록 거대한 늑대는 존재치 않았기에 보병들을 이끌고 먼저 앞서 간 기병들을 따라잡고자 했던 요시바케 코요다는 충격 받는 눈으로 자신의 병사들을 습격하는 웨어 울프들을 보았다.

게다가 개중에 몇몇은 아예 사람처럼 서서 무사와 그가 탄 말을 무참히 습격하는 모습을 보게 되니 더욱 큰 충격을 커질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습격 받은 기마 무사들은 거의 다 전멸해버렸다.

“아우우우!”

덩치가 유독 큰 검은 털의 웨어 울프 한 마리가 목을 빼고 울어대니 다른 놈들이 일제히 반응을 보였다.

아직 살육이 마음에 차지 않았던 걸까.

웨어 울프들은 자신들을 겁먹은 시선으로 보는 남은 왜군을 향해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

잠시 뒤, 요란한 조총 발사 소리와 함께 비명과 늑대 울음소리가 갈대숲과 실개천 사이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좋았어.”

상호는 달리던 말의 속도를 늦추면서 뒤를 돌아보곤 미소를 살짝 지었다.

웨어 울프들이 사냥터로 지정한 갈대숲을 요란한 소리로 지나쳐간다면 웨어 울프들이 자극받을 것을 알았다.

그 점을 이용해 적을 통해 또 다른 적을 친다는 ‘이이제이’의 전법으로 추격해오는 왜군과 웨어 울프가 충돌하게끔 기회를 만든 것이다.

이 계책은 유효하게 통했고 왜군과 몬스터인 웨어 울프가 정면에서 맞붙게 하는 성공하였다.

‘어느 쪽이 이기든 양측 모두 피해가 클 테지.’

그 틈에 이쪽은 안전한 곳까지 후퇴하면 될 일이었다.

상호는 두 왕자를 적측에 붙잡히게 놔뒀다는 사실에 상심하는 정문부를 한 번 힐끔 본 다음 다시 말을 독촉해 뒤따르는 이들을 이끌어 안전한 곳까지 퇴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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