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조선시대에 가다-2화 (2/127)

一장. 과거로 온 헌터 (1)

2019년, 전 세계 곳곳에 다른 차원과 연결되는 문이 열린다.

게이트(Gate)라 불리는 이 문을 통해 넘어온 것은 판타지 소설에서나 보던 고블린, 오크 같은 몬스터들이었다.

공상 소설 속에서나 나오는 몬스터의 등장은 전 세계를 큰 충격과 공포에 빠트렸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모르지만 게이트가 발생한 지역 일대는 어떠한 전자 장치도 작동하지 않고 망가졌기에 현대의 무기가 거의 통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특수한 능력을 가진 로드(Lord)라 불리는 개체의 통솔을 받는 몬스터 집단이 게이트를 거점 삼아 세력을 확장해 가며 사람들을 습격했다.

수세에 몰린 인류는 방어에만 급급했다.

초반에는 현대 무기를 중심으로 효과적인 방어를 해냈다. 하지만 열려진 게이트가 더욱 확장되면서 더더욱 강한 몬스터가 출현했고, 도저히 군대만으론 이들을 상대할 수 없게 지경까지 되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 로드나 상위 몬스터에게서 얻을 수 있는 3종류의 몬스터 코어가 인간에게 특수한 능력을 부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위험을 무릅쓰고 이 힘을 받아들여 몬스터와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이 바로 헌터의 시초였다.

헌터를 중심으로 반격에 들어가게 되었고 몇몇 게이트를 붕괴시켜 해당 지역에서 더 이상의 몬스터 발생이 이뤄지지 않게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새롭게 게이트 붕괴 후에 남겨지는 결정체, 이른바 차원석이라는 것 알게 된다.

차원석은 막대한 에너지를 품고 있어 가뜩이나 에너지 부족에 허덕이던 세계 각국을 눈을 뒤집히게 만들었다.

여기에 헌터들의 주요 장비를 만드는데 쓰이느라 가치가 오른 몬스터 부산물까지 하면 단 한 번의 몬스터 토벌로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기에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헌터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몬스터 토벌을 통해 한탕하려는 자들이 목숨을 걸고 사지라 할 수 있는 게이트가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 * *

게이트는 최초 출현으로부터 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왜 생기는지, 어떤 조건에 맞춰 나타나는지 밝혀진 바가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게이트의 영향력이 커지게 되는데 그런 식으로 확장이 되면 더더욱 위험한 몬스터들이 게이트를 통해 나타나게 되고 또한 게이트를 중심으로 이계화(異界化)가 이뤄지게 된다.

그러한 상황 악화를 단계별로 지정해두는데 Ⅰ단계부터 Ⅴ단계까지 나뉜다.

강원도 태백.

한반도 유일의 Ⅴ단계 몬스터 게이트가 자리 잡은 이곳은 가히 마경(魔境)이라고 불려도 이상할 게 없는 곳이다.

게이트를 중심으로 반경 30km 지역이 차원 왜곡으로 다른 세계의 공간이 되었고 몬스터도 와이번이나 드레이크 같은 퇴치하기 힘든 상위 몬스터들이 서식하였다.

게다가 사상 최강최악의 몬스터라 할 수 있는 드래곤이 로드로서 게이트를 지키고 있었다.

이런 까닭에 숱한 헌터 팀들이 공략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패퇴하여 무수한 희생만 남긴 채 돌아와야만 했다.

공략이 늦어질수록 게이트의 영역은 점차 확대되었고 심심찮게 외부로 나오는 몬스터들이 수도인 서울을 위협하였다.

상황이 이리되자 대한민국의 헌터들은 처음으로 일치단결하여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게이트 공략에 도전하기로 하였다.

“크워어어어!”

포효하는 거대한 괴수, 레드 드래곤!

그 앞에 선 것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특급 헌터들이었다.

“조금만 더 밀어붙여!”

총기를 든 헌터부터 창검에 현대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갑옷을 입은 헌터들이 낮게 몸을 수그리고 화염 브레스를 뿜어내는 레드 드래곤을 상대로 필사적으로 싸웠다.

강력한 어그로 능력을 갖고 있고 다른 헌터보다 더 두꺼운 보호구를 입은 탱커가 전면에서 강렬한 불길을 받아내는 가운데 후방에서는 귀 쪽에 한 손을 대고 소리를 치는 군복 차림의 헌터가 있다.

“딜러 2팀은 계속 오른쪽 날개에 딜을 집중해 주시고, 힐러들은 탱커 힐 부탁드립니다.”

통신 계통의 스킬로 실시간으로 명령을 내리는 그는 지금과 같이 수십 명의 헌터들이 대규모 전투를 치를 때, 혼선이 생기지 않고 가장 효율적으로 몬스터들을 상대하게끔 지시를 내리는 ‘커맨더’ 역할의 헌터였다.

그 지시에 따라 근접 딜러로 구분되는 냉병기를 든 헌터들은 > 형태로 오른쪽 날개가 있는 쪽으로 달려가 날개 피막을 찢고 몸체를 베었다.

그리고 원거리 딜러들은 총탄과 몬스터 코어를 통해 얻는 게 가능한 ‘속성력’을 기반으로 마법이라고 부를 만한 공격 능력을 발휘해 레드 드래곤의 공격 범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떨어진 지점에서 공격을 퍼부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을 온전히 뒤집어쓰면서 레드 드래곤은 앞발을 크게 휘둘러 개미 떼처럼 달라붙는 헌터들을 후려쳤다.

노련한 헌터들이기에 다들 알아서 피해냈다. 그렇지만 그것을 알았다는 듯이 레드 드래곤은 몸을 크게 회전시키며 꼬리로 연타를 날렸다.

“으아악!”

“아악, 내 팔!”

부상자가 속출하자 싸움에 끼지 않고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비로소 나서게 되었다.

“서포터들, 빨리 서둘러!”

싸움에 임하는 다른 헌터들과 달리, ‘서포터’라 불린 이들은 무기를 손에 드는 대신 들것을 갖고 부상자들에게 달려갔다.

이들은 지금 전투를 치르는 헌터들보다 능력 면이나 경험 면에서 부족함이 있어 게이트 공략에 필요한 물자를 수송하고 부상자 구출 및 백업 역할을 하는 역할을 하는 헌터들이었다.

“저쪽에 한 명 발견!”

“앗, 브레스다!”

“제기랄!”

레드 드래곤이 불길을 뿜으려는 것을 본 서포터들은 제자리에서 최대한 납작 엎드렸다.

좌우로 방사되는 불길이 직접 닿지 않아도 그 열기에 엎드린 이들은 이를 악물고 타는 고통을 견디며 땀을 줄줄 흘려야만 했다.

이러한 서포터 중에는 전투에 용의하게끔 우드랜드 색의 군복에, 몬스터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특수한 소재로 만든 가슴 보호대와 어깨 보호대를 장비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인상을 가진 한 헌터가 있었다.

“내가 미쳤지. 그 자식만 믿고 한 탕하겠다고 이 지옥에 기어들어오다니.”

그의 이름은 이상호.

올해로 헌터 생황 4차인 27살의 헌터였다.

대의명분 같은 게 있어서가 아니라 몬스터 때문에 살기 힘들어진 세상 탓에 먹고 살려고 헌터를 시작한 상호는 헌터로서 4년이나 활동했지만 운과 실력이 충분히 따라주지 못해 그저 그런 2류의 헌터였다.

그런 그가 나라의 국운을 거는 이번 대규모 레이드에 참가한 것은 어디까지나 한 몫 단단히 챙길 수 있다는 친한 헌터의 꼬드김에 넘어가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으아아악!”

미처 옆으로 퍼지는 불길을 피하지 못한 한 명이 삽시간에 재가 되어버리는 게 똑똑히 보인다.

조금만 실수하면 죽게 되는 극한의 현장.

온갖 현장을 뛰어본 상호지만 지금만큼 목숨의 위기를 느낀 적은 없었다.

“죽을까 보냐!”

오로지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행동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크워어어어!”

단말마의 비명을 토해내며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레드 드래곤이 쓰러져간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환호성을 터트렸다.

“잡았다!”

“이야호!”

게이트의 수호자를 쓰러뜨린 헌터들은 곧 얻게 될 막대한 부와 명성을 떠올리며 벌써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주변에서 값져 보이는 것들을 챙기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이 때, 갑자기 공간 자체가 뒤흔들리는 큰 진동이 벌어졌다.

“헉! 이게 무슨 일이지?”

“큰일이다! 공간의 왜곡이 사라지려 하고 있어!”

“이대로 있으면 이 공간에 갇히게 되고 만다!”

처음 겪는 사태에 다년간 산전수전 다 겪은 헌터들조차, 생각보다는 본능에 따라 바깥으로 나가는 출구를 향해 죽자 살자 달리기 시작했다.

상황을 인지한 상호도 부랴부랴 몬스터 해체 작업을 멈추고 도주 그룹에 합류했다.

“다 끝났다고 생각했더니 이게 웬 봉변이냐고!”

사전에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를 안 한 윗선을 원망하며 상호는 죽어라 달렸다.

하지만 능력만 놓고 보면 다른 헌터들보다 뒤처지기 때문에 어느새 최후미에서 달리게 되었다.

“제길!”

점점 멀어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며 상호는 이를 악물고 뛰었다.

이런 와중에 주변의 풍경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급기야 초현실주의의 그림처럼 공간이 변하여 갔다.

딛고 있는 대지가 왜곡되니 한 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어려웠다. 이런 와중에 저 멀리 바깥세상으로 통하는 출입구에서 빛이 보이고 있었다.

이미 다른 사람들은 다 탈출했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거의 다 왔다. 제발 조금 기다려라.’

상호는 거치적거리는 것들을 다 바닥에 벗어 던지면서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계속 뛰었다. 그러한 필사적인 노력 덕분일까. 드디어 출구까지 거의 다 오게 되었다.

쿠구구궁.

그런데 그때, 더 큰 진동이 일어나더니 빛이 나오는 곳이 점점 줄어들었다.

“안 돼!”

이것을 본 상호는 힘껏 앞으로 몸을 날리며 빛을 향해 한 손을 뻗었다.

환한 빛 속에 있다는 감각을 끝으로, 상호의 기억이 단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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