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조선시대에 가다-1화 (프롤로그) (1/127)

프롤로그

조선 선조 25년(1592년).

오랜 전란 끝에 마침내 왜국이라 불렸던 일본을 하나로 만드는데 성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대륙 진출을 위해 조선에 길을 내줄 것을 요구하나 조선이 이를 거절하니, 이윽고 20만 대군으로 침공을 개시하였다.

부산이 허망할 정도로 쉽게 떨어지고 불과 20여 일 만에 한양까지 왜군이 밀고 올라오니 이에 위기를 느낀 선조는 황급히 도성을 버리고 파천을 한다.

이에 힘없는 민초들만 왜적의 손에 의해 희생당하니 조선 팔도 어디서도 고통스러운 비명은 끊이지 않았다.

왜군은 평양성까지 함락하였고 의주로 피난했던 선조는 명으로 피신을 고려할 만큼 조선이란 나라는 패망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천명은 아직 조선을 버리지 않았다.

계속해서 패전 소식만 전해오던 중에 드디어 첫 승전보가 올라온 것이다.

첫 승리는 육전이 아닌 해전에서 거두었는데 그 승리를 이끈 것은 전라좌수사 이순신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무너진 관군을 대신해 지방의 유력자들이 국난에 맞서고자 의병을 일으켜 왜군을 상대로 보급로를 끊거나 후방 기습을 하는 등, 활약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후세가 흔히 알고 있는 역사였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가 뒤틀리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왜군이 파죽지세로 북으로 향하는 사이, 아직 전쟁의 여파가 미치지 않은 지방에서는 민심을 더욱 흉흉케 하는 소문들이 퍼지기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멀쩡히 사람들이 살던 고을에서 사람들이 죄다 사라졌고 마을에선 핏자국만 발견되었다는 소문부터 산에서 약초를 캐던 약초꾼이나 사냥에 나섰던 사냥꾼이 산 속 깊숙이에서 이상한 빛을 봤다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뭣보다 사람들을 두렵게 한 소문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존재를 직접 보았다는 소문이었다.

요괴 혹은 도깨비라 불리는 그것들은 산짐승을 해치고 잡아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을로 내려와 주민들이 키우는 소와 돼지는 잡아가는 것은 물론, 사람들까지 해치는 일을 일으켰다는 소문은 아주 빠르게 확산되었다.

그리고 이 일이 단순히 소문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진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왜군이 아닌 존재들로 인해 황폐화되는 고을이 늘어나고 해당 고을의 지방관들은 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파천한 선조가 있는 의주로 이에 대한 장계를 보냈다.

전쟁 통에 어렵사리 장계가 의주에 당도했지만 막상 그것을 본 선조와 조정 대신들은 이러한 내용을 해괴망측한 헛소문으로 일축해버렸다.

이러한 안이한 조치에 따른 방치가 이뤄지는 사이에 요괴 출몰은 조선 팔도에서 점차 더 빈발하게 벌어지게 된다.

거기에 조선과 왜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 임진왜란은 점차 격화되니 민초들은 더욱 어려움에 처하게 되고 조선 팔도는 거대한 혼란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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