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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아포칼립스의 폭군-260화 (260/270)

260화

[인간의 위대함……?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네놈들이 오직 신만의 것인 위대함을 입에 담느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불완전하기 때문에 더 위대한 법이다. 인간은 너희처럼 아무런 노력 없이 그저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거든.”

[뭐……?]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그런데 너희는 어떻지? 봉인되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 안에서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어.”

남궁은 루에게서 사슬을 이어받았다.

카르르르르……!

사슬이 남궁의 손으로 들어오자 루가 가지고 있을 때보다 더욱 맹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가 한 게 무엇이지? 그저 여전히 존재한다고 어필할 뿐 세상을 위해 너희가 한 것이 무엇이냔 말이다.”

[세상을 위해? 애초에 처음부터 잘못된 세상이다. 그런데 무엇을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하느냐!]

“……그것이 정녕 신으로서 할 말인가.”

남궁은 더 이상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는다는 듯 위상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좋아. 이제 우리의 입장이 명확해졌으니…… 나 역시 계시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하도록 하겠다.”

[빌어먹을 일곱 뱀이 모든 것을 망쳐놨구나!! 그래, 어디 한 번 해봐라. 이따위 사슬……!!]

위상은 자신을 붙잡고 있는 사슬을 끊으려 안간힘을 썼다.

“나는 더 이상 요르의 계시자가 아니다.”

[……뭐?]

“온전한 위상이 남겨놓은 마지막 위상, 린의 계시자다.”

화르르륵……!!!

그 순간 남궁의 손에서부터 황금빛의 기류가 사슬을 타고 뿜어져 나왔다.

[크아아악!!!]

그 힘은 그대로 위상을 집어삼켰고 위상은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질렀다.

“더 이상 우리의 세계가 너희들 손에 놀아나지 않게 할 것이다.”

[남궁……!!!]

위상은 미친 듯이 날뛰며 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그리고 나 역시 과거처럼 혼자가 아니지.”

그 순간 루가 위상의 공격을 막아섰다.

그가 손을 뻗자 남궁의 앞에 수십 개의 방벽이 만들어졌고 위상의 주먹이 강하게 튕겨 나갔다.

[빌어먹을 놈들……!!]

위상에 자신을 가로막는 두 사람을 향해 악에 받친 듯 소리쳤다.

[네놈들은 너희가 스스로 대단하고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그래, 좋다. 하지만 다른 놈들은 어떨까?]

위상은 이를 갈았다.

[과연 다른 녀석들도 너희처럼 그렇게 자신만만할 수 있을지 어디 한 번 보겠다.]

그 순간, 회랑의 풍경이 바뀌었다.

카니발의 마물들을 모두 소탕하고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회랑의 벽면에 나타났다.

“……무슨 짓이지?”

[내가 지금 뭘 하는지는 그 눈으로 보고 있을 텐데? 세계를 정화 시키는 중이다.]

그때였다.

[크르르르…….]

[크륵…… 크륵…….]

주택이 밀집되어 있는 동네 한복판에서 아스팔트를 뚫고 팔 하나가 튀어나왔다.

팔은 인간의 것이었다.

움직일 때마다 까드득거리며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나타난 사람들은 여기저기 부패가 되어 살점들이 툭툭 떨어지고 있었다.

[사자소환(死者召還)……?]

해와 달의 관망자, 두르가는 회랑의 벽면에 보이는 언데드들을 바라보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위상이 죽은 자들을 불러냈다는 말인가?]

죽은 자를 불러내는 술법은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다.

사령술을 쓰는 일곱 뱀의 주인인 요르뿐만 아니라 마법을 쓰는 사계절의 방랑자 레아와 미풍의 어머니 그라시엘까지.

조금씩 방법은 다르지만 죽은 자를 불러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게다가 문이 열릴 때 소환되는 마물들 중에도 언데드들이 있었으니 죽은 자를 보는 것이 그다지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두르가가 놀라는 것은 다른 의미였다.

[이런 치졸한 방법을…….]

그렇다.

조금 전 위상이 불러낸 사자(死者)들은 단순한 마물이 아니었다.

회랑의 벽면에 보이는 시체 무리 속에 유독 눈에 띄는 하나의 시체가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

그것을 본 순간 남궁은 미친 듯이 위상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엄마……?”

순식간에 밤이 내린 것처럼 세상이 어두워짐과 동시에 전 세계가 벌어진 사건에 혼란스러워할 때, 소민 역시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어어어어…….]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갈라진 지면을 뚫고 튀어나온 시체들 속에서 그녀는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

사실 실제로 본 것은 아니다.

사진 속에서만 봤던 얼굴이었으니까.

“소민아.”

명훈은 황급히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손으로 눈을 가리려 했다.

“괜찮아요. 저건 진짜 엄마가 아니니까. 엄마는 지금 저와 함께 있거든요.”

물론 육신은 분명 진짜일 것이다.

하지만 엄마의 죽음을 인지하고 영혼이 이어진 소민은 눈앞의 죽은 몸뚱이보다 요정족의 힘으로 이어진 엄마의 영혼을 더 믿었다.

“다 컸구나.”

“그럼요. 하지만 화나요.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물론이야. 이런 지독한 짓을…….”

빠득―!

명훈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υφϪοκ ωγωϪ……!! st―!!]

그때였다.

들려오는 외침은 인간의 언어가 아니었다.

“진 웨이…….”

명훈은 시체의 무리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만신전에서 죽은 그가 명훈을 향해 손을 뻗자 그의 주위로 붉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크르르르르르……!!]

[크아아아아――――!!!!]

연기가 시체를 감싸자 시체들이 광기에 빠진 듯 갑자기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서울을 비롯한 대한민국 주요 도시들에 언데드 공습!!

-저희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도시들의 희생자들이 모두 부활하여 시민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보고드립니다!! 부활한 시체들 중 다수의 능력자들이 포함 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생전의 능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인이어에서 들려오는 협회 사령실 병사들의 외침에 명훈은 인상을 찡그렸다.

“생전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캬아아악―――!!!]

그때였다.

짐승의 포효 같은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새하얀 섬광이 하늘 위로 솟구쳐 올랐다.

명훈이 고개를 돌리자 진 웨이의 술법에 강화된 시체들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부풀어 오른 시체들의 살점이 녹아내리자 시체들이 슬라임처럼 하나둘 뒤엉키기 시작했다.

“광신술……?”

녹아내린 시체들이 뒤엉키며 새로운 마물의 형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람의 머리를 한 네 발 달린 짐승은 단순히 키메라라고 하기엔 끔찍한 모습이었다.

시체를 녹여 만든 마물들 사이로 한 여인이 있었다.

“에이라 미쉘…….”

과거 성녀라 불렸던 그녀는 이제 마물을 이끄는 마녀가 되어 있었다.

“방벽 개시!!”

잠시 멍하니 마물 떼를 바라보던 명훈이 다급히 소리쳤고 협회 주위 바닥에서 두터운 방벽이 솟아올랐다.

-1차 방어선 작동 완료!!

-2차 방벽 가동 준비!!

쾅! 쾅! 쾅!!!!

협회 일대에 세워진 방벽을 마물들이 두들기기 시작했다.

방벽에 부딪힌 마물들 위로 또 다른 마물들이 뒤엉켰고 모래알처럼 점점 벽에 쌓이는 마물들을 밟고 시체들이 방벽 위로 머리를 내밀기 시작했다.

“도대체 저게 다 몇이야……?”

협회의 수비대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밀려오는 시체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신이시여…….”

수비대원 중 한 명이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그의 동료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이 끔찍한 모든 것이 그 빌어먹을 신의 작품이니 말이다.

“모두 싸워라.”

“하지만…….”

대원들은 명훈을 바라봤다.

“저들을 동료로 기억하고자 한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에게 안식을 주는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축제의 마지막.

사람들은 동료와 싸워야 했다.

* * *

쾅―! 쾅―!! 콰아아아앙―――!!!

사슬을 잡아당기며 거리를 좁힌 남궁이 위상을 향해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크아아악!!]

검이 위상의 살점을 하나씩 베어 냈고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잘려 나간 살점들이 사방에 떨어졌다.

[크크…… 어떠냐. 네가 사랑하는 자들이 서로 싸우는 것이. 빌어먹을 네놈에게 내가 주는 선물이다!]

위상은 비릿한 웃음과 함께 남궁을 향해 소리쳤다.

[진정해라. 저놈은 네 마음을 흔들기 위해 이런 짓을 벌인 거다.]

[지금까지 중에 가장 볼만한 얼굴이 되었군. 어떠냐. 그래, 원통하고 화가 나겠지. 이제 알겠느냐! 그게 네놈의 위치라는 것을!!]

“…….”

[그리고 네놈도 결국 저 자리에 있게 될 것이다!!]

퍼억―!!

“……그래, 네 말대로 나 역시 언젠가 저들처럼 되겠지. 인간은 누구라도 죽으니까. 하지만…….”

그 순간 남궁이 검의 옆면으로 위상의 머리를 후려쳤다.

“지금은 아니야. 썩은 내 나는 시체들 속에 뒤엉켜 있을 생각 없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너를 죽이는 것 이니까.”

[냉혈한 놈…… 동료가 걱정되지도 않는 거냐.]

“걱정을 해야 할 건 내 동료가 아니라 네놈 때문에 부활한 시체들이지. 내 동료는 고작 그딴 것들에게 당할 정도로 약하지 않아.”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만악검이 위상의 팔을 잘랐다.

[크악!!!]

남궁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한번 검을 아래에서 위로 쳐올렸다.

위상의 반대쪽 팔마저 잘려 나갔다.

[위상의 힘을 루가 얻은 것이라면 남궁, 저자는 그저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인데…… 어떻게 저리 강할 수 있는 거지?]

[녀석이 했던 말 못 들었어? 온전한 위상이 남긴 린이란 위상의 힘을 이어받았다고 하잖아.]

[그 린이란 위상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일개 계시자가 란과 우를 저토록 압도할 수 있는 거냐고?]

팔위상들은 위상의 양팔을 잘라 버린 남궁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단순히 린이란 위상의 힘이 강해서만은 아닐 거다.]

요르는 그들에게 대답했다.

[싸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싸우는 것. 그게 인간이니까.]

[…….]

그 순간, 요르의 말을 들은 두르가가 몸을 돌렸다.

[어디 가는 거야?]

회랑의 문을 통해 나서려는 그에게 요르가 물었다.

[필사적인 건 인간만이 아냐. 나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서 싸울 것이다.]

[누구와……?]

[지상으로 내려갈 거야.]

두르가는 결심을 굳힌 듯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을 죽일 없다면…… 적어도 인간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싶다.]

요르는 그의 말에 옅게 웃었다.

[진짜 신이 되었군.]

솨아아악…….

회랑의 바닥에 그려진 진법이 빛을 뿜어내자 두르가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졌다.

관망자는 더 이상 바라만 보고 있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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