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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아포칼립스의 폭군-236화 (236/270)

236화

“너 눈이…….”

주사인은 경인의 눈동자에 일렁이는 불꽃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 이거 또 이러네?”

경인은 그의 말에 당황스러운 듯 자신의 눈을 문질렀다. 푸른 불꽃이 사라지자 경인은 어색하게 웃었다.

“가끔 이럴 때가 있더라고요.”

“룬에 관련된 특성 말고 새로운 재능을 깨우친 거 아냐?”

“잘 모르겠습니다. 딱히 어디에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는걸요.”

자신의 능력을 아직 완벽하게 깨닫지 못한 듯 경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주사인에게 대답했다.

“흐음…… 그나저나 흑룡의 몸 안에 또 다른 문이 있는 것 같다는 게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예요. 직접 가서 봐야겠지만…… 흑룡을 잡게 되면 또 다른 문이 열릴지도 몰라요.”

조용히 그의 말을 듣던 주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미심쩍은 일이 있으면 확인 하는 게 맞지.”

“감사합니다.”

“뭔가 오해하는가 본데. 내가 미심쩍다는 건 흑룡이 아니라 바로 네 눈이야.”

“……네?”

“실망시키지 마라.”

주사인은 어쩐지 즐거운 듯 말했다.

* * *

-무아이 던전을 공략한 태국의 라차프 길드, 흑룡 사냥에 도전!!

-무스펠, 라탄, 미엘, 아메리카의 중소형 클랜 연합이 사이판으로 합류 중.

-반면 현재 세계 연합 네스트의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써, 계시자 중 한 명인 클락 노먼이 흑룡 사냥을 시작.

9번째 문이 열리고 흑룡이 등장 했을 때 세계는 어쩐지 공포보다는 환호를 질렀다.

그리고 그 환호를 증명하듯 수많은 클랜의 능력자들이 사이판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오랜만이로군. 무아이 던전은 꽤 난이도가 있는 곳인데…… 듣자 하니 제법 수확이 있었나 보지?”

“김성우의 도움이 컸지. 그의 군신화가 아니었다면 쉽게 클리어하지 못했을걸.”

라차프 길드의 길드 마스터인 클라이는 이미 사이판에 모여 있는 다른 클랜의 마스터들을 향해 인사했다.

“김성우라면…… 그 남궁과 함께 하는 꼬마?”

“맞아. 그의 능력은 대단해. 다들 아는 얘기지만 1차 공략 실패로 우리들은 꽤 타격을 입었었지. 하지만 그의 도움으로 던전을 공략하고 오히려 그때보다 스펙 업도 가능하게 되었거든.”

“어쩐지…… 던전에서 제법 쓸 만한 것들을 얻었나 보지? 이번 사냥에 자신감을 보이는 게 다 이유가 있었군.”

“그런데 의외인걸. 솔직히 말해서 세계 연합이다 뭐다 하지만 남궁이란 원톱을 제외하면 그냥저냥 평범하다고 생각했는데 말야.”

“평범? 그들은 여태껏 거의 대부분의 문을 막았어. 연합의 맴버인 최명훈과 강호준도 보스 킬의 경험이 있고 말야.”

하지만 클라이의 말에 대부분의 수장들은 동의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솔직히 말해 남궁이 떠먹여 준 거지. 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걸?”

“그럼, 나도 동의한다. 클라이. 김성우의 도움을 받았다고 너무 신경 쓸 필요 없다고. 결국 이곳에 왔다는 건 자네도 남궁이 없는 틈을 타서 보스 사냥을 노린 거 아닌가?”

길드의 수장들의 말에 클라이는 반박하지 못했다.

“남궁이 월등히 강해진 이유가 뭐겠어? 계시자인 것도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가 초반에 보스 킬을 독점했기 때문 아니겠어?”

“그가 보여줬듯 우리도 강해질 수 있다.”

“앞으로 힘이 세계 경제를 주도하게 될 거야. 이미 몇몇 길드는 정부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지.”

‘이번에야말로 우리가 문의 보스를 사냥해서 길드의 입지를 확실하게 만든다.’

‘어차피 카니발은 끝나. 진짜 중요한 건 그 뒤의 삶이니까. 마물의 시체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는 앞으로 엄청난 희소가치를 지니게 될 게 분명해.’

우습지만 아직 문의 보스를 잡은 것도 아닌데 그들은 이미 카니발의 종결을 생각하고 있었다.

클라이는 그들의 말에 피식 웃었다.

“다들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겠어. 과연…… 내로라하는 기업의 자제들답네. 머리가 그쪽으론 비상하게 돌아가는군.”

그의 말처럼 클랜과 연합들의 대부분은 기업의 자금력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었다.

그리고 클랜과 연합 수장들은 자연스럽게 기업 총수의 자제들이 맡고 있었다.

“자네도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 할 텐데. 자네 부친이 하시던 무역도 마물들로 인해 항로가 막혀 이 사업에 뛰어든 것 아닌가.”

클라이는 사업이란 단어가 묘하게 거슬렸다.

그들은 마물이 쏟아지는 이 상황을 또 하나의 사업 수단으로 여기고 있었다.

“사업이라…… 자네들이 부럽군. 운 좋게 한 번도 마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았으니 말이야. 힘을 얻기 전에 마물을 만났어야 놈들의 공포를 알 텐데.”

“자네 일은 유감이지만, 그게 지금 상황에서 편을 가르는 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군.”

하지만 클라이는 알고 있었다.

오히려 먼저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자신과 그들을 선 긋기 위함이라는 것을 말이다.

“방해할 생각이라면 그만두는 게 좋을 거야.”

“상관없어.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말하는데 내가 여기 온 건 흑룡 사냥에 어떻게 한 번 끼어들고 싶어서가 아냐.”

“……?”

“그냥 구경하러 온 것뿐이다. 연합의 싸움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거든. 그런데 정작 연합은 보이지 않고 너희뿐이라니…… 나로서도 실망이야.”

“흥, 구경? 고작 구경을 하려고 저 인원을 데리고 왔다?”

“됐어. 그렇게 말하니 더 말하지 않겠다. 대신, 사냥에 끼어들어 방해할 생각은 하지 마.”

클라이는 자신을 경계하는 수장들을 향해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대로.”

콰아아아앙―――!!!

그 순간, 흑룡의 소환진 주위로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고막을 찢을 듯한 소리에 사람들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후우…….”

연기 속에서 피투성이가 된 클락 노먼이 입가에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닦아내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파앗―!!

그의 몸이 사라졌고,

쾅―! 쾅―! 콰가가가강―――!!!

권갑에서 소환된 용들이 일제히 흑룡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부우우웅……!!

하지만 클락의 오룡들은 흑룡의 실드에 막혔고, 녀석이 거대한 꼬리를 휘두르자 날카로운 풍압이 그를 때렸다.

“……컥!!”

순식간에 수백 미터를 튕겨 나갔다.

꿀꺽―

지켜보던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맞은 것처럼 움찔거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콰직―!!

하지만 놀랍게도 벽에 처박혔다고 생각했던 클락은 어느새 흑룡의 뒤로 가 녀석의 후위를 노리며 권갑을 휘두르고 있었다.

오색의 용들이 눈이 아플 정도로 현란하게 흑룡의 급소를 노렸다.

“…….”

각 길드와 연합의 수장들은 그 모습에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다문 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보이냐?”

“전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들 중 누구도 클락의 움직임을 좇아가는 사람은 없었다.

“저게 계시자급의 싸움인 건가…….”

“표정이 볼만하네. 그냥 너희도 조용히 구경이나 해라. 내 생각엔 구경하는 것도 우리에겐 벅찬 일인 것 같은데.”

조금 전 비이냥거렸던 길드의 수장을 향해 클라이가 말하자 수장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여기서 다들 뭐 하세요?”

“……!!”

그때였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그들은 깜짝 놀라며 다시 반대로 고개를 돌렸다.

“오! 성우!!”

클라이가 당황해하는 그들 사이에서 성우를 반겼다.

‘저 아이가 바로 군신화 능력을 가진 아이로군. 언뜻 보기엔 평범한데…….’

그들은 힐끔힐끔 서로의 눈치를 보며 생각했다. 그들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공통되었다.

‘……뒤에 온 줄 몰랐어.’

누구도 성우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아저씨는 여기에 왜 온 거예요? 뉴스에 그렇게 나오고 싶으셨어요?”

“하하, 그럴 리가. 그냥 계시자의 사냥을 직접 보고 싶었을 뿐이야. 보는 것만으로도 경험이 되니까. 자네 덕분에 마우이의 방패를 얻었잖아. 적어도 목숨을 지킬 수 있으니 욕심을 조금 부렸지.”

클라이는 손목에 채워져 있는 작은 원형 방패를 보이며 성우에게 말했다.

“그래요? 연합에서는 흑룡 사냥을 노리고 세계 각국의 중대형 길드들이 모이는 거라던데.”

“적어도 나는 아냐.”

마치 칭찬을 받으려고 하는 학생처럼, 클라이는 성우에게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아니면 안 되죠. 기껏 던전 공략까지 하고 무구들을 얻었는데 팔짱 끼고 구경만 할 거예요?”

“……응?”

“누구든 상관없어요. 연합에서 바라는 건 마물로 장사를 하려는 게 아니라, 시민들을 생명을 지키고 하루빨리 세계를 안정시키는 거니까요.”

“크흠…….”

성우의 말에 클랜의 수장들은 멋쩍은 듯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세계의 안정이라…… 성우야, 어째 너답지 않은 말인걸?”

“나 참, 나라고 뭐 맨날 장난만 치는 줄 아나. 뭐 이리 오래 걸려?”

“활을 쏘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아냐. 살펴야 할 것들이 많아.”

툭―

그 순간 경인의 등장에 수장들은 어쩐지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군신화 필요해?”

“아니, 괜찮아.”

경인은 성우의 물음에 가볍게 대답하고 천천히 활의 시위를 당겼다.

치직…… 치지지직…….

비전신궁의 활대에서 날카로운 스파크가 흐르기 시작했다.

꽈드드득…….

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지자 새하얀 화살들이 그의 손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준비되었습니다.”

-시작해.

귀에 끼고 있던 인이어에서 들려오는 주사인의 목소리에 경인이 당겼던 시위를 놓았다.

콰즈즈즈즈즉―――!!!

빛을 머금은 화살이 엄청난 속도로 활을 떠나 흑룡을 향해 날아갔다.

퍼억―――!!!

화살이 흑룡의 머리를 때리자, 마치 총탄에 맞은 것처럼 꺾이며 육중한 몸이 뒤로 나자빠졌다.

“……!!!”

사람들은 그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후우…….”

경인은 천천히 활을 내려놓으며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군신화. 부탁해.”

“오케이.”

다시금 시위를 당기는 경인의 주위로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던전 공략할 때보다 군신화 능력이 더 강화된 모양이군.’

클라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며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강한 건 단순히 남궁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만이 아냐.’

“한 발 더.”

콰가가가가가가각―――!!!

활에 맺힌 다발의 화살이 경인의 손을 떠나자, 우레와 같은 굉음이 터져 나오며 쓰러진 흑룡의 몸 위로 쏟아져 내렸다.

퍽―! 퍽―! 퍼벅―!!

소나기처럼 하늘 위에서 떨어진 화살들이 흑룡의 비늘을 뚫고 박혔다.

“성우의 말처럼 문의 보스를 잡는 건 누구든 상관없어요.”

경인은 참았던 숨을 조용히 토해내며 말했다.

“할 수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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