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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화 (148/270)

148화

[케에에엑……!!!]

샐러맨더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사냥꾼들이 날린 창에 주춤거리던 녀석은 끝내 힘이 빠진 듯 축 늘어지며 쓰러졌다.

“잡았다!!!”

“오늘 밤은 마음껏 먹겠군.”

“불에 살이 익기 전에 어서 옮기자고!!”

그들은 쓰러진 샐러맨더의 주위를 돌며 괴상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얼굴에는 새하얀 분을 칠하고 검은 문양을 새겨 넣은 그들은 사냥을 하고 있을 때는 몰랐지만 자세히 보니 괴상망측한 모습이었다.

▶ 요란 일족과 조우하였습니다.

▶ 탑이 당신에게 요구합니다.

언덕을 내려와 그들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남궁의 시야에 빛이 흐드러지더니 양피지 하나가 나타났다.

양피지를 봉인하고 있는 밀랍의 색깔은 자줏빛이었다.

▶ 영웅급 퀘스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양피지를 잡자 그 안에 들어 있는 퀘스트가 시작되었다.

▶ 퀘스트 『패배자 토벌』이 추가됐습니다.

▶ 탑 안에 있는 3개의 일족을 토벌하십시오. 그들은 모두 왕좌쟁탈에 실패한 패배자입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위치를 망각하고 탑의 마물을 사냥하며 힘을 기르고 있습니다.

▶ 3개의 일족을 모두 토벌하게 되면 탑은 당신에게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는 힘을 줄 것입니다.

▶ 패배자 토벌의 수만큼 퀘스트의 등급이 변동될 수 있습니다.

“흠…….”

전설급 퀘스트보다 한 단계 아래지만 영웅급 퀘스트 역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퀘스트를 받는 남궁의 표정은 그다지 놀라거나 기뻐하지 않았다.

‘마치 내 생각을 읽고 만든 퀘스트 같군.’

그가 저들을 굴복시키겠다고 다짐한 순간, 탑은 그것을 방해하기라도 하는 듯 그들의 토벌을 명했다.

‘탑이 나를 시험하는 것이다.’

남궁은 들고 있던 양피지를 던져 버리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누구냐!”

그때였다.

번개같이 창 하나가 날아들었다.

콰직-!!!

그의 옆을 스치고 지나간 창이 바닥에 박혔고, 힘을 이기지 못하는 듯 창대가 파르르 떨리다 그만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부러지고 말았다.

“대단한데? 체구는 작은데 힘은 호준이보다 더 강할 것 같군.”

날아 든 창이 내뿜는 풍압에 은신이 풀리고, 남궁은 선두에 서 있던 사냥꾼을 향해 말했다.

‘은신을 감지할 수 있는 거리는 대충 이 정도인가.’

하지만 말을 거는 순간부터 남궁은 이미 그들의 실력을 가늠하기 시작했다.

“인간? 어째서 인간이 여기에 있는 거지?”

남궁의 모습을 본 그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카니발의 참가자다. 만신전의 결과로 탑의 문을 열게 되었다.”

“……그 빌어먹을 짓은 아직도 행해지고 있는 건가? 너희는 어느 차원이지?”

“몇 개의 차원이 있는지도 모르니 우리가 어떤 차원인지는 답하지 못하겠군.”

“흥, 그 정도로 미개한 차원인가.”

“카니발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탑에 왔다고 해서 조금 놀랐는데…… 기대가 아니라 미리 노예의 삶을 준비하러 온 모양이로군.”

“크크큭……!!”

조금 전 창을 날린 사냥꾼의 말에 주위에 있던 나머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글쎄. 남의 일엔 관심이 없어서 말이야. 내가 사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지. 탑이 내게 퀘스트를 주더군. 패배자들을 토벌하라고.”

“…….”

“처음에는 무슨 헛소리냐는 생각에 양피지를 던져 버렸는데, 스스로 탑 안에서의 생활을 노예의 삶이라고 말하는 걸 보니 답이 보이는군.”

“뭐?”

“화기애애해 보이는 게, 노예 생활이 마음에 드나 보지?”

콰아아앙--!!!

그 순간 나머지 사냥꾼들의 창이 일제히 날아들었다.

“……!!”

하지만 남궁의 앞에 소환된 아스가 그들의 창을 튕겨 냈다.

“영혼 병사……? 빌어먹을 일곱 뱀…… 그놈의 계시자로군!!! 챤!! 저놈은 내가 맡는다. 저놈을 잡아 라테아 님께 데리고 가겠다!!”

조금 전 샐러맨더의 화염 속으로 몸을 던졌던 사냥꾼이 검을 뽑아 들며 소리쳤다.

‘확인해 볼 필요는 있겠지.’

행동하는 모습을 봐서는 저자가 사냥꾼들 중 챤이라 불리는 자와 함께 리더 격일 가능성이 높았다.

스캉-!!!!

남궁이 자세를 취하는 순간, 그의 전신에서 날카로운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콰그그그극……!!

카강! 캉!!

“쿠가! 조심해라!”

두 사람의 검이 부딪히자 챤이란 자가 소리쳤다. 그의 경고에 쿠가는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서걱-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고 방금 쿠가가 있던 자리의 공간이 갈라지는 것처럼 순간 비틀렸다.

[흠, 실팬가?]

“내가 안 될 거라고 했잖아.”

[저 녀석이 소리만 치지 않았어도 분명 성공했을걸. 아쉽군.]

무명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너 이 새끼……! 신성한 결투에 술수를 부리다니!!”

쿠가는 뺨에 흐르는 피를 닦아 내며 소리쳤다.

무명의 검기가 어찌나 날카로운지 분명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살같이 베여 있었다.

“딱히 너희랑 결투를 하겠다고 한 건 아닌데.”

소리치는 쿠가를 향해 남궁은 오히려 담담하게 대답했다.

“뭐, 그래도…… 원한다면 해주지. 이번에 얻은 걸 실험해 볼 상대로 괜찮을 것 같으니까.”

“실험? 날 지금 실험 대상으로 삼겠다는 말이냐? 누가 일곱 뱀 밑에 있는 놈 아니랄까 봐 오만하기 짝이 없군.”

“자꾸 나에 대해서 아는 척하지 마. 난 너희들을 모르니까.”

콰아아앙---!!!

그 순간 쿠가가 남궁을 향해 뛰어들었다.

꿀꺽-

남궁이 품 안에서 작은 약병에 들어 있는 액체를 들이마셨다.

쿠드드드…….

조금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압적인 기세가 그의 전신에서 폭발했다.

근육이 부풀어 올랐고 검을 잡은 그의 손등에 혈관이 터질 것같이 팽창했다.

퍼억……!!!!

달려들던 쿠가는 순간 자신의 머리를 노리는 검을 다급히 막았다.

검과 검이 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경쾌한 쇳소리가 아닌 얻어맞을 때 같은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큭, 크큭…….]

무명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달려들던 쿠가의 몸이 공중으로 부웅 떠오르며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그걸 본 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오히려 공격을 당한 쿠가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저 후끈거리는 뺨을 어루만지며 자신을 내려다보는 남궁을 바라볼 뿐.

▶ 모노아의 1급 비약의 적용 시간이 1분 남았습니다.

▶ 적용 시간이 끝나면 비약으로 인해 활성화된 모든 효과가 소멸 됩니다.

▶ 활성화 된 효과 : 혈맥술 - 강(强)

“적응하기 아직 어렵군.”

[완벽하진 않지만 강의 단계에 90% 가까울 정도는 되겠군. 지금까지와는 체감이 다를 거다.]

“흐음.”

남궁은 들려오는 알림과 함께 자신의 몸 안에서 흐르는 기운을 음미하듯 느꼈다.

[그 마법사 녀석이 제법 쓸 만하구나. 【현자의 돌】을 완성한 것도 모자라 연금술도 없는데 【레아의 은총】과 비슷한 걸 만들어내다니 말이야.]

남궁은 무명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조금 전에 마신 【모노아의 1급 비약】은 덴 하울의 성과였다.

최상급 영약이라고 할 수 있는 【레아의 은총】을 만들기 위해서는 진웨이의 연금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를 죽여야 할 경우를 대비해서 덴 하울에게 비약을 연구하도록 지시했었고, 덴은 이를 위해 잠적했던 것이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렇기에 남궁은 더더욱 【레아의 은총】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强)의 단계는 기껏해야 기초에 지나지 않는다.]

무명의 말에 남궁은 과연 자신이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을지 궁금했다.

“아직 끝난 거 아니지?”

조금 더 힘을 느껴보고 싶은지, 그는 오히려 쓰러져 있는 쿠가를 응원하듯 물었다.

‘뭐야…… 영혼 병사를 쓰는 걸 보니 아직 위상의 힘이 있는 건 확실한데…….’

쿠가는 남궁을 바라봤다.

‘위상의 힘이 있다는 건 저자의 말대로 아직 카니발이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 아직 카니발도 끝내지 못한 애송이가 자신을 압도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걸까.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방금 뭔가를 먹었었잖아. 뭔가 술수를 쓴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고작 이런 초짜에게 밀린다고? 말이 안 되지.’

쿠가는 남궁이 비약을 먹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를 바득 갈았다.

“챤!! 박도를 줘!”

“……괜찮겠어? 라테아 님께서 사냥할 때 이외에 다른 곳에서는 절대로 쓰지 말라고 하셨잖아.”

그렇게 물었지만 챤은 이미 등에 메고 있던 무기를 꺼내고 있었다.

조금 전 광경을 본 후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감에, 아무래도 무기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꽈악-

챤이 던진 박도를 움켜쥔 쿠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치직…… 치지직……

박도의 날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투박하게 생겼지만 한눈에 봐도 잘 갈려 있는 날에 예사 물건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크아아아아아!!!!!”

* * *

“쿠가. 얼굴 꼴이 말이 아니구나.”

“……죄송합니다.”

“크, 크큭. 들으셨습니까? 저 녀석의 입에서 죄송이란 말이 나왔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박력도를 쓰고도 그 모양이 되었으니 창피할 수밖에 없죠.”

“하하하하하!”

용암 대지에서 활동하는 요란 일족의 거점에서는 때아닌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살아 있으면 그걸로 되었다. 너희도 이제 그만 쿠가를 놀리거라.”

“하하, 알겠습니다. 하지만 의외라서요. 쿠가 녀석, 하급이긴 하지만 저희 일족 중에 싹수가 괜찮은 녀석인데 말입니다.”

“아직 카니발이 끝나지도 않은 초짜에게 당했으니 궁금할 수밖에요.”

쿠가를 보기 위해 막사로 몰려든 사냥꾼들은 모두 한 사람에게 대답을 하고 있었다.

막사의 안쪽 단상에 앉아 있는 여인은 평온한 목소리였지만 힘이 느껴졌다.

그녀가 일족의 수장인 라테아였다.

“그냥 당한 것도 아니죠. 박도를 빼앗기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그럼 자네도 한번 붙어보게. 어때?”

“하하, 됐습니다. 굳이 피를 볼 필요는 없죠. 박도를 찾으러 가긴 해야겠지만 카니발이 끝나든 안 끝나든 어차피 탑에 온 이상 같은 처지지 않습니까.”

쿠가의 맞은편에 서 있던 젊은 사냥꾼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챤과 쿠가와 함께 동기인 플론이었다.

‘제길…….’

그는 두 사람과 달리 상급에 있는 사냥꾼이었으니 쿠가는 그의 말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처지라니. 플론, 너는 그가 한 말을 듣지 못해서 그렇게 여유로울 수 있는 거지.”

“무슨 뜻이지?”

“그자가 그랬다. 탑이 퀘스트를 줬다고. 3개의 일족을 괴멸시키라고 말이야. 3개의 일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다들 잘 알겠지.”

“그게 정말이냐.”

“네. 그러합니다. 라테아 님.”

그녀는 쿠가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서 있는 한 남자에게 눈짓을 주었다.

“탑이 우리를 정리할 생각인가 보군. 그렇게 둘 수 없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자를 처리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쿠가, 그 남자가 향한 곳이 어딘지 아는가?”

“그게…….”

“도망치기 급급했던 모양이죠. 너무 그를 나무라지 마십시오. 제가 사냥대를 이끌고 찾아보겠습니다.”

‘저 새끼가…….’

쿠가는 플론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패배자의 입장에서 이렇다 할 변명을 할 수 없었다.

“그럼.”

플론이 막사의 문을 열었을 때였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며 그대로 자빠졌다.

“……!!!”

문 앞에서 공간이 흐릿해지더니 남궁의 모습이 나타났다.

“찾으러 갈 필요 없다.”

남궁이 들고 있던 박도를 던지며 말했다.

“너 이 새끼……!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뒤로 자빠졌던 플론이 주르륵 코피가 흘러내리는 코를 부여잡으며 소리쳤다.

쿠가는 그 모습이 은근히 기뻤지만, 남궁의 은신이 처음보다 훨씬 더 짙어졌다는 것에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이 라테아인가?”

남궁은 단상 위의 여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탑이 내게 퀘스트를 준 건 맞다. 너희뿐만 아니라 나머지 2개의 일족도 정리하라고 하더군.”

“퀘스트는 누구에게나 줄 수 있지. 퀘스트를 받은 자들이 꼭 성공 한다는 건 아니니까.”

“그래. 하지만 퀘스트는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에 발동하는 것이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거지?”

“선택할 기회를 주겠다는 거다.”

“선택?”

“내가 곧이곧대로 너희를 잡아 보상을 얻을지…… 아니면 반대로 퀘스트를 준 이 탑을 부숴 버릴지 말이야.”

라테아는 그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탑을 부숴? 이건 위상이 만든 것이다. 카니발도 아직 통과하지 못한 인간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구나.”

“그래, 이곳에 있는 일족들은 모두 카니발을 끝낸 자들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말이야.”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에 오히려 남궁은 차갑게 물었다.

“카니발 도중에 탑에 온 자는 내가 처음일걸?”

차르릉-

그의 손목에 감겨 있는 사슬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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