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화
▶ 고대 트롤 샬룸을 처치하였습니다.
▶ 보상(기본), 보상(참여) 상자가 수여됩니다.
▶ 샬룸의 전리품(2개)가 수여됩니다. 전리품은 보상 습득자 중 1명이 습득할 수 있습니다.
샬룸의 시체가 사라지자 그들의 앞엔 2개의 상자가 나타났다.
▶ 아이스 트롤의 송곳니(노멀)을 획득하였습니다.
▶ 3,000헤드
▶ 아이스 트롤의 어금니(노멀)을 획득하였습니다.
▶ 30,000헤드
“와…… 3만 헤드?”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기본 보상의 액수를 확인하자 성우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일반적으로 던전은 문을 닫고 난 뒤에 생기니까. 난이도를 놓고 본다면 문에서 소환되는 마물보다 더 높다고 볼 수 있지.”
“그래도 마족은 60만이 넘는 숫자였잖아요. 그에 비하면 설귀산의 트롤은 기껏해야 백여 마리가 전부인데…….”
“던전은 입장한 사람의 수에 따라서 마물의 숫자도 늘어나니까. 단순하게 비교하면 안 돼.”
탈칵-
남궁은 덤덤히 상자의 보상을 확인하며 말했다.
“뭐…… 그중의 절반을 혼자 상대한 사람도 있어서 말이죠.”
성우의 대답에 그는 피식 웃었다.
“열어봐.”
기본 보상을 모두 확인한 뒤, 남궁이 그들의 앞에 놓여 있는 2개의 상자를 덴에게 밀었다.
“……네?”
“네가 잡은 사냥감이잖아.”
하지만 남궁의 말에 덴은 오히려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떨구었다.
“제가 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남궁 님께서 계시지 않았더라면 사냥은커녕 호수에 빠져 익사했을 겁니다.”
“잘 아네. 그러니까 열어. 보상을 가지라는 말은 아니었으니까.”
“아…….”
덴은 남궁의 대답에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고는 황급히 상자의 뚜껑을 움켜잡았다.
철컥-
그의 손이 닿자 두 개의 상자가 동시에 열렸다.
넘버링 89.
이름 : 샬룸의 번개 토템
등급 : 에픽(최고)
▶ 고대 트롤인 샬룸의 호수에 박혀 있던 원시 토템.
▶ 번개를 부르는 힘을 가지고 있다.
▶ 자리 잡은 토템의 반경 100미터 내에 적을 감지 시, 토템이 3등급 라이트닝 마법을 사용한다.
“우와!! 에픽 등급?”
성우는 상자 안에서 트롤의 형태를 한 토템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쳤다.
“대박…… 드랍 물품 중에 에픽 등급은 이번이 처음 아니에요?”
등급 표시란에 적힌 보랏빛의 글씨를 보며 성우는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확실히…….”
비록 부화의 재료로 사용하긴 했지만 월등한 성능을 가지고 있던 레비아탄의 내단조차도 등급은 레어였다.
“처음이지.”
남궁은 덴이 연 상자 안에 있는 나머지 하나를 확인하며 말했다.
“욕심나지 않아?”
“이것들까지 탐낸다면 아마 남궁 님께서 제 머리를 베어 들고 설귀산을 나가겠죠.”
“그렇게까지 말할 필욘 없지. 혹시 알아? 이길지도. 몸 안에서 넘치는 마력을 한 번쯤 시험해 보고 싶을 텐데 말이야.”
“뭐…… 제 지팡이가 조금만 허투루 움직인다면 스코프로 저를 보고 있는 분께서 방아쇠를 당길 겁니다.”
덴의 대답에 남궁은 웃었다.
어느새 아이스 트롤을 모두 정리하고 호숫가에 도착해 덴을 경계하고 있는 창환도 대단하지만,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거리에 숨어 있는 창환을 마력으로 알아차린 덴 역시 과연 뛰어나다 할 수 있었다.
‘이제 막 얼음 심장을 녹인 상태니까…… 심장이 완벽하게 스며들면 꽤 볼만하겠어.’
남궁은 과연 덴 하울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궁금했다.
전생에 그가 도달한 영역은 마법사의 2번째 단계인 아크 메이지(Arch Mage).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대마법사라 불렀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계시자가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은 모두 3단계다.’
전생에서 그 3단계에 도달한 자는 아무도 없었기에 어쩌면 그저 환상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 궁극의 단계를 좇던 자는 분명 있었다.
‘고문, 자해…… 사이코패스였지만 오히려 목적은 가장 뚜렷했지.’
그 유일한 사람이 바로 최휘수였다.
‘놈은 알렉 트라만처럼 영웅 놀이를 하는 사람은 절대로 할 수 없는 방법까지 동원해서라도 극의(極意)에 도달하려 했었던 거니까.’
올바른 길은 아닐지 모르지만 적어도 힘을 좇는 열망만큼은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
남궁은 그를 떠올리자 마치 모래를 먹은 것처럼 입안이 까끌까끌해졌다.
자신을 괴롭혔던 전생의 모습과 자신으로 인해 요르에게 죽은 현생의 모습이 동시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휘수는 시체를 다뤘다. 수많은 시체들에게 명령하고 그들을 수족처럼 부렸어.’
그렇기에 때때로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무덤군주라 불렀다.
엄청난 언데드 대군을 부리던 그의 위용은 대단했지만, 사령술을 익히고 난 뒤 남궁은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시체를 다루는 것이 일곱 뱀의 계시자의 힘이라면 네크로맨서들의 시체술과 다를 바 없다.’
시체가 아닌 영혼을 다루는 힘.
비슷하지만 절대로 결이 다른 것이었다.
남궁은 회귀 이후 아내의 영혼을 접했을 때 사령술의 길을 깨달을 수 있었다.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에 따라 극의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기 위한 첫 번째 준비가 바로 덴 하울의 성장이었다.
“그런데…… 에이라, 당신이 이곳에 있는 것은 예상 밖의 일이군요.”
덴은 자신을 바라보는 남궁의 시선에 머뭇거리다 시선을 돌렸다.
“그, 그건…….”
갑작스러운 그의 물음에 에이라는 뭐라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해 자신도 모르게 남궁을 바라봤다.
“내가 불렀다. 그녀의 도움으로 얼음 심장도 쉽게 얻을 수 있었지.”
돌고 돌아 다시 자신에게 돌아 온 시선에 남궁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대신해 덴에게 대답했다.
움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그의 모습에 에이라의 어깨가 가볍게 떨렸다.
동굴 안에서 남궁에게 겪었던 고문이 다시금 떠오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셨군요. 남궁 님께서는 이미 수를 내다보고 계셨나 봅니다. 누명을 씌운다는 말도 안 되는 계획을 포기했으니 망정이지 만약 시도하려 했다면 에이라 님의 적대까지 감수했어야 했겠군요.”
“……별말씀을.”
입술을 씰룩이던 에이라는 그를 볼 용기가 나지 않는 듯 시선을 피했다.
그녀 자신이 오히려 덴 하울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했었으니 말이다.
“토템은 뭐……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물건도 아니니까 그렇다 치고. 나머지 하나는 어떻게 할 거야?”
에이라가 상자 안에 나머지 보상을 가리켰다.
넘버링 90-1.
이름 : 용기의 오브
등급 : 에픽(최고)
▶ 카니발에 존재하는 10개의 오브 중 하나.
▶ 무구의 소켓에 장착하면 효과가 발동된다.
▶ 상위 존재의 피어(Fear)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
▶ 술사계 정신 착란에 빠지지 않는다.
▶ 반경 10m 이내에 있는 우호적 존재들의 사기를 증가시킨다.
“탐나?”
남궁은 상자 안에 있는 황금색의 오브를 꺼내 에이라에게 보이며 물었다.
“……아니라고는 말 못 하지.”
그녀는 솔직하게 말했다.
‘용기의 오브. 이게 여기서 나오는 것이었군.’
남궁은 어째서 에이라가 이곳에 왔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았다.
덴 하울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함도 있었겠지만, 이 오브야말로 직접적인 이유일 가능성이 높았다.
카니발에 단 10개뿐.
그리고 그 10개조차 중복되는 것이 없으니, 사실상 유일무이해서 희귀한 이 오브를 전생에는 모르는 자가 없었다.
‘이 오브는 에이라 미쉘의 지팡이 한가운데 박혀 있었던 거니까.’
그녀가 성녀로서 추앙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뛰어난 회복술과 더불어 그녀와 함께 싸우는 사람들을 고양시키는 능력 때문이었다.
‘물론, 그 이면에 인간의 정신을 가지고 노는 광신술이야말로 그녀의 진짜 모습이겠지만.’
어쨌든 전생에서 에이라 미쉘이 썼던 오브가 이곳에서 나온 순간, 남궁은 전생의 사건 역시 미풍의 어머니가 꾸민 일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한데 좀 이상하군. 등급란이 이미 최고 단계라면 더 이상 승급이 불가능하다는 건데…….’
전생의 에이라 미쉘은 족히 반경 1㎞가 넘는 광범위한 영역을 고양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오브의 설명은 고작 10m에 불과하지 않은가.
‘오브의 사용법이 따로 있는 건가.’
남궁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흠…….”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오브의 능력을 한계 이상으로 끌어냈다는 말이다.
‘인성을 떠나 계시자는 계시자라는 건가.’
지금보다 훨씬 더 열악한 환경인 전생에서 오브를 극대화시켜냈다는 건 그녀 역시 대단한 자질을 가졌다는 의미였다.
“줘봤자 곧 죽을 목숨인데 괜한 짓이지.”
“큭…….”
남궁의 말에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당장 목숨을 살려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 보상을 바라는 두꺼운 낯짝이 대단해서 이번은 넘어가 줄 테니.”
“…….”
그녀는 인상을 찡그렸다.
“뭐 해?”
“……무슨?”
“너는 알고 있을 텐데. 보상보다 더 중요한 게 있잖아.”
“……성물(聖物).”
에이라 미쉘은 남궁의 말에 아차 싶은 얼굴로 낮게 대답했다.
“너라면 어디에 있는지도 알겠지.”
‘빌어먹을…… 성물까지 갖다 바치게 생겼군.’
에이라 미쉘은 속이 쓰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성물이요? 그게 뭡니까? 던전의 보상은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면 끝 아니었나요?”
만신전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덴의 물음에 에이라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샬룸이 있던 호수를 바라봤다.
“다녀와.”
“……진심이에요?”
“그럼 누가 가지? 샬룸이 죽었다고는 해도 호수는 얼음장처럼 차가워. 저 안에 그냥 들어갔다간 1분도 안 돼서 얼어 죽을걸.”
“그럼 나는 왜……!!”
“카니발의 규율마저 어기고 성물에 대해 알려줄 정도로 자상하신 우리 미풍의 어머니께서 자신의 계시자가 차가운 호수에 그냥 들어가게 둘 리 없지.”
“…….”
“가지고 있지? 서리 망토.”
“…….”
“내가 지금 묻잖아?”
“제길…….”
에이라 미쉘은 남궁을 바라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던전 안에서는 야차 보따리를 풀 수 없으니까 사고 싶어도 못 사. 그러니 네가 가야지. 아니면 내가 갈까? 그럼 망토를 주든지.”
“됐어. 내가 갈 거야.”
그녀는 허리춤에서 작은 단추가 달린 주머니를 열었다. 그러자 작은 주머니에는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우비 같은 로브가 나타났다.
“……윽.”
샬룸이 죽고 난 뒤 더욱더 차가워진 호수는 망토를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뼛속까지 냉기가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뭐 해?”
“가잖아. 간다고!”
남궁을 노려보던 에이라 미쉘은 그대로 호수 안으로 몸을 던졌다.
“……그녀를 믿어도 될까요?”
“당연히 믿지. 분명 성물을 가지고 달아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그렇군요. 어? ……네?”
고개를 끄덕이던 덴은 뭔가 말이 이상하다는 생각에 눈을 크게 뜨며 남궁을 바라봤다.
“분명 던전을 빠져나갈 귀환서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열에 아홉이야.”
▶ 최초의 성물이 발견되었습니다.
▶ 성물이 봉인되어 있는 16개의 모든 던전이 해제됩니다.
“그게 그녀가 해야 할 역할이니까.”
쿠그그그그그…….
에이라 미쉘이 호수 안으로 들어가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던전이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성물을 가지고 나가 5번째 문을 시작하게 만드는 것.”
▶ 만신전(萬神殿)이 시작되었습니다.
“직접 문을 열었으니…….”
남궁은 머리 위로 떠오른 붉은 알림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
“그 대가도 치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