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8화 (88/270)

88화

▶ 레비아탄의 내단이 써펀트의 알의 부화를 촉진시킵니다.

▶ 내단의 효과가 성장의 비약을 통해 증폭됩니다.

▶ 써펀트의 알이 성장의 비약을 흡수합니다.

▶ 증폭된 내단이 써펀트의 성질을 변화시킵니다.

쩌적…… 쩌저적…….

써펀트의 알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꿀꺽-

록산느는 떨리는 눈빛으로 점점 부서지기 시작하는 알을 바라봤다.

[캬악……!!]

거대한 알 속에서 새하얀 뱀의 머리가 튀어나왔다.

푸드드드……!!

녀석은 머리에 씌워진 껍질들을 털어내며 남궁을 바라봤다.

▶ 써펀트에 새로운 속성이 부가됩니다.

▶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써펀트 종(種)을 발견하였습니다.

[끼륵?]

녀석은 황금색으로 빛나는 눈으로 남궁을 향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확실히 다르다.’

2번째 문이 열렸을 때 보스 몬스터였던 써펀트와 달리, 새하얗다 못해 투명하게 느껴질 정도의 비늘은 오히려 레비아탄과 닮았다.

하지만 돌기처럼 전신에 솟아나 있는 비늘은 써펀트의 것을 닮았으니, 들려오는 알림처럼 녀석은 남궁도 처음 보는 새로운 종(種)이었다.

▶ 최초의 위업을 달성하였습니다.

▶ 칭호 : 마물 탐구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써펀트와 눈이 마주치자 남궁의 주위로 새하얀 빛이 그를 감쌌다.

햘짝-

기다란 뱀의 혀가 남궁의 뺨을 가볍게 훑었다.

끈적한 타액이 썩 기분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녀석은 남궁을 보자 그가 마음에 드는 듯 얼굴을 비비기 시작했다.

마치 얼음을 갖다 댄 것처럼 차가운 기분.

“그래, 그래.”

남궁은 써펀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내가 싫진 않은 모양이구나.”

▶ 칭호 : 마물 탐구자 효과 발동!

▶ 부리는 소환수의 모든 능력이 영구적으로 1.2배 상승합니다.

▶ 부리는 소환수의 수명이 영구적으로 1.2배 상승합니다.

[취륵……!!]

남궁은 써펀트의 송곳니를 바라봤다.

끝에 맺힌 연녹색의 액체는 보는 것만으로도 본능적으로 극독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치이익……!!

송곳니의 액체가 바닥에 닿는 순간 마치 산을 뿌린 것처럼 새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주르륵……!

써펀트의 송곳니에 맺힌 독이 점차 굳어지더니 마치 젤리처럼 구체가 되어 남궁의 앞에 떨어졌다.

[췩……! 췩……!!]

써펀트가 그것을 향해 혀를 내밀더니 남궁을 가리켰다.

“나보고 먹으라는 거야?”

[췩! 췩!!]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 그거……!”

록산느가 다급히 외쳤지만 남궁은 망설임 없이 연녹색의 구체를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꿀꺽-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구체는 순식간에 그의 몸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쿨럭!!”

그가 기침을 뱉어냈고, 틀어막은 손가락 사이로 붉은 핏물이 터져 나왔다.

“뭐, 뭐 하는 거야?! 미쳤어!!”

록산느가 그 모습에 다급히 소리치며 다가왔다.

▶ 레비아탄의 독결을 흡수하였습니다.

▶ 몸속 혈맥이 정화됩니다.

▶ 각종 상태 이상의 내성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주저앉은 남궁의 등에서 새하얀 김이 스멀스멀 피어나더니 마치 사우나를 한 것처럼 그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후우…….”

남궁은 낮은 숨을 토해내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개운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게 어떻게…….”

“만나자마자 녀석이 내게 선물을 준 모양이야.”

남궁은 몸 안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기운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하나 더 만들 수 있어?”

그의 물음에 써펀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쉽군. 가능하다면 네게도 하나 줄까 싶었는데 말이야.”

“……됐어. 계약자가 아닌 이상 저걸 먹으면 그대로 즉사일 것 같거든.”

록산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에게 대답했다.

“어떤 의미로는 미안하군. 결국 부모가 나 때문에 죽은 것을 녀석이 알 리 없으니.”

남궁은 자신의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써펀트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뭐야, 갑자기 안 어울리게 웬 감상적?”

“그냥.”

그의 말에 록산느는 어깨를 으쓱했다.

“상관없을걸. 어차피 마물들은 자신의 부모가 누군지 별로 상관 안 하니까. 그보다는 강함에 이끌리는 족속들이거든. 각인 효과 같은 걸로 저 녀석이 당신을 따르는 게 아니야.”

“그럼?”

“당신이 강하기 때문이지. 만약 내가 당신보다 강했다면 녀석은 주인을 바꾸었을 수도 있어.”

[취익……! 캭!!!]

록산느가 써펀트에 손을 가져가자 녀석은 경계하듯 날카로운 이빨을 보이며 입을 벌렸다.

“부모라든지 그런 개념이 아니라 강자에 종속되는 부하의 개념이니까. 너무 미안해할 필요 없어.”

그녀가 말했다.

“드루이드 이전에 테이머인 내 말이니까 믿어도 돼.”

“고맙군.”

남궁의 대답에 그녀는 의외라는 듯 입술을 씰룩였다.

“그래도 이름을 지어주는 게 좋을 거야.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유대를 쌓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거든.”

“음.”

남궁은 써펀트의 이마를 가볍게 쓸어 넘기며 말했다.

“너는 앞으로 나와 많은 적을 사냥해야 할 거다. 내가 강해지는 만큼 너 역시 강해질 거고.”

[크르…….]

“비늘을 가진 종(種)들 중 정점에 선 존재는 두말할 것 없이 드래곤이다.”

하나 이제 그 드래곤의 목마저 물어뜯을 것이다.

“용아(龍牙).”

재앙이라 불리는 레비아탄의 힘을 물려받은 유일무이한 써펀트.

“네 이름이다.”

남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 * *

“오셨습니까.”

적색지대에 돌아온 남궁은 박효주의 연락에 청와대로 향했다.

그곳엔 함께 레비아탄을 사냥한 장길수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시죠.”

그런 그의 반응에 박효주는 속으로 웃으며 접견실의 문을 열었다.

“고생 많았네. 자네 덕분에 피해를 최소화한 것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이 비교할 수 없는 위치에 서게 되었네.”

문이 열리자 서재욱 총리가 한달음에 달려와 남궁 일행에게 손을 내밀었다.

“단련을 꾸준히 하고 계신 모양입니다.”

“하하…… 이런 상황에서도 자네 눈엔 그런 것만 보이나 보군.”

“마물을 사냥하는 건 할 수 있지만 정치를 하는 것은 제 영역이 아니니까요. 그나마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죽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야, 야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장길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남궁의 태도에 화들짝 놀라며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하하, 괜찮습니다. 오히려 남궁 님께서 가감 없이 의견을 주셔서 저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앉으시지요.”

총리는 우람한 장길수의 팔을 가볍게 잡아당기며 그들을 안내했다.

“급하게 부르신 이유는요?”

“UN에서 온 전문 때문일세. 아무래도 자네가 확인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는 남궁에게 한 장의 서류를 보여주었다.

“알렉이 잔머리를 굴린 모양입니다. 영국으로 돌아간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일 처리 하나는 빠르군요.”

“한번 읽어보게.”

적색지대에 돌아온 후 남궁의 계책으로 강제로 기자 회견장에 올랐던 알렉은 당장 내뱉은 말들을 끼워 맞추기 위해 이것저것 손을 쓸 수밖에 없었다.

“자네가 알렉과 손을 잡고 3번째 문을 막았다고 발표한 덕분에, 유엔을 비롯하여 각종 단체들에서 이번 기회에 차라리 각 나라에 분산된 능력자와 각성자들을 모두 아우르는 연합을 체결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의결서일세.”

“유니버스 클랜이 있는 유럽의 국가를 포함하여 미국, 캐나다, 중국, 러시아까지…… 제법 많은 수가 동의를 했네요.”

“그렇다네. UN에서는 3개의 문을 모두 막은 공로가 있는 한국에게 최종 의결 권한을 주려 한다는군. 아마 이 의결이 통과되면 UN을 뛰어넘는 진정한 세계 연합이 탄생하겠지.”

“세, 세계 연합?”

장길수는 총리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남궁을 바라봤다.

“알다시피 더 이상 마물의 침공은 개인의 문제가 아닐세.”

유럽의 지지를 받은 알렉 트라만의 유니버스 클랜을 비롯하여 미국의 덴 하울, 그리고 에이라 미쉘까지.

규모의 크기는 다르지만 국가를 등에 업고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미 그들의 밑에는 자신의 자질을 깨우친 능력자들이 수두룩하고.”

“총리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솔직히…… 나쁘지 않은 제안이네. 전 세계가 힘을 합쳐 이 끔찍한 지옥에서 벗어나야 하니까.”

총리는 말을 이어갔다.

“당연한 얘기지만 연합엔 계시자들이 있네. 그들은 미국과 영국에 본 거점을 두고 오스트레일리아와 중국까지 모두 네 곳에 양성소를 구축하여 능력자들을 훈련시킬 계획이라더군.”

“둥지(Nest)…….”

남궁은 그가 건넨 제안서를 읽으며 들리지 않게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확실히 전생에도 그런 게 만들어 지긴 했었지. 쓸 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죽고 난 뒤였다는 게 문제였지만…….’

“각성하지 않은 능력자들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고 그들을 양성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니까.”

“글쎄요. 그게 양성일지 총알받이로 키우려고 하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죠.”

“……뭐?”

“그, 그게 무슨…….”

총리를 비롯해 홀 안에 있던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남궁의 말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그들을 믿고 자국민들을, 아니, 국가를 떠나 사람들을 맡길 수 있습니까? 어떤 근거로요?”

“그거야…….”

“세계의 시선이 그러하니까? 추세를 따라야 하니까? 어째서 끌려 다니려 하십니까.”

남궁은 그에게 말했다.

“3개의 문을 닫는 데 한국의 영향이 가장 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들끼리 세계 연합? 오히려 그들이 저희들에게 무릎 꿇고 빌어도 모자랄 판국에 말이죠.”

총리는 당당한 그의 말에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적색지대가 종료되고 알렉 트라만의 기자 회견이 있은 지 기껏해야 하루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 짧은 사이에 수많은 국가들이 연합 창설에 동의하고 제안서까지 보냈다?

정말로 세계를 위한다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갔을 것이다.

너무 성급하고 빠르다.

“오히려 더 큰 사건을 터뜨려 다른 것을 감추려는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군요.”

“감춘다라…….”

“뻔합니다. 알렉 트라만의 실수. 녀석은 적색지대에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알기에 어쩔 수 없이 기자회견 자리에 섰으니까요. 그리고 제게 발목을 잡히지 않기 위해 연합이라는 체계를 급히 만든 걸 겁니다.”

남궁은 차갑게 웃었다.

“나름 머리를 굴렸네요.”

“하나 이걸 거절하게 되면 외교적 문제로 커질 수도 있네. 자네의 힘이야 알지만…… 국가적으로 고립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으니…….”

총리는 걱정스러운 듯 그를 바라봤다.

“받아들이십시오.”

“정말인가?”

의외로 고민 없이 대답하는 남궁의 말에 총리는 놀란 듯 되물었다.

“대신 저라는 카드를 이용하십시오. 연합 내에 있는 계시자들? 그딴 녀석들이 떼로 모여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낸 누구보다 가장 강력한 계시자가 한국에 있다는 것을요.”

남궁은 그런 총리에게 말했다.

“그들에게 전하십시오. 영국? 미국?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그의 목소리가 홀 안을 가득 울리기 시작했다.

“세계 연합의 중심은 대한민국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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