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 (18/270)

18화

▶ 구울왕의 은화(노멀)를 획득하였습니다.

▶ 대리자 일족에게서 헤드로 교환할 수 있다.

▶ 보상 습득자 간의 거래 가능.

▶ 1,500헤드

▶ 구울왕의 금화(노멀)를 획득하였습니다.

▶ 15,000헤드

일행이 각각 자신의 보상 상자를 열자 금화와 은화를 획득했다.

“와…… 고블린 로드보다 더 많이 주는데요? 별로 어렵지 않았던 것 같은데.”

명훈은 동전을 주머니 안에 넣으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난이도의 체감만 따진다면 고블린 로드 때가 더 어려웠다.

하지만 사실 남궁의 단검 활용법과 함께 펜던트의 힘, 그리고 경인의 말도 안 되는 약점 포착의 위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운이 좋았을 뿐이야. 항상 조심해야 해.”

“넵!! 여부가 있겠습니까.”

경례를 하듯 손을 저으며 웃는 명훈 덕분에 조금은 분위기가 가벼워진 듯했다.

“경인아. 거기 은 상자는 네 것이다. 얼른 열어봐.”

명훈의 말에 경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상자를 열었다.

▶ 구울왕의 장갑(매직)을 획득하였습니다.

▶ 보상 습득자 간의 거래 가능.

넘버링 880213.

이름 : 구울왕의 장갑

등급 : 매직(최고)

▶ 구울왕이 수족을 소환할 때 착용한 장갑이다.

▶ 집중도를 올려주는 효과가 있다.

▶ 악취가 난다.

“음…… 좋은 건가요?”

경인은 낡은 장갑을 꺼내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우엑…….”

명훈은 그가 꺼낸 장갑의 냄새를 맡고는 헛구역질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이거 쓸 수는 있는 거야?”

“그러게요…….”

두 사람의 반응에 남궁은 피식 웃었다.

“내가 가지고 있을게. 전대 안에 넣어 두면 냄새가 나지 않을 거야. 냄새를 제거하는 아이템도 팔 테니까 그걸 사서 해결하면 되겠지.”

악취에 다들 장갑을 멀리했지만 사실 집중도를 올려준다는 것은 엄청난 효과였다.

‘집중은 단순히 공격의 성공률만을 뜻하는 게 아니니까. 무구의 제작에서부터 마법의 시전까지. 가장 활용도가 높은 능력이야.’

남궁은 이미 궁술의 자질이 뛰어난 경인이 장갑까지 쓰게 되면 단순히 궁사가 아닌 저격수의 영역까지도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진짜는 이거니까.”

남궁이 꺼낸 2개의 검은 상자에는 4개의 지도와 함께 4개의 열쇠가 들어 있었다.

▶ 구울왕의 낡은 지도(매직)를 획득하였습니다.

▶ 구울왕의 낡은 열쇠(매직)를 획득하였습니다.

“이게 뭔가요?”

명훈은 지도를 받아 들고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지도에는 알 수 없는 문자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고 여기저기 곰팡이가 슬어서 제대로 볼 수도 없었다.

“읽을 수 없어도 상관없어. 그건 귀환을 위한 일종의 워프 스크롤이니까. 그걸 찢는 순간 던전의 입구로 돌아올 거야.”

중요한 건 지도가 아닌 열쇠였다.

넘버링 없음.

이름 : 구울왕의 낡은 열쇠

등급 : 매직(최고)

▶ 과거 아룬사르 대륙을 통일 했던 제국의 황제, 크란토가 구울이 되기 전 자신의 유물을 넣어 둔 보고의 열쇠.

▶ 38개 보고의 문을 여는 데 사용한다.

▶ 지나친 문은 되돌아갈 수 없다.

▶ 열쇠는 단 하나의 문만 열 수 있다.

“구울왕의 보물 창고를 열 수 있는 열쇠. 인원수에 맞게 나온 모양이야.”

남궁은 그들에게 열쇠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지하로 내려가게 되면 아마 서로의 공간이 배제 될 거야. 혼자가 되도 놀라지 말고.”

그는 소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일종의 인스턴스 스팟(Instance Spot)이군요.”

“맞아.”

“여러 개의 문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라…… 중요한 건 지나친 문은 되돌아갈 수 없다는 거군요. 신중하게 결정해야겠는걸요.”

“더 좋은 아이템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과 혹시 모를 불안감 그 사이에서 골라야 하는 거라니…… 보상이라도 엄청 피곤한 일이네요.”

“어떤 걸 고르면 좋을까요?”

명훈이 물었다.

“그건 나도 잘 몰라. 나 역시 이곳은 처음이니까.”

남궁은 그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알고 있는 거라곤 이곳을 클리어한 자가 얻은 것은 【쿤달의 왕관】이란 거였다.”

구울왕인 크란토의 아버지의 왕관이었다.

“좀비를 소환할 수 있는 네크로맨서 계열의 무구라서 너희가 얻어도 별 의미가 소용없을 거야.”

“형님은요? 사령술을 쓰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물론 사용법에 따라서 쓸 만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나도 이번엔 차근히 살펴보려고 해.”

행운이 있길.

일행은 눈으로 인상을 하고서 걸음을 옮겼다.

솨아아악……!!

눈을 뜨자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쾌쾌한 악취가 풍겼던 무덤에서 찬란한 황금으로 뒤덮인 수십 개의 문이 남궁의 앞에 펼쳐졌다.

“엄청나군. 요르의 보고보다 더 화려한걸.”

물론 기껏해야 동문밖에 들어가 보지 못한 남궁이었기에 비교할 수 없는 일이긴 했다.

“생전에 제국의 황제라고 하더니 거짓은 아니었군.”

그는 가장 앞에 있는 문을 바라봤다.

《모르뉴의 가시날》

문 앞에는 그 어떤 설명도 없이 그저 이름만 적혀 있었다.

남궁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기억에 있는 물건이었다.

‘악마사냥꾼이라 불렸던 일본의 시노미야가 썼던 두 자루의 단검.’

구울왕의 묘터를 공략한 사람은 팔무성 중 한 명인 진웨이였다.

시노미야는 그에게 소속된 자였으니 묘터의 유물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묘터의 보상은 가시날과 함께 쿤달의 왕관 두 개뿐이었어.”

검은 상자에서 얻은 보상이 그 두 개일 것이다.

반면 남궁 일행은 지도와 열쇠를 얻었다.

같은 조건상에서도 4개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나저나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보고로군. 이런 식이라면 처음 오는 사람들은 무슨 아이템인지 알 수가 없을 것 같은데…….”

그야말로 운이었다.

남궁은 나머지 세 사람이 어떤 물건을 가지고 올지 크게 기대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건 넘기고.”

그 역시 단검을 다룰 줄 알긴 했지만 지금 상황에선 크게 의미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남궁은 1번째 문을 지나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흐음…….”

스물두 번째 문에 도착했을 때 남궁은 이제 조금 피곤한 듯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지치는군.”

문 안에 쓸모없는 무구들이 나올 때마다 남궁은 차라리 초반에 본 것들을 고를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구울왕의 의도가 바로 이런 괴롭힘을 위한 것임을 남궁은 잘 알고 있었다.

불안감을 이겨내는 것.

결코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

그리고 그 결과, 지쳐 있던 그의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여기에?”

《발란사의 서(書)》

그는 문 앞에 적혀 있는 글자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리고 말았다.

전생의 팔무성들이 눈에 불을 켜고 그렇게나 얻으려고 했었던 물건.

“소문만 무성했지 결국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는데. 이렇게나 초반에 구할 수 있는 것이라니…….”

이거였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문의 구멍에 열쇠를 밀어 넣었다.

탈칵-

잠금이 풀리는 소리와 함께 문을 밀자 그 안에는 작은 단상 위에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넘버링 228901

이름 : 발란사의 서(書)

등급 : 매직(최초)

▶ 괴짜 마법사 발란사가 유년시절 집필한 소환서.

▶ 1개의 재료를 넣으면 확률적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 아이템의 등급은 일반~레어까지.

▶ 소환의 결과물은 재료의 등급과는 상관없다.

▶ 소환 후 소환서는 소각된다.

남궁은 두툼한 책을 들어 올렸다.

그가 책장을 넘기자 그 안에는 복잡한 마법진과 함께 알 수 없는 문자가 적혀 있었다.

“이거면 충분해.”

그 뒤에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이것보다 가치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남궁은 그것으로 지도를 찢었다.

솨아아악---!!!

새하얀 빛이 그의 시야를 가득 채웠고 다시 그가 눈을 떴을 때 눈앞엔 일행의 모습이 보였다.

“아빠!!”

소민이 그에게 달려왔다.

“다들 다녀왔나?”

“네. 고민해서 고르긴 했는데…… 볼 수 있는 게 아이템의 이름뿐이라서 사실 좋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요.”

남궁의 물음에 명훈과 경인은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대답했다.

“어려운 일이야. 하지만 낙담할 필욘 없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니까.”

세 사람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남궁은 그들의 보상품을 확인했다.

소민이 고른 것은 【호수요정의 팔찌】였다.

“마력 회복 효과를 가지고 착용하고 수면을 취하면 마력의 양이 소량 증가한다라…… 괜찮은걸.”

마법을 사용하는 그녀에게 딱 맞는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명훈과 경인이 고른 것은 각각 【백천강검】과 【명사수의 활】이었다.

“둘 다 무기를 골랐네?”

“네. 얻고 보니 형님께서 주신 참수검보다 낮은 등급이긴 한데…… 사실 참수검이 조금 제가 다루기엔 무거워서요.”

“음.”

남궁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당시 야차 보따리에서 구할 수 있는 무기 중에선 가장 쓸 만한 것이긴 하지만, 명훈에게 어울리는 것은 아니었다.

“근력을 상승시켜 주는 것도 있고…… 빙계 속성을 가진 검이구나. 속성검은 사실 얻기 힘든데 괜찮네.” 

“네. 등급이 매직이긴 하지만 등급 단계에 최초가 붙은 걸 봐서는 더 성장 가능한 것 같아요.”

“그래. 괜찮은 검이야. 중간까지 무기 걱정은 따로 하지 않아도 되겠다. 나중에 승급을 할 수도 있으니까 오래 쓸 수 있을 거야.”

“감사합니다.”

“제가 고른 활은 아쉽지만 이 이상 성장은 안 되는 것 같아요.”

경인이 고른 활은 사실 평범한 매직 무기였다. 다만 부가 적인 옵션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 이따금 확률적으로 정확도와 사정거리가 배가 된다.

“그래도 지금 쓰고 있던 연습용 활보다는 훨씬 낫지. 등급이 높은 것보다 중요한 건 내게 필요한가니까.”

“네. 그래서 활이란 단어가 보이자마자 골랐습니다.”

“잘했어.”

남궁의 말에 경인은 조금 마음이 놓였는지 활대를 움켜쥐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형님께서는 뭘 가지고 오셨습니까?”

“나?”

남궁은 명훈의 물음에 묘한 미소를 지으며 가져온 책을 꺼냈다.

“이게 뭐죠?”

“재료를 넣으면 다른 아이템으로 소환된다라…… 좋은데요? 이거 운이 좋으면 레어템까지 얻을 수도 있다는 거잖습니까.”

“하지만 반대로 일반템이 나올 수도 있는 거라…… 그야말로 운이네요.”

“그렇지. 지금으로서는 말이야.”

그는 말했다.

“이 소환서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 등급은 레어까지. 너희라면 여기에 레어템을 넣을 것 같아?”

“글쎄요…… 웬만해서는 그러지 않을 것 같은데요? 어차피 얻을 수 있는 건 레어템까지니까요. 오히려 레어템을 넣었는데 일반템이라도 나오면 완전 손해잖아요.”

“맞아. 바로 그거지.”

그 순간 남궁은 자신의 목에 걸고 있던 펜던트를 떼어냈다.

“한 번밖에 기회가 없으니 보통은 하지 않을 짓을 하는 것. 그게 이 소환서를 승급시킬 수 있는 방법이거든.”

괜히 괴짜 마법사가 만든 것이 아니다.

간단하지만 결코 쉽게 할 수 없는 트릭이 바로 이 【발란사의 서(書)】에 숨겨져 있는 것이었다.

차르륵-

남궁은 펜던트를 펼쳐놓은 소환서 위에 내려놓았다.

우우우웅…….

그러자 페이지 위에 그려진 마법진이 서서히 빛을 뿜어내더니 그대로 펜던트를 집어삼켰다.

▶ 발란사의 서(書)가 재료를 먹어치웁니다.

▶ 재료의 등급 확인 → 레어

▶ 발란사의 장난이 발동됩니다.

화르르륵……!!!

남궁의 손에 들려 있던 소환서가 푸른 화염에 휩싸이며 순식간에 타들어갔다.

▶ 위대한 발란사의 서(書)를 획득하였습니다.

남궁은 푸른 화염 속에 마치 새로 태어난 것처럼 황금빛으로 빛나는 소환서를 바라봤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