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344화 (344/346)

외전 6화

[CR:ID 7th ANNIVERSARY CONCERT : THANK YOU CLOVER]

“벌써 7주년이라니…….”

“아무래도 이번 콘서트, 해체 콘서트겠지?”

“…말도 하지 마, 벌써 울 거 같으니까.”

어느덧 크리드의 재계약이 끝나는 시기가 왔다. 재계약 소식에 환호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2년이라는 시간이 눈 깜빡할 사이 지나가 버렸다.

팬들 사이에서도 이번 콘서트에 대한 말이 많았다.

[굿바이 콘서트라고 하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마지막이겠지?]

그냥 깔끔하게 인정했으면 좋겠다. 어차피 더 재계약할 가능성도 없고, 희망고문이잖아ㅠㅠ

-아 콘서트 갈 자신이 없어짐…

-애들 엄청 울거같은데 사실 내가 더 걱정임ㅋㅋㅋ큐ㅠㅠㅠㅠㅠ

-크리드 어떻게 보내ㅠㅠㅠ싫어

-ㅇㅇ콘서트 이름이 땡큐 클로버인 거 보면 마지막 콘서트 맞는거 같음

└그냥 고맙다는 의미일 수 있잖아ㅠㅠㅠㅠㅠ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고ㅠㅠㅠㅠ

[아무래도 재재계약은 어렵겠지?]

현실적으로 재재계약은 아예 가능성 없는거냐?

-ㅇㅇ애초에 프로젝트 그룹이 재계약한 거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였음ㅋㅋㅋ…

└ㅇㄱㄹㅇ…이미 애들이랑 소속사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음

└ㅈㄴ염치없는 거 알지만 그래도 떼쓰고 싶으뮤ㅠㅠㅠ우리 아직 못 본게 많잖아

-VM이 재재계약을 하겠냨ㅋㅋ

-재재계약을 왜해 내새끼 탈코어만 바라고 있는데ㅇㅅㅇ

혜진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이번 콘서트를 끝으로 크리드가 해체한다 할지라도 후회 없이 응원하고,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어차피 승빈이 솔로 활동을 하더라도 덕질을 계속하겠지만, 크리드 멤버들과의 케미를 더 이상 못 보는 것은 아쉬웠으니까.

마지막 콘서트일 수 있다는 생각에 팬덤 내에서는 온갖 이벤트를 준비했다. 후회 없이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결의가 느껴졌다.

* * *

“좀 잤어?”

“형 덕분에 바로 잤어요.”

“다행이다. 선우랑, 윤빈이도?”

“네.”

콘서트 전날 유독 잠이 오지 않았다. 긴장감과 함께 잘해 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기도 했다. 저 멀리 대기실 구석에서 청심환을 쥐고 안절부절못하는 박재봉을 발견했다.

“긴장돼?”

“이상하게 긴장돼요. 콘서트 처음 하는 것도 아닌데.”

“그야, 다른 콘서트랑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 날이잖아.”

박재봉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마찬가지로 말없이 머리를 두어 번 헝크러트렸다.

“그거 먹어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해. 다만…….”

“다만요?”

“넌 이런 거 없이도 해낼 수 있는 애잖아.”

“…그래요?”

“당연하지. 그리고 긴장되는 건 자연스러운 거야. 굳이 숨기거나, 피하려고 할 필요 없어.”

“하지만, 너무 떨리면 말이 잘 안 나올 거 같다고요.”

“말 좀 잘 못하면 어때? 여기 사람들 다 네가 잘 말할 때까지 기다려 줄 사람들인데.”

확신 없던 박재봉의 눈이 다시 빛을 찾았다. 나 역시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까. 아끼는 동생에게 하는 오지랖이었다.

“애들아, 가족분들 오셨다!”

“같이 가자!”

“네!”

박재봉은 청심환을 거울 앞에 던져 두었다.

“이렇게 일찍 오실 줄 몰랐어요.”

막상 마주하니 다시 무뚝뚝해진다. 거의 1년 반 만에 만난 부모님은 여전히 나를 무심하게 걱정하고 계셨다.

“오, 이제 좀 아이돌 같다?”

“참나, 나 이제 7년 차거든?”

“예예~ 7년 차 프로 아이돌 문승빈 씨~”

“엄마 아빠 없이도 둘이서 아주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네!”

“사이좋게?”

“당연하지, 내가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우리 승빈이 잘 챙겼지!”

“내가 너무 착한 동생이라서 가능했지?”

역시 우애 깊은 남매 콘셉은 우리랑 어울리지 않았다. 금세 또 티격태격하는 우리를 보며 지긋이 미소 짓는 부모님, 그걸 보고 또 웃는 우리까지.

“이따가 무대에서 보자, 아들!”

“응원 열심히 할게!”

“고마워요. 엄마, 아빠, 누나.”

“애가 새삼스럽게…….”

“낯간지러워!”

“아, 알았어! 엄마 아빠, 빨리 문해빈 데리고 가세요.”

“문해빈? 너 지금 누나한테……!”

발끈하는 누나의 양팔을 붙잡고 대기실 밖으로 향하셨다.

“오케이, 아들! 준비 잘하고 이따가 보자!”

무대 시작 3분 전, 스탠바이 전 마지막으로 유현이 형이 모두를 불렀다.

“오늘 정말 중요한 콘서트인 거 다들 알고 있지?”

“그럼요.”

“하지만, 긴장할 필요 없다는 것도 알고 있지?”

“네!”

“7년 동안 고마웠다. 그리고…….”

“30초 뒤에 스탠바이 시작합니다!”

뭐라 할 말이 남아 있던 유현이 형은, 급하게 말을 갈무리했다.

“후회 없이 무대 하고 오자.”

“네!”

“자, 그럼 구호 외치고 올라가자! 하나, 둘, 셋 본 투 샤인!”

겹친 손이 하늘 높이 힘차게 올라간다.

* * *

공연장이 암전되고, 박선우의 동굴 같은 저음의 나레이션이 들려왔다.

[그날의 운석 충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린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우리의 세계에는 균열이 시작됐고 신세계가 펼쳐졌다.]

“미X, 이거 애들 첫 쇼케이스 때 나왔던 나레이션 아니야?”

[펼쳐진 신세계 속, 소년들은 서로를 알아봤다.]

그리고 뒤이어 무대 위로 조명이 하나씩 들어오고, 멤버들의 실루엣이 보였다. 한 명씩 전광판에 등장할 때마다, 공연장이 울릴 정도의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혜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치 데뷔 초와 같은 스타일링이었으니까. 눈 밑에 화려한 별 모양 비즈를 붙였지만, 승빈의 얼굴에 시선이 고정되어 무대가 끝나고 나서야 알아챘다. 이제는 완성형 아이돌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성장해 온 것에 가슴이 벅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실력과 비주얼 모두 어떤 경지에 오른 모습이었다.

[To My World

To To My New World]

그리고 이어지는 데뷔곡 ‘신세계’에 공연장의 열기가 불타올랐다.

[Welcome to my New World

우리의 속도를 따라 뛰어

그 어떤 어둠이 뒤쫓아 와도

절대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아

그 어떤 상식과 이론도

이곳 신세계에선 쓸모없지]

일부러 데뷔 때의 의상을 맞춰 입고 온 크리드를 보며, 데뷔의 순간을 떠올렸다. 멤버들도, 팬들도 모두 처음이어서 모든 것이 설렜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때보다 확실히 연륜이 생기고, 무대 위의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동작 하나하나 허투루 보내지 않고 칼같이 맞아떨어지는 안무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았다. 크리드를 7년 동안 좋아하면서 한순간도 질리거나, 흥미가 식지 않은 이유였다.

“이 노래 들으면서 눈물이 날 일이냐고…….”

뒤이어서 데뷔한 해의 타이틀곡 메들리가 시작됐다. 크리드의 자아 찾기 시리즈를 복습하는 기분이었다.

“클로버!”

“안녕, 클로버~”

“후, 오프닝부터 신나게 달렸는데 다들 괜찮죠?”

“응!”

격렬한 안무에 벌써부터 온몸이 땀으로 젖은 모습이었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도 팬들과 눈을 맞추고, 팬 서비스를 하는 것 역시 변함없었다.

“저희가 벌써~ 7주년이 되었잖아요?”

강도현이 자연스럽게 진행자 역할을 수행했다.

“대박… 다들 저희 7년 동안 좋아하는데 안 힘들었어요?”

“전혀!”

“안 힘들어!”

막내 박재봉의 애교 섞인 질문에 곳곳에서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도 7년 동안 클로버 좋아하는 거 하나도 안 힘들었어요!”

“와아아!”

“고마워!”

“이제 겨우 오프닝이니까, 앞으로 남은 무대들도 지금 같은 텐션으로 달릴 수 있죠, 클로버?”

무대는 쉬지 않고 몰아쳤다. 단체 무대부터, 중간중간 솔로 무대까지- 종합 선물 세트와도 같았다. 첫 솔로 무대 순서는 정유현이었다. 크리드 콘서트의 묘미는 멤버들이 작사나 작곡에 참여한 솔로 무대였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항상 고퀄리티의 무대를 준비하는 점이 매년 콘서트를 갈 때마다 놀라는 부분이었다.

정유현의 솔로곡 [Slow Motion]은 잔잔한 발라드였다. 깨끗하고 부드러운 음색과 따뜻한 가사가 조화로웠다.

[천천히 다가가

나의 온기가 그대의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는 순간

세상은 온통 Slow Motion]

금발 염색모에 새하얀 수트를 입었는데, 넋이 나가게 만드는 비주얼이었다. 전광판에 얼굴이 클로즈업될 때마다 모두 숨죽여 감상했다. 스물일곱이 되었지만, 스무 살 때의 풋풋함이 남아 있는 것이 놀라웠다. 동화 속에서나 볼 법한 백마 탄 왕자님이 실존한다면 저런 얼굴일 거라고 확신했다. 멤버들 역시 정유현의 비주얼을 치켜세우며 장난을 쳤다.

“완전 백마 탄 왕자님인 줄 알았다니까?”

“책 속으로 다시 들어가라고 했다가 유현이 형한테 한 소리 들었잖아.”

“진짜 강도현답다…….”

“그만큼 멋있었다는 거지~”

다음 솔로 무대는 박선우의 깊고 짙은 힙합 곡 [Riding]이었다.

[끝이 없이 달려 Riding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평소 장난기 넘치던 박선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다른 사람이라고 착각할 만큼 강렬한 무대였다. 라이더 재킷과 짙은 스모키 화장까지, 완벽한 이미지 변신이었다.

“완전 다른 사람인 줄 알았어요.”

“선우 형도 아직까지 어색할걸요?”

“우리가 알던 까불이 선우 형 맞는지 한참 의심했잖아-”

윤빈의 솔로곡 [Howilng]은 그동안 윤빈이 보여 준 모습 중 가장 섹시한 무대였다.

[Can you hear me

너를 향한 My Howiling]

투마월 1차 경연에서 보았던, 호랑이가 걸어오는 듯한 카리스마를 다시 볼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지. 하얀 셔츠와 하네스로 심플하지만, 그 자체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의상이었다.

“형이 의상 보고 엄청 부끄러워 했잖아요-”

“몸이 막 화가 났어.”

“아, 문승빈 또 아무렇지 않게 윤빈 형 만지네.”

“부럽죠, 클로버?”

무대마다 멤버들의 티키타카를 듣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리고 마침내, 드디어 승빈의 솔로 무대가 시작됐다. 마찬가지로 미공개 자작곡이었다. 제목은 [Complete], 승빈의 맑은 음색과 섬세한 감정 표현이 잘 담긴 곡이었다.

[불완전했던 나의 퍼즐 속

비어 있던 한 조각

너라는 조각으로 비로소

완성된 거야 나의 삶은

You make me complete]

언제나처럼 두 손을 꼭 쥔 채 눈을 감고, 한 음절 한 음절 정성스럽게 부르는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7년이 지나도 무대 위 마이크를 쥔 모습이 변하지 않는 것, 그것만으로도 승빈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충분히 설명될 것이다. 승빈이 노래를 부르면 혜진의 세상은 밝아졌다. 작은 멜로디도 허투루 보내지 않아서 듣는 사람에게 진심을 온전히 전하고 있으니까.

노래에 푹 빠져 있는 무렵, 갑자기 음악이 멈췄다. 음향 사고인 거 아니냐며 웅성거리는 순간,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왔고, 혜진은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참을 헤맸지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일곱 빛깔 무지개

그 영원을 향해 달려가]

자신의 기억이 분명하다면, 이건 승빈의 첫 솔로곡 [Eternity]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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