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340화 (340/346)

외전 2화

“리버, 네 솔로 앨범에 내 노래가 들어간다니! 너무 기대가 되는 걸?”

“당연히 형 노래가 들어가야죠~ 제가 노래 계속하도록 하게 해 준 게 형이니까요.”

지운이 형의 솔로 활동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다음 솔로 앨범은 내 순서가 되었다. 원래 내 솔로 앨범을 먼저 낼 계획이었지만, 영화 촬영과 크리드 단체 활동까지 겹치면서 앨범 준비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없다. 우리 팀에서 솔로 앨범을 낸다면 지운이 형이 첫 번째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이견이 없었으니까.

“솔로 앨범 콘셉으로 생각해 둔 게 있어?”

“음… 우주에 대한 것으로 하고 싶어요.”

“우주 좋지~ 근데 승빈이 너는 유독 우주랑 관련한 노래가 많았던 거 같아, 자작곡들 보면.”

생각해보니, 윤빈 형의 말처럼 우주와 관련해서 가사를 쓴 곡이 많았다. 우주 자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우주와 그 속의 요소들이 영감을 주는 일이 많았다.

“우주… 아, 히치하이커 어때?”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요?”

“그래. 우주의 행성, 별, 위성들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의 이야기를 콘셉으로 하는 거야.”

“너무 좋은데요? 안 그래도 오늘 디렉터님이랑 회의가 있었는데, 건의해 볼게요.”

“그래, 맞다. 오늘 준비한 곡들 들려줄게.”

“이, 이렇게나 많이 준비했어요?”

윤빈 형이 데모로 가져온 곡이 10곡이 넘었다. 형의 앨범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노래를 받아도 되는가? 고민될 정도였다.

[눈부시게 빛날 This moment

내 생애 단 한 번의 Highlight

무대 위가 아니더라도 절대

빛을 잃지 않아

네가 있는 곳이라면-]

첫 번째 곡은 ‘Highlight’, 탄산음료처럼 청량하면서도 톡 쏘는 분위기의 노래다. 빠른 비트와 쉬지 않고 바뀌는 멜로디 구성이 매력적인 곡이었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는 처음 들어도 금방 따라 부르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이젠 뒤돌아보지 않아

후회로 가득한 과거도

널 붙잡지 못한 나의 선택도

쏟아지는 빗물에

모두 흘러가도록]

마지막 곡 ‘Never go back’은 절대 뒤돌아보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긴 곡이다. ‘Highlight’보다는 진중한 느낌이지만, 듣는 사람에게 충격을 주는 것은 여전했다. 통기타 소리 하나만으로도 꽉 차는 곡이었다. 정적인 노래이기 때문에 타이틀감은 아니지만, 보컬적인 매력을 보여 주는 데 제격이었다. 게다가 작사에 지운이 형과 글루미가 공통 작업을 하면서 더욱 서정적인 가사가 완성되었다.

‘이 중에 무슨 노래를 한담?’

행복한 고민이란 게 이런 거구나- 윤빈 형이 들려준 후보곡 10개 모두 마음에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10곡 모두 넣어서 정규 앨범으로 만들고 싶었다. 물론 형과의 작업도 기대됐다. 지금까지 작업한 자작곡들도 대부분 윤빈 형이 트랙을 주거나, 작곡과 관련한 여러 도움을 줬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 하나를 말하면 열 개의 아이디어가 나오는, 말 그대로 극강의 효율로 최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조합이다.

오해나 디렉터는 진심으로 내 의견을 흥미로워했다. 이전에는 확신이 없더라도 내가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고, 잘 해결할 거라는 믿음으로 내 의견을 수용한 경우가 많았는데.

“그럼,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콘셉으로 하는 거 어때요? 전체적으로 우주를 배경으로 해서, 그 안의 행성과 위성, 별을 각 트랙 리스트에 빗대서 표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솔로 앨범은 1회 성이 아니니까, 이 콘셉을 제 솔로 활동의 기본으로 하고 싶어요.”

“애초에 크리드의 시작이 우주에서 지구로 내려온 일곱 개의 운석이었잖아요.”

“오, 그렇게도 연결이 되네요?”

역시 오해나 디렉터와의 회의는 즐겁다. 회의 끝에 전체적인 콘셉은 ‘우주 여행자’이고, 앨범의 스토리는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로 하였다. 너무 무겁지도 않고, 자유로운 느낌을 담아내는 앨범이 될 것 같다.

“승빈 군 첫 솔로 앨범인 만큼 최선을 다할게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해 주시니까 너무 든든해요.”

“이번 앨범은 온전히 승빈 군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으니까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부담 없이 다 말해요. 능력이 되는 한 다 해 줄 테니까.”

“터무니없는 것도요?”

“우주 괴물이랑 싸우는 것도 해 줄게요.”

“…그 정도로 터무니 없는 건 생각 안 해 봤는데요.”

“나를 납득시킬 수 있는 거라면 뭔들 못 해 주겠어요?”

“이번에도 납득시켜 드릴게요.”

“기대할게요-”

온전히 내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앨범… 부담감과 함께 기대가 밀려왔다. 처음 솔로 앨범 제안을 받았을 때 가장 고민한 것은 앨범의 주제였다. 나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그것이 앨범의 큰 줄기가 될 테니까. 그리고 크리드의 색을 잃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었다.

‘나’라는 개인과 그룹 사이의 공통분모를 찾아야 했다. 새삼 지운이 형이 대단하게 느껴졌고, 형에게 조언을 구하니 답은 생각보다 더 간단히 나왔다.

“네가 제일 잘하는 거. 그거 하면 되지!”

“제가 제일 잘하는 거요……?”

“응. 그리고 꼭 그룹의 색을 이어 가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생각해 봐.”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은, ‘진심 어린 노래’라고 정의했다. 그거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처음 내 보컬은 아이돌 보컬보다는 싱어송라이터에 어울린다는 평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노래에 대한 진심 하나로 다양한 창법과 스타일을 연구했고 마침내 지금의 실력이 되었다. 이번 앨범에는 내가 지난 몇 년 동안 갈고 닦은 보컬에 대한 진심을 담기로 했다.

타이틀곡은 퍼포먼스와 보컬을 둘 다 충족할 수 있는 곡을 선정하고, 수록곡에서는 싱어송라이터의 모습을 보여 줄 계획이다. 이 앨범 하나만 들어도 그동안 내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번 목표였다.

* * *

솔로 앨범을 준비하면서 지운이 형과 윤빈 형의 작업실을 오가는 일이 많았다. 하루는 형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고 일찍 작업실에 찾아간 적이 있었다.

“형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나도 너한테 할 말이 있었는데, 먼저 말해.”

“타이틀곡 작사… 형이 해 줄 수 있어요?”

내 부탁을 들은 지운이 형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팀으로 몇 년 보내니까 생각하는 것도 비슷해지나 봐.”

“네?”

“나도 너한테 가사 선물하고 싶다고 하려고 했거든.”

“진짜요?”

“응, 진짜로. 너도 나한테 노래 줬었잖아. 나도 보답하고 싶어.”

“고마워요, 형.”

“근데 타이틀을… 내가 해도 되겠어?”

“당연하죠!”

타이틀곡은 ‘Universe’로 결정됐다. 100곡에 가까운 데모를 들으면서 한 번에 귀를 사로잡은 노래는 유니버스가 유일했다. 내 의견을 최우선으로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의 개입을 피할 수 없었는데 모두가 만장일치로 이 곡을 골랐다는 데에서 의미가 있었다.

우주에 있는 듯한 몽환적인 사운드와 자꾸만 호기심이 생기는 곡 진행, 멜로디가 모두의 귀를 사로잡았다. 타이틀곡이 결정되고 지운이 형에게 갔을 때, 형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노래 좋다. 맡겨 줘서 고마워. 최고의 노래가 될 수 있도록 진짜 최선을 다할게. 혹시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말해 줘.”

“당연하죠- 저 이런 면에서는 철저하잖아요.”

형에게는 좀처럼 쓴소리나, 반항한 적이 없어서 한 말이겠지. 하지만, 형의 말 덕분에 더 신뢰가 갔다. 오랜 시간 함께하고 친밀해졌어도, 본업에 있어서는 철저히 실력만을 고집하는 것이 우리다웠다.

“이번에 네 자작곡도 들어갈 예정이지?”

“네. 지금까지 공개했던 자작곡들이랑 추가로 하나 더 준비하려고요.”

“미니 앨범인데 엄청 알차네-”

“그래서 고민이에요, 어떤 노래를 넣고 빼야 할지… 다 너무 좋은 곡들이라서 욕심나거든요.”

타이틀곡, 윤빈 형이 주는 곡 1~2개, 내 자작곡 3곡만 해도 벌써 6곡이 완성된다. 그런데 이미 데모로 들은 곡 중에서도 포기하기 아까운 노래들이 정말 많았다.

“나도 그랬어. 게다가 첫 솔로 앨범이다 보니까 다 들려주고 싶더라고.”

“다음 솔로 앨범이나, 크리드 앨범에 수록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노래들도 많았어요.”

솔로 앨범 준비지만 자연스럽게 그룹을 생각하는 순간이 많았다. 이후로도 형과는 솔로 앨범을 공통 주제로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대화를 이어 갔다.

그리고 마침내 형이 완성된 가사를 가져온 날, 기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전적으로 형을 믿었다. 그런데도 형은 계속해서 가사를 확인받고, 노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 그동안의 좋은 가사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마음에 들어?”

“네! 완전 마음에 들어요.”

“진짜 다행이다. 최대한 노래 분위기와 네가 말 하고 싶었던 것이 잘 전달되길 바랐는데.”

[은하수에 남긴

네 발자국을 따라

한 발짝 발을 내딛어

Cause you are my Universe

중력을 잃어 길을 헤매도

나는 널 찾을 수 있단 걸,

네가 날 기다릴 거란 걸 알아]

멜로디에 형의 가사를 붙여 머릿속으로 상상을 해 봤다. 무대 위에서 안무와 함께 할 생각에 더 기대가 됐다.

* * *

타이틀곡과 가사가 결정되고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확실히 이전과는 달랐다. 거울로 봐도 더 이상 머리 위 상태창이 보이지 않은 상태로의 연습은 처음이었으니까. 게다가 이미 연습한 노래들은 문제가 없었지만, 신곡을 상태창 없이 연습하는 것은 어색했다.

“하긴… 이전에는 연습할 때마다 얼마나 나아지고 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주 잠시 상태창의 존재가 그리웠지만, 뺨을 두어 번 찰싹이고 마음을 다잡았다.

“솔로 가수로는 첫 데뷔니까… 진짜 신인이 데뷔 준비하는 것처럼 더 열심히 해야지.”

그래도 상태창과 5년 가까이 보내면서 얻은 것은, 어느 정도 해야 실력이 오르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태창은 사라졌지만, 성장할 때의 감각을 익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3분이 엄청 길구나…….”

혼자서 3분 가까이의 무대를 채우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운이 형의 솔로 활동 때도 걱정한 부분이었지만, 내 일이 되니 더 긴장이 됐다. 하지만, 긴장과 동시에 기대감도 컸다. 크리드 무대를 할 때도 매 순간 최선을 다했지만, 무대의 모든 하이라이트가 나에게 집중된다는 것이 내심 짜릿했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때까지 거울 앞을 떠나지 않았다. 문득 투마월 시절이 떠올랐다.

‘예전이면 체력 스텟 높이겠다고 상태창 불렀을 텐데, 이젠 스스로 조절해야 하네.’

이전에는 아쉬웠지만, 지금은 ‘지금이라도 사라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온전히 연습과 내 감각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솔로곡 연습?”

“응. 너는 어디 가냐?”

“이 형님은 보컬 연습하러 왔지!”

“내가 너보다 일찍 태어났거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깝죽대던 강도현도 못 이기는 척 안무 연습을 도와줬다. 둘이 거울 앞에서 연습하는 걸 보니, 투마월 첫 경연 준비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는 서로에 대한 오해 때문에 한 번도 웃으면서 거울 앞에 함께 선 적이 없었지.

“네 첫 번째 솔로 앨범인데, 이 형님이 도와줘야지~”

“고마워.”

“…이렇게 쉽게?”

“고맙다는 말이 어렵냐?”

강도현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보컬 룸으로 도망쳤다.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아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고마웠다, 이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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