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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330화 (330/346)

330화

모니터 앞에 선 문스트럭은 뜻밖의 난관에 봉착했다.

“올해는 누구로 장난치지?”

달력에 적힌 오늘의 날짜는 4월 1일, 만우절이다. 돌판에서는 만우절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날이다. 각종 홈마들이 자신의 최애 고화질 사진을 올려 줄 것을 한마음 한뜻으로 기다리는 날이기도 하고.

문스트럭 역시 만우절 사진 맛집으로 유명했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종종 짹짹이로 올해 문스트럭 홈이 누구 홈으로 바뀔지, 최상의 레전드 사진을 건질 행운의 팬덤은 어디가 될 것인지 등의 글이 보이면 은근히 신경 쓰이고는 했다.

한참 고민하던 문스트럭의 머리 위로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승빈이로 빙의 한번 해 봐?”

그렇다. 이미 다른 아이돌의 홈인 척 바꾼 적도 있고, 아예 다른 장르의 홈으로 바꾼 적도 있고, 강아지 계정으로 바꾼 적도 있다. 할 수 있는 장난은 다 쳐 봤다. 그러니 이제, 승빈 그 자체가 되어 보는 것이다.

댕스트럭 @Dog_struck

[20** 0304]

이날 무지 더웠는데ㅎㅎ 그래도 클로버들 봐서 너무 좋았던 날!(강아지 이모티콘)

-?

-댕스트럭ㅋㅋㅋㅋ

-말투 너무 승빈이인데?

-다들 들어가서 바이오 봐봨ㅋㅋㅋ

-승빈이 잡아먹은 거 아니야?

[문승빈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오늘부터 문승빈과 나는 한몸으로 일체가 된다.]

댕스트럭 @Dog_struck

[20** 1231]

펑펑 울어서 눈 왕창 부었어ㅎㅎ;; 그래도 예쁘게 봐줄꺼지?

-크림 메시지랑 말투 존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예쁘게 봐주고말고ㅠㅠㅠㅠㅠㅠ

-저거 성수야 성수

-얼마나 자주 보고 좋아하면 사소한 말투나 버릇도 따라하는 거얔ㅋㅋㅋㅋ

“식은 죽 먹기지.”

솔직히 전 세계 사람들 모아 두고 ‘문승빈 퀴즈 대회’를 열면 1등 할 자신이 있다. 승빈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서부터 시작해서 사소한 버릇들까지- 문스트럭에게는 너무나도 일상적인 정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승빈의 말투와 버릇을 흉내 내는 것쯤은 누워서 떡 먹기였다.

댕스트럭 @Dog_struck

[20** 0310]

긴장이 많이 됐지만, 클로버 덕분에 신나게 무대하고 온 날!

클로버가 있는데 슬럼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ㅎㅎ 앞으로도 나 열심히 노래할게, 늘 지켜봐줘!

-진짜 오늘만 승빈이가 홈 굴리고 있는 거 아니야?

-ㅠㅠㅠ이게 뭐라고 위로가 되냐

-승빈이면 진짜 저렇게 말했을 거 같음ㅋ큐ㅠㅠㅠ

문스트럭과 클로버가 끝내주는 만우절 장난을 즐기는 중에, 오랜만에 크리데이 새 에피소드가 공개됐다.

[크리데이 ep80. 눈 떠 보니 인기 아이돌의 덕후가 되었다.]

“엥? 제목 왜 이래?”

썸네일을 확인한 문스트럭은 그대로 자지러졌다. 크리드 멤버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포토 카드를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미치겠네.”

만우절은 아이돌 팬뿐 아니라, 아이돌에게도 흥미로운 이벤트였다. 그렇기에 이번 자체 콘텐츠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람은 바로 승빈이었다. 이전에도 ‘타인의 삶’ 에피소드를 통해 다른 멤버가 되어 봤지만, 팬들의 입장이 되어 그들의 문화를 체험해 보는 것 역시 재밌는 콘텐츠가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크리드 승빈이 최애인 짱강아지입니다!”

뻔뻔하게 클로버인 척 닉네임까지 만들어 온 것에 문스트럭은 너무 귀여워서 심장에 무리가 온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체감했다. 그런데 짱강아지라는 단어, 이미 본 거 같다.

“짱강아지… 크림 닉네임?”

아침에 승빈에게서 온 크림 메시지를 확인하던 문스트럭은 바뀐 닉네임에 의문을 가졌었다. 게다가 ‘멍’이라니. 진짜 강아지에게서 메시지가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으니까.

[짱강아지: 멍!]

“승빈이는 장난도 귀엽게 하는구나…….”

“반갑습니다. 지운이가 최애인 차차입니다.”

“안녕하세요? 귀염둥이 재봉이를 제일 좋아하는 봉봉이입니다!”

“선우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홍삼이입니다.”

“윤빈이 좋아하는 톰입니다-”

“크리드의 올라운더!”

“너무 사심 들어간 거 아니에요?”

“어쩔요? 도현이가 올라운더인 건 사실인데요? 짱강아지 님, 벌써 시비 거시는 건가요?”

“자기소개나 하세요-”

“웃기는 사람이야~ 아무튼 올라운더 도현이 팬 너구리러버입니다.”

[너구리러버 님과 시작부터 삐그덕거리는 거 같은데…….]

[짱강아지: 아, 그분 뭔가 놀리고 싶어요.]

-투닥즈ㅋㅋㅋㅋ

-너구리러버라니 이제 스스로 너구리임을 인정하게 된 거냐곸ㅋㅋㅋ

-아 이래서 오늘 크림 이름 바꿨던 거였어?

└헐 맞네 지금 봄

└우리끼리 너무 재밌게 놀았나봨ㅋㅋㅋㅋㅋ애들 이름 바뀐 것도 지금 봄

-잠깐만 그럼 정유현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정유현.

“유현이 최애, 정유현입니다.”

[다른 참가자 분들의 원성이 엄청났는데?]

[정유현: 최애랑 이름이 같은 게 제일 성덕 아니에요? 그분들은 뭐…….]

[봉봉이: 아 나도 재봉이로 할 걸!]

[격하게 동의하는 홍삼과 너구리 러버.]

-아이 바보들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바보 삼형제들 어쩌면 좋냐;;

-뭘 동의하고 있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짱강아지: 크리드 오… 아니, 형들에 대한 사랑은 제가 제일 클걸요?]

[지금 오빠라고 한 건지?]

[짱강아지: 제가 전생의 기억이 떠올라서…….]

-하긴 승빈이는 오빠 소리를 더 들었으니깤ㅋㅋㅋㅋㅋ

-강아지 잠깐 귀 빨개졌엌ㅋㅋㅋ

-승빈아 나도 오빠 소리 듣는거 좋아해

└잡았다 요놈

[서로 최애 자랑을 해 주세요.]

“제 닉네임이 왜 짱강아지겠습니까? 승빈이는 강아지인데 짱이기 때문이죠!”

“세상에 강아지상 아이돌이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짱이라고 단언할 수 있죠?”

“우리 승빈이는 노래를 아주 잘해요. 아마 강아지 중에 제일 잘 부를걸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뻔뻔하게 칭찬하는 승빈을 보며 문스트럭은 저항 없이 엄마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승프들이 승빈에게 항상 하는 말인데, 이렇게 능청스럽게 잘 따라 할 줄 몰랐다.

“승빈이를 그냥 강아지라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저희 승프들은 승빈이를 강아지라고 생각하긴 해요.”

“승프가 뭐야?”

“어머 톰 님, 완전 머글이시네. 승빈 프로 사랑꾼이어서 승프잖아요~”

“그럼 전 윤프?”

“그래도 응용은 잘하시네~”

묵묵히 멤버들의 답을 듣던 정유현이 평온한 얼굴로 답했다.

“유현이는 디자인 감각이 뛰어납니다.”

“…유현이 정말 사랑하시나 보다. 홍삼 님, 선우 저렇게 사랑할 수 있으세요?”

“내 사랑은 거짓말 같네…….”

뭐가 문제냐는 듯 눈을 깜빡이는 정유현의 뻔뻔한 자학 개그에 졸지에 스태프들 사이에선 웃음 참기 대회가 열렸다.

[각자 최애 포토 카드는 챙겨 왔죠?]

“당연하죠! 전 재봉이 Ready 앨범 헤어밴드 재봉이 포카 가지고 왔어요.”

“전 Ideal 활동 프롬파티 슈트 입은 유현이 사진 가져왔습니다.”

“저희 여기 케이크랑 같이 예절샷 찍을까요?”

“오, 봉봉 님. 예절샷도 챙기세요?”

“당연하죠~ 언제 어디서나 최애랑 함께 하는 기분이잖아요!”

“예절샷?”

“아, 톰 님. 윤빈이랑 같이 해외파라고 했죠? 예절샷이라고 최애랑 관련된 물품이랑 같이 사진 찍는 거예요.”

“아~ 예절 뭔지 알아요! 예의 있어야 하는 거죠?”

“뭐, 비슷하죠?”

[예절샷을 찍기 전에! 허전한 포토 카드를 꾸며 주세요♡]

“내가 살다 살다 최애가 포토 카드 꾸미는 걸 다 보네…….”

문스트럭은 생각보다 더 본격적으로 준비한 콘텐츠가 만족스러웠다. 다양한 스티커와 비즈, 데코덴까지 준비한 준비성에 살짝 놀랐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구)크리드 (현)클로버]

“완성!”

가장 먼저 완성한 것은 정유현이었다. 콘셉트를 알 수 없는 스티커 배치와 데코덴 남용에 멤버들은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도현이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에는 놀리는 의도가 다분했다. 하지만 정유현은 평온한 얼굴로 빙긋 웃었다.

“역시 이런 점도 최애 따라가시네요?”

“제 디자인 실력이 좀 좋긴 하죠.”

-유현이 이제 자신감을 넘어서 진짜 본인 실력 좋다고 생각하는거 같은데;;

-근데 좀 괜찮지 않음? 나만 그렇게 보이는거?

└너 정말 유현이 사랑하는구나

[각자 어떤 콘셉트로 꾸몄는지 설명해 주세요.]

“저는 강아지 테마로 꾸몄습니다! 승빈이가 강아지잖아요.”

“뭐야? 승빈이 감각 있는데?”

문스트럭은 곧장 탑꾸 계정을 운영하는 타 팬 친구에게 연락했다.

[(사진)]

[야 이거 객관적으로 봐도 예쁘지 않음?]

[뭐야, 니가 만든 거임?]

[ㄴㄴ우리 승빈이가^^]

[재능 있는데?]

꽤 큰 계정을 운영하며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친구에게 인정받다니, 문스트럭은 자신이 더 뿌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가끔 저를… 아니, 승빈이를 복숭아라고 하는 클로버들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복숭아 스티커도 붙여 줬습니다!”

-자기객관화 ㅆㅅㅌㅊ

-승빈이 만지지 마세요, 울어요!

-아 짱강아지님 뭘 좀 아시네

“짱강아지 님, 과몰입하셨나 봐요?”

강도현의 치고 들어오는 멘트에 승빈은 입을 앙다물고 장난스럽게 째려봤다.

[오늘 출연진 중에 누구랑 제일 안 맞았어요?]

[짱강아지: 아유, 안 맞는 분이 있을 리가요~ 너구리 러버 님이요.]

[너구리러버: 안 맞는 분? 아, 짱강아지 그분이 너~무 과몰입하신 거 같더라고요? 근데 놀리는 재미가 있어서 좋아요!]

-승빈이 환멸난다는 표정 봨ㅋㅋㅋ

-표정변화가 저렇게 빠를 수 있는거임?ㅋㅋㅋㅋ

-도현이는 정반대임ㅋㅋㅋㅋㅋㅋ눈이 맑아… 그런데 이제 광인의 눈빛인

[완성된 포카를 들고 예절샷을 찍어 주세요!]

다양한 포즈와 배치로 예절샷을 찍는 멤버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윤빈이었다.

“…톰 님, 뭐 하세요?”

“예절샷이니까 예의 있게 해야죠!”

“이래서 차차 님한테 찍어 달라고 한 거였어요?”

문스트럭은 윤빈의 순수하고도 어이없는 답변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예절샷이라고 포토 카드를 음료 옆에 가지런히 세워 두고 꾸벅 인사를 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옆에서 차지운은 별 의문을 가지지 않고 언제나처럼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어 주고 있었다.

[왜 가만히 보고 있었나요?]

[차차: 사실 저도 잘 몰라서…….]

-둘다 너무 순수한거 아니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애들한테 어려운거 시키지 마시라고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절샷 ㅈㄴ신박하넼ㅋㅋㅋㅋㅋㅋㅋㅋ

승빈과 박선우에게 속성 예절샷 강의를 받은 윤빈은 다시 눈을 반짝이며 사진을 찍었다. 자체 콘텐츠가 올라오고 한 시간 뒤 공식 계정에는 윤빈의 예절샷을 따라 한 멤버들의 사진이 올라왔다.

[크리드 단체 예절샷! 오늘 하루 클로버로 살아 본 크리드! 윤빈 형 때문에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고 즐거웠어요ㅎㅎ 클로버들도 나중에 찍어보세요ㅋㅋㅋㅋ]

-세계최초 예절샷 포즈 정해주는 아이돌

-그거 아니라고 애들앜ㅋㅋㅋㅋㅋㅋㅋ

-본격 예절돌 크리드

기분 좋은 하루의 마무리는 역시 승빈의 크림 메시지였다. 촬영하면서 사용한 포토 카드를 볼에 맞대고 윙크까지 한 셀카에 문스트럭은 입을 틀어막았다.

[짱강아지: 원래 예절샷은 얼굴 안 나오게 찍는 거지만, 난 오늘 얼굴이 마음에 들어서 찍었어!]

“잘한다, 승빈아!”

이렇게 말 안 해도 예쁜 짓만 골라서 하는 게 내 최애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전생에 망돌 하나를 살리는 공이라도 세운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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