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321화 (321/346)

321화

‘Destiny’ 앨범의 콘셉 포토와 필름, 앨범 사양이 순차적으로 공개된 한 주 동안 짹짹이의 실시간 트렌드는 전부 크리드에 관한 키워드였다. 현재 가장 높은 주가를 달리고 있는 문해빈 작가가 촬영에 다시 참여했다는 점이 화제였다.

[ㅁㅊㅁㅊ 애들 세라복 돌았네]

각자 오브제에 무슨 의미가 있는거같은데 미안하다 그런거 눈에 안들어온다 애들이 세라복을 입었다고;;

-진정해;;

└지금 진정하게 생김?

-작가님 새삼 대단하시다 난 아무리 잘생겨도 남동생 세라복 입은 거 촬영 못할 듯

└아 생각해보니까 그러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브제의 의미는 세라복의 충격에 가려졌다. 그래서일까,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후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근데 신기하네]

문해빈 작가님 원래 같은 곳이랑 다시 작업하는 일 없지 않았나?

-ㅇㅇ그래서 더 대단함 원래 하나 잘되면 쭉 같이 일하는데

-문승빈 때문 아님? 동생이잖아

└나도 이거 때문 아닐까 싶음

└문승빈 누나찬스 쓰네ㅋ

└문해빈 작가님 유명한건 인정하는데 문승빈도 크리드인뎈ㅋㅋㅋㅋ누나찬스같은 소리하네

이런 그녀의 행보를 의아해하는 반응을 증명하듯,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도 이와 같은 질문을 했고 문해빈은 아주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Q: 크리드와 두 번째 작업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인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A: 크리드는 제 호기심을 자극하거든요.]

그동안 동생인 승빈에 대한 개인적인 편애가 아니냐는 말을 한순간에 잠재워 버리는 답변이었다.

[A: 뭐 동생이라서 도와주는 거 아니냐 하는 분들도 있는데, 승빈이가 제 도움이 필요한 할 인지도는 아니잖아요? 예전 데뷔 초면 몰라도? 아, 또 서운해하겠네. 정정해 주세요, 투마월 나올 때 정도로. (문해빈 작가는 동생이 떠올랐는지 옅게 웃었다.) 아무튼, 인터넷에서 떠도는 말들은 다 사실이 아니에요. 크리드의 음악을 좋아하고, 멤버들이 단단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무척 즐겁습니다. 저는 제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으면 금방 질려 버리는 타입이에요. 크리드도 안심하면 안 될걸요? 앞으로도 계속 저의 흥미를 유발하는 행보를 보여 줬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천천히 읽던 승빈의 입가에도 호선이 그어졌다.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던 순간에도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달았으니까.

“다음에도 같이 작업하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네.”

벌써 데뷔한 지 4년이나 되었지만, 아직 크리드가 대중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음악과 스토리가 무궁무진했다.

이어서 알려진 모모 & 보보의 참여 소식은 문해빈 작가의 참여 소식만큼이나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앨범 사양이 두 가지로 공개되었는데, 디자인만 봐도 어느 것이 모모 작가의 것이고, 보보 작가의 것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축하하고, 덕심을 표현하는 것에서 또 한 번 화제가 되었다.

[크리드의 정규 4집 ‘Destiny’ 앨범 디자인에 참여했습니다! @CR:ID_official

너무나도 애정하고 응원하는 그룹의 앨범에 참여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아마 지금까지 디자인 경력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곧 공개될 크리드의 ‘Destiny’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그리고 크리드 사랑합니다♡]

-헐 ㅁㅊ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완전 성덕이세요ㅠㅠㅠ

└축하 감사합니다 아직도 안 믿깁니다ㅠㅠㅠ

-대박 디자인 너무 예뻐요 작가님…

모연의 게시글은 짤막했지만 엄청난 임팩트를 주었다.

[크리드의 네 번째 정규앨범 ‘Destiny’에 참여했습니다.

멋진 선물 준 유현군, 감사합니다. @CR:ID_official]

-????

-아니 유현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님??

-유현이 디자인 실력이 꽤 늘었는데?

-아니 디자인이 문제가 아니라 저거 지금 작가님 방에 붙어있는거 실화임?

└그게 왜?

└작가님 남편분 작업물도 방에 안 붙이시는 분임;; 본인 미적 기준에 안 맞으면 절대 용납안하시는 분임ㅇㅇ

└??그런 분 취향을 유현이가 저격한거임?

-작가님 유현이 진짜 사랑하시는구나…

모연은 이미 사랑으로 미적 취향의 한계를 극복한 지 오래였기 때문에 댓글의 반응이 달갑지 않았다. 이번에는 유현의 디자인이 왜 아름다운지 장문의 칼럼을 기고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게시글이 올라온 날, 정유현이 진지하게 게시글을 내려 줄 수 있는지 DM을 보낼까- 고민했다는 것은 말할 수 없는 비밀.

일주일 뒤, ‘Destiny’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 문스트럭은 오프닝부터 시작된 비주얼 공격에 영상을 멈췄다, 플레이했다를 반복했다.

“세라복을 입혀? 미X 코어야…….”

[여정을 떠난 소년들은 저마다의 운명을 손에 쥐고 돌아왔습니다.]

각 멤버를 닮은 애니메이션 그림과 잠시 흑백 무성 영화와 같은 이미지가 등장하는 등, 동화를 보는 듯한 연출이었다.

[그런데, 어딘가 허전한 마음은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소년들은 그 의미를 찾고자 또 다시 여행을 떠났습니다. 자신의 운명을 완성시켜 줄 존재가 분명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세계관 확장인가?”

[우린 다른 점이 많아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색깔

But we have a one dream

그 사실 하나로 이미 Destiny]

각자의 오브제를 들고 다른 공간을 여행하던 멤버들이 승빈이 머물던 공간에 모였다.

[일곱 개의 별이 모여

하나의 무지개를 피워 내

머나먼 여정을 이기고 모인

이 별의 이름은 Destiny]

마침내 일곱 개의 오브제가 모두 모이고, 밝은 빛을 내며 하나의 오브제로 합쳐졌다. 그리고 비로소 멤버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퍼졌다. 오브제에 대한 의문이 생겼지만,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스토리를 멈추고 싶지 않았다.

[난 네 곁에 있을 때

가장 완전해져

비로소 알 것 같아

네가 내 운명이란 걸

너와 함께라면

더 이상 방황하지 않아]

일곱 명의 소년의 시선이 한 곳에 향하면서 뮤직비디오는 끝났다. 뒤늦게 오브제의 의미가 궁금해진 문스트럭은 이미 인터넷에 올라온 여러 해석 리뷰 글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다들 어떻게 이렇게 빠를 수 있지?”

[오브제로 전달한 크리드의 결심]

오늘 리뷰할 뮤직비디오는 크리드의 정규 4집 ‘Destiny’의 타이틀곡 ‘Destiny’입니다. 먼저, 작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본 뮤직비디오 중에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마치 동화를 보는 듯한 연출과 멤버들의 연기 실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가장 주목한 것은 오브제의 활용이었습니다. 먼저 초반 내레이션처럼, 멤버들은 자신들의 운명이 적힌 오브제를 들고 있습니다. 각자, 혹은 함께했던 여정을 통해 깨달은 운명이겠죠.

음악, 사람, 무대, 아이돌 등 각기 다른 운명을 가지고 있지만, 뮤직비디오 후반 이 오브제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엔 멤버 승빈 군이 있죠. 이전 뮤직비디오에서도 그렇지만, 승빈 군은 크리드라는 그룹의 중심에 있는 멤버라고 느꼈는데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완벽히 공식화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이들의 운명은 ‘크리드’라는 운명의 오브제로 합쳐집니다. 앞서 언급했던 멤버들의 운명은 결국 ‘크리드’를 통해 실현되고, 완성되었다는 의미라고 조심스럽게 확신해 봅니다. 멤버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도 스토리의 힘을 불어넣습니다. 초반 각자의 운명을 찾았지만, 내레이션처럼 어딘가 허전한 얼굴이죠. 이들이 처음으로 환하게 웃는 순간은 서로의 운명이 합쳐져 ‘크리드’가 완성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색깔도 주목해 볼 요소입니다. 각자 처음 가지고 있던 오브제 기억하시죠? 이들의 색깔을 모아 보니 딱 무지개의 일곱 빛깔입니다. 마지막 완성된 ‘크리드’ 오브제가 무지개색인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습니다.

이번 뮤직비디오는 얼마 전, 프로젝트 그룹에서 탈피해 정식 그룹이 된 크리드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시리즈의 마지막 장이어서 에필로그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프롤로그가 되었네요. 앞으로 더 다양해질 크리드의 음악 활동이 기대되는 뮤직비디오였습니다.

-이런 ㅁㅊ…

-애들 얼굴 보느라 오브제는 신경도 안썼는데 도랐네

-ㅠㅠㅠㅠㅠ크리드가 운명이라는 뜻이잖아

-크리드가 크리드 사랑하는거보다 더 사랑할 수 없음…

-정식 그룹 되고 첫 앨범 활동이 데스티니인것도 진짜 운명 그 자체임

-뮤직비디오 재탕하러 간다

-애들이 각자 찾아낸 운명이 결국 크리드로 이어진다는 게 너무 벅참…

-진짜 오브제 합쳐지는 순간에 처음으로 웃네ㅠㅠㅠㅠㅠ

“미쳤다 진짜…….”

리뷰 글을 읽으면서 벅차오르는 마음을 어찌할 줄 모르던 문스트럭은 공식 계정 알림을 확인하고 더욱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크리드 Destiny 미니 팬 미팅 공지]

“컴백 주에 미니 팬 미팅을 다 하네?”

정식 계약 이후 처음으로 팬들과 함께하는 활동인 만큼, 문스트럭은 그 어느 때보다 전투적이었다.

“내가 집문서 팔아서라도 간다.”

* * *

“빨리 가야 할 텐데…….”

추운 날 야외에서 미니 팬 미팅을 하게 되어 다들 걱정이 많았다. 핫팩과 방석을 미리 준비했지만, 기다리는 시간 동안 춥지 않도록 역조공도 따뜻한 음식으로 정했다.

“지금쯤 역조공 들어갔을까요?”

“응. 후기 글 올라온다.”

[오늘 역조공으로 붕어빵이랑, 호빵, 앙버터 호두과자하고 따뜻한 아메리카노 줌! 존맛탱…옆에 어묵 기계도 있어서 추우면 가서 어묵 국물 먹을 수 있음ㅋㅋㅋㅋ누구 아이디어인지 칭찬도장 백개 찍어주고 싶음 애들이 춥지 말라고 핫팩이랑 방석 줌. 스티커는 애들이 다 붙였대]

-역조공으로 포장마차 열었냐곸ㅋㅋㅋㅋㅋㅋㅋ

-어묵국물 신박하다

-붕어빵에 크리드라고 적혀있는거야? 귀여웤ㅋㅋㅋㅋㅋ

-옆동네 팬인데 우린 맨바닥에 앉아서 기다렸는데 ㅈㄴ부럽다…

└클로버 되고 행덕하자

“클로버!”

차에서 내리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팬들이 넘어질까 봐 걱정할 정도였다.

“얘들아, 넘어져!”

“으아……!”

아니나 다를까, 선우 형이 허우적대며 넘어질 뻔한 걸 박재봉이 붙잡았다.

“막내가……!”

“클로버, 재봉이 짱 많이 컸죠!”

모두 박재봉의 성장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봤지만, 이렇게 선우 형과 견줄 만큼 커졌다고 실감하지 못한 듯했다.

“저 이제 윤빈 형이랑도 비슷비슷해졌거든요~”

“아아…….”

“아니, 클로버 다들 충격받았어. 내 작고 소중했던 재봉이가……! 이런 반응인데?”

“역시 승빈이…….”

다들 공감한다는 듯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니 팬 미팅은 원래 계획한 시간이 넘도록 진행했다. 따로 코너를 준비한 것은 아니었지만, 팬들과 이것저것 소통하다 보니 부족할 정도였다.

“이제 사녹하러 가야 할 거 같아요…….”

“오늘은 미니 팬 미팅이었으니까, 우리 곧 더 큰 팬 미팅으로 만… 헉!”

“아, 선우 형이 또…….”

이미 엎지른 물이었다. 더 큰 팬 미팅이라는 말에 현장의 팬들은 기대에 가득 찬 탄성을 내질렀다.

“이거 회사 분들이 알면 저 혼나요, 클로버만 알아야 해요. 알겠죠?”

“여, 여기 계신 클로버만 알아야 한다고 해야지, 형-”

“승빈이 말 잘 들으셨죠? 막 글 올리면 승빈이가 집으로 찾아가서 혼낼 거예요!”

[오늘 선우가 곧 더 큰 팬 미팅에서 보자고 했음!]

이렇게 말하면 승빈이 우리 집으로 오는 거 맞지?

-아잌ㅋㅋㅋㅋㅋㅋ

-또라이 아니야 이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승빈이 이마 짚는 게 눈에 보인다 보여…

선우 형은 몰랐을 거다, 이 말이 이런 식으로 퍼질 거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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