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화
[A 쇼핑몰 뒤집어 놓은 크리드.MP4]
아 미치겠다ㅋㅋㅋㅋㅋ
애기가 잘생긴 오빠들이라고 소리지름ㅋㅋㅋㅋ
-쓰니 지금 현장이야?? 나도 듣고 빵터짐ㅋㅋㅋㅋ
└ㅇㅇ 애기가 목청이 좋더라고ㅋㅋㅋ
-미래의 클로버다
└어머니가 클로버 조기교육 시키실 듯....
[크리드 실물짤.jpg]
오늘 쇼핑하러 여의도 갔다가 크리드 봄ㄷㄷ
실물 돌았던데???
-헐 사진 저장해도 될까??
└ㅇㅇ
-이거 혹시 크리드 팬까페에 퍼가도 될까?
└출처만 남겨주면 ㅇㅋㅇㅋ
-와... 문승빈 진짜 냉미남인데??
└그니까ㅋㅋㅋㅋ 나 진짜 문승빈이 제일 의외였음
-연예인은 연예인이다.... 비율 미쳤나봐....
-와.... 선우야 밥좀 더 먹어라ㅠㅠㅠ 내 팔로 걸어다니네
팬 사인회장 한복판에 앉아 있던 A와 문스트럭도 실시간으로 SNS를 새로 고침 하고 있었다.
“애들 곧 도착하겠네.”
“함성 소리 봐. 거의 다 왔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멤버들의 사진을 보니, 오늘도 역시 최상의 상태였다.
“오늘 무대 착장 그대로네. 돌았다.”
“하… 강도현 그대로 머리 깠네, 미친.”
사전 녹화부터 본방송까지 크리드와 하루를 내내 함께한 그녀들이었다. 오늘 의상이 특히 A의 최애 의상이었던지라, 팬 사인회에서도 그대로 입을지 기대했던 그녀였다.
“강도현 퍼컬 빨간색 아니냐.”
“노노, 울 승빈이가 인간 빨강임.”
마침 번호표도 연달아 앞뒤를 뽑은지라, 대기하는 내내 최애에 대한 주접 배틀을 했던 그녀들이었다.
“미친, 왔다.”
“클로버 여러분! 많이 기다리셨죠!”
“인사드리겠습니다. 본 투 샤인! 안녕하세요, 크리드입니다!”
인사가 끝나자마자 함성 소리가 그 넓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메아리처럼 웅웅 거릴 정도였다.
“와, 진짜 많은 분들이 와 주셨네요.”
“유현이 형, 저기 봐요!”
박재봉이 깜짝 놀라 가리킨 곳은 팬 사인회 맞은편 2층에 위치한 음식점 창문이었다. 창문 사이로 한 글자씩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팬들이 서 있었다.
“뭐라고 적혀 있는 거죠?”
“크리드… 잘생겼다고 하시네요.”
[크.리.드.존.잘]
“하하, 재봉이가 저를 은퇴시키고 싶은가 봐요.”
정유현의 농담을 마지막으로 팬 사인회가 시작되었다.
“누나! 진짜 오랜만이에요!”
첫 번째 순서는 박재봉이었다. 사실 이제는 크리드 멤버 모두에게도 익숙한 문스트럭이라 자연스럽게 근황을 물었다.
“우리 없는 동안 뭐 하고 지냈어요?”
“말도 마, 너네 미국 활동 따라다니느라 힘들었어.”
“대박, 누나 미국도 왔었어요?”
“어, 재봉이 영어 잘하던데?”
“그쵸! 저 발음 좋다고 칭찬받았어요!”
신나서 영어로 뭐라 뭐라 말하는 박재봉은 키만 컸지, 여전히 귀여운 막내였다.
다음은 정유현. 몇 년째 봐도 봐도 정말 적응 안 되는 얼굴이었다.
“전 미국에서 누나 봤어요.”
그리고 훅 들어오는 것도 여전했다. 정유현이 만인의 남친 롤로 유명한 이유 중 하나기도 했다. 팬들의 사소한 TMI까지 기억하는 남자, 그게 바로 정유현이었다.
“헐, 어디서?”
“우리 그 토크 쇼 찍었을 때도 방청객으로 왔잖아요, 맞죠?”
“대박… 유현아, 나 진짜 감동.”
“그럼 이제 승빈이보다 저예요?”
눈이 휘어질 듯 웃는데, 저도 모르게 그렇다고 답할 뻔한 그녀였다.
“와…….”
“농담이에요~ 대신 만우절에 저 한번 찍어 줘요.”
“이미 너 찍은 것도 몇백 장이야.”
“진짜요?”
날 잡고 정유현 사진도 몰아서 올려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그녀는 그대로 숨이 멎을 뻔했다.
“승빈아…….”
“저도 미국에서 누나 봤는데- 제가 카메라도 콕 집었잖아요.”
그녀의 최애, 승빈이 온몸으로 삐졌다는 티를 내고 있었다.
“알지, 알지. 승빈아, 그 사진 사람들이 깜짝 놀라더라.”
“왜요?”
“아이 컨택 대박이라고-”
“근데 어떻게 저를 두고 유현이 형한테…….”
“내가 언제?”
“와- 누나 유현이 형 웃는 거 보고 멍 때리는 거 다 봤거든요?”
“티 났어?”
“티. 났. 어? 와… 누나 저 섭섭해요.”
승빈이 일부러 삐진 척을 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처음 보는 승빈의 모습에 당장이라도 카메라를 들고 싶은 그녀였다. 눈앞에 최애를 두고도 사진을 먼저 생각하는 그녀는 진정한 프로였다.
“승빈아, 진짜 미안한데 나 하나만 부탁해도 돼?”
“뭔데요?”
“나 이따 자리에 가면 지금 표정 한 번만 다시 지어 줘라.”
“와… 누나 이 와중에도 사진 생각하는 거예요?”
“진심 지금 너무 귀여워서 꼭 남겨야겠어.”
문승빈만 찍은 지가 몇 년인데, 척하면 척이었다. 지금 얘가 연기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인 건지. 내내 장난치던 승빈이 이번엔 진짜 삐졌다.
“열어 봐, 승빈아.”
물론 그녀는 이미 승빈이 다루기도 만렙이었다. 준비해 온 선물을 꺼내 들었다.
“이게 뭐예요?”
“승빈이 팬들이 직접 적은 메시지 북이야.”
“메시지 북이요?”
“어. 이번에 너희 컴백한다는 얘기 듣고 준비했지.”
“대박, 이걸 언제 다 모은 거예요?”
몇백 장이 넘어가는 메시지 북을 편집하는 데만 꼬박 일주일을 넘게 쓴 그녀였지만, 지금 눈앞에 마주한 승빈의 표정을 본 순간 그 모든 노력을 보상받는 듯했다. 메시지 북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넘겨 보는 승빈의 얼굴은 누가 봐도 감격한 사람의 그것이었다.
‘제발 누군가 이걸 찍고 계시길.’
다시 한번 카메라를 들고 싶어진 그녀였다. 캠을 켜 두고 오긴 했지만, 아쉬운 맘을 어쩔 수 없었다. 대신 그녀는 눈에 새기듯 담았다. 이 소중한 순간을.
“진짜 마음에 들어요… 제 방에 잘 간직할게요. 이거 디자인도 누나가 한 거예요?”
“응. 승빈이 하면 강아지잖아~ 그래서 강아지 테마로 열심히 편집해 봤어.”
“진짜, 정말 고마워요! 저도 나중에 이렇게 메시지 북 만들어 봐야겠어요.”
“디자인은 유현이가 하고?”
“그래도 누나는 사 줄 거죠?”
잠시 팬이 앞에 없는 사이 정유현이 빈틈을 파고들었다.
“…당, 당연하지!”
“아, 이 형, 오늘 왜 이렇게 낄끼빠빠를 몰라?”
‘오늘부터 차애는 정유현이다.’
최애와 차애가 눈앞에서 투닥이는 걸 보다니, 역시 개같이 일한 보람이 있었다.
“나는 메시지 북 말고 포토북 만들어 볼까요?”
“이젠 사진 잘 찍어?”
“아이. 놀리지 마요, 누나- 저 친누나한테 속성 과외 받아서 이제 2등신으로 안 찍어요!”
“기대할게!”
“누나가 올리는 제 사진만큼 멋지게 찍어서 만들어 볼게요!”
“내 사진을 봤어?”
“당연하죠! 누나가 준 포토북도 봤고, 팬분들 슬로건이나 응원 도구에서도 봤는걸요?”
몇 번 포토북이 나오면 선물로 줬는데, 기억한다는 것에 또 감동받은 그녀였다.
“근데 누나만큼 찍으려면 한 100년은 더 연습해야겠다.”
“아니야, 완전 피사체빨이야. 너라서 잘 나온 거야, 승빈아.”
“에이, 그렇다고 하기엔 유현이 형 사진도 너무 잘 나오던데요?”
설마 자신의 계정을 알고 있는 건가? 문스트럭은 정신을 붙잡고 묻고 싶었다.
“이동하실게요~”
“승빈아, 난 언제나 너만 찍을 거고 내 카메라에는 오직 네 얼굴만 담길 수 있으니까 절대 누나 의심하지 마라. 그리고 넌 최고의 포토그래퍼야, 사랑해!”
스태프도 문스트럭의 속사포 인사는 막을 수 없었다.
문스트럭의 바람대로 레빗드림이 메시지 북을 받고 기뻐하는 승빈을 찍었다. 문스트럭은 곧장 레빗드림에게 DM을 보냈다.
[ㅁㅊ나중에 재봉이 데이터로 보은할게]
[ㅋㅋㅋㅋ분명 언니가 저 장면 누군가 찍어주길 바랄 거 같았는데 맞았넼ㅋㅋㅋ]
[진짜 눈동자에 박제하고 싶었음ㅠㅠㅠ]
문스트럭 @Moonstruck_Bean
[XX1103 크리드 팬싸인회]
메시지북 받고 좋아하는 승빈이가 너무 귀여워서ㅎㅎ
#승빈 #크리드
-승빈이 눈 반짝이는 것 봐ㅠㅠㅠ
-헐 나 저 메시지북에 편지 보냈었는데 대박
└나도ㅠㅠㅠ승빈이가 꼭 봤으면 좋겠다
-이러니까 선물 줄 맛이 남ㅎㅎ
눈앞에서 본 승빈의 눈 속 우주가 있었다고 느낀 것은 자신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선물을 준비한 팬의 시간과 노동력을 아깝지 않게 하는 아이돌이라니. 다들 돈 들여서 팬사 가면 현타를 느낀다는데, 단 한 번도 그런 감정을 느낀 적 없는 그녀였다.
* * *
팬 사인회가 있는 날에는 숙소가 선물로 가득 채워진다. 편지, 그림, 간식, 인형 등 다양하다. 하나씩 정리를 하다가, 문득 기록하고 싶어졌다.
“그러니까, 이 구도로 찍어 달라는 거지?”
“이, 이게 뭐야?”
“문승빈 소환술임?”
선우 형의 말에 지운이 형이 배를 쥐고 웃기 시작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 주변으로 팬들의 선물을 둥지처럼 둥글게 쌓아 뒀거든.
“미적 감각이 참 독특하다니까?”
“와우, 유현이 형한테 미적 감각으로 욕먹다니.”
“선우가 요즘 나랑 면담할 시간이 없었지?”
선우 형은 조용히 입 지퍼를 닫는 제스처를 했다. 분명 나보고 소환술이라고 하더니, 멤버들도 하나둘 선물을 두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거 은근 재밌는데?”
“저기요. 방금 전에 소환술이라고 하던 분들 맞나요?”
찍은 사진은 바로 공식 SNS 계정과 크림에 올렸다.
[클로버! 오늘 팬싸인회도 너무 즐거웠어요! 여러분들이 준 선물로 한번 꾸며봤어요ㅎㅎ 오늘은 여러분이 준 소중한 편지 읽으면서 잠들어야겠어요 클로버도 잘자요♥]
-아 귀여웤ㅋㅋㅋㅋ
-문승빈 소환술이냐곸ㅋㅋㅋㅋ
-오늘 받은 거 말고도 이번 활동에 받은 선물 다 가져온건가봨ㅋㅋㅋㅋ
사진이 올라오고, 한동안 팬들 사이에서는 내 사진이나 인형을 가운데에 두고 나와 닮은 캐릭터나, 포토 카드 등 내가 연상되는 물품들을 둥글게 놓고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했다. 이런 반응을 발 빠르게 파악한 코어는 ‘천하제일 소환술샷 대회’를 열었다.
[흔한 아이돌 팬들의 소환술샷]
사용된 포카 100장, 인형 50개, 그리고 승빈이 닮은 우리집 강아지로 만들어봤습니다^^
-ㅁㅊ포카가 몇 개임?
-광기다;;
-이러다가 천하제일 소환술샷 대회 열릴듯ㅋㅋㅋㅋㅋ
└이미 공식에서 올라옴ㅋㅋㅋㅋ(링크)
이렇듯 서로에 대한 돈독함을 쌓아 가던 크리드와 클로버 모두에게 희소식이 찾아왔다.
“VM이 먼저 제안을 했다고?”
“응! 지난 활동까지만 해도 절대 찬성할 일 없다고 생각했는데!”
VM의 연락을 받고 잔뜩 굳은 얼굴로 다녀왔던 강도현은 그 어느 때보다 흥분한 목소리였다. VM 측에서 먼저 크리드 계약 연장에 대해 얘기했다는 내용이었다.
“나도 이제 너희랑 같이할 수 있어!”
“너무 잘됐다!”
“다행이다-”
“포커스 활동은 어떻게 되는 거야?”
“겸업하는 거지. 하지만 상관없어. 지금 포커스는 완전 VM 관심 밖이거든.”
“그 정도야?”
“응. 신인 개발 팀에 중요 인력들 다 보내 버렸거든.”
혹시 VM이 입장을 번복하거나, 잠시의 회유를 위해 꺼낸 카드가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다행히 VM은 곧바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강도현 크리드 활동 관련 공지]
당사는 소속 아티스트인 강도현의 크리드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자 코어와의 연장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지속적으로 크리드로서의 활동 의지를 보여 준 아티스트의 의견을 적극 지원 하기 위한 것으로, 팬분들의 따뜻한 관심 부탁드립니다.
공식 입장이 올라오고 클로버 판은 말 그대로 축제였다.
[우리가 해냈다]
시한부 그룹이라고 개무시당하던 날들 이제는 안녕이다 ㅅㅂ!
-진자 정식 그룹 가능일 거 같음
-7년이면 정식 그룹이짘ㅋㅋㅋㅋ
-천년만년 크리드하자 애들아ㅠㅠ
이제 정말 고지가 눈앞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