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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270화 (270/346)

270화

슬픈 건 슬픈 거고, 크리드의 무대는 계속 이어졌다.

“미친, 윤빈이 럭비 유니폼 입었네.”

“승빈이는 교복인데?”

“뭐야, 의상이 반반 나뉘어 있는데?”

갑자기 객석에서 등장한 거에 충격받아서 이제야 의상이 눈에 들어왔다.

“재봉이 안경 쓴 거 너무 귀엽다.”

“도현이도 교복 입었네?”

“뭐지? 무슨 기준으로 나눈 걸까?”

문승빈과 정유현, 박재봉과 강도현이 교복을 입고 있었고, 다른 셋은 럭비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승빈이도 럭비 옷 입은 거 보고 싶은데-”

“그니까, 도현이도 저거 잘 어울릴 텐데!”

“교복은 솔직히 몇 번 봤잖아.”

“하… 지운아… 미쳤다.”

저마다 집단적 독백을 이어 가던 그녀들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야, 설마 지금 저거-”

“헐, 미친.”

그러고는 충격에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했다.

“미친. 너드 콘셉인 거네.”

정신을 차리고 무대에 집중했다. 교복을 입은 넷은 저마다 수줍은 연기를 하면서 꽃을 건네고 있었고, 럭비 옷을 입은 셋은 자신감 가득한 모습으로 꽃을 건네고 있었다. 특히 승빈이 손을 떠는 듯한 연기를 하자, 옆에서 지켜보던 선우가 승빈의 손을 잡아서 대신 건네주고 있었다.

“미쳤다.”

“나 왜 집이냐?”

“누가 나 좀 기절시켜 줘 봐.”

승빈이 건넨 꽃을 받은 팬이 클로즈업되자 더 난리가 났다. 바로 승빈의 사진을 찍으러 갔던 문스트럭이었던 거다.

“야, 돌았다. 저거 혜진이잖아!”

“쟤는 무슨 계를 몰고 다니네.”

“쟤, 카메라 던진 거 봐!”

“저거 깨진 거 아니냐?”

다행히 팬들의 얼굴까지는 클로즈업하지 않았지만, 친구는 친구였다. 그리고 실시간 게시판도 난리가 나고 있었다.

-아닠ㅋㅋㅋㅋㅋㅋㅋ 냅다 카메라 던지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비싼 거 아냐?ㅠㅠㅠㅠㅠㅠㅠ

-대포 박살난거아니냐고.....

-근데 나같아도 승빈이 꽃이 더 중요하지ㅠㅠㅠㅠㅠ

-하.... 이거 완전 밸런스게임 수준인뎈ㅋㅋㅋㅋㅋㅋ

-선우가 더 놀랐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방송의 묘미다 진짴ㅋㅋㅋㅋㅋ

-아닠ㅋㅋㅋ 카메라 숨기고 찍다갘ㅋㅋㅋㅋㅋㅋ

카메라를 숨기고 몰래 찍던 그녀가 승빈이 꽃을 내밀자 무의식적으로 그 꽃을 받으려고 손을 내민 거였다. 당연한 순서로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가 떨어졌지만, 그녀의 시선은 오로지 꽃에만 향해 있었다.

-부디 카메라가 멀쩡하시길......

-찐광기 아니냨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비싼게 떨어졌는데도 꽃만 보고있엌ㅋㅋㅋㅋㅋㅋ

-소중하게 움켜쥔거봨ㅋㅋㅋㅋㅋ

꽃을 다 나눠 주고 메인 무대로 향하면서도 승빈은 뒤를 돌아 사건 현장을 한 번 더 쳐다봤다.

-승빈이 걱정됐나봨ㅋㅋㅋㅋㅋㅋㅋ

-승빈이 뒤돌아보는거봨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오늘 무대중 레전드다ㅋㅋㅋㅋㅋ

모두를 빵 터지게 한 사건을 뒤로하고 모든 크리드 멤버가 중앙 무대에 도착했다. 그리고 시작된 Ideal 무대. 교복을 입고 너드 스타일링을 한 멤버가 왼쪽, 럭비 옷을 입고 킹카 역할을 맡은 멤버가 오른쪽으로 나눠 앉았다.

각자 책상 하나씩 맡아서 책상을 활용한 안무가 시작되었다. 럭비 팀 멤버들이 먼저 안무를 하면, 너드 팀 멤버들이 그 안무를 따라 추는 구성이었다. 하지만 안경을 들친다든지 머리를 긁적이는 등 자신감 없는 모습이었다.

[내 목표는 단 하나

네 Dream이 나로 인해

현실이 되길]

“애들 연기하는 거 너무 귀엽다.”

“도현이가 너드라니, 진짜 판타지 그 자체 아니냐.”

“그러게. 강도현 인생에 찌질함이라고는 단 한 순간도 없었을 거 같은데.”

“저렇게 주근깨까지 그려 놨는데도 귀엽기만 한 거 봐.”

“두 팀으로 어떻게 나눈 걸까?”

“그니까. 그것도 자컨 나오겠지?”

하지만 그건 잠깐이었다. 동경하는 눈으로 럭비 팀을 바라보던 승빈이 뭔가 다짐했다는 듯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무대 뒤쪽에 위치한 캐비닛을 열고는 럭비복을 꺼냈다.

“뭐야, 승빈이도 럭비복으로 갈아입나?”

“제발 제발 제발-”

그녀들의 염원을 마치 듣고 있는 듯 씩 웃던 승빈이 캐비닛 뒤로 사라졌다. 그러고는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와, 이거 지금 생방 아님?”

“그니까.”

“승빈이 무슨 마법 쓴 거 아님?”

“저 뒤에서 이렇게 빨리 갈아입었다고?”

“머리에 헤어밴드까지 했잖아!”

럭비복은 물론이고, 언제 한 건지 헤어밴드까지 차고 나온 모습은 영락없는 운동부 그 자체였다.

[매일 상상해

One Two 박자에 맞춰

우리가 함께 걷는 순간]

킹카로 변신한 승빈이 다음 파트를 이어 가자 함성 소리가 커졌다. 전례 없는 수준의 데시벨이었다.

“하, 진짜 문승빈 얼굴 때문에 기 산다.”

“현장 반응 난리 났네.”

“실시간으로 짹짹이 올라오는 거 봐.”

“야, 누가 벌써 움짤 쪄서 올렸어.”

“와, 속도 미쳤다.”

“리짹 미친 듯이 올라가는데?”

[이제는 준비됐어 나만의 Ideal

보게 될 거야 완전히 달라진 나

우린 딱 맞는 퍼즐처럼

I’m your One&Only Ideal]

승빈의 모습을 바라보던 다른 너드 팀 멤버들도 자신감을 얻은 표정이었다. 그런 멤버들을 지켜보던 럭비 팀 멤버들이 1대1로 마크해서, 각자의 스타일링을 바꿔 주는 게 마치 뮤지컬처럼 이어졌다.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나의 Ideal

기대해도 좋아]

“선우가 재봉이 안경 벗겨 주는 거 봐.”

“선우 웃참하네.”

“근데 진짜 안경 벗자마자 얼굴 실화냐.”

“이거 완전 순정 만화 클리셰 아니냐고.”

다른 세 멤버도 캐비닛 뒤로 들어가더니 순식간에 럭비복으로 갈아입고 나타났다. 마침내 7명 모두 럭비복을 입은 상태로 무대가 계속되었다. 자신 없던 도입부와 달리 다들 자신감에 가득 찬 모습으로 책상을 이용한 안무를 이어 갔다.

[난 준비됐어 너만의 Ideal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거야

나와 만들어 갈 Story

이젠 내가 네게 손 내밀게

Can I be your Ideal?]

“군무 미쳤다.”

“애들 해투 하느라 시간도 없었을 텐데.”

“진짜 연말 크리드 최고다.”

“연말 무대에 진심인 거 너무 좋아.”

특히 격한 안무에도 안정적인 라이브가 인상적이었다. 숨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적나라한 음향이었음에도 화음까지 쌓는 멤버들이었다.

-진짜 크리드 무대장인이다ㄷㄷ

-지금 라이브 맞지?????

-해투하더니 라이브실력이 더 늘었어ㅋㅋㅋㅋ

-원래도 잘했는데 더 늘수가 있다니bbb

-역시 남돌은 해투한번 다녀오면 라이브실력이 업그레이드되는 듯

[이제는 알 거 같아

너의 Ideal = 나의 Ideal

우린 서로의 이상형

I’m your One&Only Ideal]

You are my One&Only Ideal]

마지막에는 다시 꽃다발을 건네는 크리드로 마무리되었다. 마치 프러포즈를 하듯 한쪽 무릎을 꿇고 웃으면서 꽃다발을 내미는 멤버들의 모습에 현장은 다시 한번 초토화되었다. 크리드의 무대가 끝나고도 한동안은 함성 소리가 끊기지 않을 정도였다.

* * *

첫 번째 연말 무대가 끝났다. 그 말인즉슨 다음 무대 연습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연말 시즌은 특히나 정신을 제대로 붙잡고 있어야 하는 시기였다. 짧은 시간에 무대를 준비하기에, 하나가 끝나면 얼른 잊고 다음 무대를 준비해야 했다. 시작과 끝이 맞닿아 있기에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생각할 여유조차 사치였다.

“자, 일단 대형 먼저 한번 맞춰 볼게.”

안무 단장 형의 지휘에 맞춰 동선을 먼저 몸에 익혔다. 일반 음악 방송과는 다르게 큰 무대에서 공연을 하기에, 댄서들과의 합이 중요했다. 다행히도 우리는 해외 투어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투어 내내 함께 합을 맞췄던 댄서분들과 연말 무대도 함께 준비 중이었다.

“지운이가 여기서 앞으로 나와야 해!”

“선우야, 조금 빠르다. 한 박자 뒤에 움직이고-”

다들 집중력이 좋다 보니 한번 연습을 시작하면 쉬는 시간 없이 꽤 오래 이어졌다. 지난 연말 무대 때만 해도 수십 명의 댄서분들과 함께 합을 맞추는 게 제일 어려웠는데, 이미 몇 달간 동고동락했던 형들이라 진도가 빨라서 좋았다.

“다들 무슨 일이야? 이대로만 하면 연습 두 번만 더 해도 무대 서겠는데?”

“다 형이 잘 가르쳐 줘서 그렇죠~”

“역시 막내는 막내야. 재봉이가 최고네-”

어딜 가나 사랑둥이를 맡고 있는 재봉이의 역할도 컸다. 박재봉과는 열 살 넘게 차이 나는 댄서들이 많다 보니 거의 뭐, 만인의 아들 수준이었다.

“형, 그래서 또 재봉이 독무 준 거죠?”

“맞네, 완전 자기 아들이라고 편애하네.”

“얘들 봐라? 양옆에서 들어올려야 하는데 윤빈이를 들어 올릴까, 그럼?”

“형, 제발요. 저 허리 나가요.”

우리 팀 못지않은 댄서 형들의 티키타카였다. 이번 연말 무대의 포인트는 치어리딩이었다. 남자 아이돌이 치어리딩 콘셉으로 무대를 하는 건 드물었기에, 야심 차게 준비 중인 무대였다. 그중 제일 하이라이트가 재봉이의 독무였는데, 댄서들이 재봉이를 들어 올려서 스턴트 자세를 취하는 안무였다. 당연히 우리 중 제일 가벼운 박재봉으로 정해졌기에, 다들 장난치는 거였다.

어느새 연습실이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이렇게 연습을 하고도 웃을 수 있다니, 새삼 신기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 극한의 스케줄을 감당하기 힘들었는데, 역시 인간의 몸은 적응을 하는 건가. 지난 1년간의 스케줄도 만만치 않게 빡셌기에 연말 무대 준비도 그럭저럭 적응하던 중이었다.

“승빈이 형, 내일이죠?”

“뭐가?”

“연기 대상이요!”

“와, 벌써 그렇게 됐어?”

하지만 신경 써야 할 분야가 하나 더 늘었기에, 이번 연말 역시 쉽지는 않을 듯했다.

‘가능성이 없지는 않은데-’

갑자기 신인 남우상 미션이 뜬 이후로부터 긴장이 떨쳐지지 않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주연이나 조연이라는 단어까지는 따로 뜨지 않아서, 뭐든 신인상이기만 하면 인정되는 것 같기는 했다. 그래서 연기 대상 후보가 떴을 때, 신인 남우 조연상 후보에 내가 노미네이트된 걸 보고 한시름 놓기도 했다.

유일한 걱정은 연말 가요 대상 스케줄과 날짜가 겹칠까였는데, 하루 차이로 아슬하게 날짜가 다르게 나왔다. 천만다행이었다. 자칫했다가는 이 추운 날 퀵 오토바이로 운송될 뻔했으니까 말이다.

“후보에 오른 거 보고 제가 다 떨렸다니까요!”

“어때, 수상 소감 준비했어?”

“에이- 무슨 수상 소감이에요.”

“뭐가 에이야. 가능성 있을 거 같은데.”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뭐야, 갑자기 인터뷰하는 거야?”

“네, 현장에 나와 있는 박 기자입니다.”

티키타카도 이 정도면 예술의 경지였다. 마치 마이크인 것처럼 꼭 쥔 주먹을 갖다 대는 박재봉의 연기도 제법 수준급이었다. 몇 번 장난치더니 이제 기자 연기가 몸에 밴 듯했다.

“얼른 다시 연습이나 하죠.”

“형, 상 받으면 꼭 우리 얘기 해야 해요!”

“맞아. 빼먹으면 숙소 비번 바꿀 거야.”

“도현이 형은 빼도 돼요!”

“네가 문승빈이냐?”

같은 팀이라서 다행이지, 진짜 다른 팀으로 만났으면 서로 상종도 안 했을 것 같았다. 다시 또 투닥거리기 시작하는 박재봉과 강도현의 모습에 유현이 형은 신경도 안 쓰고 노래를 틀었다.

“대형 맞춰라, 얼른.”

작지만 강력한 형의 한마디에 모두 재빠르게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형, 최고-’

거울로 보이는 유현이 형에게 엄지를 내밀었다. 역시 최고의 리더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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