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화
제작 발표회에 문승빈이 등장하면서 일주일 동안 말 그대로 ‘파아란’은 뜨거운 감자였다. 승빈의 연기력이 검증된 실력인지 확인하려는 수많은 대중이 첫 방송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어떻게든 승빈이 특혜를 받았다고 하기 위해 기다리는 이들도 있고, 드디어 승빈의 얼굴을 티브이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기다리는 이들도 있었다.
문승빈 서포터즈 @moonsb_support 10분 전
오늘 승빈이의 첫 연기 도전 작품인 [파아란]이 첫 방송됩니다!
해시태그를 통해 승빈이를 응원해주세요!
#우리의_문배우_데뷔축하해
#승빈이의_파아란_배우데뷔
해시태그 총공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실시간 트렌드에 올라간 해시태그를 들어가 보니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우리 승빈이 갓꾸를 드디어 드라마로 보는구나ㅠㅠㅠㅠㅠㅠㅠ
-문배우 축하해♥
-아 얘가 그 낙하산이구낰ㅋㅋㅋ…
-낙하산은 무슨;;
-응~ 정감독이 승빈이 ㅈㄴ잘했대ㅎㅎ
-어쨌든 연기경험 하나 없는 애 그냥 인기로 꽂아준 건 맞지않음?
-정감독 성격에 연기 엉망인 애 데리고 갈 사람이 아님ㅋㅋㅋㅋㅋㅋㅋ
문스트럭 역시 긴장되는 마음으로 드라마를 기다렸다. 승빈이 잘할 거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외부에서 오는 반응은 신경 쓰일 수 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트로피 엔터테인먼트와의 논란 때문에 승빈의 스케줄 일거수일투족에 온 관심이 몰려 있었으니까.
[야 이게 부모의 마음이냐?]
[문승빈 네가 낳았냐?]
[내가 랜선과 지갑으로 낳은 아들은 맞긴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별 걱정을 다한다]
[하긴, 승빈이 걱정할 시간에 내 걱정하는게 더 영양가 있을듯ㅋㅋㅋㅋㅋㅋㅋㅋ]
자신의 최애가 자신보다 온갖 세상 풍파 다 겪고, 마냥 어리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이렇게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는 것처럼 노심초사하는 걸까? 만약 최애가 아니었다면 평생 느껴 보지 못할 감정임은 분명했다.
마침내 첫 화 방송 시간이 임박했고, 문스트럭은 떨리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원래라면 다른 덕메들과 함께 했겠지만, 다들 떨리는 마음에 각자 보기로 결정했다. 유난도 이런 유난이 없었지만, 그녀들에게 드라마는 또 다른 영역이었다.
드라마가 시작하고 10분 만에 문스트럭은 머리가 아팠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예상치 못한 스토리 전개였다. 청춘 학원 로맨스라고 했지만, 그 속은 마냥 밝은 로맨스가 아니었다. 한국형 하이틴이라고 할 때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파아란 이거 하이틴이라매;;]
-잊지마라 코리안하이틴이다
-입시, 학폭, 사교육 있어야 코리안 하이틴이지
-아니 유현재 로맨스 보나했는뎈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근데 현재는 저게 더 잘어울리긴함 달달한거 하면 진짜… 눈 찔렀을듯
[한영훈!]
“X친, 승빈이다.”
문스트럭은 승빈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 하도 작품에 집중한 탓에 승빈이 언제 나오나 하는 생각도 못 했던 자신에게 놀란 그녀였다. 그만큼 몰입력이 엄청난 작품이었다.
-문승빈이다
-으아어ㅏ어ㅏ어ㅏ어ㅏ승빈아아아ㅏ아
-내새끼ㅠㅠㅠㅠㅠ
-교복 ㅈㄴ잘어유울려
-문승빈 퍼컬 교복아님?
[여기 상처는 또 뭐냐?]
[이 정도 가지고 오버는.]
[내가 언제까지 네 밴드 가지고 다녀야겠냐?]
[내가 어린애냐?]
[하는 짓 보면 어린애야.]
[으, 잔소리.]
[네 잘못 아닌 일에는 좀 아니라고 해, 답답한 놈아.]
“헐, 승빈이 완전 잘하는데?”
극 중 반항아이자 트러블 메이커인 한영훈이 유일하게 유하게 대하는 인물이 ‘태주’였다. 정 감독의 말대로 카메오 분량으로 끝내기에는 아쉬웠겠다 싶을 정도로 임팩트 있는 캐릭터였다.
[유현재 문승빈ㅋㅋㅋㅋ넥레때같네]
-내 주식 대박났다
-이건 된다
-둘이 실제로도 약간 저런 사이 아님?ㅋㅋㅋㅋㅋ
-실제로 반말했으면 승빈이 지금쯤…더보기
-왜요 저희 혅재 사람은 안때려요…안 때릴걸요?
실제로도 열아홉 고등학생이어서일까, 고등학생 역할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대사 처리도 연기가 처음이라고 하면 누구도 못 믿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무엇보다도 표정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웠다. 최애 콩깍지 때문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도 괜찮은 연기였다. 아이돌을 하다가 연기를 하는 배우들에게 자주 발견되는 버릇이 카메라를 보고 연기를 하는 것인데, 승빈은 잠시라도 눈이 카메라를 따라가는 일이 없었다.
-연기 잘하는데?
-ㅇㅇ자연스러움
-저기 서브 친구는 신인배우야?
-ㄴㄴ문승빈이라고 아이돌임
-문승빈 모르는척하고 올려치기하는거임?ㅋㅋㅋㅋㅋ
-뭐라는거야 평소에 아이돌 관심 ㅈ도 없어서 모르는건데
-유현재도 예상외다
-둘이 넥레때도 투닥거리더닠ㅋㅋㅋㅋ어쩐지 익숙하더라
-승빈아ㅠㅠㅠㅠ기특해라ㅠㅜㅠㅠㅠㅠㅠㅠ
[승빈이♡: 다들 파아란 봐써?]
[승빈이♡: 나 너무 어색하지ㅠㅠ]
“이게 무슨 망언이야?”
-무슨소리야 네가 제일 잘했어 승빈아아아아
[승빈이♡: 멤버들이랑 봤는데 다들 놀려 ㅡㅡ]
[승빈이♡: 누가 제일 많이 놀리냐고?]
[승빈이♡: 맞아 다들 예상하는 걔… 강모씨]
“드라마에 실시간 크림 메시지에… 문승빈의 축복 끝이 없네.”
승빈의 1화 분량은 저 장면이 전부였다. 혹시나 더 나오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고 끝까지 봤지만 끝이었다. 하지만 화제성은 드라마만큼이나 뜨거웠다.
[파아란, 한국형 하이틴? 예상을 빗나간 스토리]
[우려를 기대로… 파아란 첫 방송 시청률 10%로 기분 좋은 출발]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제목을 눌렀다.
[신예 배우의 탄생? 문승빈의 놀라운 발견]
크리드의 문승빈이 첫 방송부터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파아란’은 첫 방송임에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 관심의 중심에는 크리드의 문승빈이 있다. ‘태주’ 역할을 맡은 문승빈은 첫 연기 도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놀라움을 줬다. 한 네티즌은 “아이돌이라고 안 했으면 신인 배우라고 해도 믿었을 듯”이라고 하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방송 전부터 특혜 논란, 연기력 검증 필요 논란 등 이 있었지만 여론을 뒤집을 만한 열연이었다. 앞으로 문승빈이 연기돌의 계보를 이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기자님, 기사 잘 쓰시네.”
문스트럭은 흐뭇한 마음으로 기사를 정독하고 자신의 일상 계정에 링크를 올렸다.
♣ @I_Clover_you 2분전
[우리 문배우 너무 자랑스러워서 박박 쓰다듬어주고시퍼…너무 좋은 기사 봤는데 좋은 댓글 하나씩 남겨주시면 승빈이한테도 큰 힘이 될거같아요오 (링크)]
-승빈이 좋은 댓글만 보게 오늘부터 도배해야지
-나도 이 기사 봄ㅋㅋㅋㅋㅋ기자님 땡큐
-000기자님 이름 기억할게요♡
이미 여러 SNS와 커뮤니티도 승빈의 이야기로 가득했다.
[솔직히 문승빈 연기 잘했음ㅇㅇ]
억까하던 놈들 머쓱했겠넼ㅋㅋ
-ㅇㅇ오재성인가 뭔가 개보다 훨씬 나았음ㅋㅋㅋㅋ
-걔는 오디션 보고 들어왔다고 하지 않았음?
-ㅇㅇ븨엠에서 ㅈㄴ언플했잖아ㅎ 실력으로 들어왔다고ㅎㅎ
-문승빈 엿멕이려고 한 거 같은데 부메랑됐묘;;
“아, 짜릿하다 진짜.”
승빈을 덕질하면서 이런 짜릿한 경험을 종종 한다. 안 될 거라는 반응에 보란 듯이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승빈이었다. 그래서 가끔은 무모하거나, 이해하기 힘든 선택일지라도 믿음을 가지는 이유다. 안 된다고 하면 오히려 더 해내고 싶어 하는 오기와 독기가 승빈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물론 아직도 아집을 버리지 못하고 까 내리는 반응도 있었다.
[3분 나온걸로 호들갑은ㅋㅋㅋㅋㅋㅋㅋ거품 빠지고 나락가면 어쩌려고 벌써부터 김치국을 사발로 먹냐?]
-포커싱이냐? 울지말고 말해봐
└오재성팬인듯ㅋㅋㅋㅋ응 느그 재성이 분량 1분 30초
└애 울겠다ㅠ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이제 저 정도 반응쯤은 구워삶는 경지에 오른 승빈의 팬들이었다.
* * *
드디어 ‘파아란’ 첫 화가 세상에 나왔다. 멤버들과 함께 본방 사수 하면서도 실시간으로 반응을 살폈다. 지난번에 이 실장님께 미리 말씀드린 대로 기사가 쏟아지고 있었다.
[문승빈, 차세대 연기돌의 탄생?]
[화제의 드라마 ‘파아란’ 속 아이돌 찾기]
[문승빈과 오재성, 누가 유현재의 뒤를 이을 것인가]
우리 쪽에서 배포한 보도 자료에는 일부러 ‘연기돌’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아이돌이라는 것을 숨길 수도, 숨길 이유도 없었기에 정면 돌파를 선택한 거였다.
특히나 이 작품은 나와 유현재, 오재성까지 유독 남자 아이돌이 여럿 출연했기에 비교되는 게 당연했다. 이미 연기자로 자리 잡은 유현재는 논외였기에, 모두의 관심사는 나와 오재성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우리 쪽에서 먼저 연기돌을 강조하는 기사를 쏟아 냈다. 연기로 비교당한다면 당연히 내가 이길 거라는, 이유 있는 자신감에서 나온 전략이었다.
처음에만 잠깐 기사를 풀었을 뿐인데, 그다음부터는 우리 쪽에서 손댈 필요도 없었다. 첫 화에서는 오재성의 분량이 나보다 더 많았는데, 연기력까지 애매하니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된 거다.
[오재성, 첫방부터 연기력 논란?]
[아이돌 연기자, 대체 왜 쓰는 건가요?]
[‘파아란’ 첫방, 옥의 티는 누구?]
박상재 기자가 파아란에 내가 출연한다는 기사를 처음 띄운 것을 시작으로 VM에서는 오재성과 나를 비교하는 기사를 미친 듯이 내기 시작했다. 특히 오재성이 오디션으로 뽑혔다는 걸 강조하면서, 마치 내가 특혜를 받은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갔다.
그 모든 상황을 알면서도 일부러 반응을 안 했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VM의 언플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그 역풍이 더 커질 게 당연했으니까. 그리고 정확히 내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는 게 짜릿했다.
‘언플도 실력이 있을 때나 하는 거지.’
그렇게 기사를 쭉 훑어보고 나서 다음 순서로 확인한 건 대중들의 반응이었다. 걱정 안 한다고 했지만, 오랜만의 연기에 감을 잃었으면 어쩌지 하는 노파심이 없다면 거짓말이었다. 촬영하는 것과 송출되는 화면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방송 때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기도 했다. 하지만 클로버뿐만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좋은 말들이 많아서 더 뿌듯했다. 누나에게서도 메시지가 와 있었다.
[야, 연기 좀 하더라?]
[분량도 적었는데]
[분량이 대수냐? 얼마나 인상 깊었느냐가 중요하지.]
[인상 깊었어?]
[ㅇㅇ우리 동생 배우들이랑 있으니까 몬생겨서 인상 깊었지.]
[내 이럴 줄 알았다. 이래야 문해빈이지.]
[뒤에 뭐 빼먹은 거 같은데?]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서로 싸우거나 장난을 칠 때도 누나 호칭은 꼭 붙였었거든.
[문해빈 누나지~]
[잘하자^^]
[넵.]
[근데 진짜 내 주변 사람들 다 태주 캐릭터 더 보고 싶다고 그러더라.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고 하네?]
정 감독님 앞에서 캐릭터에 대해 설득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나의 맹랑한 돌발 행동을 지나치지 않고, 훌륭하게 스토리에 녹여 낸 정 감독의 능력에 또 감탄했다. 하지만 드라마가 시작돼도 마냥 좋은 건 아니었다. 바로 저 인간 때문에.